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과 조련남 박지민
: 내 남자의 첫사랑 엿보기 上
야, 박지민 매점 ㄱ,
너네끼리 가라!
… 저 미친놈이 또.
뒤에서 야유를 하는 친구들을 뒤로 하고 열심히 강당으로 뛰었다. 벌써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이었다. 이게 다 김태태 때문이야. 내가 그렇게 밥 먹으러 갈 땐 깨어 있으라고 말했는데 잔다고 밥도 늦게 먹고. 겨우 종이 울리기 전에 강당 안에 도착해 체육관 안을 힐끗거리며 대걸레를 가지러 화장실로 발걸음을 뗐다. 아, 육상부 훈련 벌써 끝났나…. 내가 어떻게 얻은 강당 청소인데, 씨. 아무래도 평소완 달리 안이 조용한 걸 보니 아무도 없는듯 했다. OOO가 없는 강당 청소는 무슨 소용이냐고. 심술이 나 괜히 앞에 보이는 아이스크림 껍데기를 발로 툭 차는데, 바람으로 인해 데구르르 굴러가던 아이스크림 껍질이 누군가의 신발 코 앞에 멈췄다. 아….
아, 미안. 아까 손을 헛디뎌서 떨어졌는데, 아니 그게 아니구 아무튼 버린 건 아니었는데… 미안해.
하얀색 운동화를 따라 시선을 올리니 머뭇거리며 껍질을 주워올려 어색하게 웃으며 사과를 건네는 OOO가 보였다. 서, 선생님 저는 진짜 평생을 감사하면서 살게요. 강당 청소 이거 제가 평생 하면 안 돼요? 나도 모르게 굳은 표정으로 OO를 바라보고 있었는지 작은 손으로 아이스크림 껍질을 조물조물 다시 쭈쭈바에 끼워넣던 OO가 힐끔 힐끔 자꾸 나의 눈치를 보더니 주섬주섬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저어기… 이거 먹을래?
으, 응?
너 강당 청소 담당이지? 아니, 미안해서…. 그렇다구 내가 버리려고 한 건 아닌데! 아무튼.
주머니에 있던 뭉텅이의 추파춥스을 끙끙대며 꺼낸 OO는 검지손가락으로 심각하게 맛을 고르고는 많고 많은 맛 중 초코맛 추파춥스를 하나 꺼내 손에 쥐고는 나에게 건넸다. 아까 OO를 본 순간부터 손에 차오른 땀이 흥건했다. 얼른 손을 바지춤에 비벼 땀을 닦아내고는 조심스럽게 추파춥스를 받아냈다. 내가 사탕을 받는 걸 본 OO는 ' 다행이다' 하고 속삭이며 나를 바라보고서는 예쁘게 웃었다. 어, 아, 어떡하지 진짜….
야, OOO! 코치쌤이 빨리 오래. 아이스크림 다 먹고 다시 시작한다고.
저 멀리서 OO와 항상 붙어다니는 육상부 친구가 소리쳤다. 제 이름이 불려 놀랐는지 몸을 크게 움찔대던 OO가 뒤를 돌아보고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깨를 들썩이자 머리끈에 의지해 간당하게 묶여있던 OO의 옆머리가 살짝 흘러내렸다. … 예쁘다. 여름도 아닌데 아까 땀을 훔쳐낸 손이 다시금 흥건해졌다. 그럼 나 가볼게! 다시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본 OO는 쭈쭈바를 입으로 물고 흘러내린 머리를 훔쳐 다시 올려 묶으며 체육관 안으로 걸어갔다. 더, 같이 있고 싶은데. 그 자리에서 멍하니 종이 울릴 때까지 멈춰서 손에 들린 추파춥스만 보고 있었던 것 같다.
OO랑 처음 대화한 날, OO가 처음 준 사탕.
**
야, 오늘 체육쌤 출장이래. 우리끼리 축구하자.
자습은?
아, 무슨 자습이야. 박지민 요즘 공부하는 척이 도를 넘었다?
시험기간이랍시고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쓰고 쉬는 시간에도 반에 콕 박혀 일어나지를 않았다. 2학년이 되고 처음 맞는 시험이니까, 그래도 잘치고 싶었다. 게다가 시험기간이라 점심시간엔 강당은 출입금지이기도 했고. 점심시간마다 OO를 바라보는 낙이 없어 시들시들해진 내 삶에서 할 수 있는 건 공부 뿐이었다. … 아니, 뭐 지금 보면 약간 중2병이 든 것 같기도 했다. 친구의 제안에 옳다구나 하고 문제집을 엎은 태형이는 벌써부터 와이셔츠를 벗으며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있었고, 머뭇거리는 사이 어디서 축구공을 빌려온 친구가 내 손목을 끌고 가는데,
오늘 체육 선생님 출장 가셔서 옆반 체육 선생님이 우리 반도 같이 맡아주신대. 체육복 입고 운동장으로 집합이래, 3반이랑 같이 수업한다고.
3반, 3반이면…. 머릿속에서 번뜩 OOO가 떠올랐다. OO도 3반인데. 그럼, 같이 수업해? 나도 모르게 책상을 치고 벌떡 일어났다. 교실에서 쉴 궁리를 하고 있던 여자애들과 축구를 할 생각이었던 남자애들이 야유를 하고 웅성대다 놀라 나에게로 시선을 집중했다. 하하…. 체육복을 갈아입고 의자에 털썩 앉은 김태형이 머리 옆에 검지 손가락을 올려 빙빙 돌렸고, 난 반박할 새도 없이 얼른 사물함으로 뛰어갔다. 내가 체육복을 빨았던가? 땀냄새 나면 어떡하지? 쇼핑백에 따로 챙겨둘걸. 데이트를 하는 것도 아닌데 심장이 두근두근 떨렸다.
자, 3반 7반 다들 모였지?
네. 선생님의 말에 김태형과 친구들이 옆에서 실실 웃으며 대답을 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축구 하고 싶다고 짜증내던 애들이. 괜히 약이 올라 픽 쏘아보자 김태형이 내 옆구리를 쿡쿡 찔러왔다. 야, 짝피구할 줄 누가 알았겠냐. 혈기왕성한 나이인 십팔세의 아이들은 고작 짝피구 가지고 설레하며 각자 친구들끼리 소곤댔다. 아오….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자 머리를 질끈 묶은 OO가 가볍게 트랙을 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니, 왜 수업시간에도 훈련인 건데 왜…. 항상 나에게 몰래 OO를 볼 기회를 주던 육상부가 변수로 작용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운동장으로 내려오자 이미 육상부끼리 모여 훈련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고 꾀병을 부려 양호실에나 갈까 하고 생각하다 그래도 사막 같은 이 기간에 얼굴이라도 봐야 되지 않을까 싶어 꾸역꾸역 대열에 맞춰 줄을 섰다.
야, 박지민 넌 누구랑 할 거냐.
뭘 누구랑 해. 번호 같은 사람이랑 하는 거라며.
미친, 누가 그렇게 정직하게 하냐? 봐, 김경훈은 벌써 지 썸녀랑 손 잡고 난리났다.
태형이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자 줄을 이탈해 서로의 짝을 찾고 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 뭐가 중요해, 그게. OO가 없는데 지금. 선생님의 말을 따라 그냥 번호가 같은 아이와 할 계획이었던 나는 그런 핑크빛 분위기에 끼지 못하고 방황하다 출석체크를 하고 있던 선생님께 걸려 얼굴도 모르는 여자애와 짝이 됐다. 선생님이 호루라기를 불었고, 남자아이들은 여자 앞이라고 힘자랑을 하며 공을 던져댔다. 그 사이에서도 가만히 구석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나를 본 김태형이 내 쪽으로 공을 던져왔다. 아, 저 미친놈이 진짜아…. 한껏 귀찮은 표정을 하고 내 옷깃을 잡은 여자아이와 옆 구석으로 발걸음을 떼는데, 멀리 떨어지지 않은 조회대 앞에서 모여있던 육상부 아이들 사이에서 이 쪽을 바라보고 있던 OO와 눈이 마주쳤다.
… 마주쳤다, 눈.
결국 우두커니 멈춘 내 뒤에서 앞서가던 여자아이가 공을 맞았고, 김태형은 자기 짝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여자 아이에게 손을 올려 미안하다는 사과를 전하고 서둘러 고개를 돌렸지만 OO는 코치님을 바라보며 코치님이 하시는 얘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 내 착각인가?
결국 그 여자 아이는 자기 친구들 사이에 섞여들어갔고, 원래도 흥미가 없었지만 굳이 아이들 사이에 섞여있어야할 이유가 사라진 나는 선생님의 눈을 피해 나무 그늘이 있는 벤치에 벌러덩 누웠다. 이럴 거면 처음부터 아프다고 할 걸, 괜히 땀만 흘리고. 눈 위에 팔을 턱하니 올려두고 있던 내가 이마의 땀을 훔치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김태형 저리 가라아. 김태형이 벌써 탈락하고 나를 데리러 온 건가 싶어 손을 툭 쳐내고 몸을 돌려 눕는데, 내가 예상하던 김태형의 목소리가 아닌 옅은 웃음 소리가 위에서들려왔다. 설마?
저기, 태형이가 아니라서 미안한데 선생님이 너 데리고 오라고 하셔서….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육상부 아이들에 섞여있던 OO가 바로 내 앞에 있었다. … 나 꿈꾸는 거 아니지 이거? 벙 찐 얼굴로 가만히 OO를 보다가 벌떡 일어나자 저 멀리서 김태형이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운동장을 한 번, OO를 한 번 번갈아 보자 내 시선을 따라 운동장을 힐끔 본 OO가 걸터앉아있던 벤치에서 몸을 일으켰다. 오랜만에 체육 수업한다. 작게 말하고는 입꼬리를 올려 웃은 OO가 기지개를 켰다. 아, 미쳤다. 몸을 돌려 운동장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OO를 보며 멍하게 있자 저 멀리서 달려온 김태형이 내 정수리를 소리나게 내려쳤다.
바보짓 좀 그만하고 일어나지?
태, 태태야… 바, 방금 있자나,
그래, 봤다 니가 짝사랑하는 OOO. 육상부 애들이 졸라서 우리랑 피구 같이 한대. 얼른 와, 등신아.
내 옷깃을 끌어올려 간신히 일으킨 태형이가 나의 등을 밀며 운동장으로 향했다. 소란스러운 아이들 사이에서 OO는 우두커니 서서 이번에도 흘러내린 머리를 깔끔하게 묶고 있었다. 빨리 안 가고 뭐하냐, 누가 채갈라. 입을 헤 벌린 나를 바라보던 태형이가 내 등을 밀었다. 태형이에게 밀린 내가 허우적대며 제 앞에 서자 놀란 OO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아, 안돼 내 이미지….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이는데,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헐. 시작하면 아, 앙대!
저, 저기! 나랑 짝… 할래?
이게 뭐야. 하나도 멋 업써…. 혹시나 피구가 시작할까봐 급하게 꺼낸 덕에 뭉개진 발음에 고개를 푹 숙이고는 울상을 지었다. 망했어, 다 망했다구. 속으로 애꿎은 김태형만 원망하고 원망하는데, ' 그래! 짝, 그러니까 같이 하자 피구.' 밝은 목소리에 고개를 천천히 들자, 볼이 발그레하게 물든 OO가 웃으며 나를 마주하고 있었다. … 어떡해, 나. 진짜 소설책에서 읽었던 느낌이 뭔지 이제서야 알 것 같았다. 그냥 나를 바라보는 모습인데도 OO가 너무 예뻤다. 계속 보고 싶었다.
꼭 잡아두 돼!
으, 으응?
나 꼭 잡고 있어 알겠지?
선생님이 분필로 그린 네모난 칸 안에 들어가서는 OO에게 당당하게 말했다. 아까 온갖 힘자랑과 허세를 부려대던 친구들의 모습이 뼈저리게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진짜 세상에서 제일 멋있어 보여야지. 상대편 칸에서 나를 바라보는 김태형에 괜히 어깨가 으쓱했다. 나는 어? 짝사랑하는 여자애랑 이렇게 짝도 하구 그런 남자다. 그런 나를 보던 김태형이 어이없다는 듯 인상을 찡그렸다. 김태형과 눈빛으로 대화 아닌 대화를 하는데, 옷깃을 잡아끄는 손길이 느껴졌다.
그럼, 실례할게.
내 어깨 너머에서 작게 속삭인 OO가 내 허리춤을 꼭 잡았다. 게임이 시작하고도 한 몇 분 동안은 그러고 망부석으로 있었던 게 기억이 난다. 힘자랑을 하고 허세를 부릴 새도 없이 나를 노리고 있던 친구에 결국 나는 초반에 탈락을 했고, 뒤에 있던 OO는 괜찮다며 어색하게 웃으며 위로를 했지만 그래도 울상인 나를 보고는 우물쭈물하다 결국 저를 부르는 친구에게로 달려갔다.
OO가와 처음 짝이 된 날, 그런데 기억에서 없었으면 하는 날.
**
박지민 너 오늘도 강당 청소 안했지?
아니, 선생니임 그게 아니구….
그게 아니긴 뭐가 아니야! 오늘까지만 봐준다, 내일은 검사까지 할 거야.
몰래 교실을 빠져나가다가 결국 선생님께 걸려 혼이 났다. 아니, 그게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라니까요…. 한숨을 푹 내쉬는데, 뒤에서 김태형이 어깨를 툭 쳤다. 박짐, 나 오늘 피씨방 들렀다 가려고. 먼저 가라? 평소에 게임을 즐겨하지 않는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고, 친구들과 태형이는 나에게 인사를 한 뒤 우르르 몰려 교실을 나섰다. 나도 얼른 가야지, 훈련 끝나기 전에. 그 날 이후 나는 OO를 피해다녔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따라다니는 걸 잠시 멈췄다고 해야겠지만. 꼭 잡고 있으라고 그렇게 신신당부 해놓고서는 얼마 안 지나서 공에 맞는 모습이 얼마나 한심해보였을까. 교문을 나서다 다시 그 날이 생각나 괜히 머리를 헤집고는 습관처럼 앞에 있던 쓰레기를 발로 찼고 마치 데자뷰처럼 쓰레기가 멈춘 곳에는 새하얀 운동화가 보였다.
… 어, 그러니까 이번에도 내가 버리려고 한 게 아니긴 한데. 혹시, 화났어?
이번에도 시선을 따라 올라가자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OO가 보였다. 항상 체육복을 입고 다니던 평소와는 다르게 단정히 교복을 입고 질끈 묶고 다니던 머리를 풀고 있었다. 어…. 가방끈을 두 손으로 쥐고 가만히 OO를 바라보는데, 어디선가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나아, 나 엄마아…. 시선을 옮기자 팔을 뻗어 한 손으로는OO의 치맛단을 간신히 쥐고 한 손으로는 녹아 뚝뚝 흘러내리는 아이스크림을 쥐고서는 울먹이는 아기가 보였다. 도, 동생인가? 의아한 표정으로 아기와 OO를 번갈아보자 OO가 급하게 손을 내저었다.
아니, 학교 앞에서 울고 있길래…. 길을 잃어버렸다구 해서.
길을 잃어버렸다고?
으응, 숨바꼭질하다가 길을 잃어버렸대.
곧 울음을 터뜨릴듯 끅끅대는 아기의 앞에 다가갔다. 평소에 아기들을 좋아하기도 했고, 워낙 친척 동생들이 많아 접할 기회도 많았던 터라 능숙한 손길로 그 아이를 안아 올리고는 달래기 위해 등을 토닥였다. 그러자 진정을 한듯 아기가 울먹임을 멈췄다. 옆에서 신기한듯 OO가 나를 동그란 눈으로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고, 그제서야 OO의 존재가 생각난 나는 귀에 열이 올랐다. 어, 어떡하지.
금방 울음 그치네? 신기하다. 나는 아무리 달래도 계속 울던데….
내 어깨에 기대고 있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싶었는지 조심스레 손을 올린 OO는 머뭇거리다 다시 손을 거두며 말했다. 나, 낯설어서 그런 걸 거야. 가만히 그런 OO를 보고 있던 내가 용기내어 말하자, 그런 나를 보며 웃은 OO가 내 품에 안긴 아기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꼭 그 눈이 어렸을 때 나를 보던 엄마 눈 같아서… 음, 예뻤다. 그냥 너무 예뻤다.
형아랑 누나한테 감사하다고 해야지.
감사함미다….
내가 학생들한테 뭐라도 줘야 할텐데 정말.
아니에요, 진짜. 괜찮아요. 할머니의 말에 웃으며 손을 내저은 OO가 아기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홱 고개를 돌린 아기가 형아 안녕 하고 나에게 손을 흔들더니 저 멀리로 뛰어갔다. 옆을 힐끔 보자 눈썹이 축 내려가 있으면서도 저 멀리 뒷모습을 보던 OO가 뛰어가는 아기에게 손을 흔드는 걸 멈추지를 안았다. 귀, 귀여워. 몇 번을 반복해 인사하던 할머니가 결국 OO의 손에 천원짜리 두어장을 쥐어줬고, 거절하지 못한 OO는 허리를 숙이며 할머니께 인사했다.
그러니까 저어기…, 오늘 진짜 고마워. 너 없었으면 저 아기 할머니도 못 찾아줬을 거야.
할머니가 가시자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본 OO가 웃으며 말했다. 어떡하지, 예쁘다 진짜. 그 날 이후로 진짜 안 좋아하려고 노력했는데, 그 노력이 다 물거품이 된 순간이었다. 어떻게 보면 겉을 보고 좋아한 건데, 그래서 더 알고 싶었던 건데. 더 알고 나니 훨씬 더 좋아졌다. 덩달아 나도 OO를 마주보며 웃는데, 손에 쥔 지폐를 만지작 거리던 OO가 나에게 그 돈을 건넸다.
나 때문에 집도 일찍 못갔잖아. 그러니까, 보태서 택시라도 타구 가. 할머니가 주신 건데 그리고 돈인데 버릴 수는 없구….
….
조, 좀 그런가?
… 나랑 떡볶이 먹을래?
이게 뭐야. 또 멋 업써….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으려고 머리를 굴려 나온게 결국 떡볶이였다. 이번에도 실패겠다 싶어서 울상을 짓는데, 고민하는듯 허공을 바라보던 OO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가는 집이 있는데, 거기로 가자. OO의 웃음에 괜한 용기가 났던 나는 앞장을 섰고, 가방끈을 꼭 쥔 OO가 내 뒤를 따라왔다. 벌써 주위는 깜깜했고, 하교 시간이 지났는지 교복일 입은 건 우리밖에 없는듯 했다. 원래 아기들 좋아해? 그렇게 몇 분을 조용하게 가다가 뜬금없는 OO의 질문에 우두커니 멈췄고, 그런 내 등에 OO가 얼굴을 박았다. 괜히 좋아한다는 말에 가슴이 콕콕 찔렸다.
조, 좋아하기도 하고 뭐.
그렇구나. 나는 아기들이랑 잘 놀아주는 사람들 보면 신기하더라.
아….
멋있기도 하구.
나를 보며 헤 웃어보인 OO가 발걸음을 뗐다. 그러니까, 흔히들 말하는 뒤에서 빛이 난다는 게 뭔 지 알 것 같았다. 그러니까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거를 말하는 거죠? OO에게서 눈을 떼지를 못했다. 걸을 때마다 흔들리던 OO의 옆머리가 천천히 흘러내렸다. … 너는 머리 푸니까 더 예쁘다. OOO. 나도 모르게 OO의 흘러내린 머리를 손수 천천히 귀에 꽂아줬다.
처음 내 마음을 솔직하게 OO에게 말한 날, 나를 칭찬해주고 싶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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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오늘따라 교복을 집은 짐니 모습이 막 보구 싶어서 상남자때 짤들을 보다가 이르케 글을 쪄봅니다 헿 오늘도 감사하고 사랑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