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구오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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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가 반존대를 써요 /채셔
"그럼 여기서 계속 일하는 거예요?"
"네, 내일부터 일할 것 같아요."
우와아. 망개가 멈추고 서서 박수를 짝짝 쳤다. 왠지 들뜬 목소리였다. 회사 둘러보기를 가장해 산책 아닌 산책을 같이 했다. 그리고 지금은 자판기 앞에서 콜라 하나와 주스 하나를 뽑아 그 앞에 서 있다. 이름이 뭐예요, 몇 살이에요. 그때 속은 괜찮았어요? 기억은 나요? 대충 이런 얘기를 주고 받았고. 어색해질 때마다 망개는 골똘한 표정을 지었다가 한 마디씩 얘기거리를 툭툭 던졌다. 얘기를 들으면서도 제일 먼저 눈에 먼저 들어차는 것은 단연 망개의 볼이었다. 정말 꼭 한 번, 저 볼을 깨물어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입에 감촉이 생생히 남아 있는데.
"그러니까아…."
"네?"
"번호 좀 주세요."
망개의 볼을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뭐라고 말한 망개가 비장하게 핸드폰을 내밀며 말해왔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망개의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망개는 민망하게 웃었다. 아, 남자친구 있으신가? 제가 너무 주제 넘었죠. 눈을 내리깔고 중얼거리던 망개는 쭈뼛쭈뼛 핸드폰을 제 주머니 속으로 집어 넣었다. 아니요, 남자친구가 있을 리가요. 나는 그제야 정신이 들어 망개의 주머니 속으로 다이빙하는 핸드폰을 부여잡았다. 번호, 드릴 수 있어요. 그제야 망개의 얼굴에 웃음이 잔뜩 끼얹어진다. 나는 핸드폰에 꾹꾹 내 번호를 찍어 넣었다. 이름으로 저장하려다가 문득 귀여운 호칭이 생각나서, 그걸로 저장했다.
「술떡」
이내 문자를 클릭해 내게로 문자를 보냈다. '망개떡 번호'. 문자 전송이 완료되고 제 핸드폰을 넘겨받은 망개는 흐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웃는 게 예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전 술떡, 그 쪽은 망개떡. 나름 위트 넘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통했는지 망개는 흡족했는지 입 꼬리를 씨익 끌어올리며 엄지를 척 내밀었다. 안 그래도 김태형이 그 때 망개떡이라는 말 듣고 엄청 놀렸거든요. 술떡이면 나름 보상 받는 것 같기도 하고. 망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분위기가 왠지 아까 먹었던 사탕만큼이나 달달해진 것 같아 몸을 배배 꼬게 되는데, 곧 망개는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귀엽기도 하고.
으앙, 나 쥬금.
김여주, 여기 씹덕사로 잠들다, 엉엉.
"야, 박지민! 너 곡 작업 다 했어?"
"아, 아니요. 오늘까지 줘야 해요? 나 힘든데에."
"이게 죽을려고. 빨리 안 들어가?"
귀엽다는 말에 반응하기도 전에 옆에서 윤기 선배가 크게 망개를 불러왔다. 저 선밴, 꼭 분위기 좋은데. 윤기 선배를 노려보자 '뭘 봐?'하고 선배도 나를 노려본다. 아, 저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어떡해, 밖까지 데려다줄까요? 윤기의 눈치를 보며 들어가려던 망개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내게 물어왔다. 나는 정중하게 고개를 저었고 망개는 입술을 축 늘어뜨리며 도살장에 끌려가듯 우울하게 작업실로 들어갔다. 멀어지려던 찰나, 망개가 고개를 빼꼼 내밀고 내게 마지막으로 말을 했다.
"아, 그리고…."
"네?"
"술떡 씨, 나랑 이제 출근 같이 할래요?"
"…에?"
나 태형이랑 같이 살게 됐는데. 망개는 혀를 내밀며 장난스레 말했다. 진짜요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망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 밤마다 술떡 씨 매일 기다렸는데. 얼굴이라도 마주칠까 봐 거의 매일 태형이 집 왔다갔다 했다구요. 치, 근데 한 번도 안 보이더라. 입술을 삐죽이며 말하는 망개가 귀여워 푸흐, 하고 웃어버렸다. 답을 하려는데, 다시 나타난 윤기 선배가 망개의 동그란 머리통을 세게 퍽 쳤다. 들어가, 임마. 망개는 맞은 부위를 문지르며 입술을 쭈욱 내밀었다. 내일 봐요. 들어가려는 망개에게 말하자 다시 얼굴이 환해진다.
나는 갑자기 빨개지는 얼굴을 식히려 주스를 볼에다 갖다댔다. 우리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아주 느닷없고 정신없이 서로의 삶에 깊게 자리 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