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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에 애아빠가 산다
06
***
마지막 문제 메세지를 전송하고 한참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있는데, 이걸 읽기는 읽은건지 답장이 없다.
한번 더 메세지를 내볼까 하다가 책상 위에 잔뜩 밀려 있는 서류들이 눈에 들어와 한숨을 푹 쉬며 애써 휴대폰에서 시선을 떼어냈다.
그래도 언제 답장이 올지 모르니까, 혹시 금방 올지도 모르니까, 하며 휴대폰은 조심히 서류더미 옆으로 옮겨두고 업무를 시작했다.
한참을 꿈쩍도 않고 자리에 붙어 앉아 책상 위에 쌓인 서류들을 처리하고, 마지막 서류까지 확인한 뒤에야 기지개를 켜며 의자에 몸을 늘어뜨렸다.
그러다 또 다시 눈에 들어온 휴대폰을 얼른 집어들어 화면을 켜는데 어떻게된게 아직도 연락 한 통이 없다.
대체 뭘 하길래 답장 하나 보내 줄 시간도 없는건지 입을 삐죽이다 문득 내가 왜 이렇게 답장 하나를 기다리며 신경을 쓰는건가 싶어 머쓱해졌다.
그리곤 뭐 마려운 강아지마냥 휴대폰만 붙들고 있는 내 모습을 깨닫고 움찔 하며 책상 위로 휴대폰을 툭, 던지듯 내려놓고 괜히 헛기침을 했다.
고개를 젓다 무심결에 켜져 있는 컴퓨터 모니터를 보자 화면에 열려있는 포털사이트 구석에 '피크닉' 관련 기사들이 몰려있다.
기사들을 하나씩 클릭해 읽다보니 마지막으로 시우랑 놀러간게 언제였더라,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이번 주말에는 오랜만에 어디 가까운 곳에라도 놀러 나가볼까, 하며 머릿속으로 이런 저런 계획을 세우는데, 책상 위에 올려진 휴대폰이 짧게 진동을 울린다.
조용하던 팀장실의 정적을 깨는 시끄러운 진동소리에 혼자 놀라서 얼른 휴대폰을 확인했다.
[ 어, 답장하는걸 잊고 있었어요. 제가 원래 전화 말고는 휴대폰을 잘 안써서.. ]
[ 집에 잘 들어왔다고 말씀드리려고 문자 남겨요 ]
[ 그럼, 일 열심히 하세요. ^_^ ]
풉,
마지막 메세지 끄트머리에 붙어있는 어색한 이모티콘을 보자마자 나도모르게 웃음이 터져 얼른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요즘 젊은 사람들과는 다르게 정말 문자는 잘 안 쓰는지 메세지 하나 하나의 도착 사이 텀이 꽤나 길다.
더듬거리며 한글자씩 꾹꾹 눌러 입력하는 모습이 상상이가서 절로 웃음이 났다.
이 문자 3통이 뭐라고, 한글자 한글자 다시 읽어보며 앉은채로 의자를 빙빙 돌렸다.
아, 귀여워.
한참을 그러고 문자메세지를 읽다 내 입에서 무심코 나온 한마디에 내가 놀라서 돌리고 있던 의자를 발로 멈췄다.
권순영 미쳤나봐, 정신차려. 머리를 쥐어박으며 그대로 책상에 엎어졌다.
휴대폰은 여전히 손에 꼭 쥔 채로.
***
후드티 주머니에 손을 꽂고 주머니 속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앞만 보고 걸어 아파트 단지로 돌아왔다.
엘리베이터가 경쾌한 소리와 함께 도착하고, 옆집 현관을 잠깐 바라보다 우리 집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정신없이 옆집으로 향했던 탓에 집 안은 어수선했다.
우선 부엌으로 들어가자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가 먹은걸로 추정되는 죽이 담긴 냄비가 가스렌지 위에 올려져 있고
빈 그릇과 수저가 싱크대에 얌전히 담겨 있었다.
아마 어제 저녁에 시우 아버님이 해주신 모양이네, 하며 냄비로 다가가 숟가락으로 대충 휘휘 저어 죽을 한 숟가락 떠먹자 절로 떨떠름한 표정이 지어졌다.
아무 맛도 안 나네, 그걸 노린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아무 맛도 나지 않는 죽은 다시 뚜껑을 덮어놓고 얼른 설거지를 시작했다.
그릇이 하나뿐이라 설거지는 금방 끝났고, 손의 물기는 대충 입고 있는 후드티에 닦으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서면서 일단 바닥에 잔뜩 구겨져 놓여 있는 시우가 누워 잤던 이불을 주워 대충 갠 뒤 방 구석에 잘 밀어놓고, 침대 위도 원래 그랬듯이 정리했다.
창문을 열고 먼지를 털며 청소를 한 뒤 침대에 몸을 던지자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떨어졌다.
떨어지는 휴대폰을 보고서야 내가 아까 받았던 문자에 답장을 하지 않았다는걸 깨닫고 얼른 휴대폰을 주워 침대 위에 바로 앉았다.
그러곤 아까 받았던 문자메세지 화면을 다시 띄우고 손톱을 물었다.
뭐라고 메세지를 보내야 하나 한참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머리를 쥐어뜯었다-사실 승관에게 물어보기라도 할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지만 뒤에 이어질 수많은 질문들에 다 답해 줄 자신이 없어 그만뒀다.- 한참을 그렇게 휴대폰을 쥐고 있다가 겨우 더듬거리며 한글자씩 써내려갔다.
연달아 전송 버튼을 누르다 보니 왠지 메세지 내용이 좀 딱딱한가 싶어 잠시 망설이다 마지막 메세지 끄트머리에 이모티콘을 하나 추가했다.
전송 버튼을 누르고 보니 이미 보내진 메세지 끝의 웃고있는 이모티콘이 영 어색하고 민망해서 얼른 홀드버튼을 누르고 이불 위로 휴대폰을 집어 던졌다.
그 이모티콘 하나에 손발이 오글거리고 간질거려서 이불속에 파고들었다.
이불 속에서 눈만 빼꼼 내놓고 멍하니 누워 눈을 굴리는데, 여전히 벽에 걸려 있는 시우 아버님의 옷이 보였다.
저거, 아직도 못 돌려드렸네.. 한숨을 폭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조금 더 시선을 옮기니 침대 근처에 있는 서랍장 위에 낯선 노트가 하나 놓여있다.
순간 아, 시우 일기장! 하는 생각이 번뜩 머릿속을 스치고, 덮고 있던 이불을 걷으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잔뜩 기대에 부풀어 그 노트를 들고 다시 침대 위로 올라가 앉았다.
커다랗게 매직펜으로 쓰여진 ' 권시우 ' 세글자도 귀엽고, 캐릭터가 잔뜩 그려진 노트도 귀엽고.
흐뭇하게 웃으며 편하게 자세를 고쳐잡고 일기장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2015년 9월 23일.
일기장의 표지를 넘기자 첫번째 장에 적힌 일기가 보였다.
내가 이 집으로 이사를 온 날이었다.
유치원에 안 가는 날이라 자고 있었는데 아침에 바깥이 너무 시끄러워서 일어났다.
아빠가 우리 옆집에 누가 새로 이사 왔다고 했다. 시우 친구가 왔으면 좋겠다!
내 이야기였다.
시우의 일기장에 내 이야기가 있다는게 신기해 얼른 몇 장을 더 넘겼다.
아직 한번도 옆집에 이사 온 사람을 못 봤다.
궁금한데 한번도 밖에 안 나온다.
그런데 오늘 저녁에 유치원에 갔다 오는데 어떤 형아가 같이 올라와서 옆집으로 들어갔다.
새로 이사온게 그 형아인가?
시우 친구가 아니라서 슬펐다.
시우의 일기장에는 부승관의 이야기도 있었다.
마감기간에 맞춰 집에 찾아온 걸 본 모양이었다.
이 때 이사를 오자마자 바로 마감 기간이 겹쳐 정말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는데..
몇달 전을 떠올리며 잠깐 고개를 까딱거리다 최근 일기를 보려 페이지를 한번에 넘겼다.
몇 장을 넘기다 어제 날짜의 일기를 찾아 차근히 읽기 시작했다.
오늘은 할머니 집에 갔다.
오랜만에 아빠 붕붕도 탔다.
할머니 집에 가니까 할아버지도 있었다.
할아버지가 또 아빠한테 무서운 얼굴을 했다.
아빠가 시우한테 할머니랑 있으라고 해서 가 있었다.
할아버지가 나가고 아빠랑 할머니랑 밥을 먹었는데 밥은 맛있지만 아빠가 슬퍼보여서 나도 슬펐다.
아빠는 아니라고 했지만 아빠가 슬픈걸 나는 알았다.
할머니가 다 엄마 때문이라고 하는걸 들었다.
엄마를 모르지만 시우는 아빠가 슬픈게 싫으니까 엄마가 밉다.
다른 날보다 유독 길게 이어지는 일기를 천천히 읽었다.
그제야 오늘 옆집에 갔을 때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엄마의 손길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걸 내가 알아도 되는건가 싶은 마음도 살짝 들었다.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다가 끝에 조금 더 적혀있는 몇 줄의 남은 내용을 마저 읽었다.
할머니한테 누나 얘기를 했더니 할머니가 엄청 궁금해했다.
시우는 누나를 할머니만큼 좋아하니까 할머니한테 누나 얘기를 말해줬다.
할머니가 아빠한테 누나 이름을 물어봤는데 아빠가 모른다고 했다.
시우는 아는데! 그래서 내가 가르쳐 줬다.
자랑스러움이 잔뜩 묻어나오는 마지막 몇 줄을 다 읽고 나니 저절로 웃음이 났다.
그리고 아까 오전에 문자메세지에서 시우 아버님이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는지에 대한 의문도 풀렸다.
일기를 몇장 더 앞뒤로 넘겨보다가 이따 돌려줘야겠다, 하며 일기장을 덮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다 나도 일기를 보여주겠다 약속했던게 생각나 책꽂이에 꽂힌 새 노트 하나를 꺼내 첫장을 꾹꾹 눌러 넘겼다.
시우가 읽을거라고 생각하니 신경이 쓰여 한글자 한글자 정성을 들여가며 일기를 써내려갔다.
***
일기를 다 쓰고 책상 정리까지 마치고 나니 얼추 바깥이 어두워져 슬슬 나갈 채비를 했다.
대충 문고리에 걸린 겉옷을 걸치고 집 밖으로 나갔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느긋하게 유치원에 도착해 인터폰을 눌렀다.
밝은 선생님의 목소리에 시우의 이름을 대자 곧 멀리서부터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 누나! "
" 시우 오늘 유치원에서 재밌게 놀았어? "
" 응! "
" 시우가 오늘 하루 종일 누나 몇시에 오냐고 엄청 찾더라구요- "
선생님의 말씀에 쪼그려 앉아 꼼지락대며 신발을 신는 시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정말? 하는 내 물음에 어느새 벌떡 일어나선 배시시 웃으며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나란히 서서 선생님께 꾸벅 인사를 하고 손을 꼭 잡고서 집으로 향했다.
잡은 손을 앞 뒤로 크게 흔들며 재잘대는 시우의 목소리를 듣는건 생각보다 훨씬 즐거운 일이었다.
오늘 유치원 체육시간에 달리기를 했는데 1등을 했다, 점심을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먹어서 칭찬을 들었다, 놀이터에선 자기보다 어린 하늘반 동생들의 그네를 밀어줬다,
재잘대는 시우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저절로 머릿속에 시우의 오늘 하루 일과가 그려졌다.
그 모습을 상상하니 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띄워졌다.
신이 나서 이야기를 늘어놓는 시우에게 한번씩 맞장구를 쳐주며 걷다가 저 앞에 붕어빵을 파는 아주머니를 발견하고 멈춰섰다.
" 시우야, 붕어빵 먹을래? "
" 붕어빵? "
" 응, 누나가 사줄게. "
" 좋아! "
생글생글 웃으며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시우를 데리고 아주머니 앞으로 다가가 섰다.
천원에 3개, 주머니를 뒤적거리다 손을 빼자 천원짜리 두장이 나왔다.
2천원 어치밖에 못 사겠네, 입을 삐죽거리며 2천원을 내밀자 곧 갓 구운 붕어빵을 하얀 봉투에 담아주신다.
맛있겠다아.. 많이 주세요오! 입을 헤 벌린 채로 봉투에 담기는 붕어빵을 쳐다보던 시우가 활짝 웃으며 말하자 아주머니도 웃으시며 서비스예요- 하고 붕어빵 두어마리 쯤을 더 넣어주신다.
봉투를 받아들고 다른 한 손으로 시우의 손을 꼭 잡으며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자 옆에서 나를 따라 꾸벅 인사를 한다.
야무지게 배꼽에 손을 얹는게 사랑스러워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봉투에서 붕어빵을 하나 꺼내 손에 쥐어주니 호호 불어가며 한 입 가득 문다.
한참 오물오물 입 안 가득한 붕어빵을 씹더니 꿀꺽 삼키곤 활짝 웃으며 맛있다! 한다.
잘 먹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나도 하나를 꺼내 먹었다.
생각해보니 오늘 샌드위치 이후로 아직 아무것도 먹은게 없어 유난히 붕어빵이 더 맛있었다.
그렇게 손을 꼭 잡고 사이좋게 붕어빵을 먹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막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려는데 시우가 잡은 손을 잡아당겼다.
" 왜? "
" 이제 아빠 좀 있으면 와? "
" 그렇지 않을까? "
" 움... 그럼 우리 아빠 보러가자! "
아빠 마중나가자고? 하고 되묻자 고개를 끄덕인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보니 얼추 직장인들이 퇴근할 시간이다 싶어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시우의 손을 다시 꼭 잡았다.
함께 천천히 아파트 단지를 돌며 입구를 힐끔거리는 시우가 혹시 추울까 싶어 작은 손을 내 손으로 꼭 감싸쥐었다.
그러다 혹시 야근을 한다던가 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그제야 불현듯 들어 연락이라도 해봐야 하나 막 휴대폰을 꺼내려는데
시우가 어! 하며 제자리에서 콩콩 뛰었다.
" 누나! 아빠 와써! "
" 응? 어, 저 차가 아빠차야? "
" 응! "
차 때문에 위험할까 싶어 입구로 들어온 차가 주차를 마칠 때 까지 시우 손을 잡고 멀찍이 서 있었다.
주차를 마치고 운전석에서 내리는 익숙한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시우가 달려가 안겼다.
갑자기 달려들었는데도 시우 아버님은 익숙하게 아이를 품에 안아들었다.
시우가 귀에 대고 뭐라 속삭이는가 싶더니 곧 살짝 놀란 얼굴을 한 시우 아버님이 가까이 다가왔다.
" 왜 여기.. "
" 아, 막 유치원에서 나오는 길이었는데 시우가 아빠 마중을 나가고 싶다고 해서요.. "
내 말에 시우 아버님이 씩 웃으며 그랬어? 하고 품에 안긴 시우의 볼을 살짝 꼬집자 또 꺄르르 소리를 내며 웃는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가 추운데 얼른 올라가요, 하는 시우 아버님의 말에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엘리베이터 문에 비치는 모습을 보며 머리를 정리했다.
한참 저녁 바람을 맞은 탓에 머리가 엉망이었다.
머리를 손으로 슥슥 빗고 있는데 문에 비친 시우 아버님이 내 쪽을 보고 있었다.
뭔가 싶어 눈을 깜빡거리다 슬쩍 고개를 돌리니 순간 눈이 마주쳤다가 바로 고개를 돌린다.
그 모습이 웃겨서 작게 웃었는데 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역시나 시우가 층 버튼을 누르고, 멍하니 층이 올라가는걸 보고 있는데,
" 볼 엄청 빨개요. 추웠죠? "
" 아... 조금요? "
" 따뜻하게 좀 입고 나오지 그랬어요. "
내 얼굴을 빤히 보며 말하는 시우 아버님에 어색하게 웃고 그 정도로 빨갛나 싶어 슬쩍 거울을 보며 양 볼을 손으로 감싸고 살살 문질렀다.
그러자 옆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곧 생각보다 큰 손이 살짝 내 볼을 감쌌다.
난 계속 차 안에 있었어서, 손 좀 따뜻하죠? 하는 목소리에 뻣뻣하게 굳은채로 고개만 작게 끄덕였다.
곧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시우 아버님의 손도 떨어졌다.
문이 열리고 먼저 나가는 시우 아버님의 뒤를 따라 왠지 아까보다 더 붉어진 듯 한 볼을 내 손으로 감싸며 나왔다.
어느새 시우는 제 아빠 품에 안긴채로 잠들어 있었다.
둘 다 현관 앞에서 머뭇거리며 눈치를 보다 내가 먼저 인사를 했다.
그러자 따라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한 시우 아버님이 정장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한번 흔들어보이고 집으로 들어갔다.
영문을 모르니 멀뚱히 눈을 깜빡거리며 서 있다가 나도 천천히 뒤를 돌아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화장실로 직행해 따뜻한 물로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잘 준비를 마치고 방의 불까지 끄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손에는 휴대폰을 꼭 쥔채였다.
아무래도 아까 그 행동이 연락을 하겠다는 뜻이 아닐까 싶어서,
또 문자메세지가 오면 어쩌지, 나 진짜 타자 느린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휴대폰을 손에 쥐고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순간 불빛이 반짝 하더니 전화가 걸려왔다.
움찔 놀라며 몸을 일으켜 바로 앉아서 큼큼, 하고 목을 몇번 가다듬은 뒤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
- 어, 바로 받네요? 기다렸나?
" 에? "
- 풉, 장난이예요. 아까 시우가 잠이 들어서 오래 얘기 못하겠길래 전화했어요.
" 네... "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에 몸을 살짝 다시 침대에 뉘이며 전화를 계속했다.
에? 하며 깜짝 놀라자 푸스스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는데, 그 뒤로 이어지는 목소리가 밤이어서인지 왠지 평소보다 낮게 들렸다.
- 아니 뭐, 오늘 고마웠다구요. 아침부터.
" 어어, 저두요. 어제 밤에 간호 해주신거.. 감사했어요, "
- 한 것도 별로 없어요, 집안이나 어지르고 온 것 같은데.
" 아니예요.. "
나도모르게 전화를 쥔 손 말고 다른 손으로 머리카락을 베베 꼬고 있었다.
그걸 자각하고서는 왜이러나 싶어 얼른 손을 내렸지만.
- 아, 혹시 이번 주말에 약속 있어요?
" 주말에요? 어... 없는거 같은데.. "
- 그럼 혹시 같이 소풍 안갈래요?
" 소풍이요? "
- 그냥 뭐, 시우랑 근처 대공원에라도 한번 놀러가려고 하는데, 시간 괜찮으면 같이 가요.
조곤조곤 이어지는 시우 아버님의 말을 듣고 있자니 저절로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머릿속으로 복잡하게 이번 달 스케줄이 스쳐지나갔지만 그냥 바로 네, 괜찮아요. 갈게요. 하고 답했다.
내 대답에 또 아까처럼 바람빠지는 웃음소리를 낸다.
- 그래요, 그럼.
" 네.. "
- 어..
" 네? "
- 잘자요, 따뜻하게 이불 잘 덮고.
" 아.. 네, "
주무세요- 하고 전화를 끊고도 한참을 끊긴 전화를 붙잡고 멀뚱멀뚱 누워있었다.
그러다 배시시 웃음이 흘러 휴대폰을 손에 꼭 쥔 채로 침대 위를 데굴데굴 굴렀다.
***작가말***
안녕하세요 옆집쓰입니다!
여러분들은 다들 티켓팅 하셨나요..? 저는 일찌감치 포기한 상태라 느긋하게 글쓰러 밤에 들어와서 독방 보니까
피켓팅이었나봐요... 예상은 했지만서두...
오늘이야말로 정말 독방에 수녕이 사진 구하러 가려고 했는데 독방이 다들 티켓팅 후유증에 시달리고 계시길ㄹ...
나중에 나중에 갈게욤...ㅎㅎㅎ
제가 바로 독방 서치요정이라구 매일 심심하면 독방에 서치해보고 그러는데 저 어쩌다 레전작가 된거예요...? 어리둥절..
제가 왜때문에...? 세상에나...
매일 올릴때마다 초록글 올라가는것도 감사해소 몸둘바를 모르겠눈데...흙흙
더 열심히 글 쓰라는 소리로 알아듣고 열심히 글만 쓰는 옆집쓰가 되겠습니다 핳
!늘 부족한 글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시는 사랑둥이 독자님들 모두 감사합니담!
*암호닉 신청은 아직 받고 있지 않습니다! 2차 암호닉신청기간을 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