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UNCH SHOOT !
" Our days be like a blossom blooming all around you."
; 우리의 나날은 네 주변에서 피어나는 꽃봉오리 같을거야.
Ep. 04
" 너 오늘 뭐 해? "
" 집 가야지. "
" 고리타분한 소리 하지말고, 나랑 영화보자. "
전원우는 짐을 챙기며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따라 창백한게 아파보이긴 하는데 그래도 워낙 아픈 적이 없는 애니까. 하고 신나서는 먼저 회사 밖으로 나왔다.
" 그래서, 뭐 보려고? "
" 라라랜드. "
" 애니메이션 아니지? "
" 야. 너 최소 산에 산다, 아님? "
어떻게 그 유명한 라라랜드를 모르냐고.
썸남이랑 같이가면 남친이 되서 나온다는 그 전설의 영화를!
아, 전원우랑 남친이 되고싶다는건 아니에요.
" 그냥 로맨스. 멜로 이런거야. "
" 그걸 왜 나랑 보는데? "
" 그거야 나는 친구가 너밖에 없구.. 다른 애들은 다 야근이구.. "
" 그래서 뭐 어쩔 수 없이 나랑간다? "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내 말이 머리아프다는 듯 차창에 팔을 괴어 머리를 짚었다.
사실 최후의 수단이 아닌데 친구들한테 그 후기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게 전원우였는데, 모르겠다. 내 자존심이 허락을 안하는데 어떡해. 자존심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영화관에 도착해서 너는 티켓창구로 나는 바로 팝콘 쪽으로 달려갔다.
나초를 먹을까 팝콘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이번에도 나초를 먹으면 전원우가 ㅠㅅㅠ 이러고 삐질 것 같아서 그냥 팝콘으로 하기로 했다.
" 팝콘이요. "
" 팝콘은 무슨 맛으로 하시겠어요? "
" 어.. 캬라멜 팝콘 큰거 하나랑 콜라 두개요. "
그 옆에서 빨대를 가지고 기다리다가 나온 음식들을 들려고 했는데.. 손이 2개인데 나온 컵은 3개고 (동공팝핀)
그래서..
입으로 들었다.
그러고 전원우를 기다리는데 직원이랑 뭐 저렇게 할 얘기가 많은지 아니면 좌석을 고르는데도 결정장애가 온건지 한참이 걸린다.
아니 그리고, 캬라멜은 왜 500원 추가인건데?
캬라멜이 제일 맛있는건데 왜 돈 추가냐고. 이거 자본주의의 횡포 아니야?
하면서 고개를 홱 돌려 메뉴판을 째려보려는데 팝콘이 떨어질까봐 고개를 순간 멈췄다.
" 줘. 들어줄게. "
언제 온건지 내 앞에 서서 입에 물린 팝콘을 드는 전원우를 앞세워 상영관으로 올라갔다.
5관이구요. 들어가서 왼쪽이세요.
하는 말에 신나서 내가 먼저 뛰어서 들어갔다.
" 근데 웬 스위트석. "
" 직원추천. "
" 추처언? 무슨 추천. "
" 아니아니, 맨 앞자리 목아프다고 추천. "
자리에 앉아 내라 얼굴을 들이밀며 의심쩍은 표정을 짓자 너는 마주보던 고개를 바로 앞으로 돌렸다.
그치, 목 아프긴 해.
전원우를 의자 구석에 짜박아놓고 나는 거의 눕다시피 자리에 앉아있었다.
딱히 할 말도 없고 둘다 핸드폰만 쳐다보며서 콜라 먹고있는데 영화관 불이 상영을 알리는 듯 천천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팔걸이도 없는 좌석에 앉아서는 영화 속의 남녀가 입을 부딪힐 때 마다 나는 구석으로 찔끔찔끔 움직였다.
민망해죽겠는데 어떻게 고개돌리면 코 닿을 거리에 앉아있냐고.
그래, 그거까진 그럴 수 있는데 바로 옆 스위트석에서는 그때마다 서로 본인들이 입을 마주하면서 쪽쪽대고 어? 거의 눕히기 직전이었어 그거.
그래서 더 어색해졌다. 전원우랑.
옆자리 관음하다가 눈 마주쳤거든^^.
에스컬레이터도 세 칸은 띄워놓고 탄 것 같다. 엘리베이터도 서로 다른 구석에 박혀서 핸드폰만 쳐다보고.
그러다가 울린 내 배꼽알람에 평소와 달리 민망해 죽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배고프니까 무슨 메뉴를 먹을까 물어보는데,
" 야, 그.. 저녁, 그래 저녁은 뭐.. 먹을래? "
" 먹고싶은거 먹자. "
이렇게 되버림.
말을 더듬으려고 더듬은건 아닌데 나는 내가 0개국어하는지 지금 알았지뭐니.
머릿속에 스치는 파스타에 곧장 내질렀다. 이번에는 말도 안더듬고.
" 파스타 ! "
-
그래도 먹으니까 어색함은 풀리는 건지 배를 가득 채우고 나서 스무디까지 입에 물고 네 차에 올라탔다.
한 손에는 딸기 스무디를 한 손에는 네 요거트 스무디를 들고서는 나 한입 먹고 너 한입 먹이고 하면서 오피스텔 앞까지 달렸다.
지하주차장에서 서로 아무말없이 창 밖만 보고있다가 네비게이션에서 들리는 '11시 정각을 알려드립니다.' 소리에 둘다 정신이 깨어 순간 서로 눈을 마주했다.
" 나 가, 가야겠다 이제. "
" 왜 자꾸 말을 더듬어? "
" 어색..하잖아. "
" 뭐가. 설마 아까 그 키스? "
" 야 무슨 그런 말을 그렇게 대놓고. "
내가 손사래까지 치면서 파닥거리자 너는 고개까지 뒤로 젖혀가면서 크게 웃었다.
" 왜 웃냐. "
" 뭐가 그렇게 귀엽냐, 진짜. "
" ..미친놈. "
불난집에 부채질하는 것도 아니고 전원우의 그 말은 내 얼굴을 불타게 하는 걸 넘어 몽땅 전소시켜버리기에 충분했다.
나는 누가 뒤에서 떠민 것 처럼 차 문을 열고 순식간에 뛰쳐나왔고 너는 여유롭게 창문까지 내려가며 내게 손 인사를 건넸다.
나는 당연히 네 인사를 무시하고 아파트 현관까지 내리 뛰어왔다.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들어가려다가 문득 드는 생각에 벽에 몰래 숨어 네가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것을 훔쳐봤다.
집에 도착해서 겨우 심신을 안정시키고 양말을 벗어 던졌다. 다 잊어버리자는 의미에서.
깨끗하게 씻고 예쁘게 헤어밴드도 매고 있는데 갑자기 요란한 벨소리와 함께 액정이 깜빡거렸다.
[전원우]
" 아, 미친. "
그 세글자에 발작 일으키듯 핸드폰을 쇼파위로 던졌지만 진동은 꺼질 생각도 안하고 전화를 받아달라는 듯 계속 윙윙 울렸다.
사람을 눈 앞에 두고 만나는 것도 아닌데 괜히 머리카락을 귀 뒤로 한 번 꽂고 전화를 받았다.
" 왜, 왜 전화하는데. 왜. "
" 너 내 차에 회의자료 놓고내렸더라.
그것때문에 전화했어. "
" 아..그럼 그거 내일 가져다주겠니.. "
알겠어, 끊는다.
하고 단호하게 떨어지는 네 대답에 순간적으로 머리를 거치지 않은 말이 튀어나갔다.
" 왜 벌써 끊어? "
" 새삼. 원래 전화 오래한적 없잖아. "
" 야, 그래도. "
" 그래도? "
" 그냥 이 밤을 혼자 보내기가 좀 외롭잖니ㅡ. 하하. "
너는 적잖아 당황한 듯 한참동안 정적만 내뱉었다.
나도 내 말에 내 스스로 머리를 쥐어박으면서 자학하는 중이니까 아무 말이라도 해줄래?
" 할 말 있으면 하고. "
" 무슨 할 말? "
" 할 말 있어서 시간끄는거 아니야? "
" 뭐래, 무슨 할 말. 별걸 다 기대한다. "
" 기대한건 아니고 그냥 니가 웬일로 전화를 안끊나 해서,
용건 있는 줄 알았지. "
그래서 지금 한강 수온이 몇도라구요? 그 앞에 경찰아저씨들 좀 불러주세요. 제 시체 그래도 깔끔하게 묻히도록^^.
나는 또 0개 국어를 선보이면서 말을 돌렸다.
아까 영화가 어땠느니, 팝콘이 500원 추가된 얘기도 하고 심지어는 헤어밴드 산 일화까지 얘기했으니 당황한거 티 안나는게 이상할 정도였다.
" 나 좀 졸린데. "
하는 축복의 말과 동시에 너는 기침을 내뱉었다.
감기걸린 사람 특유의 기침.
" 너 감기걸렸어? 어디 아파? "
" 그런가봐.
그래서 아까 집에서 쉬려고했는데. "
" 야, 그러면 얘기를 했어야지.
나는 설마설마 하고있었는데. "
" 괜찮아. 약 먹었어.
그래서 졸린거고. "
너는 어느새 나른해진 목소리로 천천히 운을 뗐다.
이러니까 또 걱정되잖아.
가뜩이나 마른애가 감기걸려서 더 마르는거 아닌지, 하는 소박한 걱정이지만.
" 너 전기장판 집에 있어? 있으면 그거 틀고 자고.
따뜻한 차 같은거라도 마셔, 응?
내일 내가 팀장님께 말씀 드릴테니까 회사 천천히 오고 또.. "
" ... "
" 원우야, 자는 거 아니지? 듣고 있는거지? "
" 어. 계속 듣고있을게.
걱정해줘서 고마워. "
대스윗환장파티.
나 진짜 이런데에 자꾸 심쿵하고 그러면 안되는거 아는데, 밤에 듣는 네 목소리는 낮고 나른하고….
" 그게, 그게 다야. 자 이제. "
" 잘 자. "
< 외전 >
" 라라랜드 7시 10분표 2장 맞으시죠? "
" 네. 좌석 어디 남았어요? "
" 좌석..은 보시는 것 처럼 맨 앞자리랑 맨 뒤 스위트석 남으셨어요. "
스위트석이요? 원우는 뭔지 모른다는 듯 되물었다.
" 아ㅡ. 커플분들 앉으시라고 쇼파처럼 되어있는 좌석이에요. 팔걸이도 없구요. "
" 커플.. 아.. "
" 여자친구분이랑 같이 보시는거면 스위트석 추천해드릴게요. "
" 여자친구요? "
" 네, 저분. "
직원이 가리킨 곳에는 고개를 들고 메뉴판을 보고있는 ㅇㅇ의 모습이 보였다.
캬라멜 팝콘이겠지. 하고 생각하는 동시에 ㅇㅇ는 캬라멜 팝콘 큰거 하나랑ㅡ. 하고 입을 움직였다.
그 모습에 넌지시 웃음이 나오려는데 직원이 정신차리라는 듯 말을 건네온다.
" 스위트석이 좋으실 것 같네요. "
" 아, 그 커플 아닌데. 친구에요. "
" 전혀 안그래보이시지만. 친구여도 뭐, 맨 앞자리보다는 편하실거에요. "
전ㅡ혀. 를 강조해서 말하는 직원 탓에 원우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괜히 들킨기분, 이라고 해야 맞는 말이겠지. 들킬 것도 없는데 말이다.
원우는 카드를 받아들면서 고개를 다시 옆으로 돌렸다. 팝콘통을 입에 문 채로 너는 양 손에 콜라를 들고있었다.
그 덕에 직원이 건네는 티켓은 보지도 못한 채 너에게로 뛰어가 팝콘을 들어주었고.
" 저기, 티켓 받아가셔야죠. "
" 아, 감사합니다. "
" 즐거운 데이트 되시길ㅡ. "
" 그런거 아니라니깐. "
사담 :)
여러분 저 다시 왔어요. 이왕 삘 탄 김에 독자님들게 더 빨리 글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서 가져왔습니다!
제 글 관심가져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