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ity 1
(김태형 X 전정국 조직물 썰 (국뷔))
태형이는 그 룸을 박살내고 오라는 오더를 받아서 마지막으로 방에 남은 사람이 있나 둘러보고 있었어. 손에는 베레타 권총을 든 채로 말이야.
어디서 숨을 부들부들 참는듯한 소리가 들렸어. 혹시나 방에 자기를 죽일려고 숨어 있는 적이 있을까 싶어 태형이는 손에 권총을 꼭 쥐었어.
태형이의 눈가가 찌푸려졌어. 방 안쪽엔, 어떤 남자아이가 바들바들 떨면서 입은 것도, 안 입은 것도 아닌 옷자락을 꼭 쥐고 울고 있었으니깐.
태형이는 그 아이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밀었어. 그 아이에겐 미안하지만, 안타깝게도 죽어줘야 했어. 이 일이 바깥으로 말이 나가선 안 되니깐.
그 아이는 살려주세요라는 말도 안 했어. 살고 싶다- 그 아이는 두려움에 떨다가, 총구가 머리에 닿음을 느끼자, 입술을 꼭 깨물고 눈을 감아버렸어.
총소리가 나야 하고 아픔이 느껴져야 하는데, 한참이 지나도 총소리도 나지 않고, 아픔도 안 느껴지자 그 아이가 살며시 눈을 가늘게 떴어. 태형이가 그 아이를 쳐다보고 있었어.
태형이가 마스크를 벗고, 처음으로 작전 중에 인이어를 뺐어. 이름. 태형이가 말을 걸었어. 전, 전정국, 정국이요. 그 아이가 바들바들 떨면서 말했어.
정국이는 태형이가 묻는 질문에 꼬박꼬박 답했어. 무(無). 태형이가 인이어를 다시 끼고 정국이를 쳐다보며 말했어.
멍청한 아이는 아니겠구나-
태형이는 자기 주머니에 있는 마스크 하나를 정국이에게 씌어주었어. 정국이는 자기를 죽일려던 남자가 갑자기 자기에게 마스크를 씌워주니 어리둥절 해했어.
나가자. 태형이가 정국이를 일으켰어. 하지만 정국이는 너무 무서워서 다리에 힘이 풀려서 걸을 수가 없었어.
하. 태형이가 한숨을 쉬었어. 그리고 태형이는 아까 죽였었던 남자 경호원의 정장을 벗기고, 정국이에게 대충 갈아입혀서 업고 나갔어.
불쌍한 새'끼- 태형이는 고등학생밖에 되지 않은 나이에 이런 일을 하는 정국이를 불쌍하게 여겼어.
아까 태형이가 정국이에게 어디 사는 누구냐고 물어봤는데, 정국이가 자기는 부모님도 잃은 고아에, 여기서 더 이상 갈 곳도 없다고 그냥 죽여달라고 했었어.
태형이는 정국이가 얘기하는 걸 보니 멍청한 애는 아니겠구나 싶어서 데리고 나왔지만, 조직에 데리고 가면 죽을게 분명 했어.
그래서 태형이를 아는 사람도 없고, 집을 아는 사람도 없고, 안전하긴 제일 안전한 태형이 자기 집으로 정국이를 데리고 갔어.
정국이는 업혀서도 바들바들 떨고 있었어.
잠깐 간단하게 태형이를 소개할게.
김태형은 엄청 큰 마피아 조직의 비밀병기야. 뷔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스나이퍼를 쏴.
태형이의 본명을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고, 보스도 몇 번 갈아치워 져서 김태형이라는 존재를 몰라.
그가 활동할 때, 매일 마스크를 써서 얼굴을 가리고 다니니깐, 상대편도, 같은 편도 얼굴을 자세히 잘 못 알아봐.
심지어 태형이는 중학생 이후, 자신을 죽은 사람으로 올려놔서, 가족들조차 태형이가 죽은 줄 알아. 뭐 가족도 없지만...
태형이가 어릴 적부터 총을 쏴서 그런지 돈이 많아. 하지만 쓸 일도 없고, 쓰고 싶지도 않고, 쓸 줄도 몰라.
태형이에게 가족도 없니, 여자친구가 있니, 친구가 있니. 아무것도 없어. 밥은 뭐.. 주면 주는 대로 먹고, 안 주면 안 먹고.
이렇게 사니까, 태형이가 오피스텔에 살아도 집은 늘 사람 온기라곤 찾아볼 수가 없어.
아 그리고, 태형이가 워낙 원거리를 잘 안 가는 탓에, 어디서 날아오는 것인지 모를정도로 몸이 빨라.
그래서 대부분 큰일들은 태형이가 처리해 오고 있어. 그 외에 그가 하는 일은 실패한 일 뒤처리 정도?
정국이도 실패한 일 뒤처리하다가 만난 아이야.
태형이가 정국이를 집으로 데리고 왔어. 들어가서 씻어. 태형이가 정국이에게 여벌의 옷을 쥐여주고, 처음으로 보일러를 틀어주었어.
정국이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어. 하. 또 이제 이 집에서 이 짓거리를 해야 하는 걸까- 정국이는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았어. 정말 추해 보였어.
어차피 나가면 허구한 날 했던 더러운 짓이나 하겠지- 다 씻어갈 때 즈음 정국이가 눈앞에 바로 보이는 날카로운 면도칼로 손목을 그었어.
정국이가 한참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 탓에, 태형이가 노크 두 번 후에 화장실로 들어갔어. 뜨거운 김이 태형이 얼굴을 덮었어.
태형이가 화장실로 들어옴에도 불구하고, 정국이는 계속 면도칼로 손목을 그어댔어.
뭐하는 짓이야. 태형이가 무표정으로 정국이에게서로부터 면도칼을 빼앗았어.
아 나는 이제 맞아 죽겠구나- 정국이는 ㅈ됨을 감지하고 슬며시 눈을 감았어.
하지만 정국이를 덮치는 건 주먹이 아닌 따뜻한 물이었어. 태형이가 따뜻한 물로 정국이 몸을 한 번 씻어주고, 수건 가지고 와서 몸도 닦아주고 지혈도 해 줬어. 그리고 옷을 건네주고 나갔어.
화장실 문이 열렸어. 갈아입고 나와. 뜨거운 김 사이를 뚫고 태형이 목소리가 날아들었어.
정국이는 왜 저러지, 생각하다가 얼떨결에 옷을 갈아입고 나갔어. 차가운 공기 대신 따뜻한 공기가 그를 감싸았어. 태형이가 따뜻한 온풍을 틀어뒀나 봐.
여기 앉아. 태형이의 말에, 정국이가 소파에 앉았어. 그가 앉자마자, 태형이는 밴드 발라주고 간단한 소독을 해 주고 가만히 정국을 쳐다봤어.
"밥은 먹었냐."
태형이 말에, 갑자기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듯한 정국이는 처음으로 받아보는 호의에 자기도 모르게 울어버렸어.
야 울지마.. 하.. 당황한 태형이가 어설프게 달래주었어. 태형이가 달래주자, 정국이는 더욱 더 목 놓아 울어버렸어.
자 휴지. 태형이가 휴지를 가져다주자, 정국이가 눈물을 닦고 코를 훌쩍거리면서 부끄러워서 아무 말도 안 했어.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다- 이런 정국이의 마음을 아는지, 태형이가 정국이의 머리를 두어 번 툭툭 쓰다듬어 줬어.
간단하게 이거라도 먹고 자. 정국이 몸이 너무 많이 야위어서 음식이라도 먹여야 할 것 같아서, 태형이가 즉석에서 스프를 끓여서 줬어.
맛있네요. 정국이 입맛에 맞는지, 아니면 배가 고파서 먹는 건진 모르겠는데 정국이가 맛있다며 먹었어. 옆에서 태형이는 정국이가 먹는 모습을 보기만 했어.
왜 안 먹어요? 정국이가 먹다가 말고 태형이에게 물었어. 아 난 아까 너 만나기 전에 먹었어. 태형이가 정국이 눈을 피하며 말했어.
아, 그래요? 정국이는 다시 시선을 스프로 옮기고 먹는 거에 열중했어.
사람 밥 먹는 모습 보는 거 엄청 오랜만이다-
정국이가 먹는 모습을 보니, 태형이가 옛날 생각에 빠졌어. 하지만 그마저도 얼마 가질 못해.
태형이 집에 마지막으로 온 사람은 그가 사랑했던 사람, 석진이였는데, 조직의 명령으로, 태형이가 직접 석진이를 죽였거든.
계속 생각하면 악몽으로 그 날밤의 일이 나타날까 봐 그만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