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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바라기






크리스마스. 

이보다 더 여유로운 때가 언제였을까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게 만들어준 그것은 매년 지나칠 정도로 성황리에 진행되는 이벤트 중 하나였다. 

본래는 어떤 날이었고, 어떻게 보내야하는 날인지는 모두 어렵지 않게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는 그저 연인과 함께 보내는 것이 당연한 듯이 받아들여진 단 하루. 

물론, 솔로는 이 날이 어째서 그 어느 때보다 외롭게만 느껴지는 하루인지를 어렵지 않게 알 수가 있었다. 

무언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어린이건, 어른이건 할 것 없이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여지없이 방영해주는 ‘나 홀로 집에’ 라는 영화를 시리즈별로 챙겨보다시피 하며. 


뭐, 그렇다고 해서 분명 나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 중 한 명이었다는 건 부정할 수가 없었다. 

무미건조하게 내 눈 앞을 지나다니는 여느 연인들과 다름 없이 어떠한 일을 계기로 운명이라 생각되어지는 한 사람을 만나,

그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할 거라며 자신하고 또 그 사람도 나를 위해 그것을 자신하며 함께 웃던 일도 있었다는 것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것도 영원이 아닌 그저 단 한 때였다. 

둘 중 하나의 마음이 변하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고, 그것은 작년 크리스마스. 

아니, 작년 크리스마스가 되기 직전인 크리스마스 이브에 끝맺음을 내었다. 

다른 날도 아닌 크리스마스 이브. 


그로 인해 크리스마스 시즌이 가까워지니 나도 모르게 처량해 보일 정도로 한심하게 

그 사람과의 추억을 떠올려보며 집 안에서 할 일 없이 뒹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만 것이다. 

그래서 다른 약속도, 무엇도 없는 이 여유로운 크리스마스 이브에 추워 죽겠는데도 한가로이 공원 벤치에 앉아 

입고 나온 코트 옷깃을 한껏 여미며 내 앞을 미친듯이 지나다니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존재 자체만으로도 염장을 지르는 커플들을 눈에 한가득 담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 보니 이게 더 처량하기 그지없었지만 그래도 이왕 나온거니 오랜만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내고 있는 길거리를 보고, 

집으로 들어가서 크리스마스 당일인 내일은 무조건 몸살에라도 걸려 방 안에 누운 채로 시간을 떼우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쓸데없는 자존심이 추위를 이겨냈다는게 의외로 뿌듯하기까지 했다.




“ … 춥다. ”




나도 모르게 나온 말은 차가운 밤공기에 잠깐의 따스함이라도 전해주려는듯이 하얀 입김이 되어 함께 입 밖으로 나갔다. 

평소 친구들과 함께 걸어갈 때면 나이를 잊고 용가리라며 쓸데없는 말이라도 내뱉었을텐데 혼자 있으니 그런 말도 나오질 않아 

그대로 언제 있었냐는듯이 금방 밤공기에 흩어져버린 입김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러고보면 그 놈한테는 입김이 나와도 용가리 드립은 치지도 않고 얌전 떨면서 춥다고만 은근 티를 냈었다. 

그걸 보면 그는 나한테 많이 춥냐며 목에 두르고 있던 목도리던, 장갑이던 다 벗더니 내 목에 둘러주고 또 손에 끼워주기에 여념이 없었고 …. 

그 놈 생각을 하기 싫어 밖으로 나온건데 또 쓸데없는 곳에서 그 놈과의 추억을 떠올리니 나도 참 구제불능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보니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괴로워하는 내게 친하다 못해 이제는 웬수처럼 느껴질 정도인 원식이가 혀를 차며 해준 말이 문득 떠올랐다. 




‘ 그럼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이럴거야, 너? ’




그 때에는 원식이의 말을 부정하기에 급급했는데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었다. 

이렇게 자존심이랍시고 쓸데없는 걸 내세워 평소 춥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민감한 내가 안락한 집마저 내팽겨치고 밖으로 나온 걸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그래, 나는 도망치는 중이었다. 

그 놈도 아닌, 그 놈과의 기억들로부터.






*





‘ 남은 건 아무것도 없네. ’




내게 이별을 고한 그 놈이 마지막으로 한 말이었다. 

그 날, 그 순간에도 뚜렷이 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재생되는 그와의 기억들을 무참히 짓밟은 한 마디이기도 했다. 

그건 이미 나와 함께했던 모든 것들이 그에게 이제는 아무 의미도 없다는 얘기였다. 

그런데도 그가 고하는 이별을 무시한 채 내 감정만을 앞세워 제발 내 이야기를 한 번이라도 더 들어보고 다시 한 번 생각해봐달라고 붙잡았어야 했을까. 

아마 그 때 그렇게 했었다면 나는 매일, 매일을 후회하며 살았을 것이다. 

그의 옆에 있어도 불행하다고 느낄 정도로 나 자신을 몰아세우며. 

모든 걸 부정당하는 기분이란 참 역겨웠다. 

서로 사랑한다 속삭이며 함께했던 날들을 무시한 채 저 혼자 끝을 낸 그가 미웠기에 별다른 말 하지 않은 채 그를 놓아주었다. 


아니, 그냥 놓치고 말았다. 




‘ 안녕. ’




그에게서 더 심한 말을 듣게 될까봐 두려워져 나도 모르게 이미 안녕을 고한 뒤에서야 그의 얼굴을 바라볼 수 있었다. 

분명 방금 전의 이별로 더 슬픈 건 나일텐데도 그는 아랫입술을 사정없이 문 채로 슬픔을 참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에 

나는 하고 싶었던 말들을 모두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날, 그 강렬한 기억을 마지막으로 그는 떠났다. 

나. 아니, 우리가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그 누구에게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떠났다. 

그 때부터 그는 나에게 나쁜 놈으로, 그리고 나쁘기만 한 전 남자친구로 기억에 남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안녕’ 이라고 고했던 그 날로부터 벌썬 일 년이 지난 것이다. 




“ 크리스마스라 …. ”




나쁜 놈으로 인해 안 좋은 기억으로 물들여진 크리스마스 이브. 

그리고 그 다음날인 크리스마스도 덕분에 그리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지는 않게 되었다. 

나는 지금 그 망할 기억 때문에 이렇게 밖에 나와 청승 떨면서 추위에 떨고 있는데 그 놈은 어디서 뭘, 어떻게 하며 잘 살고 있을까 모르겠다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욱했다. 

나와 알던 모든 사람에게서 연락을 끊어버린 놈이였기에 나는 그와 관련한 것이라면 아무것도 전해 들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 자연스레 기억에 의존하며, 

또 그 기억으로부터 도망치려 애쓰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이렇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그동안 노력한게 물거품이라도 됐는지 

자연스레 그 놈과의 기억들이 떠올라 괴로울 뿐이었다.




“ 나쁜 놈, 벽에 똥칠할 때까지 잘 살라지. 어디 두고봐라. 똥칠하면서 사는 놈보단 내가 더 잘 살게 분명하니까. 에레이, 퉤. ”




나오지도 않는 침을 뱉는 척하며 땅으로 애써 시선을 돌리고 고개를 떨구었다. 

망할, 아무리 생각해도 열받았다. 

일 년은 되질 않았어도 그 놈과 사귀었던 기간은 꽤 길었다고 자신할 수 있었고 그동안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은 모두 주었다. 

그리고 그만큼 그에게서 만족할 정도로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로 별다른 이유없이 이별을 고하고서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떠난 것이다. 


근데 그걸 어떻게 인정해. 분해서라도 인정할 수가 없었다. 

그 땐 어쩔 수 없이 상처받은 내 마음을 숨기기 위해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안녕이라고 보내주었지만 매번 생각할 때마다 짜증났다. 

차라리 그 놈이 나를 쉽게 내버린 것처럼 나도 쉽게 내버릴 수 있으면 몰라도, 그 놈이 아무리 나쁜 놈이라고 나 자신을 세뇌시켜봐도, 

그 순간만 나쁜 놈이 될 뿐이었지 그 다음으로 기억나는 그와의 모든 추억들은 나쁜 놈이 아니라며 나를 살살 달래며 

결국에는 도망치지도 못하게 내 발을 질끈 붙들어놓기 일쑤였다. 


그런데 어떻게 도망을 쳐. 

이 미련한 기억으로부터, 어떻게.




“ 혼잣말도 곧잘 하네. ”

“ 와, 이젠 헛소리도 들려. 이 대단한 기억력 새끼. ”

“ 와, 욕도 하네. ”




고개를 숙이고 있는 탓에 시야가 바닥으로 향해있는 덕분에 기억으로 인한 헛소리가 아닌, 

누군가 내 앞에 서서 말을 걸고 있다는 걸 멍청할 정도로 뒤늦게서야 알아챈 나는 혹시나, 싶은 마음에 언제 그랬냐는듯이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봤다. 


하, 나 원 참.




“ 왜, 안 반가워? ”

“ 이런 미친 …. ”

“ 너무 반가워서 미치겠다는건가. ”




미친 새끼. 

목 끝까지 올라왔던 말을 겨우 억누르며 내 눈 앞에 버젓이 서 있는 그를 눈이 시려올 정도로 노려보았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똥칠하고 잘 살라는 말에 열받아서 왔나 싶을 정도였다. 

뭔데 내 눈 앞에 서서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얼굴 한가득 나 행복해요, 라며 감정을 드러낸 채로 내 눈 앞에 나타난 걸까. 

나랑 마주치면 먼저 피해가도 모자랄 판에, 어째서.




“ 왜, 왜 …. ”




어째서 나는 일 년만에 마주한 그의 얼굴을 보고나서야 소식 하나 없던 그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안도감에 휩싸여 

헤어진 전 남자친구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울음이 입 밖으로 터져나오려 하는 걸까.




“ 김원식이 너 여기 있을거라고 말하길래. ”

“ … 뭐? ”

“ 모르는게 당연하겠지. 그동안 내가 너한테 내 소식 안 들리게끔 얼마나 노력했는데. ”

“ 뭐라는거야, 대체. 뭔 소리인데. ”




지금 내 눈 앞에 서서 여유롭게 웃으며 이해도 안되는 말을 지껄이고 있는 이 놈의 소식을 김원식이 알고서도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다는건가? 

그러고보면 김원식은 항상 뭔가 세상 모든 걸 다 아는데 나한테만은 말해줄 수 없다는 듯이 

눈꼬리를 아래로 내린 채로 추욱 늘어진 표정을 하고서는 애잔한 표정으로 항상 나를 바라보고는 했었다.


근데 그게 그런 뜻이 담겨있는 표정이었다고? 

누가, 대체 누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알고 있다고 해도 원래 눈꼬리가 살짝 아래로 내려가 있는 애라서 아무도 몰랐을텐데. 

그것도 심지어 친한 친구이다 못해 웬수라고 여기던 나까지도 이제서야 깨달았는데. 

그게 비밀을 간직한 사람의 표정이었다고?

아.




“ 나 이제 너 만날 자격 있다. 몸 튼튼, 마음 튼튼. ”

“ 누가 만나준대? ”

“ 너 새로운 남자 만나도 나 뭐라 할 자격 없는거 알아. 근데 안 돼. ”

“ 너 단단히 미쳤구나, 이 홍빈. ”

“ 어, 나 미쳤어. 근데 네가 그렇게 이름 불러주니까 내가 살아있는 걸 이제서야 실감할 수 있어서 좋다. ”




많이 추운건지 코 끝을 바알갛게 물들이고서는 그래도 좋다며 연신 웃으며 나와 눈을 마주치려 노력하고 있는 이 놈을 어떻게 해야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일 년 만에 내 앞에 모습을 보인 놈도 밉고, 

그동안 왜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놈의 생사여부를 저 혼자 안 채로 내게 아무런 말도 안 한 김원식도 미운데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가, 이홍빈이 내 눈 앞에 있다. 

이것만으로도 행복한데 뭘 더 무어라 할 수 있을까. 

아. 안녕이라고 했던 말은 정말 거짓이었던게 맞았나보다. 

나 혼자 일 년간 그를 그리워하고 있었기에, 그래서 이 놈과의 기억으로부터 도망칠 수가 없었나보다. 

나도 확실히 미쳤구나. 




“ … 누가 들으면 죽었다 살아돌아온 줄 알겠네. ”

“ 뭔 상관이야, 이렇게 살아있는데. ”




그렇게 말하는 홍빈이의 말 끝이 평소와 달리 살짝 긴장한 듯 떨렸다고 느낀 건 나 뿐이었을까, 그도 아니면 내 착각이었을까. 

그런 고민에 휩싸이기도 전에 내 낌새를 눈치라도 챈 것처럼 홍빈이는 여전히 벤치에 앉아있는 내게 당당하게 양 손을 내밀어 보였다.

손 끝도 추위에 질린 것처럼 바알갛다. 그러고보면 나만큼이나 추위에 질색하는 놈이었는데.




“ 손. ”




무슨 자신감일까, 대체. 

손 내민 채로 가만히 있으면 누가 손 내밀어 잡아줄 줄 아나. 

… 당연히 잡아주는 수밖에. 

코트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꺼내 고민할 새도 없이 내게로 내밀어진 양 손을 마주잡아주자 홍빈이는 보조개가 패일 정도로 환히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오랜만이다, 저렇게 웃는 모습 보는거.




“ 따뜻하다. ”




여전히 서있는 채로 나를 내려다보던 홍빈이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더니 혀를 차며 내 손을 제 손 안에 꽉 쥔 채로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리다시피 말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지나가는 커플들을 보며 언젠가 헤어질 것들, 이라며 저주 비슷한 것을 했던 것 같은데 

이렇게 홍빈이가 내 앞에 서서 손을 마주잡고 있는 걸 보니 나도 그 커플들 못지 않게 염장 지르는 장면을 내보이고 있구나 싶었다. 

이래서 사람 앞길은 그 누구도 모른다고 하는건가. 




“ 그 날. ”

“ …. ”

“ 미안해. ”

“ 이제 와서 무슨 …. ”

“ 너한테 헤어지자고 하면서도 계속 생각했던 말이 뭐였냐면. ”

“ 됐어, 그만. ”




내빼려는 내 손을 제 양 손에 여전히 꽉 쥔 채로 홍빈이는 옅게 웃었다. 

옅게 웃음에도 깊게 패이는 그 보조개에 갈 곳을 잃었던 내 시선이 사로잡히자 홍빈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세게 손 안에 쥐고 있던 내 손등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보기만 해도 짜증날 정도로 슬퍼 보이는 미소를 내게 보여주었다.


일 년 전 그 날과 같은 그 미소를.




“ 날 보내주지 마, 날 보내주지 마 …. ”

“ …. ”

“ 그니까, 이번에는 내가 놓치지 않을 거야. ”




내가 널 놓친건데, 그런데 왜 네가 날 놓친 거라고 생각할까. 

분명히 그 날, 마지막에 안녕을 고한 건 나였는데. 


한 마디, 한 마디에 여러 생각이 밀려와 내가 아무 말을 않자 

홍빈이는 그런 나를 기다리기라도 하듯이 공원의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시계탑을 가만히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생각에 사로잡혀 내 손을 잡고 있는 홍빈이의 손 안에서 조심스레 손을 움직여보던 나는 결국엔 옅게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 모든 생각의 끝은 이홍빈임이 분명한데 더 생각해서 무엇할까.




“ 별빛아. ”




주변에 지나다니던 커플들이 하나둘씩 자신이 자리했던 자리들을 지워내고 어디론가 떠나 이미 공원 안에는 몇 없는 커플이나 지나가는 행인들밖에 남아있지를 않았다. 

그리고 그 가운데 나와 이홍빈, 둘도 함께하고 있었고. 

나지막이 나를 부르는 소리에 하던 생각을 멈추고 홍빈이를 올려다보자 홍빈이는 그 자리에서 한 쪽 무릎만을 꿇은 채로 앉아 내게 시선을 맞춰왔다. 

갑작스런 홍빈이의 행동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바보같이 입만 벌린 채로 가만히 있자 

홍빈이는 그것도 예상했다는 듯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더니 잡고 있던 내 손을 허벅지 위에 살짝 놓아주었다. 


뭐하자는걸까.




“ 너한테 줄 크리스마스 선물 있는데. ”

“ 누가 받아준다고 그랬나, 그리고 지금 크리스마스 이브야. ”

“ 바보야, 조금 전에 12시 지났어. ”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흘깃 시계탑을 옅보니 정말 12시가 지나있었다. 

약삭빠른 놈. 그래서 시계탑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던건가.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옆으로 틀어버리자 홍빈이는 내 고개를 따라오며 시선을 맞추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아. 일 년간 이 놈한테 온갖 욕은 다 했다고 자신했는데 막상 눈 앞에 있으니 욕이고 뭐고간에 미워할 수가 없었다. 

이러니 어떻게 미워해. 




“ 별빛아, 내가 너 주려고 선물 가져왔는데 진짜 안 볼거야? ”

“ … 알았어. 볼게, 보면 되잖아. ”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에는 이 놈 말대로 모든게 흘러가는 것 같아 억울해진 마음에 나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내민 채로 중얼거리듯이 대답하자, 

홍빈이는 내 아랫입술을 두드리기도라도 하듯 한 손가락으로 밀어넣으며 눈꼬리가 휘어질 정도로 밝게 웃었다. 

아, 이 놈이 진짜 사람 하나 죽이려고 작정한 것도 아니고. 

얼른 보여달라고 입 밖으로 재촉하기도 뭐해서 눈짓만으로 살짝 흘겨보며 재촉해보이자 

그제서야 홍빈이는 내 아랫입술을 두드리던 손가락을 제 가슴팍 앞으로 이동해 손가락질을 하며 가리키기 시작했다. 




“ 내가 선물이야. ”

“ 하, 와, 나 진짜 …. ”

“ 별로야? 그럼 다시 가져갈까? ”




어이가 없어서 입 밖으로 연신 이상한 탄성만 내뱉자 홍빈이는 제 가슴팍을 가리키던 손가락을 내리며 내게 물었고, 

이에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아니라는 표시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다른 이들이 들으면 이런 크리스마스 선물이 어딨냐며 혀를 차겠지만 나한테는 이보다 더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없었다. 


이 홍빈, 이보다 더한 선물이 어딨을까. 

일 년만에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이었기에 더욱 더 깊게 와닿았다.

다시는 어느 누구에게도 되돌려주기 싫은 선물. 

적어도 나한테는 그랬다. 




“ 이, 이 나쁜 새끼. 욕도 못하게 만들고 ….”




뒤늦게 지난 일 년간 이 놈과 관련된 기억들로 고생해온 모든 것이 떠올라 억울함에 뭐라 하려고 인상을 찌푸리자마자 홍빈이는 내 손을 다시금 잡아오며 

약삭빠르게 내 입술에 입을 맞추고 얼굴을 뒤로 뺐고, 벙쪄 있다시피 하던 나는 나도 모르게 엄마를 부르며 아이처럼 울었다. 

그런 나를 보며 당황스러워 어쩔 줄 몰라하던 홍빈이는 무릎을 펴고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내 옆에 앉아 어정쩡한 자세로 나를 제 품에 안은 채로 등을 토닥여주었고

그렇게 안기자 더 서러워진 나는 지나가던 사람들이 다 쳐다 볼 정도로 큰 소리로 울 수밖에 없었다.

나를 품에 안은 채로 연신 등을 토닥여주며 내 울음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주던 홍빈이는 탄식하는 듯한 한숨이 아닌 뭔가에 들떠있는 듯한 기분 좋은 한숨을 내쉬더니 

울다 지쳐 잠깐 숨을 고르고 있던 내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여 주고는 만족스러운 듯이 낮은 소리로 웃었다.





“ 메리 크리스마스. 사랑해, 별빛아. ”




그래, 일 년만에 돌아온 크리스마스는 작년과는 달리 지독하게도 달콤했다는 것 하나는 분명했다. 

이 나쁜 놈을 더 이상 미워할 수도 없을 정도로 지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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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필명으로 썼던 글을 이 필명으로 옮겼어요. 흐름대로 썼던 글인데 잊고 있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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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막 옆구리가 시리는 기분이 드네요ㅠㅜ 홍빈이 너무 설레요ㅠㅠ 잘보고 갑니다!!
9년 전
바라기
벌써 작년인가요. 작년 크리스마스에 올렸던 글인데 이제서야 댓글을 확인하게 됐네요 ..저를 그냥 미친듯이 혼내주셔도 괜찮아요 ㅠㅠ설렌다고 해주시니 감사해요. 좋은 말씀 감사해요 ㅠㅠ진짜 너무 늦게 확인했네요 (오열)
9년 전
독자2
오랜만에 글잡담에서 글을 읽었는데 처음 읽는 글부터 작가님이 금손이라니. 여기 나쁜 놈 이홍빈이랑 홍빈이랑 매치가 잘 돼서 보는 내내 어색한 거 없이 잘 봤어요. 별빛이 말하는 거에 간간히 웃음 나오기도 했고요ㅋㅋ 오랜만에 취향 제대로 저격한 글 읽어서 전 잠 다 잔 거 같네요. 어쩌겠어요 밤 새야죠... 또 쓰실 지는 모르겠지만 기다릴게요. 언제가 됐든.
9년 전
바라기
저는 진짜 매타작을 당해도 마땅한 사람이에요. 독자님이 다신 댓글을 어떻게 필명 옮기면서 확인할 수 있는지 ..제가 밉네요 ㅜㅜ이 글 썼을 때, 크리스마스 이브에 별 생각 없이 쓰기 시작해서 크리스마스 당일날 끝마쳤던게 기억에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있네요. 글을 쓰다보면 이런게 재밌는 듯해요. 제가 썼던 글을 보면 썼던 때의 상황과 생각, 그리고 감정이 고스란히 떠오른다는게 말이에요. 그래도 저는 혼나 마땅한 사람입니다!! ㅜㅜ밤 새셨었나요? 이걸 너무 뒤늦게 여쭤보는 듯하네요. 좋은 말씀 감사해요. 저를 혼내주세요. 아니, 진짜 저는 뭐하는 사람이었을까요. 그래도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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