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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도대체 왜 나는 나날히 필력이 줄어드는가 

 

 

W.순백 

 

 

 

 

 

지극히 평범하디 평범한 일상의 연속. 눈을 뜨면 밥을 먹고, 밥을 먹으면 씻고, 씻고 나면 옷을 갈아입고, 옷을 갈아입고 나면 가방을 챙겨 학교에 간다. 등굣길엔 몇 아는 친구들도 만나 인사를 나눈다. 수업이 시작하면 책상 위에 엎드려 잠을 청한다. 점심시간이 되면 밥을 먹고, 수업이 끝나면 짐을 챙겨 집에 간다. 뭐 그런, 평범하지만 지루하진 않은 하루 들의 반복. 여느 학생들과 다르지 않게 공부를 귀찮아하고, 한창 멋 부릴 나이에 조심스레 치장도 해보고, 선생님에게 혼나가면서 염색도 해본다. 조금 더 어릴 적엔 또래 아이들과 치고받고 싸우기도 했고, 얼굴에 자잘한 상처들도 남겨봤다. 얼핏 단조롭지만, 단조롭지 않은 일상. 

 

나는, 다만, 하루하루가, 즐겁다. 

ㅡ그것도 꽤나 많이. 

 

 

 

그 누군가 제게 '가방에 교과서 이외의 다른 것이 더 많이 들었는가.'하고 묻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아니오.'라 대답할 것이다. 책상 옆구리에 가냘프게 매달린 가방을 들고 조심스레 뒤집었다. 확실히, 교과서 이외의 것이 더 많이 들어있진 않다. 교과서도 없고 다른 것도 없으니까. 그저 가방을 들고 다닌다는 것에 의미를 둘 뿐이다. 학교에 공부하러 다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학생답게는 다녀야 하지 않겠는가. 학생다움. 어감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워낙 잘 받쳐주는 훌륭한 외모와 몸매. 스타일을 살리기 위하여 가방을 메고 다닌다는 이유도 있긴 하다. 별로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지만. 

 

나는 왜 학교에 다니지. 

김지원이 눈살을 찌푸리며 새삼 고민했다.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은, 

자러. 점심 먹으러. 그리고 그 외 기타 등등. 

 

적어도 영양실조는 걸리지 않을 만한, 심지어 맛있기까지 한 식단을 내주니깐. 지원이 무심코 생각했다.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니 방학마다 제가 골골 앓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듯했다. 앞으로는 잘 좀 챙겨 먹어야겠네…. 이전에 동네 병원이 문을 닫아 좀 값비싼 병원에선 가벼운 진찰을 한 번 받았는데 사만 원을 훌쩍 넘기는 진료비에 지원이 눈이 뒤집혀 병원에서 발광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 돈이면 우리 가족이 이 주 아침을 거르지 않아도 되는데. 그 덕에 지원은 한 달 동안 아르바이트를 두 개나 더 해야만 했다. 막노동에 에너지를 소비하며 지원은 병원 원장을 속으로 끝없이 욕했다. 힘들 때도, 짜증 날 때도, 더불어 배고플 때도. 

 

궁핍한 집안에서 돈을 모으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한겨울에도 보일러 한 번 제대로 틀어본 기억이 없는 지원에게 병원비는 다만 사치일 뿐. 그 돈마저 아끼려면 저가 건강한 게 최선이었기에. ㅡ이 짠내나는 논리가 지원의 지금껏 살아온 생활방식이었다. 좌우명 비슷한 거. 가끔 친구들에게 핍박을 받기도 했지만, 뭐. 어차피 끝까지 갈 친구들도 아니었으니. 

 

 

 

창가에 앉아 창을 향해 고개를 돌린 채 엎드려 잠들어 있던 지원에게 하얀 무언가가 날라왔다. 으악. 그 무언가에 제대로 명중된 지원이 짧은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칠판 앞의 진환이 특유의 묘한 표정으로 지원을 야렸다. 적어도 지원의 시선에선 충분히 야렸다고 표현할 만한 눈초리. 칠판의 글씨는 쓰던 도중 급작스레 멈춘 것인지 끄트머리가 띄엄띄엄 엇나간 채였다. 들려있는 진환의 손엔 아무것도 없었다. ㅡ지원은 반쯤 쓰다만 분필에 맞았다. 퉁명스럽게 벌건 이마를 문지르며 지원이 자세를 고정했다. 애써 살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환이 지원에게 물었다. 

 

 

"김지원, 지금 어디 풀고 있지?" 

"……모르겠는데요." 

 

 

두 번째 분필이 쏜살같이 날아왔다. 

 

지원은 재빨리 몸을 돌려 피했다. 목표물을 잃고 방황하던 분필이 뚝 떨어져 구석으로 데굴데굴 굴러가다 이내 시야에서 사라지자, 진환의 노려봄이 한층 심해졌다. 사라져버린 분필에 지원에 멋쩍게 웃었다. 진환이 사납게 웃으며 입을 뗐다. 지원은 듣지 못했다. 진환의 목소리가 때마침 커다랗게 울려 퍼진 쉬는 시간 종소리에 묻혀 공중으로 흩어져 버렸기 때문일까. 

 

ㅡ다음에 보자. 단순하고 간결한, 진환이 저를 닮은 인사말을 남긴 채 앞문을 열고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후아, 한 시름 놓았네. 지원이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며 좀 전의 긴장으로 수축한 근육을 풀었다. 어느새 근처로 다가온 준회가 장난스럽게 지원의 머리를 툭 쳤다. 

 

 

"잘 대들더라?" 

"넌 사각지대에서 잘 자더라?" 

"언제 봤냐…."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는 제원이 얄미운 듯 준회가 혀를 찼다. 진환에게 걸리기 전까지만 해도 자고 있었을 게 분명한 게, 언제 저를 봤는지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이 녀석은 항상 눈치가 빨랐다. 그를 처음 알았던 새카맣게 어릴 적부터, 저가 거짓말을 하면 거의 항상 들킬 정도로. 저의 거짓말 솜씨가 워낙 좋지 못한 이유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해 그는 촉이 월등히 좋았다. 오죽하면 별명이 사김밤꾼이랴. 이름은 김지원이었건만 저를 김밥이라 불러달라는 그였지만, 딱히 그를 김밥이라 부르는 자는 많지 않았다. 고작해야 그와 조금 친한 정도인 몇몇들. 그저 그냥 버리기엔 아까운 이름이라 사기꾼에 접목시켜 부를 뿐. 언제부턴가 그의 별명은 사김밥꾼이었다. 그걸 그가 원하던 말든 간에. 

 

잠시 생각을 하느라 정신을 놓았던 사이, 또다시 제 뒷통수를 천장을 향해 내놓은 채 달콤한 낮잠에 빠져버린 지원을 내려다보며 준회가 한숨을 푹푹 쉬었다. 잔머리는 비상하게 잘 돌아가는 게, 조금만 공부하면 전교 1등은 무리여도 20등 권은 노려볼 만할 것 같은데 300등 권에서 놀고 있으니 참 보기만 해도 답답해 죽겠다. 몇 번을 설득해도 나아지긴 커녕 점점 자릿수가 늘어나는 순위권을 보고 있자니 새삼 짜증이 스물스물 피어오른다. 준회가 잠든 지원의 머리를 주먹으로 쥐어박았다. 적을 눈 앞에 두고 때리고 싶게 머리를 내놓은 네 잘못이야. 그가 입을 삐죽였다. 

 

 

 

다음 교시, 다음다음 교시에도 지원은 계속 잠을 청했다. 딱히 진환만큼 엄한 선생은 없었다. 성실한, 선생다운 모면을 갖춘 김한빈이 잠시 지원의 어깨를 흔들다 포기했을 뿐. 물론 결국 그도 포기하곤 수업을 진행했다. 수능을 코앞에 둔 일 년 선배들의 분주한 모습에 심히 날카로워진 2학년생들을 건드릴 만큼 그는 간이 크지 못했다. 일 초라도 더 수업을 들으려는 몇 우등생들의 구시렁거림은 지원에겐 그저 자장가였다. 반쯤 일어났던 지원은 불규칙한 음성 소리를 자장가 삼아 다시 잠들었더란다. 김지원은 잠을 좋아했다. 누군가 조심스레 지원을 깨우면 그는 답했다. 그 누가 말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꿈의 재료이며 우리의 짧은 인생은 잠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생리적이고 자연스러운 행동인 수면은,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피로에 지친 신체를 풀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수업도 듣지 않고 성적도 좋지 않은 주제에 지원은 지나치게 논리적이었다. 반 친구들은 포기했다. 

 

김지원의 하루는, 상당히 재미없다. 

 

하교 후에도 평소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간신히 알아낸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12시 이후엔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에 갈 때쯤엔 새벽 다섯 시가 되어간다. 그럼 자고. 일어나서 밥 먹고 씻고. 그럼 학교에 가고. 또 자고. 재미없는 일과를 읊었다. 별로 기분이 나쁘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얼핏 들었던 반 1등 김동혁은 저가 아르바이트하는 시간에도 공부만 한다고 했으니. 으으으으, 그가 몸서리쳤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은 저랑 도저히 맞지 않는 듯했다. 

 

 

아아, 그래도, 

재밌는 일 하나쯤은, 나타나 주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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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잘 봤슴다 학교에서 매일 자는 게 아르바이트 때문이었네요 헤헤 할 수만 있다면 통장에 빨대 꽂으라 하고 싶…
8년 전
순백
말투가 매우매우 익숙하네요 뭐지..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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