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들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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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표정의 지훈에 가만히 손톱에 껴 있는 까만 때를 빼고 있던 여주가 뭔 일이냐는듯 대수롭지 않게 지훈을 바라보았다. 왜, 뭔데. 그런 여주의 태도에 말을 말까 하던 지훈이 작게 투덜댔다. 어떻게 떼어낸 입술인데, 앞에 놓인 컵만 검지 손가락으로 툭툭 두들기며 한참 뜸들이고 있었을까 참을성이 한계에 다달은 여주가 한마디 하려는 순간. 지훈은 어쩔수 없다는듯 작은 한숨과 함께 입을 마저 열었다.
"있잖아."
"어."
아 진짜,
지훈의 짜증섞인 탄식에 들고 있던 초코머핀을 씹던 입술을 멈춘 여주가 순간 깜짝 놀라, 제대로 씹지도 않은 텁텁한 머핀을 그대로 넘겨 버리고 말았다. 콜록! 연속적인 기침을 내뱉는 여주의 등을 때리듯 쳐 주던 지훈이 여주가 시킨 초코라떼를 건네며 인상을 찌푸렸다. 너는 얘가 쫌!
"…어우, 뒤지는 줄 알았네."
"……"
"아 미안. 그래서 할 말이 뭔데."
"……"
…됐어.
실은 복잡한 표정의 지훈이지만 여주에겐 그 모습이 마치 토라진 모습의 지훈처럼 보였는지 능청스레 입을 열었다. 에이- 이지훈씨 왜 오늘 그러실까. 그러게, 나 오늘 왜이러냐. 헛웃음과 함께 뱉어온 지훈의 말에 정작 당황한 건 여주였다. …얘 진짜 왜 이러지. 평소답지 않은 지훈의 행동에 그제서야 분위기 파악을 한 여주가 테이블 위에 두 팔을 올린 뒤 올바른 경청의 자세로 지훈을 바라보았다. 들어줄게. 진짜.
"이석민이 요즘 고민이 있거든."
"미친, 그 홀스가?"
"……"
"…어, 미안 계속해."
"근데 그게 여자…문제인것 같거든."
"걔가 여자가 있어?"
"…너 진ㅉ,"
"어어, 듣고 있어."
허헝.
바보같은 여주의 웃음에 픽- 결국 흘리듯 따라 웃음을 짓는 지훈이였다. 한층 편해진 분위기에 생각보다 지훈의 이야기는 쉽게 술술술- 풀려 나왔다. 김여주는 그랬다. 적어도 나 하나는 편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능력이 있었다.
"걔가 그러는데."
"응."
"자기는 원래 애같은 여자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지훈이 티슈를 들어 입가에 초코머핀을 잔뜩 묻힌 여주의 입술을 자연스럽게 닦아주었다.
"그 여자는 너무 애같데."
"응."
"근데."
지훈이 팔을 들어 초코라떼가 묻은 여주의 머리끝을 자연스럽게 닦아 내었다.
"자꾸만."
"응."
"…그런 행동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데."
말을 마친 지훈이 작은 한숨을 쉬며 턱을 괸체 여주를 말 없이 바라보았다. 쩝쩝도 아닌 쨥쨥. 제 이야기를 듣고 있긴 한건지, 아직도 초코머핀을 손에서 꾹 쥐고 있는 여주의 행동에 지훈은 허- 하고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걔가?"
"…어."
"그거 좋아하는거야."
"…뭐?"
놀란 지훈이 팔에서 턱을 떼어내었다. 뭘, 놀래. 사랑이야 그거.
"그러네,
…진짜 사랑이네."
떼어내면 뭐해, 어느새 다시 덕지덕지. 여주의 입가에 묻은 초콜렛을 바라보며 지훈은 한숨 대신 못 말린다는 웃음을 지었다. 티슈를 드는 자신의 행동에 아무렇지도 않게 입술을 들이 내미는 여주에 지훈은 결국 터져버린 웃음을 참아내지 못하고 테이블 위로 쏟아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