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윽고, 어딘가에 도착했어.
"어디야..?"
"내 집. 어때 기대되죠?"
"여기 서울 아니지."
"오면서 다 봤으면서 뭘 물어 묻긴."
사실 맞아. 오면서 다 봤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있었거든.
여긴 아마 부산일걸.
일단, 전정국을 건드려봤자 나한테 도움이 될 것이 하나도 없을 걸 알고, 주위를 둘러봤어.
드라마에 흔히 나오는 정원딸린 집처럼 생긴 곳에 있었어.
안에 개인주차장도 있었고, 연못도 있었고, 지금 이 상황만 아니었다면 정말 좋은 집이라고 생각했을거야.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자면, 이 곳은 겉만 호화로운 감옥인거지.
"빨리 들어가요! 내 별장 구경시켜줄게"
자세히 기억에 담지는 않았지만 전정국이 했던 말 이것저것을 떠올려보면, 일단 여기는 전정국의 개인별장이고, 여기서 태어났고, 뭐 그런 곳이래.
그리고 마지막 말은...
"앞으로 나랑 여기서 평생 같이 살 곳이기도 하죠"
"정국아, 이제 장난은 그만하고..."
"지금 이게 장난처럼 보여?"
"이게 장난이 아니면..."
"진짜. 같이 살거예요 선배."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어.
새벽해가 밝아오는데, 갑자기 겁이났어.
그 전에 내가 전정국에게서 느꼈던 그 두려움이 아니야.
오싹하고, 그 표정에서 진짜라는 것을 느꼈어.
난 생각했지. 어떻게하면 김태형씨한테 연락을 할까.
내 코트 안주머니에 핸드폰이 있지만, 밧데리가 없어서 꺼진 상태고, 충전기는 없었어.
이 문을 빠져나가려면 전정국을 이겨야하고,
몰래 빠져나가기엔 전정국이 계속 내 손을 잡고 있어.
그리고 내가 생각한 방법은...
"정국아 배 안고파?"
"안고픈데"
"난 배고픈데...."
"나가서 김밥이라도 사올게요. 여기서 꼼짝말고 기다려."
의외로, 의심치 않고 전정국이 나를 버려두고 밖으로 나갔어.
나는 온 집안을 뒤지기 시작했지.
충전기나 전화기를 찾겠다는 마음 하나로.
그러나....오싹하게도 이 집엔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그 어떤 수단도 존재하지 않았어.
그래도 정말 아무것도 없을까 온 집안을 뒤졌지.
그러다가...
"뭘 그렇게 찾아?"
"깜짝이야"
"설마 선배가 김태형한테 연락하려고 했던 건 아니겠지."
"..어?..."
"내가 밖에 나간다고, 선배가 집에서 하는 행동을 모를거라 생각하지 마요."
"...."
"내가 김태형보다 훨씬 잘 해줄게."
"....정국아 나 학교는...?"
"1년 휴학계. 선배도 나도."
"뭐???"
"선배는 예정에 없던 휴학이지만, 나는 예정에 있던 휴학이라서 괜찮아요"
나는 정말 정국이의 막무가내식 상황진행에 더는 참을 수가 없었어.
"너 지금 뭐하는 짓이야?"
"뭐가요."
"지금 장난해?"
"선배 아까부터 자꾸 장난장난하는데, 지금 내가 진짜 장난하는 걸로 보여요?처음부터 선배 배려해주고 있잖아 지금"
"그래, 그럼 다 좋다 쳐. 내가 다 이해할게. 근데 왜 주위랑 연락을 못하게 해?"
"난 알잖아. 선배가 연락할 사람이 김태형밖에 없다는 거."
"...."
"그리고 나는 왠지 선배가 김태형한테 전화해서 할 말도 예상이 가는데?"
"..."
"전정국이 미쳤다. 난 납치되었고, 빨리 나를 구해줘라. 뭐 이런 뉘앙스?"
"..."
"일단 기다려요. 내가 곧 자유를 줄게."
전정국의 말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몰랐고, 그가 무서워서 나는 일단 가만히 있기로 했어.
내가 가만히 있는 동안엔 확실히 전정국은 굉장히 좋은 남자가 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