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몰라서 발걸음 속도를 낮춰 봤는데 또다시 발소리가 나랑 똑같아지는거임.
헐. 설마... 머릿속이 새하얘지는데 순간 그 사람 발걸음이 더 빨라지길래 나 지나쳐서 가려나, 하고 생각했음.
그렇다면 다행이었기 때문에 얼른 지나가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천천히 걷고 있는데 내 옆을 지나치려는 순간 갑자기 내 손목을 확 낚아채는 거임.
낚아 채자마자 확 뒤를 돌아서 당기는데 술 냄새가 확 풍기는 게.. 모르는 아저씨였음.
갑작스런 상황에 너무 무서워서 제대로 말도 못하고 있는데 그 아저씨가 뭐라 웅얼웅얼 거리면서 말하는 거임.
가자고, 자기랑 가자고 자꾸 내 손목을 끌어당겼음. 술 마셔서 그런지 발음이 뭉개지면서 뭐라 하는지도 솔직히 잘 안 들렸음.
끌어 당겨질 때 순간 상황 파악이 되면서 눈물이 핑 도는데 주위는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이지, 아저씨는 계속 날 끌어당기고
내가 버티면서 손목 빼려고 막 발버둥 쳤음. 하지 말라고 말하긴 했는데 목이 턱 막혀서 말도 잘 안 나왔음.
근데 내가 버티면서 손목 빼려고 하니까 갑자기 아저씨가 내 몸에 손을 뻗으면서 패딩을 세게 움켜쥐더니 벗기려고 하는 거임.
진짜 거의 주저앉다시피 하면서 하지말라고 아저씨 팔 잡고 몸을 뒤로 빼는데 눈물이 아예 터져서 거의 울면서 애원했음.
내가 뒤로 가면 갈수록 아저씨는 더 다가오고 있고.. 결국엔 내가 땅바닥에 주저앉아 버리고 고개를 푹 숙였는데 내 패딩에서 손이 딱 떨어졌음.
"뭐 하시는 건데요."
목소리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안심됐다고 해야 하나, 마음이 놓여서 눈물이 아까보다 더 나왔음.
고개를 들었을 때에는 언제 온 지는 모르겠지만 아저씨 손목을 잡고서 아저씨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는 찬열이가 보였고,
내가 앉아서 울고 있는 걸 본 종인이가 내 앞에 오더니 쭈그려 앉아서 패딩을 여며주고 탁탁 털어주고 나를 잡아 일으켜 세워 줬음.
근데 둘 다 표정이 내가 여태껏 봤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진짜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이 굳어 있었음.
아저씨는 안 그래도 술에 취해 있었는데 화가 난 건지 찬열이한테 삿대질을 하면서 놓으라고 막 욕을 하는 거임.
아저씨는 잡힌 손목을 빼내려고 팔을 휘젓는데 찬열이는 굳은 표정을 풀지 않은채로 아저씨 손목을 더 꽉 쥔 건지 절대 놓을 기미가 없어 보였음.
"뭐 하시는 거냐고 물었잖아요."
찬열이의 차분한 말에 아저씨는 발음이 꼬일 대로 꼬여서 소리쳤음. 이쯤 되면 누가 창문으로 볼 법도 한데, 약속이라도 한 듯 우리 빼고 주위는 조용했고
찬열이가 한숨을 후 하고 쉬더니 나를 한 번 쳐다봤는데 내가 엄청 울고 끅끅대고 있으니까 추할 것 같아서 바로 고개를 숙여버렸음.
옆에서 종인이가 괜찮냐고 묻는데, 서럽기도 하고 뭔가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눈물이 안 멈추는 거임. 결국 종인이는 내 등만 토닥여주고 있었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세요."
그러면서 찬열이가 아저씨 손목을 놓고 이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내 손목을 부드럽게 움켜쥐고 빠른 걸음으로 아저씨를 지나쳐 걸어갔음.
근데 아저씨가 곱게 넘어가기는커녕, 많이 흥분했는지 찬열이 어깨를 탁 잡고 뭐라고 소리치려던 참에
종인이가 찬열이 어깨에 있던 아저씨 손을 잡아 내리는 거..
생각보다 꽤 세게 잡았는지 아저씨가 속수무책으로 떨어져 나가면서 아! 하고 짧게 소리쳤음.
"시간 늦었어요. 소란 피우지 말자구요."
진짜 누가 건들면 금방이라도 죽빵 날릴 기세로 말하는 종인이 보면서 나라는 미친년은 울면서도 종인이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음.
아저씨는 대체 왜 그렇게 흥분을 한 건지, 분이 안 풀려서 씩씩 대는데 종인이가 빨리 가자. 하면서 내 어깨를 감싸더니 더 빨리 걸었음.
찬열이도 많이 화났는지 뒤를 한 번 돌아보다가 그냥 무시가 상책이라고 생각했는지 다시 고개를 휙 돌려서 걸었고.
어느 정도 걷다가 우리 아파트 단지까지 왔는데 찬열이가 현관문을 열고 닫힐때까지 계속 쳐다보다가
문이 닫히는 걸 보고서야 나를 보더니 내 어깨를 잡고서 이리 저리 휙휙 돌리면서 심각한 표정을 짓는 거임.
지금 안 그래도 이상한 아저씨 때문에 진정 안되고 미치겠는데 이렇게 둘 다 나 쳐다보고 있으니까 아예 돌아버리겠는거야ㅠㅠ..
"괜찮아? 어디 다친 데는 없어?"
걸어오면서 내내 종인이가 토닥여줘가지고 겨우 울음 그쳤는데 그 말 듣자마자 또 울컥하는 거임.
말하면 목소리도 갈라질 것 같고 그래서 울상 되가지고 아무 말도 못하고 있으니까 찬열이가 조심스레 손 뻗어서 눈물 슥슥 닦아주더니
"뚝. 너 울리려고 한 말이 아니잖아. 괜찮아?"
이러는 거.. 진심 심장 떨어질 뻔했다가 킁, 하고 울음을 한 번 삼켰음.
근데 정말 이런 일은 생전 처음이고, 진짜 아직도 손이 벌벌벌 떨려서 도무지 진정이 안 되는거ㅠㅠ..
나도 모르게 막 몸을 떠는데 그게 진짜 느껴졌음. 어깨랑 무릎이 막 덜덜 떨린다 해야 하나.. 미쳤다 싶었지.
"안되겠다. 이 상태로 집 가면 부모님이 걱정하실거야. 우리 숙소에 잠깐 있다 가."
여기로 걸어올 때까지 말없이 내 등을 토닥여주기만 했던 종인이가 가만히 있다가 입을 열었음.
그 말 나오자마자 나랑 찬열이가 놀라서 동시에 고개를 들어서 종인이를 쳐다봤는데 종인이는 태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한 번 더 끄덕였음.
.... 그래서 오게 된 곳.
"뭐야. 너 왜 여ㄱ.. 너 울었어?"
숙소다. 나름 엘리베이터에서 계속 눈물도 닦고, 부채질도 해봤는데 숙소에 있던 멤버들이 나를 보고 놀랐음.
물론 숙소를 이렇게 들어올 수 있을 거라곤 전혀 생각을 못했는데, 그건 멤버들도 마찬가지였을 거 같음.
근데 갑자기 숙소에 들어온 애가 얼굴은 빨개져가지고 울고 있으니까 어지간히 놀랐나 봄.. 그것도 이 밤늦은 시간에.
처음 나를 본 준면이가 놀라다가 내 얼굴을 보더니 저렇게 물어봤음.
그도 그럴 것이, 분명 몇 시간 전에 카페에 친구랑 있던 애가 이렇게 울면서 자기들 숙소에 왔으니..
준면이가 저렇게 말하자마자 거실에 있던 멤버들이 내 주위로 몰려 들었음.
아.. 시발.. 그제야 실감이 났음. 내가 숙소에 왔구나.
종인이가 잠시만, 하면서 나를 잡아서 소파에 앉히니까 멤버들도 졸졸 따라왔음.
아니, 이게 뭔 상황이야... 얼떨결에 끌려와서 그런지 아까 일보다는 그냥 지금 이 상황이 어리둥절해서 더 긴장됐음.
"야. 너 왜 울어."
저렇게 표정 딱 굳어가지고 세훈이가 걸어오는데 말문이 턱 막혀서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안울어요. 하고 말했지만 목소리는 기어들어갔음.
그래서 나 대신에 찬열이가 나서가지고 집에 오면서 이런 일이 있었다, 하고 말해줬는데 표정이 더 굳는 거임.
듣고 있던 멤버들이 진짜 당장이라도 나가서 잡을 기세로 흥분했음.
"그래서. 다친 덴 없고?"
민석이가 내 앞에 쪼그려 앉아서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기웃거리면서 물어보기도 하고,
"와- 진짜 그 아저씨 큰일 날 사람이네?"
백현이가 허리에 손을 짚고 서서 왔다 갔다 거리기도 하고,
"많이 놀랐겠네.. 그러게 오빠가 일찍 들어가라고 말했잖아. 왜 말을 안 들어."
준면이가 가만히 서서 나를 내려다보면서 고나리 하기도 하고..
어쨌든 거실이 갑자기 좀 소란스러워지니까 방에 있던 경수랑 종대가 나왔는데
소파에 내가 앉아있으니까 진짜 당황했는지 뭐야, 만 연신 반복했음. 그래서 찬열이가 상황 설명 한 번 더 해주곸ㅋㅋㅋ..
경수가 얘기 듣고 내 얼굴 한 번 보더니, 부엌에서 핫초코를 타서 머그컵에 담아 나한테 건네줬음.
종대도 역시 표정이 많이 굳어가지고 내 옆에 앉아서 괜찮아? 하고 물어보길래 워.. 심장 터질 뻔해서 고개만 끄덕끄덕 거렸음.
내 예상대로 숙소는 소란스러워질 대로 소란스러워졌는데, 갑자기 너무 얼떨떨한거임.. 아니 그럴 만 한 게,
내가 안좋은 일 당할 뻔했던 건 맞지만 이렇게 같이 화내주고, 걱정해주는 게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안 믿겼음.
경수가 준 핫초코를 손에 꼭 쥐고 가만히 보다가 또 킁, 하고 울음 삼키고 빨개질 대로 빨개진 눈으로 애써 웃어 보였음.
"진짜 괜찮아ㅇ.."
"괜찮긴. 너 내가 저번에도 말했지. 집에 일찍 들어가라고. 시간이 몇 신데 지금.. 하."
진짜 못생겨 보일 거 감안하고, 용기 내서 웃으며 괜찮다고 하려던 참에 망할 오세훈이 내 말을 또 존나 끊고 나한테 화를 냈음. 딱 들어도 저건 화난 말투..
그래서 입을 꾹 다물고 올려다보는데 나를 뚫어져라 보더니 더 이상 화는 안 내고 뒷머리를 헝클어뜨리면서 뒤로 돌아버렸음.
...시발.. 서러운 건 난데, 왜 지가 화내고 난리야... 용기고 뭐고, 주눅 들어서 다시 짜졌음.
사담 |
안녕하세요!!!! 저 빨리 왔죠? 잘했죠? 독자분들 기다리실까 봐 냉큼 왔습니다. 그나저나 이번 편 핫! 하네요! 워~~~~~후~~~~~ 사실 와타시가 이런 망상의 끝판왕. 인소 같은 분위기를 굉.장.히 좋아한달까? ㅋㅋㅋㅋㅋ그래서 현실성이고 뭐고, 백마 탄 엑소 썰 좀 쪄봤습니다. 우선 찌긴 쪘지만..마음에 드시려나 모르겠어요..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쑥스)
제가 원래 이런 이상한 취향(?) 인 데다가, 독자분들 댓글 읽으니까 글이 쑥쑥 써지더라구요. 생각보다 분량이 길어질 것 같아서 우선 여기서 끊었습니다.
다음 화 저도 궁금해요. (진심) 그리고 이번에 빨리 온 만큼 언제 오게 될지도 궁금합니ㄷ..
근데 제 예상으론 독자분들 이번 화에서 앓을 멤버들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떡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만 그렇게 생각하면 소금소금ㅋ....ㅎ.. 아무튼 저는 다음에! 또! 여러분들 보러! 오겠! 습니다! 기다려 주세요!
암호닉(=워더인가요? 그렇습니다.)
왕사탕 / 타앙슈욱 / 엑소깹송사랑 / 알찬열매 / 뿜빠라삐 / 1214 / 퓨어 / 딩스 / 흰둥이 / lobo12 / 소녀 / 찜닭 / 캐서린 / 솔 / 밍쏘쿠 / 사무라엘 / 초코 / 찡찡 / 엑소이웃 / 체블 / 레몬라임 / 됴됴륵 / 코끼리 / 엑소영 / 열연 / 6002 / 됴롱 / 러버덕 / 복숭아 / 김까닥 / 슈사자 / 메리미 / 콩떡 / 레드페리 / 딸기 / 고사미 / 다람쥐 / 밤팅이 / 스젤찡the럽 / 낯선이 / 찬수니 / 거뉴경 / 붸붸더럽 / 모카 / 하리보 / 유레베 / 쭈구리 / 핫백 / 꽯뚧쐛뢟 / 올랖 / 경수별 / 꾸르렁 / 훈훈 / 스피커 / 수능특강 / 엘리베이터 / 요맘떼 / 복슝이 / 눈꽃 / 11층 / 권쫑 / 로운 / 세훈뿌염 / 슈듯슈듯 / 우리니니 / 베가 / 복승아 / 오윈 / 삉삉이 / 곤듀 / 지렁이 / 맹장염 / 카몽 / 하프하프 / 시동 / 공삼이육 / 딸기요정 / 지뚜 / 바수니 / 옥찬 / 뀨우 / 아이스티 / 찬효세한 / 알콩 / 고구마 / 이히히 / 후은 / 룰레룰레룰 / 꺆뀪꾞 / 연블리 / 메리 / 개구리 / 이웃집여자 / 민트초코 / 포도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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