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 한낱 기생에 불과하였던 재중은 후궁첩지를 받은 궁중한복을 곱게 차려입었다. 여자들은 질질 끌리는 치마를 어떻게 매일마다 입는지 의문이 생겼다. 치맛자락을 밟고 넘어질 뻔한 것이 한 두번이 아니다. 윤호는 재중을 보며 살짝 미소를 보였다.
"아.. 아닙니다 폐하.."
고운것을 곱다고 하지 아니라고 하느냐. 윤호의 말에 재중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윤호는 그것이 얼마 전에 자신의 정원에 들여온 꽃과 같다고 생각했다. 이름이 아마.. 장미라고 하였나.
"왜그러느냐."
재중은 말을 꺼낼듯 말듯 하다 결국 말하지 못한 채 입술를 꼭 깨물었다. 윤호는 궁금증을 동반한 채 자신을 쳐다보았으나 시선을 돌리고 딴 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좋아해요. 말이 목구멍 끝까지 차올랐으나 입을 끝끝내 열 수 없었다. 기생 출신인 것이 너무나도 마음에 걸렸다. 지금은 후궁이라는 직위에 있지만 원체 천한 존재였지 않은가. 만약 기생이 아니었다면...
"저.. 그것이... 그게..."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오랫동안 윤호를 좋아하는 마음을 신분때문에 전달하지 못하는 자신이 억울하고 원망스러웠다.
"제가.. 제가.. 폐하를..."
말을 뜸 들일수록 익은 벼처런 고개가 푹 숙여졌다.
"정말.. 많이 좋아해요.. 좋아하는데..."
기어코 재중은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고개를 숙여 보이진 않지만 분명 자신을 아니꼬운 얼굴로 쳐다볼게 분명했다. 크게 노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꾸만 흘러내리는 눈물을 두 손으로 닦고 또 닦고 있는데, 큰 손이 자신의 머리에 겹쳐왔다.
"왜 우느냐."
"....""울지 말거라."
..예? 흐르는 눈물을 멈추고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윤호와 눈을 마주했다.
"..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