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 :: 一
By.아리아
탕,탕-
정확히 두 번의 총성이 서양식 저택을 에워쌌다. 갑작스런 소란에 저택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이 침실로 다가오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점점 가까워져오는 발자국 소리와 피로 범벅이 된 상처부위를 움켜잡은 채 신음을 흘리고 있는 남자의 소리가 겹쳐져 꽤 기분 나쁜 소리를 자아냈다. 남자는 상처를 붙잡지 않은 반대 손으론 베게 밑에 숨겨 두었던 작은 권총을 집어 ㅇㅇ의 심장 부근으로 겨누었다.
"...쏴 보십시오."
"내가, 못 쏠 것 같,나."
"..."
"네가 고작 나, 하나를 죽인다고 조선이 독립될 줄 아나본데."
ㅇㅇ가 쥐고 있던 권총이 남자의 목에 닿았다. 쇳덩이의 차가운 느낌에 인상을 찌푸린 남자였다.
"..입 다무세요. 쥐새끼 마냥 여기저기 굴리고 다닌 그 새치혀, 움직이는 꼴도 보기 싫습니다."
"..."
"어떻게, 어떻게, 삼촌이 그러실 수가 있어요..?"
"ㅇㅇ야.."
"...제 이름 함부로 부르지 마세요. 당신같은 사람을 총독부에서 빼내오려고 목숨까지 버리신!
"..."
..제 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소중한 이름입니다."
"ㅇㅇ, 윽-"
탕,
또 한 번의 총성이 울렸다. 덩치와 맞지 않게 조그마한 권총을 쥐고있던 남자의 손이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ㅇㅇ는 남자의 사체를 잠시 바라보다 거의 코 앞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급히 창문을 통해 침실을 빠져나왔다. 한 쪽 신발이 벗겨진지도 모른 채 한참을 뛰었을까,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 든 ㅇㅇ가 어두침침한 골목길에 서 한숨을 돌리고 있던 찰나였다.
"저기다!"
수많은 횃불과 함께 나타난 남자의 병사들이었다. 숨을 고르려 잠시 내렸던 입가리개를 코까지 끌어올리곤 젖먹던 힘까지 짜내 뛰기 시작했다. 수많은 총성이 들려왔지만 정작 그녀의 몸에 상처를 입힌 것은 단 한 발이었다. 팔을 스쳐지나간 총알에 얇은 셔츠가 찢어져 하얀 속살을 드러냈다. 새하얀 살과는 이질적인 붉은 피가 그녀의 팔을 덮어왔다. 수많은 골목길을 지나 겨우 병사들을 따돌려 더 이상 그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자 온 몸의 긴장이 스르르 풀리는 느낌이었다. 피투성이가 된 발바닥과 팔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흙바닥에 풀썩 주저 앉아버렸다.
"누님!"
익숙한 목소리였다. ㅇㅇ와 똑같은 문양이 새겨진 입가리개를 하고 푹 눌러쓴 베레모에 눌려 눈을 찌를랑말랑 하는 앞머리를 가진 찬이 그녀를 발견하곤 급히 뛰어왔다.
"누님, 왜 이렇게 다치셨어요.."
가까이 다가와 ㅇㅇ의 상태를 확인한 찬의 눈가엔 눈물이 맺히고 말았다. 한없이 여리던 제 누이의 손에 총을 쥐어준 것도 모자라 피를 보게 하다니. 지금 나이라면 좋은 집안의 다정한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고 금이야 옥이야하며 살아가야 할 나이인데,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한 여자인데 어찌 이리 상해있을까. 하는 생각에 자꾸만 눈물이 번지는 찬이었다.
"왜 울고 그래, 나 괜찮아."
"하나도 안 괜찮,끅, 아보입니다.."
찬의 어린 살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조심스레 닦아내주었다. 제 누이의 손길이 닿자 금새 눈물을 멈추곤 등을 내주는 찬에 ㅇㅇ는 피식 웃으며 어느새 꽤 넓어진 등에 업혔다. 겨울 밤의 찬바람만이 둘을 감싸왔다.
***
"여기 누워계세요. 형님 불러올게요."
"아냐, 괜찮아. 걔 어제도 늦게까지 일했어."
ㅇㅇ를 딱딱한 나무 침대위에 눕혀놓곤 그녀의 말을 듣지도 않은 채 남자 단원들의 방으로 쏜살같이 뛰어가는 찬이었다. 그 사이 제 몸에 난 생채기들을 살피자 점점 아려오는 상처부위들 탓에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일단 씻어내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힘겹게 몸을 일으키려던 찰나였다.
"어딜 가려고. 누워있어."
"..어,아니. 좀 씻어내려고 했지."
"내가 해줄테니까 누워있어."
단호한 승관의 눈빛과 말투였다. 며칠 밤을 샜는지 누렇게 뜬 얼굴에서 피곤함이 묻어나와 건들지 않는 편이 낫겠단 생각이 ㅇㅇ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승관의 눈치를 보며 도로 머리를 대고 누우려던 순간 머리 부근으로 무언가 푹신한 것이 제 머리를 받혔다. 익숙하면서도 포근한 향기. 이리저리 낡아 헤진 승관의 겨울용 겉옷이었다. 자신의 옷을 돌돌 말아 ㅇㅇ의 베게를 삼아준 승관에 다친 것도 잊은 채 실실 웃음이 새어나오는 그녀였다.
승관은 얼마 남지 않은 약초들을 가져와 ㅇㅇ의 침대 옆에 앉아 절구공이로 통통 찢다 그녀와 눈을 맞추었다.
"다친 사람이 웃음은 나오나 보네-"
전보다 훨씬 누그러진 말투였다.
"그냥, 옛날 생각나서."
"옛날?"
"우리 어릴 때 나 풀밭에 누우려고 하면 맨날 네 옷 말아서 머리에 대줬잖아."
승관은 멈추었던 약방아를 다시 찟기 시작며 아, 그거. 하며 잔잔한 미소를 띄웠다. 금새 완성된 건지 상처부위를 소독하곤 조심스러운 손길로 약초를 얹었다. 하나씩 올릴 때마다 입술을 깨물며 고통을 참아내는 ㅇㅇ의 입술은 그의 손길로 인해 잦아들었다.
"아프면 나 잡아. 입술 깨물지 말고."
"..응."
한참을 그의 옷소매를 부여 잡았을까, 세심한 손길로 붕대를 감아주며 툭툭 치는 승관에 치료가 끝났음을 알곤 소매를 쥐고 있던 손의 힘을 풀었다. 그녀가 쥐고 있던 모양 그대로 자국이 남은 승관의 소매에 서로를 보며 한참을 웃었다. 그러나 ㅇㅇ의 눈가엔 아까 전 찬과 닮은 눈물이 맺혀있었다. 그녀의 눈가를 닦아준 건 어느새 그녀의 옆에 눕다시피 한 승관이었다.
"..이젠 무서워. 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까봐."
"..."
"승관아."
"응."
"...우리가 이런다고 독립이 될까."
떨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승관은 답을 할 수 없었다. 제 가족에게 뒷통수를 맞았다는 배신감과 이미 떠나가 버린 사랑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ㅇㅇ의 머릿속을 더 헤집어 놓을 자신이 없었다. 그에게 허락된 행동은 그저 한없이 작아진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것 뿐이었다.
힘없이 걸린 태극기가 미동도 없이 축 내려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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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제 주특기가 뭔지 아세요? 일 벌려놓고 처리 못 하는겁니다...대충 시놉을 다 짜놓긴 한 글이라 괜찮긴 한데 제 거지같은 필력이 독립운동이란 묵직한 주제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하핳...
찬이는 여주 친동생이고 승관이는 어릴적부터 친했던 친구사이입니다! 승관이랑 러브러브할지 아직 나오지 않은 단원들과 러브러브 할지는 안 알려줄거에요헿 아직 등장인물 다 나온게 아닙니당!! 생일 지나기 전에 독자님들 꼭 뵙고 싶어서 급하게 써서 왔네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