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크리스마스,
연애 대행 서비스
( ; 대행 남친 권순영 X 모태솔로 너봉 )
EP. 00
이석민 님이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확인 닫기
내가 니 카톡을 크리스마스날 새벽까지 봐야겠니?
뒤집어서 내려놓았는데도 카톡, 카, 카, 카톡 하고 울려대는 알림음 탓에 결국 '확인'을 눌렀다.
야
야
야
찾았어
하는 별 영양가도 없는 내용. 그래서 나도 그냥 뭐. 하고 보냈다.
기다리고 있던 건지 보내자마자 칼같이 온 답장에는 뭔지도 모를 링크가 보내져있었고,
처음에는 얘가 또 무서운 짤로 링크를 만들어왔구나. 하고 온갖 비속어들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거
꼭 봐보ㅓ
후기 진짜 존ㄴ좋
남자
잘갱겼대
잘생겼개
아 오타
하는 추천하고싶어하는 마음이 간절히 느껴지는 카톡이 오길래, 인심쓰는 셈 치고 링크 한 번 눌러봤더니.
?
무서운 짤은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웃긴 짤은 또 아니었는데,
" 이석민 이 새끼 나와, 전화 받으라고 ! "
' 소리지르기는, 왜 뭐가ㅡ. '
" 야. 너 나 놀릴려고 저런거 보내냐. "
' 내가 무슨.., 이거 다 너를 위한 친구의 진심이다. '
" 진심같은 소리하네. "
하며 전화의 종료버튼만 계속 눌렀다. 꺼져, 꺼져! 하는 말만 하면서.
끊어진 전화 팝업 뒤로 링크가 연결된 인터넷 화면이 보였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하는 마음에 창을 닫고 페이스북을 켜는데 자꾸 한 번 해볼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결국 링크를 가져와 인터넷 창에 그대로 복사했다.
그냥 이건 이석민이 나를 위해 찾아온 수고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는 무슨.
이석민이 남자 잘생겼다고 그랬으니까. (뻔뻔)
메리크리스마스,
애인을 대행해드립니다.
하는 홈페이지의 메인 밑으로 이어지는 구구절절한 설명과 주의사항들은 그냥 패스하고.
맨 밑의 [ 참여하기 ] 버튼을 눌렀다.
띠링, 하는 나름의 기분좋은 소리를 내며 뜬 팝업창에는 [ 이상형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적어주세요.] 하는 말이 적혀있었는데..,
이상형, 이상형 긴거 하면 나지.
이게 연애도 못하고 중고등학교 내내 덕질만 하면 이상형만 늘어난다니까, 나만그래?
' 키는 나보다 크면 됨.
쌍꺼풀 없었으면.
몸선이 좋았으면, 비율도 좋으면 좋고.
노래보다는 춤 잘추는 사람, 물론 노래도 잘하면 좋고.
예의바르고 겸손하고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을 가졌으면.
☆표정에 따라 섹시와 귀여움을 넘나드는 사람☆ '
세상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 완료 ] 버튼을 가볍게 클릭했다.
뭐가 저렇게 기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남친이 없거든요^^.
지금 연애 대행이 아니라 결혼 정보 홈페이지 가입하는거냐고 물으시면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맞거든요^^.
[ 99%의 확률을 자랑하는 이상형 매칭 !
고객님의 상대방을 찾을 때 까지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
고작 이상형 몇 글자(?) 입력했을 뿐인데,
이 사이트가 진짜로 이상형을 찾아주는지도 모르는데,
이게 뭐라고 그렇게 떨린다.
" 만약에 진짜 내 이상형 나오면 김민규한테 치킨 10마리 산다. "
하고 순간 후회했다. 10마리면 이거 17만원아니야?
손톱을 물며 김민규에게 살 치킨의 가격을 고려해서 2마리만 사줄까, 생각하는데,
[ 매칭 완료 ! ]
하며 상큼발랄한 목소리가 들린다.
세상아, 주책맞게 떨리는 이유 좀.
" ..워.., 미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