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계절의 표지판은 4월을 가르켰고 점점 다가오는 봄을 느끼며 창민은 코를 알싸하게 찌른 향긋한 봄내음을 맡았다. 발걸음을 한 걸음 한 걸음 뗄 떼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활짝 만개한 벚꽃잎들은 가로등 대신 거리를 환하게 밝혔고 그들이 주는 아늑함과 편안함에 젖어 창민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가던 길을 계속 했다.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까, 어느 덧 보이는 구석에 위치한 작은 카페를 발견한 창민이 문을 열고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윤호와 처음 만난 장소.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당연하다는 듯이 들린 카페. 떠난 지금의 윤호를 제외하고서는 같이 올 사람이 없는 창민이었지만, 때때로 윤호가 그리워질때면 창민은 늘 이 곳에와 향수를 불러내며 지난 날들을 추억하곤 했다. 특별한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달콤한 말이 오고가지 않아도 늘 저와 윤호는 이 곳에와 시선을 주고받으며 그저 그런 일상얘기를 하기 일쑤였다.
다른 사람들은 그게 무엇이냐며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편안했고 안정된 상태였다고 창민은 확실히 단언할 수 있었다. 윤호가 저에게 취하는 몸짓, 시선, 손짓 하나하나가 안정제였고 윤호의 존재 그 자체가 저에게만큼은 어디에다가도 비교할 수 없는 안락한 카우치였다. 하지만 그는 이제 더 이상 이 곳에 없다. 부정할 수도 없는,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그 참담한 사실을 다시 상기해 낸 창민은 창밖으로 펼쳐진 벚꽃의 풍경을 잠시 응시하고서는 시선을 돌렸다.
윤호가 떠난지 벌써 반년이라는 시간이 넘게 흘렀다.
같이 있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윤호와 함께했던 지난 날들은 정말 하루하루가 바쁠 정도로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었지만 반대로 윤호의 부재는 창민에게 일상의 지루함과 무기력함을 한 뭉텅이로 안겨다주었다. 작년 겨울. 짤막한 한 통의 편지와 함께 갑작스레 사라져버린 그 날을 떠올려버린 창민은 이를 기억하기 싫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기억을 떨쳐내려고 했지만 이를 거듭할 수록 그 소중한 단편적인 기억들은 점점 선명해져만갔다.
저와 윤호의 교제를 알렸던 몇 안되는 소중한 친구들은 애써 잊어버리라며 위로를 해주고 다독여주기도 했지만 창민은 이를 성공하지도, 아니 행동에 옮기지도 못했다. 어떻게 잊어, 어떻게. 1년이 넘는 시간동안 함께했던 지난 날들은 창민의 뇌리 속에 깊이 박혀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 부분으로 자리잡아버렸기에 창민은 감히 윤호를 잊어볼려는 시도 조차 해보지 못했다. 솔직한 창민의 심정으로는 언젠가는 윤호가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에 항상 그 자리에 굳건히 서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윤호가 다시 돌아올까봐. 나 왔어. 그렇게 해사한 미소와 함께 저를 품에 안은 채 그 동안 겪었던 이야기들을 아무렇지 않게 털어놓을까봐. 부질없는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창민에게 있어서 윤호란 그리 쉽게 누군가를 떠나보내지도 못하고 누군가를 쉽게 떠나지도 않을 사람이었다. 매사에 신중하고 사람을 사귀는 데 있어서도 항상 거듭해서 신중에 신중을 가하는, 그런 사람. 그래서인지 윤호와 창민의 관계에 있어서 서로가 가지고 있는 마음을 깨닫고 이를 인정하기까지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으으. 그렇게 짧게 중얼거린 창민은 제 앞에 놓여진 커피잔을 단숨에 비워내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리에 피어난 벚꽃들은 저로 하여금 작년 봄 저에게 벚꽃 구경을 가자며 장난을 걸던 윤호의 모습을 회상하게 했고, 마치 저를 보고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나무에 매달린 벚꽃들을 보면서 창민은 한숨을 지웠다. 그리움. 오늘도 그 벅찬 감정이 저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위치해있는 모든 세포를 잠식해 나갔다. 그리움, 정확한 정의를 내리기 힘든 그 오묘한 단어. 그 감정은 항상 저의 곁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고 오늘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윤호야. 부를 때 입술이 닿지 않아 함께 신기해했던 그 이름.
아무도 들리지 않게 작게 속삭인 창민은 그 자리에서 고개를 떨구었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자급자족으로 쓴다 본격 8분만에 휘날려쓴 소설 노네 왕비들 미안해...근데 너희들이 보고싶어하는 것 같아서 올려
내가 아마 너네들이 기다리는 그 자까는 아닐꺼야 진짜 예상하지도 못한 사람일텐데 그냥 올려보고 싶었어
창민이 내꺼 윤호 내꺼 커플링은 걍 맘대로 함 호민이던 창윤이던 그게 뭔 대수냐 히히히히히히흐흐흐흐흐히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