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rplane
W.반존대는사랑
세상 가장 밝은 얼굴로 나에게 뛰어오는 너의 어깨에 손을 올려 장난스레 너의 머리를 헝클이고, 옆에 서 있던 다른 친구에게 가방을 던지고는 너의 가방을 살짝 당기고 앞서 걸어가던, 그때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던 이 가방들이 옥상 저 구석에 가지런히 놓여있고, 우리의 아지트였던 옥상위 위치한 소파는 나와 박지민 그리고 조용한 너만 존재했다.
"그래서?"
"응?"
"알아듣게 설명 좀 해봐."
"뭘."
"어딜간다고?"
"유학."
방실방실 웃으며 얘기를 꺼내는 너의 얼굴을 보니 화를 낼 수도 없어서 한 숨만 작게 쉬고는 너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마지막으로 모인 옥상에서는 찬바람이 우리의 볼을 스쳤고, 우리의 사이에서도 찬바람이 냉랭하게 불었다. 아직, 못 전한 말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그 말을 전하지도 못 한 채 유학을 보내야 하는 내 심정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이미 다 싸 버린 짐을 다 풀어해쳐버리고는 가지말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이미 신나서 방실방실 웃는 너에게는 못할 짓이란걸 알고 일지감치 포기해버렸다. 너에게 못 할짓이라는 걸 너무 잘 알기에.
"내일 가면 안 되는거지."
"미쳤냐? 티켓이 안 된대."
"뭐야 그건 또."
"박지민, 너도 유학간다며."
"아, 나중에 가까운 시일은 아님."
"왜 내 주위 애들은 다 유학을 가는건지."
잘 지내야해 멍청이들아! 하며 슬쩍 웃음짓는 너에게 말했다. 잘 지낼 수 있겠냐. 내뱉어진 무심한 내 말에 살짝 웃으며 이젠 가야한다는 너의 말에 핸드폰만 만지다 옥상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병신."
"뭐."
"안 가냐."
"...갈거야."
핸드폰을 주머니에 꽂고는 공항을 향해 달렸다. 이미 저 멀리 들어가려는 너의 이름을 부르려다 말았다. 눈이 맺힌 너의 눈물이 나에게 아무런 말을 못 하도록 막았다. 공항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이리저리 돌리고, 만지작 거리다가 홀드키를 누르곤 문자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멍청아.] - 김태형
[? 왜 멍청아.] - 정수정
[울지말고, 잘지내. 꼭 돌아온다고 약속하고,
말 못해서 미안한데 좋아했어.] - 김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