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넬 - part.2 (Acousic ver)
소년은 눈을 감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눈 앞에 소녀가 서있었다.
소년은 손을 내밀었다. 소녀는 그런 소년의 손을 바라보았다.
잡아주세요. 소년이 말을 했다. 소녀는 그런 소년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당신은 나를 사랑하나요? 소년이 물었다. 소녀는 그런 소년의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소년은 눈을 떴다. 눈 앞에서 아른거리던 소녀가 사라져있었다.
모든 것이 꿈이었다.
- 김남준 作 망상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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八
(김남준 번외 中)
w. 복숭아 향기
춤은 네 인생의 전부가 아니었지만 네 커리어의 전부였다.
결국 너는 학교도 알바도 모두 그만두고 나의 집으로 들어왔다. 내가 처음 족쇄를 내밀었을 때 너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족쇄를 바라보다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며 두 눈을 깜박일 뿐이었다.
마음에 든다는 대답도 들지 않는다는 대답도 아니었다. 너는 그저 받아들인 것이었다.
며칠 동안 잠이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글이 잘 써진 것도 아니었다.
마감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조바심이 나지는 않았다. 미리 써둔 원고는 이미 차고 넘쳐났으니까.
잠이 오지 않을 때면 나는 작업실 안으로 들어가곤 했다.
책상 위에는 네 사진이 놓여있었다. 내가 너에게 처음으로 꽃을 안겨준 날, 그리고 너의 마지막 무대가 막을 내렸던 날 찍은 사진이었다.
앞으로 다시는 보지 못할 너의 모습이기도 했다.
나는 잠이 오지 않을 때면 연필을 움직였다. 처음에는 종이 위에 알 수 없는 선들로만 가득했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항상 네 얼굴이 완성되어있곤 했다.
딱히 너를 그리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연필을 놀리다보면 항상 그렇게 되는 것이었다.
"준아."
거실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리 다른 일에 집중을 하고 있어도 네가 '준아.'라고 부르는 목소리는 이상하리만치 잘 들려왔다.
문을 열고 나가자 네가 쇼파 위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작게 웃어보이며 네 옆에 앉았다.
매일같이 보는 얼굴이고 방금 전까지도 사진으로 봤던 얼굴인데 왜 이렇게 반가운걸까.
아까까지는 원망스러울 만큼 또렷했던 정신이 조금씩 나른해지는 기분이었다.
"준아."
"네."
"나 딸기 먹고 싶어."
"딸기요?"
"응."
열두 시가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네가 딸기를 먹고 싶다고 했다. 평소에도 배가 고프다 라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를 지칭해서 먹고 싶다고 말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우선 부엌으로 가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딸기는 없었다. 딸기맛 요거트는 있어도.
"딸기맛 요거트는 있는데."
"그거 말고 딸기."
"..."
"안돼?"
나를 빤히 바라보던 네가 고개를 숙였다.
네 발목에 채워진 족쇄가 달그락거렸다. 저러다 또 발목 부을라.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네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네 머리칼을 그러쥐며 네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네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조금만 기다려요."
"응."
"금방 다녀올게요."
"응."
나와 마주한 네 검은 눈동자가 떨려왔다. 나는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네 이마에 다시금 입을 맞추고 떨어졌다.
지금까지 너는 내 예상과는 정반대로 움직이곤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렴풋이라도 알 수 있었다. 내가 문을 열고 나가면 너 역시도 네 족쇄를 풀고 밖으로 나갈 거라는 것을.
-
그래도 혹시 몰라서 집 근처에 있는 딸기 샌드위치를 사기는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지만 역시나였다. 네 발목에 채워져있던 족쇄는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 너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샌드위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핸드폰을 꺼내들었지만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나는 어떻게 알았던 걸까.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네가 자리에 없을 거라는 사실을.
네가 다른 뉘앙스를 보인 것도 아니었다. 사실 너는 그저 딸기가 먹고 싶다 라고 말을 했을 뿐이었다.
이 새벽에 딸기를 먹고 싶다 라고 말을 했다는 거에서 알아챘던 걸까. 사실 흔한 일은 아니잖아.
새벽 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딸기가 먹고 싶다면서 사오라고 사람을 내보내는 일은.
네가 족쇄를 풀고 밖으로 나갔던 게 한두 번 있던 일은 아니었다. 지난번에는 클럽에서 남자랑 붙어있다 나에게 걸리기도 했었지.
그 때 아마 내가 그랬을 것이다. 너에게 '밉다.' 라는 말을 하면서 너를 진정으로 미워하지 못하는 내가 밉다고.
네 발목에는 족쇄가 채워져있었지만 내가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너는 족쇄를 풀고 밖으로 나가곤 했다.
때문에 나는 네가 족쇄를 차고 있을 때 웬만하면 밖에 나가지 않으려 했었다. 내가 나가면 너도 나가니까.
어쩌면 나는 그저 너에게 '감시자'에 불과했던 걸까. 이번에도 내가 자리를 비워서 너는 밖으로 나간걸까.
하지만 이번에는 지금까지와 달랐다. 지금까지 너는 나가기 전에 나에게 연락을 하고 나갔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괜히 네가 두고간 족쇄를 만지작거렸다. 어차피 너와 나의 관계는 일방적인 것이었다.
네가 나를 두고 떠나면 끝이나는 관계. 그게 너와 나의 관계였다. 아마 너는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핸드폰에도 아무런 위치가 뜨지 않는 걸 보면 네 핸드폰은 꺼져있는 것이 분명했다. 내 연락을 받지 않겠다는 말이겠지.
너와의 이별을 떠올리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수도 없이 너와의 이별을 떠올렸고 그럴 때마다 나오는 결론은 하나였다.
엄청 울겠지.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눈물이 나지 않았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작업실에도 들어가고 싶지 않았고 책을 읽는 것도 지겨웠다. 잠을 자고 싶은 걸까? 그렇게 졸립지도 않았다.
손을 들어 눈가를 부벼댔다. 눈을 떠보니 내 손목에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내가 족쇄를 찾느라 자리를 비웠을 때가 떠올랐다. 그 때도 너는 나를 벗어나려 했었다. 완전히 이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가끔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자살을 한답시고 손목을 긋는 장면이 나오곤 하지.
그걸 보고 사람들이 따라서 손목을 그으려고 하는 경우도 많고.
하지만 사람들은 아마 잘 모를 것이다.
자살을 하기 위해서 동맥이나 정맥을 그으려면 얼마나 손목을 얼마나 깊게 그어야 하는지.
그 말은 곧 멀쩡한 정신으로는 절대 하지 못하는 짓이라는 말이었다. 현실이 정말 그 사람을 극한으로 몰고가지 않는 이상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너는 손목을 그었었다. 정말 네 목숨을 앗아갈 수 있을 정도로 깊숙하게.
그 때 너는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춤을 추지 못한다는 절망감 때문이었을까 앞으로 찾아올 무력감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자리에서 일어나 네가 늘 누워있던 침대방으로 들어갔다.
침대 옆에는 작은 서랍장이 있었다. 그리고 그 서랍 안에는 아직까지도 네가 손목을 그을 때 사용했던 과도가 자리잡고 있었다.
서랍장을 열어 과도를 꺼내들었다. 칼을 간지 얼마 되지 않아 칼끝이 꽤나 날카로웠다.
나는 망설임없이 칼을 내 손목에 가져다댔다. 조금만 힘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손목에서는 조금씩 피가 흘러나왔다.
나는 그대로 칼을 꾹 눌렀다. 너의 발목을 그었던 것처럼. 빠르게 손목을 그었다.
툭.
이불 위로 피가 한 방울 떨어졌다. 나는 가만히 핏자국을 바라보았다.
그 때 네 기분이 이랬을까. 그랬다면 그 기분은 발목이 그어졌을 때 기분일까, 손목을 그었을 때 기분일까.
하얀 이불 위에 수놓인 핏자욱이 꽤나 예뻤다.
백설공주에서 나온 왕비가 왜 눈 위로 떨어진 핏방울을 보며 아름답다고 말을 했었는지 이해 할 수 있을 정도로.
-
손목을 그러쥐고 밖으로 나왔다.
딱히 정이 있는 곳은 아니었지만 이 집은 너와 내가 함께 공존했던 곳이었다.
그런 집에 내 더러운 자욱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이불 위로 떨어졌던 선홍빛 핏자욱은 금새 검붉은 색으로 변해버렸다.
막상 밖으로 나오니 딱히 갈 곳이 없었다.
결국 내가 향한 곳은 아파트 옥상이었다. 지지리도 궁상맞지. 갈 곳이 없어서 아파트 옥상이나 찾고.
이것도 소설에 나오는 클리셰 중 하나일텐데. 김남준 진짜 작가로는 완전 실격이었네.
괜시리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잠겨있을 거라 생각했던 옥상 문은 의외로 쉽게 열렸다.
난간에 몸을 기대 아래를 바라보았다. 아직까지도 손목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깊게 베기는 했나보네. 그럼 나도 제정신이 아닌 인간인건가? 하긴. 그랬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제정신과 거리가 매우 먼 사람이었다.
시간이 시간이다보니 사람들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눈 앞이 조금씩 흐려졌다. 나오기 전에 네 사진이나 한 장 들고 나올걸.
늘 생각하는 거지만 후회는 너무 늦게 찾아온다는 게 문제였다. 그러니 후회라는 이름이 붙었겠지.
아파트 입구 앞에서 택시 한 대가 섰다.
누가 술먹고 이제 집에 들어오는 건가. 아까부터 비실비실 새어나오는 실소를 감추며 눈을 크게 떠보았다.
택시에서 내리는 사람은 다름아닌 너였다. 잠시만. 누구라고?
나는 난간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손목이 시큰하고 아파왔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네가 맞았다. 돌아오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네가 돌아왔다. 그것도 네 스스로.
나는 얼른 엘리베이터를 향해 달려갔다.
조금은 아물었던 손목의 상처가 다시 벌어졌다. 소매가 이미 축축하다 못해 검붉은 색으로 가득 물들었지만 이 역시 상관할 바 아니었다.
문을 열었다. 내가 안으로 들어가자 네가 작업실 방문을 열고 나왔다.
잘못본게 아니었다. 네가 맞았다.
나는 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너를 끌어안았다. 아. 네 옷에 피 묻을텐데. 이런식으로 너에게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았는데.
"선배."
"응."
"딸기 사왔어요."
"응. 맛있더라."
"선배."
"응. 준아."
"선배... 선배... 선배..."
귓가에 들려오는 네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갔다. 나는 더욱 세게 너를 끌어안았다.
목소리는 멀어져갔지만 지금 내가 끌어안고 있는 너는 현실이었다.
내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뭐라 말을 했다. 하지만 내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지금은 내 목소리를 듣는 것보다 네 목소리를 듣는게 더 중요했다.
"준아."
나를 부르는 네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눈을 감았다.
내가 분명 뭐라고 말을 했는데. 뭐라고 했더라. 기억나지 않았다. 뭐라... 고... 했었지...
나중에서야 나는 알아챌 수 있었다. 이는 내가 난생 처음으로 느껴본 '망각'이라는 것이었다.
-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네 손이었다.
다행이다. 꿈이 아니었어.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
내가 먼저 찾아가지 않아도 스스로 돌아온 너도, 사과를 깎아달라는 내 투정도 군말없이 들어준 너도, 지금 내 옆에서 나와 함께 누워있는 너도 모두 현실이었다.
네가 내 가슴팍에 이마를 기대왔다. 나는 네 등을 천천히 토닥여주었다.
너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체온이 조금은 낮은 편이었다. 피를 한 바가지 흘리고 일어난 내가 차갑다고 느낄 정도로 너는 손발이 차가웠다.
"선배."
"응."
"얼마 전에 영화 개봉했대요."
"영화는 늘 개봉하잖아."
"미녀와 야수 개봉했다는데."
"응."
"보러 갈래요?"
"언제?"
"나 다 나으면 바로."
"영화관으로?"
"오랜만에 둘이 팝콘 먹으면서."
"나 팝콘 안먹는데."
"그럼 그냥 영화만 봐요."
"..."
"선배랑 영화 보고싶다."
네가 내 옷깃을 세게 그러쥐었다.
가기 싫다는 무언의 거절일까. 네가 옷을 너무 세게 그러쥐고 있어 조금은 불편했다.
굳이 너에게 말을 하지 않고 몸을 바르작거렸다. 내가 말을 한다고 해서 놓아줄 네가 아니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가자."
한참동안 대답을 망설이던 네가 입을 열었다. 나는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나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늘 차갑게 느껴졌던 네 손이 오늘따라 따듯하게 느껴졌다.
조금은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네 손길은 따스했다.
"예쁘게 기다리고 있어요."
"싫어."
"그러면 내가 선배 찾아갈게요."
"네가 와."
"네."
"무슨 일이 있어도 네가 먼저 와."
"그럼요."
"나는 너 안기다릴거야."
"알아요."
너는 나를 기다리지 않아도 괜찮았다. 내가 찾아가면 그만이었다.
내가 찾아가기 전에 나에게 돌아와준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니. 과분했다.
네 이마에 입을 맞추고 떨어졌다. 그러자 네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너는 손을 내밀어 내 입술을 쓸어내렸다. 그리고는 내 입술에 입을 맞춰왔다.
네 손길마냥 네 입술 역시도 따스했다. 입꼬리가 절로 올라갈 정도로. 나는 살며시 네 입술을 감쳐물었다.
네가 뒤로 물러났다. 네 입술이 침때문에 조금은 반질반질했다. 다시금 푸스스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러니까 나 두고 어디 가지마요."
"..."
"내가 항상 찾을 수 있는 곳에만 있어요."
"..."
"대답."
"싫어."
"그럴 줄 알았어요."
한 번에 듣기 좋은 대답을 할 리가 없지. 그래도 좋았다.
딱히 별 다른 이유 없이 그냥 너라서. 네가 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좋았다.
-
[암호닉]
두유망개 뱐드 현 꾸룩 방칠이방방 달 뜌 윤기와산체 열렬 토끼 다이아몬 뷔스티에 슬픔이 기쁨에게 대추차 땅위 보보 숭니 녹차맛콜라 뉸뉴냔냐냔 헤융
별 초코아이스크림2 마솨 무네큥 호빵이 꾸꾸낸내 단아한사과 찡 쩨이호옵 슈비 밤툰 그때쯤이면 인디핑크 짐꾸 자도 남준이성애자 봉석김 코코링 새우
침구 쵸코두부 레몽자몽 바다코끼리 밝게 저장소666 꾸꾸 소보로크림빵 삐삐걸즈 청보리청 오잉 몽이 워더 감자 한울제 스티치 꿀떡맛탕 란 쥬니이 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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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꾸기냥 유딩 링링뿌 우와탄 랩모나 검은여우 준 달다리 베네핏 검정손거울
오랜만이네요...ㅎㅎ:)
분명히 남준이 번외를 상하편으로 나누려 했지만... 이 에피는 남준이의 속마음을 드러내야할 거 같아서 조금 길어지게 되었어요.
남준이와 여주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면서 보면 조금 더 이해하기 수월할 거 같아요.
둘이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생각하기도 하고 같은 것을 보면서도 다른 것을 생각하기도 하니까요.
혹시 여주가 했던 말 중에 '데모닉' 이라는 말 기억하는 분 계시나요?
데모닉이 받지 못했던 천사의 선물은 '망각'이었죠. 그리고 드디어 남준이가 '망각'을 선물받았습니다.
그 선물을 받기까지 과정이 너무나도 고됐지만요.
다음편이 남준이 번외의 마지막편이 되겠네요. 오늘도 제 글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