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UNCH SHOOT !
EP. 05
전원우에게서 연락이 안온지도 3일째였고, 회사에 그가 얼굴을 내비치지 않은지도 3일째였다.
원우씨 오늘도 안나오나봐요?
하며 지나가며 묻는 소리에도 안 와요, 보면 몰라요? 하면서 짜증묻은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덕에 석민씨가 생리통 약까지 사왔고^^.
퇴근길에 버스정류장에 앉아 네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지 않아 삐ㅡ 소리 후,'
처음에는 아직 아픈가보다, 두번째날 오전에는 아직도 아픈가보다. 오후에는 내가 늦게오라고했지 오지 말라고했나.
그리고 오늘 출근길에는 이게 진짜. 하는 마음이었고 지금은 퇴근길이었다.
" 나도 이제 전화안해. "
꺼진 전화기에 대고 화를 내는데 액정에 비친 내 모습에 놀랐다. 내 얼굴에 대고 욕하는 기분이었거든.
그래서 사진첩을 열어 전원우 사진이 있는 폴더에 들어가서 아무거나 눌렀는데 그게 또 잘생긴거다.
그래서 100장이 넘어가는 사진들을 버스가 올 때까지 구경했다.
" 쓸데없이 잘생겨서는. "
버스가 오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핸드폰을 신경질적으로 주머니에 넣었다.
이어폰을 끼고서는 아무생각없이 앉아있는데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 다음 역은 선정릉역1번출구입니다. '
" 어, 전원우 집ㅇ. 뭐래니 나 지금. "
하면서도 슬쩍 밖을 내다봤다. 언뜻 보이는 아파트의 층까지 세고있다가 7층에서 멈춰섰다. 미친놈이지 나 진짜.
돌아가지도 않는 고개를 손으로 겨우 돌렸다.
전원우는 연락도 안하는데 나는 왜 걔를 찾아? 나도 안 찾아.
...
결국 내렸다.
뒤늦게 미쳤다고 자책을 해봐도 나는 결국 신호등 앞이었고 버스는 이미 저앞으로 떠나있었다. (코쓱)
너를 위해 내린게 아닌 척 일부러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핸드폰을 하는데 옆에서 웬 목소리가 들렸다.
" 그니까 너 정도면 호구지, 전원우 한정 호구. "
" 저기요. 뭐라구요? 저한테 지금 호구라고. "
" 제 친구 보고 말한건데요? "
" 전원우라고 하셨잖아요. "
" ..그런 적 없는데요. 정현우 라고 했는데. "
여고생들은 나를 정신병자 취급하듯 점점 멀어져갔다.
왜 전원우라고 들렸는지 나는 절대 모를 일이고,
'한정 호구' 라는 말에는 왜이리 공감되는지 나는 절대 모른다.
" 비밀번호가 뭐였더라. "
현관 도어락 앞에서 머리를 싸매며 한참을 고민했다.
전원우 생일이었나? 하고 0717도 960717도 입력해봤는데 개뿔 다 아니라고 삐빅거린다.
뭐냐 그럼, 하면서 손톱만 뜯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갑을 열어보는데 유레카, 카드키가 들어있었다.
저번에 내가 엿먹인다고 뺏어왔는데 이게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 줄이야.
" 원우야, 방에 있어? "
정적이 무섭다는게 이런 소리인가보다.
보일러는 돌아가지도 않는 건지 차가운 바닥에 온통 다 불이 꺼져있었다.
사람이 사는게 맞나ㅡ. 싶을 정도로.
" 야. 방에 있으면 대답을 해. "
하고 방의 불을 켰을 땐,
아무도 없었다.
" 너 집에 있는거 맞아..? "
하고 거실에 불을 켰을 때 보이는건 거실 바닥에 누워있는 전원우였다.
미친, 바닥도 차가운데.
" 야, 일어나. "
하고 너를 흔들어 깨우는데 미동조차 없다.
혹시 몰라 네 앞머리를 들어올려 이마를 짚는데 놀라서 손을 뗄 정도로 높은 온도였다.
내가 업고 병원까지 가야하는지 다른 사람을 불러야 하는지 아무런 판단도 서지 않은 채로 네 손만 붙잡고있다가
문득 드는 정신에 핸드폰을 들어 119로 전화를 걸었다.
-
" 해열제 놓아드렸구요. 온도 점점 떨어지고 있으니까 수액 다 맞으시면 퇴원하시면 됩니다. "
" 아프다고 보낼 힘도 없었겠네. "
라고 말은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혼자 앓지 말고 'ㅇㅍ' 라도 보내던가, 그럼 내가 양파인지 오프 인지 해석하다가 아파. 로 해석하고 갔을거아니야. 하는 생각.
침대 위에 턱을 괴고 네 얼굴 곳곳을 뜯어보고 있는데 아픈데도 이렇게 잘생긴 일인가. 싶었다.
그러다가 시선이 네 입에 닿았을 때, 나는 그대로 손을 뻗었다.
다른 이유가 아니고, 절대 아니고. 입가에 뭐가 묻어서. 였다.
제가 거슬리는게 있으면 그걸 꼭 없애고 봐야하는 성격이라서 (눈치)
" 아. "
" ... "
도랏.
잘 안 지워져서 기꺼이 일어나서 가까이에서 보려고 얼굴을 가까이 마주했는데
하필이면 그 타이밍에 눈을 떴다, 너는.
살짝은 풀린 눈에 너도 놀랐는지 벌어진 입을 멍하니 보다가 어. 하는 니 말에 바로 제 자리에 앉았다.
" 야, 이거. 이거 그냥. 니 입에 뭐 묻어서. "
" ..너 왜 여기있어. "
" 그래. 너 아프면 말을 했어야지. "
너는 몸을 일으켜 세우려는 듯 침대를 지지대 삼아 몸을 일으켰다.
" 계속 자다가 괜찮아져서 너한테 전화하려고 봤는데 배터리가 없더라. "
" 근데, "
" 그래서 충전하려고 거실로 나갔어.
근데 갑자기 눈 앞이 하얘지더니 지금 여기인거야. "
" 야, 너는 ㅇ, "
" 미안. 걱정시켜서 미안해. "
하더니 너는 나를 한 품에 안았다.
걱정한 적 없다고 변명할 시간도 안주고 그대로 안아버렸다.
만약 다른 사람이 내 얼굴을 봤다면 비웃을 정도로 나는 멍한 표정으로 입까지 벌리고있었다.
" 야.. 이거.. 놓지? "
" 이러고 있자. 추워서 그래. "
" 추우면 이불 덮으면 ㄷ, "
" 조금만 이러고 있게 해줘. "
내가 남자한테 안긴 적이 어언 5년은 되는데,
이거 좀 설레는데?
사실 떨어지라는 내 말에 진짜 떨어졌으면 좀 서운했을거다.
아, 아까 화내던 사람 어딨냐구요?
저 아닌데요. (뻔뻔)
전원우는 이러고 한참을 있다가 그제서야 다시 침대에 누웠다.
"...왜 그렇게 봐."
" 나가자. "
" 야, 어딜나가. 저거 다 맞을 때까지는 안 돼. "
" 배고픈데. "
한참 쳐다보길래 나는 또 심장 졸이고있었는데 배고프다는 소리하려고 그렇게 쳐다보니.
눈을 왜 그렇게 떠?
-
결국 나는 그렇게 뜬 눈 탓에 혼자 병원 밖으로 나와 편의점으로 향했다.
사실 저번처럼 또 어색해질 것 같아서 도망치듯 나온 것도 있고.
역시 요즘 편의점은 잘 되어있어서 도시락도 종류가 여러가지였다.
그래서 종류별로 3가지를 샀는데, 물론 나 2개 전원우 1개.
신나는 마음으로 병원 안으로 달리듯 들어와서 침대 위에 도시락을 던진 후 식탁을 꺼내 그 위에 도시락을 펼쳤다.
" 내꺼 두개니까 먹지마라. "
" ..나 환자야. "
" 나도 환자야. 아사하기 직전의 환자.
대신 고를 수는 있게 해줄게. "
하는 말에 너는 잽싸게 스팸이 들어간 도시락을 고른다.
그리고 나는 내 도시락을 뜯어서 젓가락으로 한 입 먹으려고 하는데 옆에서 애잔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거 열어줘.
우주최고 비실이 전원우인거 내가 잊고있었네?
억지웃음을 지으며 갈비 하나를 입에 물고 뚜껑을 열어 옆에 예쁘게 놓아줬다.
" 근데 너 우리집에 어떻게 들어왔어. "
" 저번에 카드키 내가 가져갔잖아. "
" 뺏은거겠지. "
" 정답 ! "
손가락을 들어 신명나게 정답. 이라고 외치자 니가 어이없다는 듯 웃고는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근데.
" 니네 집 비밀번호 뭐야? 니 생일도 아니던데. "
" 왜. "
" 그냥ㅡ. 궁금하니까. "
" 그거 니 생일인데. "
" 아, 내 생일ㅡ.
뭐? 내 생일? "
" 어. "
그렇게 당연하게 말하고 고개 끄덕이지 말라고.
심쿵한 내가 괜히 이상한 사람 되잖아.
-
전원우를 집에 데려다주고 아까와 똑같은 버스에 올라탔다.
내가 아까 이 버스를 타고 그대로 집으로 갔었다면 너는 몇날몇일을 그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었을지도 모른다.
전원우는 진짜 나한테 고맙다고 해야해.
창 밖을 바라보면서 버스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에 발을 둠칫거리며 내적댄스를 딱 시작하려는 찰나,
노래가 끝나고 디제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곧 크리스마스네요.
다들 사랑, 하고 계신가요? '
" 아니요. "
' 방금 아니라고 하셨다면, 정말 그럴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세요.
시도때도없이 누군가의 생각이 나고,
평범한 일상의 사소한 사물에서도 그 사람이 떠오르고, '
" ... "
' 그 사람이 아플 때, 달려가본적은 없나요?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도 떨린 적도? '
" ... "
왜 자꾸 네가 떠오르는 건지 모르겠다.
전원우도 양반은 못 되는건지 핸드폰 진동이 울리면서 ' 새 메세지 ' 라고 뜬 알림창 밑에는 네 이름 세글자가 있었다.
확인할까 말까 괜히 입술을 깨물며 고민하다가 끝끝내 잠금을 풀어내고 메세지함을 눌렀다.
자꾸만 귓 속을 파고드는 라디오 소리는 덤으로.
' 라디오를 듣는데 자꾸만 누군가가 떠오른다면,
부정하지 말고 이제는 말해보세요.
좋아해. 라고. '
" ... "
[ 오늘 고마워 ]
[ 내일 보자 ]
" 좋아,해. "
사담 :)
여러분 글 속의 원우처럼 감기걸리지 마세요!
독감도 걸리지 마세요!
항상 제 글에 관심가져주시는 독자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