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이랑 같이 보셔도 좋고 그냥 보셔도 좋아요!)
엄마가 해봐서 그래. 그 예쁜 백현이 엄마가 뭐하러 반대하겠어. 엄마도 딱 너만할 때는, 나 좋다는 남자면 됐다면서 결혼했어. 지금이야 너희 아빠도 전문의 달고 경력쌓으면서 지내고 있지만 아빠 전문의 달 때까지 엄마가 어떻게 살았는 줄 아니. 엄마는 너랑 네 동생 낳을 때도 혼자 택시타고 병원가서 낳았어. 너희 아빠가 무심해서 그런게 아니야. 엄마는 살면서 너희 아빠가 무심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었어. 너 낳고 혼자 병실에서 숨죽여 울고 있을 때 삼일을 밤새워놓고도 엄마가 좋아했던 복숭아 사들고 병원으로 달려온 사람이 네 아빠야.
조곤조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에 나는 숨죽인 채 아무 말도 전하지 않았어. 다시 백현이를 마주하면 다 털어놓아 버릴 것 같아서 혼자 우리집으로 돌아와 멍하니 앉아 있다가 엄마 전화를 받았지. 엄마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주 몰랐던 건 아니었어. 가끔 지나가는 말로도, 너는 절대 의사랑 결혼하지 말아라. 장난처럼 이야기 했었지만 엄마가 원하는 일이라면 뭐든 해주는 아빠를 보며 항상 엄마의 말에 반문을 떠올렸었어. 그렇게 대학에 들어가고 취직을 하고, 여러 의사들을 보고, 백현이를 보고. 의사랑 결혼하지 말라는 엄마의 말이 어느정도 일리가 있구나 생각했어. 병원에서 1년차가 되고, 2년차가 되면서 의사랑 결혼하면 안되겠구나 확답을 내렸어. 3년차가 되면서 병원 안의 백현이랑 만나게 되면서, 의사랑 결혼을 해야할까 고민했고 4년차에는 결혼을 해야겠다고.
엄마는 백현이가 널 좋아하는 걸 알고 있었어. 고등학교 때부터 우리 딸한테 그렇게 추파를 던지는데 엄마가 모를리가 있겠니. 그 때는 그저 어린애들 장난처럼 좋아하는 거라 생각했고 백현이가 이렇게 의사가 될 줄은 생각도 못했지. 너 취직하고 나서도, 백현이가 고등학교 때 감정을 그대로 안고 갔을 줄은 몰랐어. 백현이 지금쯤 인턴 막 끝내고 레지던트 달텐데, 레지던트는 인턴이랑 달라. 지금보다 백현이가 받는 심적 부담감도 더 심할거고, 그걸 받아주는 사람도 필요해. 네 동생 신경쓰느라 우리 딸한테 조금은 무심했을 수도 있어. 엄마가 늦었던 거야.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미안한데, 우리 딸한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부탁할게.
그렇게 끊긴 전화를 한참을 붙들고 있었지만 백현이에겐 아무런 연락도 없었어. 변백현은 한번씩 더럽게 눈치만 빨라서 더 마음 아프게 하는 구석이 있었어. 차라리 그렇게 나랑 우리엄마가 나가버리고 눈치없이 전화해서 너희 어머니 왜 그러시냐고, 표정 안좋으신거 아니냐고, 꼬치꼬치 캐묻기라도 하면 조금 편할텐데.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그냥 침대에 몸을 내던지고 한참을 많은 생각으로 골머리를 앓았어. 당장 내일만날 백현이는 어떡해야하지, 아 백현이 내일 출근 안하는구나. 그럼 내일 모레 만날 백현이에게 뭐라고 말해야하지. 아빠는 알고 있으려나, 하고 생각했을 때 진동이 우렁차게 울렸는데. 우습게도 방금 생각한 아빠 번호가 찍혀있었어.
"응, 아빠."
"우리 딸, 엄마가 괜한 소리를 했어?"
"뭘..아니야."
"백현이가 이제 인턴 끝났나?"
"이번 주 안으로 끝날걸."
"그래, 백현이가 섭섭하게 한 건?"
"섭섭하게?"
"짜증은?"
"걔 나한테 안 그러는거 아빠도 알잖아."
내 마지막 말에 아빠 목소리가 잠시 멀어지더니 거봐!하고 당당하게 소리치는 말이 귀로 들어왔어. 엄마랑 또 투닥거렸구나. 그 뒤로 들려오는 엄마의 단호하게 안된다는 말이 들려오고, 아빠가 엄마한테 뽀뽀를 하는지 쪽쪽쪽하는 소리가 이어지더니 다시 전화로 돌아왔어.
"너희 엄마 알지? 한번씩 아빠 레지던트 시절 생각하면서 밤에 우는거."
"알지, 엄마 또 울어?"
"백현이 데리고 한번 내려와라, 뒷일은 아빠가 책임질게."
"뭘 데리고 내려가. 아빠는, 참.."
백현이 아직 나한테 결혼하자고 안했어, 아빠. 뒷말은 차마 할 수 없었어. 아빠의 전화도 그렇게 끊기고 답답한 마음에 이불만 쥐어뜯었어. 솔직히 그렇잖아, 엄마가 지금 반대를 하는 것도 웃긴게 정작 변백현이랑 나랑 결혼하자는 말도 안 꺼냈단 말야.
그래도 아빠가 저렇게 토닥여주니까 한결 맘이 편한거 있지, 어떻게 보면 되게 엄마한테는 내가 이기적일 수 있는데. 그래도 아빠가 책임지겠다니 엄마 마음을 돌리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진 않아서 괜히 피식피식 웃었어. 거진 해결된 일이나 마찬가진데 또 괜히 청승맞게 눈물이 막 나는거야. 이때까지 엄마한테 백현이랑 만나고 있다고 말 못한게 돌아올 반응이 무서워서 그랬던 것도 있었거든. 근데 이렇게 예상치도 못하게 들켜버리고 순식간에 몰아친 폭풍에 나혼자 모든걸 받아내야하는 줄 알았는데.
"자기야, 왜 울어요?"
현관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순식간에 내 앞에선 백현이가 깜짝 놀라서 눈가를 슥슥 문질러줄 때까지. 아예 무릎을 꿇고 앉아서 안절부절 못하는 백현이를 보면서 결국 웃음이 터졌어.
"깜짝 놀랬잖아..전화하지 그랬어, 왜 혼자 울어. 마음 아프게."
"왜 왔어, 더 안자구.."
눈두덩이는 퉁퉁 부어서는, 자기 몸한테는 눈꼽만큼도 관대하지 않아. 내가 백현이 내려다보면서 살짝 웃으니까 그 때를 틈타서 쪽쪽쪽 소리나게 뽀뽀를 하는데, 어쩜 우리 아빠랑 이렇게 똑같나 싶었어. 거기에 또 마음 사르르 풀리는 것도 난 엄마랑 똑같았지. 이래서 엄마가 나를 걱정했을까싶기도 했어.
"얼른 눈물 닦고, 뚝."
손으로 똑 소리내면서 생긋 웃는데 아, 예뻐.
"같이 살자."
"어..?"
"나랑 결혼하자, 잘할게."
나한테 처음으로 만나자고 할 때도 안절부절하면서 말을 꺼내던 애가, 결혼하잔 말도 이렇게 떨면서해. 내가 이정도로 표현을 안했구나 싶었어. 그런데 또 나는 이런 백현이가 귀여워서 애매한 대답을 꺼냈지.
"글쎄.."
내 말에 백현이가 슬쩍 웃음을 보이더니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뭘 꺼내.
"나는 너 못 잡아서 안달이 났는데."
"..."
"너는 아닌가봐?"
백현이가 주머니에서 꺼낸건, 수액줄을 바느질해서 만든 꽃다발이었어. 웬만한 의사들은 손재주가 좋은 편인데, 외과의사들은 더더욱 그런 편이었어. 정교한 봉합을 하는게 일상이라 늘상 손에 봉합세트를 쥐고 사니까. 백현이도 바느질하면 빠지지않는 솜씨를 지니고 있었지.
"야, 이건 언제.."
"김민석 여자친구 부러웠다면서."
"너, 잘 시간도 없으면서.."
"부럽다는데 뭔들 못해줘요."
예전에 김종대 휴대폰 갤러리 보다가 김민석이 제 여자친구 줄거라며 뭘 열심히 만들던 사진을 본 적이 있었어. 며칠 뒤에는 김종대가 완성본이라며 사진을 보내왔는데 수액줄로 하트를 여러개 만들어서 그걸 하나하나 엮어서는 다시 큰 하트를 만든 모양이었거든. 그걸 보고 역시 김민석은 로맨틱하다며 난리 법석을 피웠는데, 그 땐 아무 생각 없어보이던 백현이가 또 마음에 담아뒀던거야.
"누구 애인이길래 바느질도 이렇게 잘해.."
아이 예뻐, 정말 주체할 수 없는 행복함에 눈물까지 고이려고 했어. 생각해보면 백현이가 나보다 더 바쁘고 더 힘들다면 힘들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인데 항상 뭘 기억하거나 챙기는 건 백현이 몫이였어.
백현이 테이블에 마구 널부러져있던 수액세트랑 바늘을 보고 봉합연습하나보다, 했었잖아. 그게 다 이거 만드느라 일 끝나고 와서 짬짬이 만든거였던거야.
"백현아, 나는 너한테 준 게 화풀이밖에 없는데.."
매일 일 끝나고 백현이는 나에게 뭘 해줄지 생각할 동안, 나는 일이 끝나면 백현이 얼굴 보자마자 그 날 있었던 온갖 스트레스를 꺼내고 백현이랑 조금이라도 맞지 않는 게 있으면 짜증이란 짜증은 다 내버리곤 했어.
"아아, 또 운다."
"다 너 때문이잖아.."
"그럼 어떡해요?"
결국 미안함과 고마움이 뒤섞인 마음에 눈물까지 보였더니 변백현은 예상했다는 듯 능글거리면서 천천히 굽혔던 무릎을 폈어. 자연스레 내 시선도 아래에서 위쪽으로 옮겨졌고 백현이는 다시금 눈높이를 맞추면서 내 옆자리를 꿰차고 앉아 코를 맞대었어. 순식간에 가까워진 백현이 덕에 아무 말도 못하고 눈만 데굴데굴 굴리는 사이 백현이가 입을 열었어.
"어떻게 해야 뚝 하려나.."
참나..아주 능글거리는 것도 우리 아빠랑 똑 닮아서는 생긋 웃고만 있어. 결국 내가 먼저 백현이 옷깃잡고 울상 지어보였더니 그제야 입술을 살짝 부딪혀왔어. 백현이가 만들어 준 꽃을 손에 꼭 붙들고선 마음 속으로 백현이랑 결혼해야지,하고 결론을 내렸지.
학생 때 이 수액줄 하나 제대로 연결 못한다고 혼나고 백현이 품에서 엉엉 울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백현이한테 이 수액줄로 프러포즈를 받을 줄은 누가 알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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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거 날아가서 다시 쓰느라고 늦어따눙..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첨엔 정말 정성스럽게 썼는데 두번째로 다시쓸때는 빡쳐서 머리 쥐어짜느라 아마 이번글 쓰레기 똥글이 되어있을거예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무튼 드뎌 결혼을 하자고 하네요..(후비적..) 이제 뭐 결혼하고 애낳고 그렇게 잘 살겠죠 뭐..
브금은 개인적으로 정말 정말 좋아하는 노래인데 가사가 아주그냥..끝장 난답니다! 꼭 한번 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