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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몬스타엑스 이준혁 샤이니 엑소 온앤오프 김남길
옹호자 전체글ll조회 1299l 2

 

 

 

 

 

 

 

" 이번에 새로 오신 민석이 아버님 있잖아. " 

 

" 네? 아, 네. " 

 

" 되게 잘생기셨더라. " 

 

" … …. " 

 

" 내가 민석이 데리러 갈 때 한번 뵙었는데, 와……. " 

 

" ……그 정도 까지에요? " 

 

" 아내 되시는 분은 얼마나 좋으실까. " 

 

 

 

 

옆에서 이번 중요하다는 서류를 검토하며 정리를 하던 강선생은 의자를 뒤로 뻗치며 나에게 물어왔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아이의 아버님을 아냐고. 갑작스레 그걸 왜 물어보시는 거지, 강선생의 의도가 궁금해질 터였다. 제 눈동자가 이리저리 굴려지는 걸 느꼈다. 간접적 매게가 포함하는 물음이 아닌 동감을 원한다는 표현을 어지럽게 섞여 저에게 던지는 물음을 다짜고짜 맞받아칠 수도 없는 한마디로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렇게 친하지도 않은데 말을 걸어옴을 보면 분명히 무슨 의도가 있다는 게 뚜렷했다. 고개를 갸우뚱 젓기도 잠시 대충 위아래로 두어 번 흔들었다. 끄덕인 이유는 설명하기도 아까울 만큼 단순했다. 단지 비위를 맞춰주기 위함이었음을. 그렇다고 해서 절대 악의적인 의도는 아니었다. 어서 자신의 견해에 공감을 하라며 초롱초롱한 눈빛을 쏴대는 강선생을 피해 작은 먼지가 쌓인 휴대폰 화면을 스치듯 쓸어넘겼다. 이런 제 독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선생은 여전히 제 대답을 기다렸다. 괜히 의식을 하지 않지만 나는 의식을 하고 있다는 낯빛을 하고 제게 물어온 것을 보아하니 딱 봐도 그 아이 아버님에게 관심이 있으신 게 분명했다.  

 

 

돈도 많아, 얼굴도 잘생겨, 목소리도 완전 꿀이야. 빠지는 게 하나도 없어. 

 

 

강선생의 얼굴에 미소가 드리워졌다. 이것은 완전히 그 아버님에게 빠졌음을 증거하는 확답이 될 수 있더랬다. 익히 들어 명성은 자자했다. 우리 유치원에 그것도 부잣집 아이가 새로 들어왔다고. 그리고 그 아이의 아버님의 스케일이 장난이 아니라고. 나이도 젊다던데. 이 소식은 원장 선생님으로부터 파도처럼 패연히 전해져 오자마자 유치원을 꽤나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알다마다, 벌써부터 제 귀에 들어왔음을 분석해봤을 때는 소문이 워낙 빠르긴 빨랐나 보다. 그러니까, 둔하디 둔한 나도 오늘 비로써 명동 핫플레이스 보다 더 뜬다는 일종, 상속자랑 다름이 없다는 한 아이의 소문을 포함해 윗사람들만 안다던 그 아이의 아버님에 대한 내용을 강선생한테 들었겠지. 좋아한다던 핫초코를 비싼 돈 들어가며 상납금을 바치듯 뇌물로 납부한 게 드디어 이득을 보는 것 같았다. 노력은 성공의 어머니라더니, 그 말이 어느 정도 공감이 되긴 했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1년 차 유치원 선생님이던 나는 유치원에서 하루하루 눈칫밥만 먹기 마련이었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을 좋아했던 터라,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내 미래의 직업은 한결같이 유치원 선생님이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을 결실을 맺고 그 결과를 힘들게 따낸 유치원 첫 출근 날. 첫 출근이라고 봐주는 일 없다며 선을 긋던 원장은 물론 옆에서 나를 위아래로 흘겨보던 동료 선생들까지 꽤나 까칠하던 모습이 적응이 안 돼 아직까지 기억 속에 남아있었다. 꽤나 날카롭던 시선들을 피해 나날이 구석에 짜져 살 때쯤 살짝이나마 도움을 준게 강 선생이었다. 그 도움도 얼마 못가 비수로 돌아왔지만. 초짜가 어디서 선배들이 있는데 발을 들이냐는 동료 선배들의 수다를 들었을 때 가히 말해서, 꽤 충격적이긴 했다. 요즘은 유치원 선생도 무섭다더니. 뉴스에서 꽤나 떠들썩하던 말이 딱딱 들어맞았다.  

 

 

인생은 역시 혼자야. 다 버려라, 나 혼자 알아서 할 테니. 제발 태클이나 걸지 말아다오. 라는 마인드로 나날이 보낸 탓이었을까, 그 이후로부터 동료들은 하나둘씩 이것저것 챙겨주기 시작했다. 이 유치원에서 1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약간의 시기 어린 텃세가 아니었을까 싶다. 하긴, 하나도 모르는 애가 몇 년 차가 아닌 이상 들어가기 어렵다던 사립에 들어와하는 모든 게 아니꼬웠겠지. 동료들이 내 시점이었으면 난 벌써 귀싸대기 한쪽을 날렸다.  

 

 

그래도 동료들은 착했다. 지난 일이 대수라는 듯 실실 지어지는 웃음은 동료들이 매일마다 챙겨주는 각종 먹을거리와 관심에 비례했다. 또다시 강선생은 혼잣말을 줄곧 내뱉기 시작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매일 생얼로 출근하시는 동료들과 강선생이 제법 이상해진 게 한둘이 아니었다. 생얼은 아니더라도 기초는 대충 다듬던 동료들은 어느새 조금 과한 색조를 얼굴에 쳐발쳐발 하지를 않나, 화장에 관심 1 없던 강선생도 동료들에게 한수 배웠는지 어느새 입술은 빤짝이와 핑크로 버무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의 후기는 항상 나에게 물어왔었다. 중국의 그 유명하던 전통극과 다름이 없는 모습으로 제게 들이밀던 모습은 아직도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게 어울려야 망정이지. 결국엔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빵, 터져버렸더랬다.  

 

 

어머니들 구설수 사이에 오르락 내리락 거리던 우리 유치원에, 유명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우리 유치원에. 재벌급 아들내미가 들어왔음은 이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충분한 요소였다. 몸을 배배 꼬는 강선생을 쳐다보며 귀엽다고 생각했다. 오늘따라 조금 과한듯한 분홍 치크 위에 자연스러운 홍조가 붉게 물들었다. 그래, 사랑은 원래 틈 없을 때 찾아오는 법. 강선생을 마음속으로 독려하기 시작했다. 강선생을 너머로 초콜릿을 얼음 먹듯 와그작, 와그작 소리를 내며 씹어대던 이 선생의 눈빛이 매서웠다. 마치, 내 남자를 건드린다는 야생의 눈빛. 괜스레 오금이 저렸다. 이에 비해 강선생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지 눈을 올려 천장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또다시 볼은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도대체 뭔 상상을 하는지 파악이 안 간다. 작게 혀를 끌끌 차며 강선생과 사담 아닌 사담을 작게 떠드느라 보호기가 켜진 노트북에 고개를 급히 돌렸다. 아, 켜졌다. 

 

 

소문이 빠르고, 모든 정보를 아는 듯이 말하던 강선생이 모르는 단 한 가지. 도경수. 그 유치원 내에서는 엑소 뺨치게 유명하다던 민석이의 아버님 성함이었다. 그리고 도경수는 싱글이었다. 현대어로는 싱글파파. 아직까지 뇌리 속에 상상하게 드리워지는 기억에 끝내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휴대폰에 작게 진동이 울렸다. 

 

 

이 특급 사실을 어찌 알았나 함은, 시간은 며칠 전 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은 유독 정신이 맑았던 날이었다. 선선히 느껴지는 밤공기가 상쾌했다. 공기를 깊게 들이 마시며 유치원을 닫고 빠져나오는 길은 이미 어둠이 깊게 내리 앉았고 점심에는 북적북적 거리던 거리는 어색할 만큼 조금 삭막하더랬다. 괜히 드는 낯선 느낌은 숨길 수가 없었다. 삭막하기 그지 없는 밤 배경과 대조되게 밝던 신발이 햇빛을 대신해주는 밝혀주는 가로등에 비추어 작게나마 반짝 거렸다. 역시 때깔 하나는 죽여주게 잘 뽑는다. 어젯밤, 기다리고 기다리던 월급이 나오고 새롭게 뽑은 신상 스니커즈를 카드로 신명 나게 긁으며 산 보람이 괜스레 뿌듯해져왔음을 알았다. 상처 없이 깨끗한 신발 코를 바라봤다. 이 자신감과 패션 센스 정도면 강남에 살아도 된다는 자부심을 괜히 가져오게 만들었다.  

 

 

10분이면 도착한다는 제 집은 도착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나긋나긋하게 걸어온 터 때문이었을거다. 뭐, 별 수 있나 싶어 어깨를 으쓱거리며 발걸음을 옮기자 유치원과 집 중간지점에 위치해있다는, 말 그대로 부자동네가 나오자 자연스럽게 내 고개는 위로 올라갔다. 매번 봐도 감탄사가 나오는 건 당연했다. 집은 물론 유치원이 강남 쪽에 위치해서 그런가, 유치원에 하나둘씩 들어오는 아이들은 귀티가 저절로 흐르기 마련이었고 제가 첫 유치원에 첫 출근했던 날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여유롭게 걸어왔었는데 유치원 주위에는 집세가 어마어마할 정도로 비싸 눈독도 못 들인다는 아파트가 하나둘씩 자리 잡고 있는 걸 봤었다. 나는 언제쯤 이런데 살아보냐. 고급진 아파트를 눈물에 겨운 눈빛으로 훑어봤다. 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간직하고 있는 생각 중 하나였다. 나도 나중에 시집 잘 가면, 이런 아파트에서 살겠지. 괜스레 제 오피스텔과 비교되는 느낌에 입맛만 쩝쩝 다셔다 되길 반복했다. 

 

 

그리고 제 앞에 펼쳐져 있는 갈림길은 안 쓰던 머리를 쓰게 만들었다. 그래, 너로 정했다. 원래 같았으면 쉬운 도롯가로 마양 걸어가는 게 당연한 일이었는데 오늘따라 지름길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해 생각대로 실천했다. 으리으리한 아파트 단지 사이로 들어가 비싼 아파트에는 누구나 다 있다는 휘트니와 각종 헬스센터나 넓디넓은 공원을 보고는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제가 집까지 가까워지면 질수록 점근 하는 소리에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소리가 사람들의 말소리라는 걸 알아챘다. 이 시간에도 사람이 있나, 싶어 당황스러운 눈을 두어 번 깜박이는데 표출해 보였다. 고개를 갸우뚱 저으며 괜히 긴가민가한 낯빛으로 걸음을 마저 옮기는데 여자의 짜증 섞인 소리가 어느새 제가 있는 곳까지 울려펴져 전해오고 이리저리 딱딱한 물체가 땅에 부딪혀 나는 굉음에 멀찍이 떨어져 있던 나만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싸움이 일어났나 싶었다. 몸을 흠칫 떨었다. 설마, 하는 생각에 두려움과 호기심이 섞여 제 마음을 뒤덮이는 걸 막지 못한 채 싶어 소리의 근원지로 몸을 옮기면 예상했던 대로 마주 보고 서있는 여자와 남자였고 어두운 곳에서도 보이는 여자의 울그락 불그락 얼굴과 그에 비해 온전한 남자의 표정 그 밑으로 남자의 큰 손 아래에는 여러 대의 캐리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입을 작게 벌렸다.  

 

 

 

 

" 집에서 나가. " 

 

" 이혼해주면 나갈게. " 

 

" 뭐? " 

 

" 돈 같은 거 다 필요 없으니까 도장이나 찍자고. " 

 

" … …. " 

 

" 안 할 생각은 아니잖아. 어디서 애 딸린 여자라고 동네방네 소문낼 일 있어? 나 팔자 못 피게 막으려고? " 

 

 

 

 

역시 싸움하는 데는 구경이 짱이지! 남몰래 엄지를 쥐어 보였다. 꽤나 상황은 흥미진진하게 흘러갔다. 풀숲에 숨어 지켜본 상황을 대충 읊조리자면, 일단 여자는 클럽에 갔다 온 모양이었는지 짧은 원피스와 높은 구두를 신고 남자 앞에 서있었고 이어 입에서 나오는 말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아이가 하나 있는 모양이었다. 남자는 예상했다는 듯 아무 말 없이 여자를 주시하기 마련이었다. 저렇게 말하는 건 봐선 남편이 잘못이 있거나 아니면 여자의 외도 거나. 둘 중 하나였다지만, 지금의 경우만큼은 후자인 것 같긴 했다. 딱 봐도 여자가 잘못한 거 같음. 꽤나 깔끔하게 생긴 얼굴과 대조되게 말을 내뱉던 여자는 자신이 들고 있던 클러치를 뒤지더니 케이스를 열어 보란 듯이 담배 한 개비를 입에 꼬아 물었고 남자는 어이없다는 듯 머리를 쓸어넘겨올리기만을 반복했다. 라이터 있어? 여자의 물음이었다. 

 

 

 

 

" 내가 이렇게까지 나올 줄 알면서까지 넌, 끝까지 뻐기고 있잖아. 지금도 물론 그렇고. " 

 

" … …. "

 

" 눈치가 그렇게 없는 정도는 아닐 텐데. "

 

" … …. "

 

" 하여간 그 새끼들이랑 별반 다를 게 없어, 너도. " 

 

 

 

 

존나 끈질겨. 이혼 얘기를 주고받는 걸 보면 둘 사이는 부부임이 틀림없었고, 사뭇 욕이 오고 가는 상황에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뭔가 상황이 크게 번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 ……이혼해, 그래. " 

 

 

 

 

외도.

 

 

제 허벅지를 찰싹하고 때렸다. 그래, 외도였다. 여자의 말을 뒤로 확답이 제 머릿속을 재빠르게 스쳐 지나감을 느꼈다. 여자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을 쓰레기 수거하듯 하나씩 주워들은 상황으로썬, 여자는 진짜로 개쓰레기 중에 쓰레기였다. 탑 오브 더 탑. 이 정도까지 지랄발광을 떨었으면 멈출 법도 한데, 여자는 입에 모터라도 단 마냥 주야장천 떠들어 댔고 그 결과로 아버님은 물론 나까지 표정이 굳어가기 시작했다. 너도 그 새끼들이랑 별반 다를 게 없다, 남자를 꽤나 많이 후리고 다닌 모양이었다. 겉으로 티 내기가 그렇게나 좋은지. 까고 말해서, 똥구멍 치마를 입고 돌아다니는데 어떤 남자가 고자가 아닌 이상 안 달려들까. 떡하니 답이 나와 있는 상태에서 자기를 알아봐달라는 매게 가 참으로 어이가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같은 여자로서 거부감이 느껴질 정도였을 터였다. 여자에게 붙은 별명이 또 하나 생긴 것 같아 자부한다. 관종년.

 

 

착각도 병이라더니. 도경수의 덧붙힘이었다.

 

 

 

 

" 뭐? "

 

" 너 하나 놓친다고 아쉬워서 이럴 사람으로 보여 내가? "

 

" … …. "

 

" 퍽이나. "

 

" … …. "

 

" 싸가지는 밥 말아 먹어도, 없지 않아 눈치 하나는 있을 거 아냐. "

 

" … …. "

 

" 멋대로 이빨 까지마, 시발.  "

 

 

 

 

아버님의 말빨은 정말로 대단했다. 착각도 병이래, 으으. 이빨까지 말래, 으으. 흘러나오는 감탄사는 절대로 거짓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었다. 아주 더럽게 흥미진진하다. 치킨 닭 다리나 뜯어먹으며 야구 생중계를 보고 있는듯한 느낌이었다. 요즘 현대어로 뭐라더라, 사이다라고 그랬나. 그래, 사이다. 톡톡 튀는 발랄함으로 여자를 하나하나씩 휘어잡는 게 그리도 통쾌할 수가 없다.

 

 

 

 

" 민석이한테 피해 갈까봐. " 

 

" … …. " 

 

" 내 자식 앞길 막을까 봐, 없는 마음 미친 듯이 모아서 빌빌 기어줬더니. 오르길, 어딜 기어올라. " 

 

" … …. "

 

" 지 분수를 알아야지. "

 

 

 

 

합의금 떼먹을 생각이면 접어. 코젤에 내 돈 쑤셔 넣는 자체가 혐오스러워서. 그때 알았다. 남자와 아이의 이름은 도경수와 민석이란걸. 여자는 어마어마한 쌍년이었다. 처음 돈 같은 거 필요 없다고 이혼에 동의나 하라는 말이 화근이었다. 합의금을 꽤나 얻어 갈 생각이었는지 그 말을 끝맺음으로 여자는 화가 뻗치는 걸 주체 못해 벙찐 얼굴을 곧바로 지우고는 담배를 땅으로 던져 발로 지져 꺼 보였고 연신 욕을 읊조리며 등을 돌렸다. 그리고 난 들었다. 시발년, 가만 안 둔다는 아버님의 울화통 터지는 말을. 숨을 급하게 고르시는 모습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흥분했던 모양이이었다. 입을 벙긋벙긋 거리는 게 보였다. 

 

 

 

 

" 나오세요, 이제. " 

 

" … …. " 

 

" … …. " 

 

" … …. " 

 

 

 

 

네? 

 

 

나오시라구요. 꽤나 가라앉은듯한 목소리가 우리 둘, 그러니까 아버님과 나 사이 경계를 가로막던 풀숲 사이로 빠져나와 내 귓가를 맴돌게 만들었다. 바람결에 의해 조금씩 간지러운 내 귀가 의심스러웠다. 누구냐. 빨리 나가라잖아, 나가. 나 말고 주위에 누가 또 있나 싶어 경계 서린 눈빛으로 주위를 훽훽 둘러보면 나 말고 자리 잡고 있는 인기척은 개미 똥만큼도 느껴지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 머리 위로 드리워지는 그림자에 그 소리가 나한테 하는 소리란 걸 깨달아 버렸다. 얼굴이 상기가 묻어 나오기 시작했다. 설마……, 

 

 

오우, 썅. 

 

 

엿 됐다. 이건 분명히 필사 도망가라는 신의 계시가 뇌리 속을 스쳤다. 이 느낌은 마치, 야동 보다가 엄마한테 들킨 느낌. 손이 덜덜 떨림은 감출 수가 없었다. 마찬가지로 눈동자가 주체 없이 흔들리는 거 봐서는 분명히, 정확하게 이건 내가 양심에 찔리는 잘못된 행동을 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입을 꾹 다물었다. 마주친 눈 뒤로 칼날이 작게 서려있었다. 그냥, 집 갈걸. 생각만 한걸 왜 실천하지 않았느냐에 대한 불만이 솟구치기 시작했고 우리 사이를 가로막는 정적은 무겁게 그리고 아주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 쥐새끼. " 

 

" … …. " 

 

" 쥐새끼에요? " 

 

" ……아, 저기. " 

 

" 꼴이 쥐새낀데. " 

 

" … …. " 

 

 

 

 

제 우물쭈물 거림을 뒤로 긴말 필요 없고, 경찰서 가서 얘기하자는 아버님의 팔을 다급하게 붙잡았다. 심히, 내 자존심이 더할 수 없이 깎이는 걸 느꼈지만 제가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랴. 하고 억눌러 담은채로 싹싹 빌었다. 살려달라고, 보고 싶어서 본 게 아니라고, 원래 싸움 구경하면 사람이 모여드는……, 그건 아니지만 진짜 죄송하다고, 이대로 경찰서 끌려가면 직장에서 잘린다고, 쥐새끼 풀어주는 심정으로 한 번만 봐달라고. 사람이 나락의 끝에 서있으면 이리도 간절해진다는 걸 처음 알았다. 제 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 괜히 울컥하게 만들었다.

 

 

 

 

" 그리고, 또……. " 

 

" 되지도 않는 핑계 내새울 거면 됐어요, 그만해. " 

 

 

 

 

핑계거리 아닌데. 아버님의 눈빛이 약간 선해졌다는 걸 느꼈다. 진심이 통한 건지는 모르겠다만 긍정의 표시로 받아들여도 아무 문제없다는 듯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며 아버님은 제 어깨를 잡고 일으켜주는 선의를 베풀었고 이내 옷 주변에 묻은 흙을 대충 털어주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실천하게 되는 무릎을 바닥에 꿇고 있었던 게 탐탁지 않았는지, 여자가 이런 데 앉아있으면 보기 흉하다고 아버님은 나에게 물어왔다. 시발, 그래도 싸가지 없는 사람은 아니구나. 괜스레 눈물이 앞을 가렸다. 강선생님과 동료들, 그리고 원장 선생님이 뇌리 속을 천천히 스쳐 지나갔다. 아, 저기요. 아버님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들려왔다. 

 

 

 

 

" 원래 기억력이 좋은 편이에요? "

 

" ……네? "

 

" 기억력 좋냐구요. "

 

" ……아, 조금. "

 

 

 

 

그럼 여자 얼굴 기억하겠네.

 

 

아버님은 이마를 보기좋게 덮고 있던 머리를 손길로 작게 쓸어올리며 입술을 짓물었다. 꽤나 골치가 아픈 모양이었다. 저절로 우러나오는 탄식이 뱉어지고, 새로운 공기를 들어마시는 상황이 반복됬을 터였다. 하긴, 그럴만도 했다. 인연이 닿을 기미가 1도 보이지 않는 년이 방금있었던 장면을 목격하지를 않나, 그것도 몰래 풀숲에서 숨어있지를 않나, 솔직히 까고 말해서 이 지경에 정반대의 상황이었다면. 난 벌써 경찰서를 향하고도 남았을거다. 진절머리가 난다는듯 울리는 골을 검지손가락으로 훑던 아버님이 이내 흐리멍텅하게 초첨이 없던 포커스를 제대로 잡은체 눈을 두어번 깜박였다.

 

 

 

 

" 번호 주세요. "

 

" … …. "

 

" 달라고요, 번호. "

 

 

 

 

이건 무슨 소린가 싶었다. 다짜고짜 번호를 달라니. 이런 제 당혹스러운 얼굴과는 대조되게 태연한 듯 빨리 달리며 재촉을 하는 아버님을 뒤로 제 핸드백 속 고이 누워있을 휴대폰이 뇌리 속을 스쳤다. 핸드백 끈을 세게 그러쥐었다. 

 

 

 

 

" 다른 생각이 있었으면 이정도 까지는 아니었을텐데, 떠오르는게 이 방법뿐이라. " 

 

" … …. " 

 

" 당신, 나 누군지 알잖아요. " 

 

" … …. " 

 

" 하긴, 나한테 붙어먹는 파파라치가 몇 명인데. " 

 

" ……저기, " 

 

" 번호 안줄거에요? "

 

 

 

 

강제는 내 취향이 아닌데.

 

 

아까 베풀었던 선의가 그 선의가 아니었음을, 나는 생각했다. 도경수도 어마어마한 썅놈이라는걸.  

 

 

 

 

 

 

 

지금도 물론 굴려지고 있는 건 당연했다. 시부랄, 하루도 빠짐없이 문자를 해대는 근성남은 내 27년 인생 동안 처음이었다. 설레기는 개뿔, 애 돌보기도 힘든데 도맡은 심부름까지. 정말로 최악 상황이라고 꼽으라면 금방이라도 꼽을 수도 있었다. 유치원 점심시간이라는 건 어찌나 잘 캐치해놨는지, 점심 타임이 되자마자 문자를 날려서는 커피 심부름을 시키지 않나, 근처 매장에 가서 자기 이름을 대고 와이셔츠를 사 오라지 않나. 유치원과 도경수집을 오가며 그 사이에서 죽어나는 건 나였다. 점심시간마다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니느냐는 강선생의 의심의 눈초리는 물론, 동료들도 요즘 들어 이상하다는 시선들을 힘겹게 받아냈을 때 결국엔 빵, 하고 터져버렸더랬다. 

 

 

시발, 이제는 이런 짓 못한다고. 지가 아무리 유명하면 얼마나 유명하다고. 자신의 입으로 꽤 유명하다고 말해왔던 도경수의 말이 떠올랐다. 자뻑도 성격 따라간다더니. 허, 하고 튀어나오는 웃음은 참을 수가 없었다. 곧장 휴대폰을 들어 인터넷을 켰다. 지 입으로 유명하다 떠들었으면 프로필 하나쯤은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검색창에 생각하기도 거북한 그의 이름을 치자 말자 나오는 자료들이 수도 없이 쏟아지는 건 물론 상단에는 프로필까지 브라우저에 위치해 있는 걸 보고 표정이 썩어 문드러질 터였다. 얼씨구, 꼴에 프로필도 있네? 

 

 

 

 

" … …. " 

 

 

 

 

DOKS (대표이사)

 

 

 

갑자기 이미지에 도경수의 얼굴에 귀티가 흐르기 시작했다는 건 기분 탓일 거다. 

 

 

 

 

 

도경수는 사람은 이미 저명해질 대로 저명해있는, 내가 올려다볼 수도 없을 만큼 저ㅡ 위에 있는 인간이었다. 미친 듯이 뿜어져 나오는 탄식을 내뱉었다.  

 

 

내 인생이 다 그렇지. 제 휴대폰에 떠있는 도경수라는 이름은 제 아름답던 배경화면과 아주 이질적으로 대조돼 보이기 까지 했다. 수전증이 있으리라 믿을 만큼 떨려오는 손으로 머리를 쓸어넘겼다. 아주 극한직업이 따로 없다. 10분 만에 오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도경수의 문자를 뒤로 또다시 멍해지는 정신을 애써 차렸다. 난 오늘도 그의 시다바리를 몸소 실천하러 모험을 떠납니다. 디지몬 세계로. 비싼 돈 주고 뽑았다며 의자 등받이를 뒤로 재껴 한참 동안이나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강 선생은 몸을 갑작스럽게 일으키며 자신의 데스크에 놓인 서류뭉치들을 나에게 건네주며 물어왔다.  

 

 

 

 

" 계속 내 담당이 있으면 좋겠다만……. " 

 

" … …. " 

 

" 전담이 김 선생한테 넘어가는 바람에 아쉽게도 접어야겠네. " 

 

" 네? 저요? " 

 

" 못 들었어? 너 오늘부터 민석이 포함해서 딸기반 담당이야. " 

 

" 네??????????????????? " 

 

 

 

 

처음엔 동명이인인가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히 원장실에서 민석이를 데리고 상담을 받고 있던 도경수를 무심코 보는 바람에 처참하게 무너졌고 지금 강선생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존나 당황했다 이거다. 강 선생의 입에서 나오는 딸기반이 좀 유치해 보이는 건 기분 탓이었다. 전담이 내 쪽으로 넘어왔다니, 뭔 개똥 같은 소리인지 당최 모르겠다. 무더기로 건네준 서류뭉치들을 이리저리 살펴봤다. 

 

 

 

 

" 선생님이 맡으신다면서요……! " 

 

" 그러기로 했지. 근데 차트가 너한테 넘어가는 걸 어떡해. " 

 

" ……아니. " 

 

" 원장 선생님이 그러시더라. 차트랑 전담 너한테 다 넘어갔다고. " 


 

" … …. " 


 

 

 

아악!!!!!!!!!!! 왜!!!!!!!!!!! 왜요!!!!!!!!!!!! 아악!!!!!!!!!!!!!!!!! 

 

 

이건 분명히 도경수의 계획된 짓이였음이라고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시발, 망했다. 

 

 

 

 

 

 

 


 

 

 

[EXO/도경수] 이 시대의 순애보 00 | 인스티즈

 

 

 

 

 

 

 a private talk.  

 

말로만 싱글파파, 현실은 애딸린 이혼남 도경수 X 유치원 선생님 여주 

 


새롭게 인사드립니다, 옹호자 입니다. 

 


어색하지만, 그 어색함에서 보여질수 있는 설레임이 뭔지 한번 다같이 느껴봅시다. 

 

 

우리 순애보 경수 많이 사랑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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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44.143
충분히 설렐 수 있을 것같아요ㅎㅎ
8년 전
옹호자
사담까지 꼼꼼히 읽어주시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1
재밌네요ㅋㅋㅋ 다음화기대할게요
8년 전
옹호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2
오오오오오 소재가 너무 땡기네요 ㅋㅋㅋㅋㅋ잘볼게요!!
8년 전
옹호자
소재가 마음에 드신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3
오ㅏ 이런소재 되게 좋습니다ㅠㅠㅠㅠ 신알신하고가요!
8년 전
옹호자
신알신 너무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4
오 경수의 새로운 모습이네요!!! 기대 많이 할께요ㅎ
8년 전
옹호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5
헐 좋아요 작가님 ㅠㅠㅠㅠ이런소재 좋아요!!!!
이혼남인 경수.. 신선해요 ㅋㅋㅋㅋ긍도 굉장히 잘쓰시고 대작일거같은 느낌 ㅎㅎㅎㅎ신알신하고갑니다 앞으로 잘 챙겨볼게요!!

8년 전
옹호자
소재가 다소 쉬울 수도 있는 점이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칭찬해주시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8년 전
비회원34.15
오홋 재밌을거가타요!!!!!
8년 전
옹호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8년 전
비회원11.237
ㅠㅠㅠㅠㅠ스토리 대박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기대하고 있을게요ㅠㅠㅠㅠ 엉엉어ㅠㅠㅠㅠㅠㅠ 잘보고갑니다
8년 전
독자6
기대할게요 자까님...♡
8년 전
독자7
으어어 이건 마치 대작의 향기..
8년 전
비회원87.140
왜 이제서야 이 작품을 봤을까요ㅠㅠ 엄청 재미집니다ㅠㅠ
8년 전
독자8
대박.....으리으리하군요 배경이..쨌든 민석이 엄마가 그런 사람이라니..왜 하필 그 장면을 봐서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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