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K가 아닌 바비의 차를 탔다. 한바탕 바비의 품 안에서 눈물을 쏟아낸 뒤라 그런지 온 몸에 힘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조금 전, 바비는 품에 안겨 서럽게 우는 내 등을 다독이며 다정한 목소리로 날 달랬다. 괜찮아. 괜찮아. 바비의 괜찮아, 하는 목소리에 더 눈물이 터진 걸 바비는 알고 있을까.
옆에 앉은 바비를 한 번 힐끔였다. 운전에 집중한 바비의 얼굴에는 딱히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 그 옆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한 손으로만 운전대를 잡은 바비가 다른 한 손을 내쪽으로 내밀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바비와 손을 바라만 보고 있으니 바비가 잠깐 고개를 돌려 날 힐끔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작게 웃었다.
" 손. "
내 손을 달라는 건지 손을 작게 흔들어 재촉하는 바비의 모습에 잠깐 망설이다가 왼손을 그 위에 올렸다. 그러자 바비가 피식 웃으며 올려진 내 손에 깍지를 껴 꽉 잡아왔다. 뭐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머뭇거리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곤 바비를 바라보던 시선을 앞으로 옮겼다.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다정한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것도 아니었지만 바비와 잡고 있는 손만으로도 그저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 * *
집에 도착해 샤워를 마치고 편안한 잠옷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침대에 걸터 앉아 휴대폰 화면을 켜서 바비와 이야기를 나눴던 메세지함으로 들어갔다. 가장 최근에 보냈던, 미워, 하고 적힌 내 메세지를 잠깐 바라보았다가 조심스럽게 자판을 두드렸다. 자요? 하고 적힌 글자를 바라보며 전송 버튼을 누를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누르지 못하고 그대로 화면을 껐다. 나도 모르게 짧게 한숨이 새어나왔다. 바닥에 닿은 발만 까딱이다가 결국 앉은 몸을 일으켜 방 밖으로 나왔다.
바비의 방문 앞에 서서 그 문만 잠깐 바라보다가 손을 들었다. 문 가까이에 손을 가져다 대고도 문을 두드릴까 말까 망설이는데, 때마침 방문이 열리며 바비의 모습이 보였다. 문을 열고 방 밖으로 나오려던 바비는 나를 발견하곤 어, 하고 움직임을 멈추었다.
" 여기서 뭐 하십니까. "
" 아, 그냥, 혹시 자고 있나 해서…. "
우물쭈물 대답하는 내 모습을 잠깐 바라보던 바비가 피식 웃으며 방문을 조금 더 열어주었다. 들어오세요. 바비의 말에 배시시 웃으며 바비를 바라보다가 방 안으로 몸을 옮겼다.
나를 따라 방으로 들어온 바비에게 어디 가려던 거였어요? 하고 묻자 바비가 아닙니다, 하고 짧게 답하며 고개를 저었다. 금방 샤워를 마치고 나온 건지 편한 차림의 바비는 아직 머리를 다 말리지 못한 상태였다. 끝이 젖어있는 바비의 머리를 올려다보자 바비 또한 날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피식 웃어왔다.
" 왜 웃어요? "
" 예뻐서. "
가, 갑자기 뭐에요. 바비의 말에 마주보고 있던 시선을 휙 피하며 말하자 바비가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눈도 붓고 안 예쁜데…. 웅얼거리는 내 말에도 웃기만 하던 바비가 손을 뻗어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 그 때, 조용하던 방 안에 작게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순간 놀라서 손으로 배를 꼭 감싸고 바비를 올려다보자 바비가 웃음을 터트리며 배고파? 하고 물었다. 그 물음에 얼른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 아뇨. 안 고파요. "
야속한 배는 내 말과는 다르게 한 번 더 꼬르륵거렸고, 부끄러운 기분에 고개를 푹 숙이자 바비가 웃으며 내 머리를 한 번 더 쓰다듬었다. 그리곤 앉아 있으세요, 하는 말과 함께 내 양쪽 어깨를 잡아 옆에 있는 쇼파에 날 앉혔다. 익숙하게 냉장고 쪽으로 걸음을 옮긴 바비는 머리 위에 덮어두었던 수건을 어깨에 대충 걸곤 냉장고 문을 열어 그 안을 살폈다. 앉은 채로 바비의 모습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냉장고에서 조각 케이크 하나를 꺼낸 바비가 접시에 케이크를 옮겨 담았다. 쟁반 위에 케이크 접시와 우유, 포크까지 챙긴 바비가 나를 향해 다가왔다.
" 이 케이크는 뭐에요? "
" 그저께 선물 받은 겁니다. 단 건 별로 안 좋아해서요. "
그 말에 고개를 작게 한 번 끄덕이곤 케이크를 바라보았다. 딸기가 올려진 케이크는 바라만 봐도 입 안에 달콤한 맛이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들고 있던 쟁반을 내 앞에 내려놓곤 맞은편에 나를 마주보고 앉는 바비를 잠깐 바라보다가 앞에 놓여진 포크를 잡았다. 딸기와 함께 조심스럽게 한 입 떠서 입 안에 넣자, 케이크는 금방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 없어졌다. 맛있어! 달콤한 맛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배시시 웃으며 케이크를 몇 번 입 안으로 떠넣는데, 맞은 편에서 내게 닿아있는 시선이 느껴져 포크를 물곤 고개를 들자 바비가 날 빤히 바라보며 웃었다.
" 맛있어? "
" 응. 완전 달아요. 한 입 먹어볼래요? "
" 단 거 안 좋아한다니까. "
그래도, 하고 끝을 흐리는 내 말에 바비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됐습니다, 아가씨 많이 드세요. 정말 별로인 건지 고개를 젓는 그 모습에 포크를 문 채로 입술을 살짝 삐죽이곤 옆에 놓인 우유를 한 모금 마셨다. 차가울 거라고 생각했던 우유는 언제 데운 건지 따뜻했다. 몇 모금 더 꼴깍이다가 우유를 내려놓곤 케이크를 한 입 더 우물거리며 바비를 바라보는데, 문득 아직까지 다 마르지 않은 채로 젖어있는 바비의 머리에 시선이 닿았다. 물끄러미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입에 우물거리던 케이크를 꼴깍 삼켰다.
" 머리 안 말려요? "
" 그냥 둬도 금방 마릅니다. "
" 그래도 안 말리면 감기 걸리는데…. 이리 와요. 내가 말려줄게요. "
" 괜찮습니다. "
" 아, 얼른요. "
내 말에도 움직이지 않는 바비의 모습에 포크를 내려놓곤 앉은 몸을 일으켰다. 바비에게로 다가가 앉은 바비를 마주보고 서서 바비의 어깨에 놓여져 있던 수건을 들었다. 조심스럽게 바비의 머리를 수건으로 닦자 바비가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충 물기를 좀 털어낸 뒤, 드라이기는 어디 있어요? 하고 묻자 바비가 옆에 놓여진 서랍장을 가리켰다. 서랍장에서 드라이기를 꺼내 코드를 연결한 뒤 드라이기를 작동시키자 따뜻한 바람이 불어나왔다. 한 손에는 드라이기를 든 채로 바비의 앞에 서서 머리카락을 천천히 말리자 바비가 나른한 건지 슬며시 눈을 감았다.
" 피곤해요? "
드라이기 소리 사이로 물어오는 내 목소리에 바비가 입가에 미소를 살짝 걸며 좀, 하고 짧게 답했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바비 머리카락의 부드러운 느낌이 좋았다. 이리저리 드라이기를 움직이다가 전원을 껐다. 시끄러운 드라이기의 소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 말렸어? 하고 묻는 바비의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 그건 아닌데, 바비 피곤하다면서요. "
" 응. "
" 그럼 오늘은 일찍 자요. 이만큼만 말려도 감기는 안 걸릴 거야. "
내 말에 바비가 피식 웃었다. 여전히 눈은 꼭 감고 있는 채였다.
" 좀 더 해줘. "
" 뭘요? "
" …머리 말리는 거. "
나긋하게 말해오는 바비의 목소리에 눈을 꼭 감은 그 얼굴을 잠깐 바라보다가 바람 빠진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는 한 손에 쥐고 있던 드라이기를 다시 작동시켰다. 따뜻한 바람이 바비의 머리를 헤집었고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고 흐, 하고 웃음을 흘리자 바비가 감은 눈을 천천히 떠서 나를 바라보았다.
머리를 완전히 다 말린 뒤에야 드라이기의 시끄러운 소음이 완전히 멈췄다. 드라이기의 코드를 뽑아 정리하는 날 바라보던 바비가 앉아있던 몸을 일으켰다. 정리가 끝난 내게로 다가와 날 마주보고 선 바비는 피식 웃으며 나를 품에 안았다. 갑작스러운 바비의 포옹에 순간 몸이 굳었고, 갈 곳을 잃은 손이 공중에서 방황했다. 그런 내가 웃긴 건지 작게 웃음을 흘리던 바비가 내 어깨로 얼굴을 파묻었다.
" …졸리다. "
답지 않게 어린 아이같은 바비의 모습에 방황하던 손으로 바비의 등을 살짝 끌어 안았다. 졸리면 가서 자라니깐…. 내 말에 바비가 나긋한 목소리로 좀 더 같이 있고 싶어서, 하고 말해왔다. 대답 대신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자, 내게서 몸을 떨어트린 바비가 장난기 가득 담은 얼굴로 날 바라보며 피실 웃어왔다.
" 같이 잘까, 오늘? "
" 장난치지 마요. "
" 장난 아니야. "
" 진짜로? "
" 응. "
고개를 끄덕이는 바비의 모습에 놀람 반, 기쁨 반으로 입을 다물지 못 하는 내 볼을 바비가 툭 쳤다. 싫어? 하고 물어오는 바비의 모습에 얼른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안 싫어요. 잠깐만요! 나 양치만 하고! 대답과 함께 바비의 뒤쪽에 있는 욕실을 향해 얼른 걸음을 옮기자, 바비가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새 칫솔을 하나 꺼내서 그 위에 치약을 쭉 짠 뒤 얼른 입에 넣었다. 기분이 좋아서 발을 동동 구르며 구석구석 양치질을 했다.
양치질을 끝내고 마지막으로 입을 한 번 더 헹군 뒤 걸려진 수건에 입가의 물을 닦았다. 욕실 밖으로 나와 방 안을 둘러보자 바비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바비를 향해 가까이 걸음을 옮겼다. 옆으로 몸을 눕힌 바비를 내려다보는데, 그새 잠이 든 건지 바비의 눈이 감겨 있다. 규칙적으로 오르락 내리락 움직이는 바비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침대 위, 바비의 옆으로 올라갔다.
가만히 앉아서 잠든 바비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눈을 꼭 감고 잠들어있는 바비의 얼굴 위로, 전에 내 어깨에 기대어 잠들었던 바비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자연스럽게 오버랩되는 두 모습에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
" 바비는 그대로인데. "
" ……. "
" 정말 그대로인데 나만 몰랐구나. "
" ……. "
작게 웅얼거리며 혹시나 바비가 깰까,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여 나도 옆으로 누웠다. 바비와 얼굴을 마주하고 있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바비의 허리까지 이불을 끌어 올려 덮어주곤 내 위로도 이불을 살짝 덮었다. 이불이 움직이자 바비 특유의 향기와 체취가 한껏 풍겨왔다.
" …미안해요. "
" ……. "
" 오랜만이야. "
" ……. "
" 보고 싶었어. "
바비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겨우 작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아니, 말했다기 보다는 거의 속삭인 것과 다름 없었다. 혹시나 바비가 깨진 않았나 잠깐 눈치를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바비의 얼굴로 손을 뻗었다. 하얀 바비의 볼에 내 손가락이 닿으려던 그 때, 갑작스럽게 움직인 바비가 제 손으로 내 팔을 잡아 나를 쭉 당겼다. 그리고는 양팔로 나를 품에 가뒀다. 놀란 목소리로 안 잤어요? 하고 묻는 내 물음에 바비는 잠긴 목소리로 답했다.
" …잤어. "
품에 안긴 채로 바비의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위로 들자, 바비가 감은 눈을 스르륵 떠 품 안의 나를 바라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바비가 눈을 느리게 몇 번 깜빡였다가 피실 웃음을 흘렸다.
" 저한테 미안하십니까. "
" 네? "
" ……. "
" 그냥…. "
" ……. "
" 미안해요. 사고도 그렇고, 기억 못 한 것도 그렇고…. "
" ……. "
" 바비는 나 안 미워요? "
내 물음에 잠깐 날 바라보던 바비가 미소를 지으며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곤 나를 감싸고 있던 팔로 내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 어떻게 미워합니까. "
" ……. "
" 예뻐하기도 바쁜데. "
그 말에 잠잠하던 가슴이 순간 빠르게 두근거렸다. 내 심장이 쿵쿵대는 걸 느낀 건지 바비가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바비의 품으로 조금 더 몸을 움직였다. 내 머리를 쓰다듬는 바비의 손길, 바비의 심장소리, 바비의 숨소리, 그리고 바비의 향기. 꼭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이 이 곳에서는 바비와 나, 우리 둘만 느껴졌다. 가만히 손길을 받고 있는 내 위로 바비가 이불을 조금 더 당겨 덮어주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가만히 있다가, 조금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 오빠. "
" ……. "
" …오빠. "
" ……. "
" 지원 오빠. "
혼잣말처럼 작게 웅얼거리던 내 목소리를 가만히 듣고만 있던 바비는 마지막 내 말에 왜 불러, 하고 짧게 답했다. 나긋하고도 다정하게 답해오는 그 목소리가 좋아서 배시시 웃으며 바비의 품으로 조금 더 파고들어 팔로 바비를 꼭 안았다. 내 움직임에 바비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는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내려 내 등을 규칙적으로 토닥였다.
" 얼른 자. "
많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바비의 품 속에 안겨 있으니 바비의 마음이 다 전해지는 것 같았다. 내가 느끼는 것처럼 바비에게도 내 마음이 전해질까…. 귓가에 울려오는 바비의 다정한 목소리에, 그 품에 조금 더 파고들어 얼굴을 부비며 답했다. 응… 오빠.
♡
안녕! uriel 입니다!
지원이 사진을 뭘로 넣을까 폴더 안을 뒤지다가 발견한 사진인데 저 사진의 지원이는 뭐죠? 왜 저렇게 잘생겼죠? 왜 저렇게 혼자 잘생기고 난리인 건데.. 내가 하얀 후드티 좋아하는 건 또 어떻게 알고 ㅠ_ㅠ 아.. 지원아.. 끙끙.. 지원이 보다가 시름 시름 앓아요
음, 지원이 앓느라 글 얘기가 뒤로 밀렸네요 ㅎ_ㅎ 흐흐 드디어 16화가 왔어요! 몰랐는데 15화에서 16화가 오기까지 일주일이나 걸렸더라구요 그 사이에 이런 저런 제 망상을 다 풀어내는 글들을 쓰느라 우리 아가씨가 늦었어 ㅠ_ㅠ 죄송한 마음에 이렇게 15.5에 이어서 16화도 얼른 들고 왔습니다! 엄, 오늘 편의 지원이는.. 잠투정 지원이..? 뭐라고 해야 하지..? 오빠 지원이..? (흐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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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굿밤! 오늘은 비교적 새벽이 아닌 일찍 글을 올리고 가네요! 얼른 부엉이를 탈출해야 할텐데 ㅠ_ㅠ 흐흐 모두들 하트!
♡제 사랑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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