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우린 운명이 맞았다. 처음 한빈이를 만난 새벽 두시의 햄버거집. 그 애와의 첫만남이었다. 모 기획사의 연습생인 나는 여느 때와 같이 연습을 마치고 늦은 귀가를 하고 있었다. 어느새 새벽 두시가 다 되었지만 출출한 배를 붙잡고 패스트푸드점으로 들어갔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손님은 나 하나뿐인 듯 했다. 주문을 하고 자리를 잡는데, 내 또래 남자아이가 매장에 들어섰다. 이 시간에 끼니를 때우는 게 익숙한 듯, 그 아이는 주문을 했고 음식이 나오자마자 꽤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그 후로 비슷한 시간, 그 장소에서 우리는 자주 마주치게 되었고 자연스레 너와 난 말을 텄다.
"야-. 이코닉" "ㅋㅋㅋ오늘도 왔냐 김한빈" "너야말로? 살 안빼냐 이 시간에 햄버거나 먹고" "씁, 내 연습량에 비하면 이까짓 칼로리는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ㅋㅋㅋㅋㅋㅋㅋ아닌데 처음 본 날보다 살이 올랐는데 이코닉" "조용히해ㅋㅋㅋㅋㅋ나 이 시간에 뭐 먹는거 들키면 실장님한테 죽어ㅋㅋ" "ㅋㅋㅋ알았어 쉿" YG연습생인 한빈이는 매일같이 밤샘을 하며 연습, 혹은 곡작업을 하는 듯 했고, 나 역시 그랬기때문에 우린 빠르게 친해졌다. 윈 프로그램 이후 밤샘을 하는 날이 더 잦아졌다는 너를 보면서 반성한 날이 하루이틀이 아니다. 친구라 해도 존경할 만 한 구석이 많은 아이였다. "이코닉. 이번에 작곡한 건데 들어봐주라" "좋다. 역시 김한빈 실력 하난 알아줘야 돼. 이 노래 제목 뭐야? 되게 슬픈데" "공허해"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이유 때문인지 몇 달 후 한빈이와 난 꽤나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친구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