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이 지금 방에 있느냐. "아…. 예. 어머니." 어머니의 잔뜩 갈라진 목소리에 울컥했다. 나 같은 아들을 두셔서 얼마나 고생스러우실까.나는 겁쟁이에다 병자에다, 불효자까지 되었구나.드르륵-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여위신 어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재환의 모친은 자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억장이 무너졌다. "재환아." "예." "이 어미를 살려 다오." "……." 어머니의 눈에서 글썽이는 눈물에 마음이 찢어진다. 가슴이 저린다.죄스러운 마음에 고개가 숙여진다.아들이 이 모양 이 꼴이여서…. 죄송합니다. 어머니. "네가 죽으면 이 어미도 죽는 것이야." "어머니." "이미 네가 잘 때 김의원을 들여 너의 상태를 진맥했어." "……." "흑, 으흑. 폐병이 겹쳐…. 어쩌면, 고비일지도 모른다더구나." "……." ……결국. "계속 치료를 받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냐! 언제까지 이 어미의 속을 썩일 작정인게야…. 흑, 윽." 울분을 토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제 모습이 겹쳐 보였다. 치료를 해봤자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는…. 이 녀석이 순순히 내 말을 들을 것 같지 않아.심장에 가만히 손을 올려 보았다. 고통에 발버둥 치는 것인지, 아직 뛰고 있긴 하구나. 다행이야.잘 움직이지도 않는 입술을 달싹였다. "어머니도 아시지 않으십니까." "……." "제 병은 치료한다고 해서 나아지지 않습니다." "…환아…." "이제……. 모든 것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어머니." 살아 있을 때 만큼은, 조금이나마 행복하고 싶습니다. 이 불효자를 용서해 주십시오. 아니, 용서하지 마십시오. - 장대비가 내린다. 쾅쾅 소리를 내며 하늘과 땅을 적시는 빗줄기는, 마치 저의 마음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 같았다.재환이는 지금 쯤 무얼 하고 있으려나. 마루에 앉아 있으니 옷이 젖어 들어갔다. 바람 때문에 세찬 비가 불어왔다.겨우 이틀 보지 못한 것 같은데, 이렇게나 보고 싶다니.이제는, 얼굴조차 젖어버렸다. 얼굴에 흘러 내리는 것이 비인지… 눈물인지. 그저 재환이 보고 싶다. 안색이 좋지 않은 채로 그렇게 가고 난 뒤, 소식 한 통이 없다.정말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자리에서 일어나 대문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왠지 저 문을 열면 재환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서. 철벅, 철벅.진득한 소리를 내며 붙었다 떨어지는 발걸음이 여간 무겁다.흠뻑 젖어버린 몸뚱아리를 이끌고 대문에 손을 얹고 지그시 눌렀다. 끼이익- 듣기 싫은 나무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숙이고 턱 끝으로 똑똑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다, 고개를 찬찬히 들었다. 익숙한 발 끝. 옷자락. 그리고…. 재환의 얼굴. "재환……." 입술이 새파래져 대문 앞에서 나를 바라 보고 있는 사람은 틀림 없이 재환이었다.몸을 부들 부들 떨며 나를 지그시 보고 있었다. 얼굴이 사색이다. "…이재환! 여기서 뭐하고 있어!" 재환의 어깨에 손을 얹고 흔들었다. 그의 몸에 맥아리가 없었다.재환은 입술을 깨물고는 택운의 손을 탁 쳐냈다. "건드리지 마." "……." 재환의 눈빛이 차가웠다.택운은 불안했다. 재환의 눈빛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마을 사람들이 택운을 보는 그 눈빛과 비슷했다. "환아." "더러워." "……." "니가 그런 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 것을 알았더라면.. 너에게 말조차 걸지 않았을 텐데." "……." "이미 다 알고 있어. 네가…. 사람을 홀리는 더러운 창기의 아들이라는 거." 몸이 떨려 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재환이 걱정됐다. 그가 몸을 계속 떨어댔다. …점점 상태가 좋지 않아지잖아. "재환아. 데려다 줄게." "……." "너… 많이 아프잖아. 아프니까." 아프니까. 그러니까. 그러지마. 재환아.
-환이 지금 방에 있느냐.
"아…. 예. 어머니."
어머니의 잔뜩 갈라진 목소리에 울컥했다. 나 같은 아들을 두셔서 얼마나 고생스러우실까.
나는 겁쟁이에다 병자에다, 불효자까지 되었구나.
드르륵-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여위신 어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재환의 모친은 자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억장이 무너졌다.
"재환아."
"예."
"이 어미를 살려 다오."
"……."
어머니의 눈에서 글썽이는 눈물에 마음이 찢어진다. 가슴이 저린다.
죄스러운 마음에 고개가 숙여진다.
아들이 이 모양 이 꼴이여서…. 죄송합니다. 어머니.
"네가 죽으면 이 어미도 죽는 것이야."
"어머니."
"이미 네가 잘 때 김의원을 들여 너의 상태를 진맥했어."
"흑, 으흑. 폐병이 겹쳐…. 어쩌면, 고비일지도 모른다더구나."
……결국.
"계속 치료를 받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냐! 언제까지 이 어미의 속을 썩일 작정인게야…. 흑, 윽."
울분을 토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제 모습이 겹쳐 보였다.
치료를 해봤자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는…. 이 녀석이 순순히 내 말을 들을 것 같지 않아.
심장에 가만히 손을 올려 보았다. 고통에 발버둥 치는 것인지, 아직 뛰고 있긴 하구나. 다행이야.
잘 움직이지도 않는 입술을 달싹였다.
"어머니도 아시지 않으십니까."
"제 병은 치료한다고 해서 나아지지 않습니다."
"…환아…."
"이제……. 모든 것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어머니."
살아 있을 때 만큼은, 조금이나마 행복하고 싶습니다.
이 불효자를 용서해 주십시오. 아니, 용서하지 마십시오.
-
장대비가 내린다. 쾅쾅 소리를 내며 하늘과 땅을 적시는 빗줄기는, 마치 저의 마음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재환이는 지금 쯤 무얼 하고 있으려나.
마루에 앉아 있으니 옷이 젖어 들어갔다. 바람 때문에 세찬 비가 불어왔다.
겨우 이틀 보지 못한 것 같은데, 이렇게나 보고 싶다니.
이제는, 얼굴조차 젖어버렸다. 얼굴에 흘러 내리는 것이 비인지… 눈물인지. 그저 재환이 보고 싶다.
안색이 좋지 않은 채로 그렇게 가고 난 뒤, 소식 한 통이 없다.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자리에서 일어나 대문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왠지 저 문을 열면 재환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서.
철벅, 철벅.
진득한 소리를 내며 붙었다 떨어지는 발걸음이 여간 무겁다.
흠뻑 젖어버린 몸뚱아리를 이끌고 대문에 손을 얹고 지그시 눌렀다.
끼이익-
듣기 싫은 나무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숙이고 턱 끝으로 똑똑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다, 고개를 찬찬히 들었다.
익숙한 발 끝. 옷자락. 그리고…. 재환의 얼굴.
"재환……."
입술이 새파래져 대문 앞에서 나를 바라 보고 있는 사람은 틀림 없이 재환이었다.
몸을 부들 부들 떨며 나를 지그시 보고 있었다. 얼굴이 사색이다.
"…이재환! 여기서 뭐하고 있어!"
재환의 어깨에 손을 얹고 흔들었다. 그의 몸에 맥아리가 없었다.
재환은 입술을 깨물고는 택운의 손을 탁 쳐냈다.
"건드리지 마."
재환의 눈빛이 차가웠다.
택운은 불안했다. 재환의 눈빛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택운을 보는 그 눈빛과 비슷했다.
"환아."
"더러워."
"니가 그런 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 것을 알았더라면.. 너에게 말조차 걸지 않았을 텐데."
"이미 다 알고 있어. 네가…. 사람을 홀리는 더러운 창기의 아들이라는 거."
몸이 떨려 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재환이 걱정됐다. 그가 몸을 계속 떨어댔다. …점점 상태가 좋지 않아지잖아.
"재환아. 데려다 줄게."
"너… 많이 아프잖아. 아프니까."
아프니까.
그러니까. 그러지마. 재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