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의상 디자이너 너징과 전남친 경수
먼저 시선을 피한것은 나였다.
경수의 시선을 마주하고 웃어줄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서 찾아온 한국이었는데, 아직까지는 무리였던 것 같았다.
오늘 엑소가 찾아온 것은 인사차 찾아온거라 빨리 가야한다고 했다.
엑소가 들어오자, 하고있던 컨셉 회의는 잠시 미뤄지고, 서로 친해지는 시간을 갖자며 엑소와 얘기를 하던 부장님이 엑소를 이끌고 내쪽 근처로 왔다.
"아, 여기는 이번 프로젝트 담당."
제발 나는 아니길.
"○○○씨. 인사해."
"안녕하세요. 엑소 리더, 김준면입니다."
울고싶은 마음을 애써 뒤로하며 내게 손을 내미는 준면씨의 손을 맞잡았다. 손이 가볍게 잡히고, 떼어졌다.
준면씨와의 인사를 시작으로 주위가 소란스러워졌다. 몇명과 인사할지도 못 헤아릴만큼 소란스러운 인사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도경수! 너도 인사드려야지!"
"……안녕하세요."
"아, 아! 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듣는 인사에 멍하니 있다가 주위에서 이상한 시선을 보낼까 재빨리 대답했다.
다행히도 주위에서는 경수의 목소리가 워낙 작아서 못들은 것이라 생각한건지, 옆에서 백현씨가 경수의 어깨를 감싸며 키득키득거렸다.
"소리 좀 크게 내면서 인사해야지. 너 엄청 민망할뻔."
"닥쳐."
자연스럽게 백현씨와 인사하며 멀어져가는 경수의 뒷모습을 잠깐 바라보다가, 다시 시선을 돌리니 뭔가 오묘한 표정의 찬열씨가 나를 보고 있었다.
"있잖아요, 혹시 어디 고등학교 다니셨어요?"
"네?"
뜬금없는 질문에 놀라긴 했지만, 대답은 해줘야 안민망하겠다는 생각으로 수만고 나왔는데요, 라고 대답을 하니 찬열씨의 표정이 한층 더 오묘해졌다.
내가 그 질문을 한 이유를 물으려던 순간, 문이 벌컥 열리더니 낯선 얼굴이 하나 들어왔다.
"스케줄 갈 시간이야! 다 나와!"
소리치던 남자가 매니저였던 듯, 남자의 말에 하나 둘씩 얘기하던 것을 멈추고 다 회의실을 나가기 시작했다.
평소 엑소의 팬이었던 부장님의 뜻을 따라 '배웅'이라는 목적으로 우리도 회의실의 밖으로 나갔다.
나는 마지막까지 경수의 얼굴을 보고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난 너를 잊지 못했어'라는 눈빛을 풍겨가며 경수를 배웅하려는 마음은 아주 조금이라도 없었으니까.
"부장님, 저 화장실 좀 갔다올게요."
"우리 사이에 무슨 그런 것 까지 허락을 맡고그래? 다녀와."
부장님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회의실을 나와 좀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화장실에 들어갔다.
"미치겠다. 이게 무슨 일이야. 나는 분명 조용히 있을려고 그랬는데."
이게 다 부장님 때문이야. 손을 씻으며 중얼거리고선 물기가 남아있는 손을 대충 바지에 닦으며 밖으로 나왔다.
"○○○."
"……."
"너 진짜 무슨 생각이야."
"나는 아무생각 없,"
아무생각없었다고?그럼생각좀하고있었어야지.너랑나랑이렇게만나면안되는거알아몰라?지금너랑나랑의위치를봐.나는공인이고너는일반인인데너가이렇게내앞에나오면나는너를좋게볼수없어.그래,이거하나만묻자.여기한국에온의도가뭔데?그냥외국가서쭉살지그랬어.그럼너나나나서로껄끄럽지않게잘지낼수있었잖아.
화장실 앞에 기대 서있던 경수는 내가 나오자마자 내가 말할 틈도 안주고서 말을 쏟아냈다.
그런 경수의 말을 들으면서, 충격과 슬픔. 이러한 잡다한것들이 뒤섞여 한가지의 결론을 얻어냈다.
나는 지금보다 몇배는 더, 독해져야 이 직업을 할 수 있겠구나.
목소리가 떨리지 않길 기도하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내가 너 때문에 지금 이 직업을 선택한거라 보는데, 그건 니 생각이지. 니 생각을 나한테 적용시키면 내가 많이 곤란해."
"……."
"내 얼굴 보기 껄끄러워? 나도 너 보는거 껄끄러워. 너만 그런것처럼 굴지마. 내가 이 직업을 선택해서 너랑 엮일줄 알았다면 선택하지도 않았을 직업이야."
"…그러면 얘기 다 끝난거지."
"뭐가."
"사적으로 두번다신 마주치지 말자."
말이 끝나자마자 뒤돌아서 나가버리는 경수의 뒷모습은, 참으로 낯설었다.
해맑게 웃는 모습 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낯선 가면이 하나 덧씌워졌다. 마치 경수가 다른 사람인 것 처럼.
나는 머리를 헝클였다.
지금 경수가 예전 같지 않고, 또 만약 예전 같았으면 어찌하리.
나와 경수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사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