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구오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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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가 반존대를 써요 /채셔
"네! 해장국 완전 좋죠."
망개를 집으로 들이고, 식탁을 행주로 한 번 쓱 닦았다. 방금 사왔는지 해장국에서 김이 모락모락 난다. 망개는 식탁에 앉아 해장국 포장을 요리조리 뜯었다. 이게 그렇게 해장이 잘 된대요. 윤기 형이 추천한 데니까 믿을 수 있는 데야. 물병에서 물컵에 물을 쪼르르 따르는 중에 망개는 포장을 뜯어 해장국집에서 싸온 밑반찬들과 일회용 숟가락까지 세팅해주었다. 순식간에 만찬이 차려진다. 내가 앉자 망개는 숟가락과 나무 젓가락을 들고 '잘 먹겠습니다아.'하고 밥을 해장국에 퐁당 떨어뜨렸다.
"와, 진짜 맛있어요."
"사오길 잘했네, 술떡이 잘 먹는 거 보니까 기분 좋아요."
엄지를 척 들며 해장국을 정신 없이 들이키자 망개가 흐뭇한 표정으로 말해주었다. 밥을 깨끗하게 비우는 나를 바라보다 망개는 갑자기 조그맣게 속삭였다. 혹시, 어제 기억나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내게 조심스럽게 묻는 표정에 나는 굳어서 망개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제가 뭐 이상한 짓 했어요…? 불안하게 망개를 바라보며 말하자 망개는 동공 지진에 쩌억 벌린 입으로 화답했다. 갑작스럽게 불안이 엄습해온다. 저 윤기 선배한테 욕한 거 아니죠?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망개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것보다 심한 거 했는데. 정말 기억 안 나요? 나는 거의 울먹이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에이, 난 또 괜히 기대했네."
"…뭘요?"
"안 말해줄래요, 안 말해줘."
"말해주세요오, 네?"
다 부질이 없는 짓이어써.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고개를 도리질치는 망개에게 '제발요오.'하고 되도 않을 애교를 부렸다. 망개의 눈썹이 한 번 올라갔다 내려오더니 '그럼 하나만 말해줄게요.'하고 손을 까딱거렸다. 잠깐만요, 나 마음의 준비 좀 하구요. 물을 한 번 들이키고, 심호흡을 크게 했다. 내가 고개를 내미니 망개는 작게 속삭였다. 우리, 뽀뽀했는데. 망개 눈이 반짝거린다.
(번외) 이상한 나라의 술떡
'술떡이는 술병만 만나면 이상한 나라로 가고 말아요. 오늘은 초록색 이슬이를 따라 나섰어요. 이슬이가 머리를 염색했네요, 예쁜 분홍색이에요! 요즘 복숭아랑 만나고 있다더니 볼도 빨개진 것 같아요. 어쨌든 술떡이는 반가운 친구 이슬이를 쫄래쫄래 따라 오늘도 이상한 나라에 입장했어요. 거기엔 침침이도 있고, 민트민트한 융기 선배도 있어요.'
지민은 술떡을 보며 어릴 적 보았던 동화를 생각했다. 우리 망개 어디 가써어…. 치킨집에서 호프집으로 옮겨서 술을 마시는데, 눈이 풀린 술쩍이 울먹이며 지민에게 말해왔다.그게 귀여우면서도 기분이 이상해졌다. 많이 마신다 했더니, 그게 주량을 훨씬 넘은 양이었다니. 술에 취한 모습만 봤지, 이렇게 술을 직접 같이 마신 적은 처음이니까 모를 수 밖에 없지만, 뭔가 분했다.
"ㅋㅋㅋㅋㅋㅋㅋ완전 웃겨. 야아, 야, 김여주, 정신 차려 봐. 엉?"
"뭐어, 이 민트 괴물아, 물렀거라!"
팔을 허우적거리며 술떡이 윤기 선배를 물리치는데, 평소에 여자한테 철벽을 치다 못해 철강벽을 치는 윤기 선배가 저렇게 함박웃음을 지은 적이 있나 싶다. 지민은 괜히 끓어오르는 속을 찬 술로 달랬다. 왕 게임을 하자는 소리에 식겁해서 지민은 벌떡 일어섰다. 정말 무의식적으로. 헤롱거리는 술떡의 손을 잡고 일으켰다. 윤기 선배 눈이 동그래졌다가 이내 알겠다는 표정으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저랑 여주 씨는 가볼게요. 이웃집이라 제가 데려다줄 수 있어요. 현세 누나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얼른 술집을 빠져나왔다. 손목을 잡고 질질 끌어서 도로변에 겨우 나왔다. 택시를 잡고, '방탄빌이요.'라고 말하려다가 그냥 15분 거리의 홈플러스로 행선지를 바꿨다. 거기서 컨디션도 좀 먹이고 걸어서 데려다줘야지….
"망개는 너무 갑자기 툭 튀어나왔어어, 내 인생에."
택시에 타서, 바로 어깨에 머리를 기대기에 잠든 줄 알았는데, 술떡이 중얼거렸다. 지민도 그건 똑같은 마음이었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지민의 삶에 너무 갑작스럽게 뛰어든 술떡 떄문에 요즘에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자연스레 이별 가사가 연애 가사로 바뀌고, 태형의 집에 무단침입해선 눌러앉게 되고, 자꾸 술떡 생각을 하게 되고. 또 그렇다고사귀자고 하기에는 너무 갑작스러워서 말이지. 여러모로 당황스러운 관계의 시작이었다. 조심스럽게 술떡을 훔쳐보다 망개는 술떡의 머리 위에 제 머리를 올렸다. 어쩌면 좋지, 이 관계를. 오늘따라 무리해서 알딸딸하다.
"다 왔습니다."
지민은 기사님에게 카드를 내민 뒤 헤롱거리는 술떡을 업었다. 그때처럼 난리는 아니네. 지민은 술떡을 고쳐업고 홈플러스에 들어갔다. 어린이 놀이터에 술떡을 집어넣고 여명 하나와 컨디션 두개씩을 샀다. 하나는 재빨리 지민 제가 마시고, 눈을 부릅 떴다. 하나라도 정신이 말짱해야 오늘 집에 들어갈 수 있지. 제 가방에 여명과 컨디션을 집어넣고 어린이 놀이터로 들어섰다. 동그라미 공들에 파묻혀 있는 술떡을 꺼내 다시 업어 들었다. 지민은 제가 하고 있는 행동에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 여자를 어떡하면 좋지, 진짜. 아아, 근데 술을 진짜 많이 마셨긴 많이 마셨는지 자꾸만 다리가 후들거렸다. 결국 지민은 다시 택시에 탑승했다.
집까지 업어서 천천히 들어갔다. 지민은 저번에 알려줬던 비밀번호를 상기시키며 꾹꾹 눌렀다. 삐비빅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신발을 벗겨주고, 침대에 내려다준 뒤에 이불까지 덮어주었다. 완벽해. 기분 좋게 웃음 띈 얼굴로 나가려는데 '망개야아….' 하고 술떡이 지민을 불러왔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민은 술떡 옆에 쪼그려 앉았다. 술떡은 지민 쪽으로 돌아 누워 풀린 눈으로 말해왔다.
"오랜만에 망개 한 번 먹어야게써."
지민은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내며 제 볼을 자랑스레 내밀었다. 정말 자연스럽게 술떡이 진짜 술떡이 됐을 땐 오구오구, 하게 된다. 별명도 진짜 잘 지었지. 씨익 웃으며 볼을 내밀었는데, 정작 술떡이 문 것은 제 볼이 아니었다.
입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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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메일링 보내드릴 시간이 정말 없네오ㅠㅠ
그래서 그냥 올려드리려구요. 올렸다가 일주일 뒤에 지울게요.
오늘도 읽어주시구 예쁘게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