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매력 episode 6 - K
(Romeo and Juliet)
(브금 필수!!)
어렸을 때 부터 나는 눈치가 빨랐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봤고, 남들이 듣지 못하는 걸 들었으며, 남들이 예상치 못하는 걸 너무나도 쉽게 알아챘다.
어느 누구보다 항상 한 발자국 앞서 간 나를 보며 부러움을 가득 담은 시선의 사람들은 내게 천재라했고,
그로인해 남들의 시선에 눈이 멀었던 아버지는
돈이라는 거지같은 명목으로 내게 잘해주시기 시작하셨다.
늘 어머니께 폭력을 일삼으시던 아버지가 처음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으셨을 때,
나는 벌레가 온 몸을 기어다니는 느낌을 느껴야했고,
술에 쩔은 목소리와 함께 다가오는 그 투박한 손을 보며
나는 두려움에 떨지 않으려고 노력해야했다.
아무 것도 없던 내 방이 점점 책들로 가득차고,
별 거없던 반찬들이 점점 화려해지기 시작했으며,
다른 이들과 다름 없던 내 삶이 점점 내 손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나를 무서워했고, 어른들은 나를 피했으며, 그저 돈이 필요한 사람들만 나를 찾아왔다.
시커멓게 타버린 그 마음들이 나를 갈구하고 또 갈구했다.
그 세상은 마치 지옥같고 괴로웠지만,
그래도 견딜 수 있었던건,
아마 그 아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구인지조차 몰랐던 아이였다.
그저 그 아이는 매일 상처받고 돌아선 나를 한없이 쓰다듬어주고 위로해줬다.
나보다 작은 조그마한 손이 나를 쓰다듬을 땐,
바보처럼 나는 편안함을 느꼈다.
항상 상처받고 그 아이를 찾아가고 또 위로받고.
그 더러운 삶 속에서 그 아이는 나를 지켜주었다.
그렇게 내가 15살이 되던 해, 나는 형들을 처음 봤다.
아버지는 이복형제라는 말 한마디로 그들을 어머니에게 떠넘겼다.
도대체 왜 아버지의 아이를 어머니가 맡아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꾹 참았다.
나까지 말썽을 피우면 어머니가 견디지 못하시리란걸, 난 알고 있었다.
착하디 착했던 어머니는 그저 웃으며 그들을 반겨줬지만 난 그들이 죽을만큼 싫었다.
그들은 어머니의 자상함을 조롱했고,
어머니의 위로를 한낱 동정으로 받아들였다.
어머니가 만든 음식을 걷어차는 그들을 보며
어머니의 주방 출입이 횟수가 잦아들기 시작했고,
자신의 미소를 보며 인상을 찡그리는 그들을 보며
어머니는 점점 미소를 잃어갔다.
자신을 미치도록 옥죄어오는 아버지와 두 형제들 사이에서
어머니는 그렇게 점점 시들어가셨다.
매일 밤 등 뒤에서 쉴새없이 울먹이는 어머니의 젖은 어깨를 보며
나는 울고 또 울었다.
그리고, 어느 날.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집으로 들어선 아버지를 보며
내 마음이 싸늘하게 식어내렸다.
빌어먹을 내 머리가 미친듯이 위험신호를 울리고 있었다.
평소와 분위기가 달랐다. 오늘은 정말 위험했다.
평생 부탁이란 걸 하지 않던 나는 어머니를 조르고 또 졸랐다.
제발 나가자고, 잠시만이라도 좋이니 제발 잠깐만 내 말 좀 들어달라고.
하지만 어머니는 웃으며 고개를 저으셨다.
자신의 손을 잡아 이끄는 내 손을 따뜻하게 감싸 쥐시며
쉴새없이 떨어지는 내 눈물을 닦아주셨다.
오늘, 아버지가 위험하다는 건 어머니도 느끼고 계셨다.
왜 도망가지 않느냐는 내 말에 어머니가 눈물젖은 눈으로 웃어보이셨다.
사랑하니까.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어머니의 따뜻한 눈동자를 마주하며 더 이상 어머니를 조를 수 없다는 걸 느꼈다.
곯을대로 곯은 마음이 터져 피를 흘리고 있었다.
난 또 그 아이를 찾았다.
발끝부터 타고 올라오는 두려움에 온 몸이 덜덜 떨렸다.
뒤 돌아서서 걸어가시던 어머니의 측 쳐진 어깨가 나를 나락 끝으로 추락시켰다.
엉엉 울고있는 나를 안은 그 아이의 품에서 숨도 쉬지 못한 채 울음을 터뜨렸다.
내 등을 토닥이는 그 아이의 작은 손이
내게 괜찮다고 말해주는데도,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
마지막이란 걸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더욱 강하게 어머니를 잡지 이끌지 못했다.
빌어먹게도,
아버지의 폭행을 멈추려면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을,
내 마음보다 머리가 먼저 알아채고 있었고
나는 그 죄책감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
아버지의 폭행사실이 숨겨진 채,
그저 어머니는 그렇게 외롭게 세상을 떠나셨고,
어느순간 그 아이도 자취를 감췄다.
더 이상 기댈 곳은 없었고
나는 그렇게 죽어갔다.
*
전정국을 따라간 집 안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나무로 된 서재에 수 많은 책들이 꽃혀있었고,
그의 취향을 대변하는 듯, 그 책들은 하나같이 다 소설책이었다.
시대별로 정리된 책들이 빼곡히 벽 한면을 매우고 있었다.
의외의 취향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국을 바라보자
그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소설, 좋아할 줄은 몰랐는데"
"그래?"
"추리물이면 몰라도, 소설은 전혀 안좋아하게 생겼거든, 너.
이렇게 오글거리는 취미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의외네"
그의 책상 위, 얼마나 읽은건지 낡아버린 소설 한 편을 들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다른 것들과 다르게 그의 책상 위 한칸을 차지한 소설 중 유난히 헤진 한 페이지.
William Shakespeare - Romeo and Juliet
역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취향이었다.
찢어진 한 부분을 매만지다, 책을 내려놓고 돌아섰다.
거실에 놓여진 갈색의 테이블 앞 의자에 지친 몸을 내려놨다.
오늘 하루 도대체 뭘 했다고 벌써 녹초가 돼 버린 몸이
스믈스믈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의자에 기대 눈을 감고있자,
언제 꺼낸 건지 와인 한 병과 와인잔 두 잔을 가져 온 정국이
내 왼편에 자리잡고 앉았다.
헐렁하게 풀어진 넥타이를 귀찮다는 듯 벗어던진 그가 내게 잔을 내밀었다.
"성인 남녀가 친해지는 데"
"..."
"술만한 게 없지"
와인의 코르크 마개를 손 쉽게 딴 정국이
내 앞에 와인잔은 내려놨다.
Lady first.
낮게 흩도는 그의 말에 헛웃음이 피식하고 튀어나왔다.
"그건 취했을 때의 얘기지"
"..."
"설마 겨우 이런 낮은 도수로"
"..."
"내가 취할거라 생각한건 아니겠지?"
한번에 들이킨 후 내려놓은 내 빈잔에
아무렇지 않게 와인을 집어든 정국이 다시 내 잔에 와인을 채웠다.
그의 눈길이 내 눈을 지그시 내려다 봤다.
숨 막히는 기분에 나도 모르게 숨을 흡-하고 들이쉬자,
붉은 색을 띄며 올라가는 와인의 물결에 따라
정국의 입꼬리가 한없이 올라갔다.
"루이 로드레, 브륏 프르미에"
"..."
"진짜 취하진 못해도"
"..."
"분위기에 취하긴 딱 좋은 와인이지"
"..."
"취한 척 속내 털어놓기에도,
이만한 와인이 없고"
와인 얼음통에서 얼음을 꺼낸 그가
아무 것도 없이 그저 얼음 하나를 입에 물었다.
차가운 얼음이 그의 입에서 쉴새없이 움직이더니,
곧 뜨거운 그의 입에서 자취를 감췄다.
테이블 밑에 감춰져 있던 정국의 손이 올라와,
차가운 얼음덕에 붉게 달아오른 그의 입술을 닦아냈다.
"...왜 김남준 곁에 남아있어?"
갑작스레 던져진 말에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테이블 위를 방황하던 그의 눈이
결심을한 듯 내 눈을 바로 마주봤다.
"나같으면 못할 거 같은데"
"..."
"아니, 내가 너였으면
벌써 김남준 죽이고도 남았겠지"
씁쓸하게 피식 웃는 얼굴에 두 주먹을 꽉쥐었다.
얼마나 알고있는 건지 예측조차 가지 않았다.
나를 꿰뚫어보는듯한 눈동자가 마치 모든 걸 알고있는 듯했다.
아니, 모든 걸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전정국은 김남준과 나의 관계를 아는 듯 했고.
나에겐 그게 전부였다.
벌거벗겨진것 같은 기분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내가 만약 네 아버지였다면"
"..야"
"난 아마 널 원망했을거야"
"전정국!!!!"
내 고함에 그의 눈이 싸늘히 내려앉았다.
언제 다정히 얘기했냐는 듯 가라앉은 그의 눈이 나를 훑어내렸다.
앞에 놓인 와인을 한번에 들이킨 그가 답답한지 자신의 머리를 쓸어넘겼다.
"어린 애한테 억울하게 죽은 것도 모자라서"
"..."
"딸까지 뺏기다니"
"..."
"절망스럽잖아, 정말"
웃음을 터뜨리듯 터져나온 말에 눈물이 차오를 것만 같았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눈물을 참기위해
고개를 푹 수그렸다.
온 몸이 덜덜 떨려왔다.
"그런 표정,"
"..."
"좀 위험한데"
그의 말에 흔들리던 내 눈이 그에게 닿았다.
붉은 입술에서 튀어나온 말이 정처없이 공간을 가득 매웠다.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에 마른 침을 삼켰다.
루이 로드레, 브륏 프르미에.
그의 말이 맞았다.
겨우 와인 한병이 아닌, 그 술의 분위기에
마치 술에 취하기라도 한 듯 나는 내 감정을 자제하지 못했고,
바보같이 붉어진 눈을 겨우겨우 참아가며 입술을 깨물었다.
"취한 남자한테"
"..."
"그런 눈빛,"
"..."
"위험하다고."
기다란 검지손가락으로 와인병의 입구를 만지작 거리던 그의 상체가
순식간에 테이블 위를 넘어왔고,
눈 앞에서 보이는 그의 얼굴에 밀쳐내려
무의식적으로 올라간 내 손을 세게 그러쥐었다.
그의 큰 손 안에 흔적없이 숨겨진 내 손처럼,
내 온 몸이 그의 눈빛에 잡히기라도 한 듯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한 채 굳어섰다.
"...로미오와 줄리엣에"
"..."
"이런 대사가 나와"
내 눈을 바라보던 그의 눈빛이 내 입술로 향했으며,
내 손을 쥐지 않은 그의 손이 내 입술을 향해 뻗어졌다.
아까 와인병을 만지작 거리던 손이 내 입술 위에 얹어졌으며,
꽉 깨문 내 입술을 힘을 줘서 벌린 그가
조심스럽게 내 입술 선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였다.
"나의 천한 손이"
"..."
"이 거룩한 자리를 더럽혔다면"
"...."
"그 보상으로 두 사람의 순례자처럼"
"..."
"부드러운 입맞춤으로"
"..."
"그 더러움을 씻어드리리다."
길고 긴 정적이 흘렀다.
시계초침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정도로 긴장해 있는 몸이
전정국의 상체 아래에서 부들부들 떨려왔다.
내 손을 잡고 있던 손을 올린 정국이 내 허리를 감싸 안았고
그가 낮은 웃음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그의 얼굴이 내려앉았다.
뜨거운 입술로 내 입 속을 헤집는 그를 느끼며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제서야 눈물이 한방울 뚝하고 떨어졌고,
그 방울이 전정국의 얼굴에 닿았다.
어디서부터인지 몰라도,
무언가 잘못 돼 가고 있었다.
Behine in party
그녀가 뿌리치고 간 손을 괜히 쥐었다 폈를 반복했다.
얼마나 잡고 있었다고, 아기 냄새가 밴 듯 유유히 퍼져나오는 달작지근한 냄새가 내 코를 자극했다.
그녀가 스쳐지나간 왼 손을 들어 입가로 가져왔고,
짙은 향기가 더욱 깊이 파고 들었다.
감긴 눈으로 그녀의 흔적을 찾 듯 숨을 깊게 들이쉬다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너 지금 뭐하냐, 전정국.
한 손으로 입을 막고 끅끅거리며 웃음을 터뜨리다,
미끄러지듯 벽을 타고 기대어 앉았다.
내가 봐도 낯선 내 모습이 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왼손에 들린 담배가 어색했다.
서툰 손동작으로 담배를 털면서도 정작 그 담배를 오른손으로 옮기고 싶진않았다.
그녀의 자취가 흘러나가는게 싫어 오른손을 꽉 그러쥐었다.
병이라면, 병이었다.
향수병에라도 걸린 듯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내가,
내 손에서 벗어난채 잡히질 않았다.
"..전정국?"
멍하니 담배를 태워가던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건 그때였다.
눈 앞에 다가온 그의 얼굴에 인상을 찡그렸다.
비릿하게 올라간 입꼬리가 나를 비웃고 있는 듯했다.
그의 손이 앉아있던 나를 잡아 일으켰다.
"씨발, 어딜 만져. 더럽게"
"형이 동생 몸 좀 만지겠다는데 왜?"
"...형?"
"..."
"지랄도 유분수지, 진짜"
내 말에 그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렇지 않은 듯한 그의 모습에 화가나는 건 나뿐이었다.
어떻게든 깍아내리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앞에만 서면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했다.
분노로 인해 온 몸이 떨려왔다.
"..나 아까 재미있는 거 봤는데"
그의 목소리가 비상 계단 안을 울렸다.
이죽이듯 올라간 입꼬리가 불안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떨리는 손을 숨긴채 그를 바라봤다.
"네가 좋아하던 그 꼬맹이"
"..."
"..여기있더라?"
등 뒤로 숨겨진 손이 벌벌 떨렸고,
그를 마주한 내 눈이 붉게 달아올랐다.
"건들지마"
"뭘?"
"건들지말라고했어"
하하, 네껀 네가 지켜야지 전정국.
비웃음과 함께 터져나온말에 입술을 깨물고 뒤로 돌아섰다.
정성스레 말아올린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헤집으며 너를 찾아나섰다.
김탄, 나는 너까지 잃을 순 없었다.
*
안녕하세요 독자님들!!ㅎㅎ어제 오지 못한 대신 오늘 이렇게 일찍 찾아왔습니다..ㅎㅎ
죄송한 마음에 길게길게 적으려고 노력하긴 했는데,
분량은 여전히 적은편이네요...이런ㅎㅎ
정국이가 왜 땀에 젖어있었는지 오늘 이유가 나왔어요!!ㅎㅎ
내일도 이렇게 찾아뵐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꼭 올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ㅎㅎ
그럼 토요일 재미있게 지내시고!!안녕히 계세요!
목단 / 곱창 / 뇌몬 / 웬디 / 김데일리 / 요를레히 / 슙디 / 알라 / 포도 / 똥맛카레 / 선블록 / 비비빅 / 뷔타민 / 두둠칫 / 웹 / 브랜디 / 소녀 / 민트 / 민군주님 / 숲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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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입맛 / 트레비 / 오골계 / 우왕굿 / 계피 / 눈부신 / 자이언티오빵야빵야뱅뱅 / 그로밋 / 홉달래 / 박뿡 / 꾹꾹이 / 침침파덜
암호닉 정말 항상 감사하구요!!
빠지신 분이 있다면 꼭 알려주세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