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냐고 너"
"어, 구준회"
"됐고 지금 뭐하냐고 물었는데"
"아아, 네가 소개시켜줬던애랑"
"야"
"어?"
"연애는 너 혼자하냐?"
"..."
"내가 애 데리고 이러라고 너한테 소개시켜준거아닌데"
"어?"
"니가 이딴식으로 대하라고 애 소개시켜준거아니라고"
"..."
"니가 뭔데 애를갖고 재미를봐"
'헐 진짜 구준회가 그랬다고?'
응, 진짜 엄청 무섭게 구준회가 남자애보고 막 쏘아대는데, 남자애는 아무말도 못 하고 나는 구준회뒤에서 서서 안절부절 못하고,
'왜 니가 안절부절 못 해?'
그야 구준회 그런 모습을 처음보니까 그렇지, 아무리 내가 깐족되고 까불어도 정말 그렇게 화나보이는건 처음 봤었거든 나도.
"아 그리고"
"..."
"여기까지 온게 그렇게 아까우면"
"..."
"이거가지고 꺼지면 되겠네 쫌생이 새끼야"
이러면서 지폐를 몇장 던지더라 욕 몇마디도 안 하고 조곤조곤하게 박##을 쏘아붙이는데 정말 그때는 미웠던거 다 잊어버리고 멋있더라 구준회가, 근데 박##이 왠만한 또라이가 아니더라 거기서 그냥 좋게좋게 그거 받고 꺼지면 될것이지 구준회한테 어쩌자고 또 덤비더라
'뭐라고?'
"와 이새끼 꼴에 남자라고 여자애 앞에서 가오잡는거 봐라"
"..."
"야 솔직히 까고말해서 너도 쟤 가지고 놀려고 데리고 다니는거아냐?"
"..."
"남자여자사이에 친구사이.."
"씨발 진짜"
나 사실 그때 지렸어, 구준회가 아까보다 훨씬 화난 목소리였거든
"야"
"..."
"니 머리는 그딴식으로 밖에 못 굴리냐"
"..."
"적당히해"
"참는것도 한계가 있어"
"..."
"그러니까 적당히 좀 해"
"..."
"그리고 말은 똑바로해"
"..."
"누굴데리고 재미를 봐"
"..."
"내가 데리고있기에도 아까운애야 애가"
이렇게 구준회가 덤덤하게 말은 하는데 손은 덜덜 떨면서 말하는게 정말 엄청 참는거같았어. 이제는 정말 말려야 될거같기도 하더라
"야야 구준회 그만해"
"뭘 그만해"
"아 됐다니까 박## 너도 이제 그만해, 이 일에대해서 앞으로 말하지도않고 묻지도 않을테니까 너도 어디가서 말하고다니지마 그리고 이제 나 보면 모른척 했으면 좋겠다. 야 구준회 가자"
진짜 내가 그때 얼마나 힘쓴줄 알아? 안 갈려는 구준회를 있는 힘 없는 힘까지 써가면서 집으로 데리고 오는데 얼마나 힘들었는데!!
"야!!"
"아 왜!"
"왜 그냥와!"
"뭐가?"
"사과도 안 받았잖아"
"아 됐어 괜찮아 사과받아봤자 뭐해"
"내가 안 괜찮아! 내가!"
"어?"
"니가 저새끼한테 어떤말을 들었는데..!"
"...야"
"..."
"니가 쟤 소개시켜줬거든? 나 엿 먹이겠다고?"
''그러고 보니 그렇네 ㅋㅋㅋㅋㅋㅋ 구준회가 소개시켜준 애잖아 ㅋㅋㅋㅋ'
근데 뭐 어때 걔가 그렇게 나 안 찾아 줬으면 나 정말 무슨 짓을 당했을지도 모르는데,
"아..그건 진짜 내가 미안"
정말 개새끼마냥 눈꼬리 쳐져서는 고개숙이고 미안하다고 하는데 진짜 얼마나 귀엽던지! 화낼래야 화낼수도 없고, 그 순간에는 구준회한테 느꼈던 미운 감정들이 다 씻긴뒤였으니까.
"이번 한 번만 봐준다"
"..."
"솔직히 아까 조금 멋있었으니까"
"조금이 아니라 되게 멋있었겠지"
"너한테 진짜 칭찬을 못해 내가 "
"하여튼 또 그러면 나한테 말해"
"왜?"
"그야 당연히"
"..."
"나뿐이니까"
"..."
"너 데리고 다닐사람이?"
"뭐야 그게 끝이야?"
"그럼 뭘 더 바래?"
"어디서 반했다는건데?"
"그러다가 슬슬 빠진거겠지 뭐"
"허..말도 안돼"
도대체 사랑에 빠지는게 뭐가 그렇게 쉽냐 부터 시작해 오만 이해안된다는 말을 나불되는 친구다. 나는 그저 친구에게 반하는건 한 순간이라며 웃어두었고 우리는 잘 들어가라는 인삿말과 함께 각자의 아파트 동에 들어섰다. 솔직히 구준회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기 전에는 나는 남자와 여자사이에 친구사이가 없다는걸 늘 부정했었다. 오랫동안 볼거 못 볼거 함께 봐온 친구사이에서 어떻게 그런 감정이 싹트는지 나는 절대 이해할수 없었다. 하지만 구준회에게 서서히 친구와는 별게의 감정이 느껴지면서 처음에는 꽤나 절망적이였다. 내가 구준회를, 설마 구준회를? 이런 생각들이 들자 그제서야 박##이 말한 남자와 여자사이에는 친구사이가 없다 라는 말이 떠올랐고, 울며 겨자먹기로 나는 인정했다. 나는 구준회를 좋아한다. 라고,
그래, 사랑은 정말 한순간에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
도어락을 풀고 현관문에 발을 들이자 늘보이던 신발들 사이에, 낯익은 신발한짝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신발을 옆에다가 두고서 다녀왔다는 인사와 함께 내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자기집인듯 편안하게 누워 아이패드를 만지는 구준회를 발견 할 수있었다.
"어 왔냐"
"뭐냐 왜 여기있어"
"아줌마들"
"또 오셨어??"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패드를 만지는 구준회다. 그런 구준회의 뒷모습을 보니 정말 구준회는 나를 꺼리낌없이 생각하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쓸쓸해지기 시작했다. 구준회와 사이는 편안하고 오래된 사이라서 충분히 만족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라는 생각들은 너무나도 나를 안타깝게 했다. 우리는 더 이상 가까워질수가 없는 사이. 그런사이였다. 사실 여러번 생각했었다. 너와 내가 친구사이가 아니라면 조금이라도 널 더 마음껏 좋아할수있지않을까, 라는 그런 생각을 하지만 막상 너와 내가 친구사이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 또 그것만큼 안타까운 느낌은 없을거다. 역시 내가 너무나도 이기적인 아이였고 못다할 꿈을 꾸는 그런 아이였다.
"아 이제 가봐야겠다."
내가 오기전 오래전부터 있었던 모양인지, '이쯤됐으면 가셨겠지' 하며 기지개를 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준회는 침대에 앉아 아이패드 전원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향했다.
"야 나 간다"
"어.. 그래 가라"
"아 맞다"
무언가가 생각난 모양인지 신발을 신고 자리에 일어난 구준회는 나를 바라봤다.
"일찍 좀 다녀라 기지배야"
"..."
"밤 늦게까지 어딜 싸돌아다녀"
그게.. 아직 9시 밖에 안됐는데..
꽃에물을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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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