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환이한테 밥도 다 먹이고 나른해져서 소파에 누워있는데 슬금 슬금 눈치를 보며 다가오는 재환이가 보였음. 소파 밑에 앉아 내가 누운 반대편에서 날 빤히 보기도 하고 그래서 재환아, 왜? 라고 묻자 아니라며 고개를 젓는 재환이를 한번 봤다가 날씨를 봤음. 모처럼 장마도 그쳤겠다, 재환이랑 같이 놀러가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음. 소파에서 팍ㅡ하고 몸을 일으키자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는 재환이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주고 방에 있을 쇼핑백을 들고 왔음. 재환이를 앞에 서게 한 후 쇼핑백에서 와이셔츠와 슬랙스를 꺼내 재환이에게 대보았음. 크ㅡ역시 내 안목 칭찬해. 대보기만 했을 뿐인데 생각보다 너무 잘 어울려서 나도 모르게 재환이를 껴안았던 것 같음. 아니 모델이 잘 소화를 해서 그런가. 계속 재환이를 껴안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체 있다가 품에서 꼼지락대는 재환이를 느끼고 바로 으악ㅡ소리를 내며 재환이한테서 떨어졌던 것 같음. 그런 내 행동에 재환이도 덩달아 놀랐는지 눈이 커졌다가 어쩔 줄 몰라하는 내 모습을 보며 같이 웃었던 것 같음.
곧 재환이는 방에서 내가 준 옷으로 갈아입어 나왔고 목에 있는 소매깃 부분은 미처 정리하지 못 했는지 접혀 있어 발을 들고 반듯하게 접어줬던 것 같음. 가까워진 사이에 티는 안 났지만 (안 났을거라 생각해 본다) 평소보다 조금은 경직되어 있는 몸에 나또한 숨을 크게 들이마시었던 것 같음. 예쁘게 마무리까지 하고 뿌듯함에 미소를 띄우며 떨어지려하는 내 손목을 덥석 잡아온 재환이에 자동으로 재환이와 눈이 마주쳤음. 뜬금없이 심장은 또 나대서 쿵쾅거리느라 진정시킨다고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재환이 눈을 똑바로 마주보며 서 있는데 제 머리 위로 올려지는 재환이 손에 부끄러워 땅만 봤던 것 같음.
![[워너원/김재환] 백구 김재환 C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7/16/22/02599c995e8b93820ea0e9209d089616.jpg)
"예쁘다."
재환이가 나와 지내면서 처음으로 내게 해준 말이었음. 언제 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재환이가 백구인 상태로 잠들었을 때나 내가 은연중에 재환이한테 예쁘다고 한 말을 배웠었나 봄. 그리고 재환이랑 나가기 전에 아직 백구인 생활 습관이 몸에 베여있을 수도 있으니까 나가서는 꼭 내 손을 잡고 있기를 약속함.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내 손을 자기 손으로 꼬옥 잡는 재환이를 보면서 착하다, 하면서 재환이 머리를 쓰담 쓰담함. 그런데 내가 재환이 손을 잡은 건지 재환이가 내 손을 잡은 건지 모를 정도로 재환이의 큰 손이 내 손을 다 감싸쥐었음.
* *
재환이를 데리고 처음 들어온 곳은 디저트 카페였음. 아기자기한 조각 케이크와 간단한 음료까지. 밥 먹은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후식이냐는 말이 여기까지 들려오지만 그래도 뭐, 어차피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들어갈 때부터 카페 외부를 유심히 둘러보던 재환이를 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뿌듯한 마음이 들었음. 재환이 손을 잡고 주문하러 계산대에 서자 직원이 나와 재환이를 번갈아 한 번 보더니 인자하게 웃으며 커플이신가봐요, 하며 메뉴판을 내게 건냈음. 메뉴판을 들고 뭐 먹을지 고민하고 있는데 직원의 뜻밖의 말에 당황해서 재환이를 보았지만 단어의 뜻은 아직 알지 못해 나와 같이 메뉴판에 시선을 고정한 재환이를 보며 다행이라고 해야할지...마음이 이상했음. 딸기가 예쁘게 플레이팅 된 케이크를 손으로 짚으며 재환이를 보자 고개를 끄덕이는 재환이에 케이크 주문은 마쳤고 음료와 함께 준비해 주겠다는 직원의 말에 근처 테이블에 재환이와 함께 마주 보며 앉았음. 가라앉은 정적에 어색한 기운을 느껴 앞에 앉아있는 재환이 얼굴을 보며 있는데 재환이는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못 느꼈는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 바쁘게 눈을 움직였음. 나도 그런 재환이를 따라 재환이 얼굴도 한번 감상했다가 (사실 옆모습도 예술이어서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갔음) 주위 인테리어들을 구경하는데 주문한 케이크와 음료가 나왔음.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케이크 가장 자리에 생크림을 손으로 찍어 재환이 콧등에 얹히듯 올려놓았음. 그러자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날 보는 재환이가 귀여워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큭큭ㅡ대고 웃는데 별안간 내 볼에 생크림 촉감이 느껴졌음. 고개를 들어 재환이를 보는데 제가 그랬던 것처럼 소리내어 웃고 있는 재환이가 보여 괜히 오기가 발동했던 것 같음.
"하지마."
![[워너원/김재환] 백구 김재환 C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7/16/22/00af7d78e4a7233361604fc77ae485de.gif)
"하지마?"
그렇게 재환이와 내가 서로 생크림을 묻히겠다며 아옹다옹하고 있을 때였음. 어디선가 불길한 기운이 온 몸을 스쳤지만 그마저도 잠시였고 지금은 재환이에게 신경을 집중하고 있어 못 느꼈던 걸 수도 있었음. 익숙한 인영이 보이더니 곧 그 인물은 뒤를 돌아 나와 눈이 마주쳤음. 점점 그 인물은 나와 가까워졌고.
![[워너원/김재환] 백구 김재환 C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6/25/18/03515cd2ba49e645cb646ec0d9fe5f45.gif)
평소 그의 성격을 잘 알려주듯 무심한 듯한 표정으로 걸어오는 강부장을 보며 음료로 갖다 준 에이드만 연신 마셔댔던 것 같음. 재환이도 이런 내 행동이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고개를 갸웃했고 순순히 강부장은 제 옆을 지나쳐갔음. 왠지 모를 안도의 한숨이 쉬어져 후ㅡ하고 책상에 엎어지자 이내 누군가 내 옆으로 다가와 앉는 기척이 느껴졌음. 시간이 좀 지나 진정이 되고 고개를 들자 옆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재환이가 있었음. 괜찮다며 재환이를 향해 웃어보여도 머리에 물음표를 달아놓은 것처럼 쉽게 표정이 풀리지 않는 재환이를 보며 재환이 손을 이끌고 카페를 나왔던 것 같음.
카페를 나오면서 문득 든 생각은 여긴 회사도 아니고 밖이었는데도 왜 나는 강부장을 보고 몸이 굳었던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음. 일종의 자동반응(?)이라고 생각을 하니 내 자신이 너무 불쌍해졌음. 가는 내내 제 손을 꼭 잡는 재환이 덕분에 안심이 되었지만 그래도 마음 속 한켠에 자리 잡은 슬픈 생각들이 스멀스멀 피어나기 시작했음. 제가 무슨 노력을 해도 다 엉터리라며 면박을 주는 것도 모자라 제게 눈길 한 번조차 주지 않는 강부장을 생각하니 저절로 울상이 되는 얼굴은 어쩔 수가 없었음. 고개를 푹 숙이고 재환이 발과 내 발을 번갈아 보며 걸어가고 있는데 순식간에 세워지는 몸에, 마주 서 있는 누군가의 인영에 저절로 고개가 위로 올라갔음. 그러자 저를 내려다보는 재환이가 보였음. 제 양볼을 손에 대더니 만질 만질 하는 재환이에 므하는그야, 하며 자동으로 발음이 새는 말을 해도 아랑곳 하지 않는 재환이었음. 생각해보니 재환이가 기분이 안 좋을 때 제가 자주 해 줬던 방법인 것 같아 주객 전도가 된 상황에 웃음이 새어나왔음. 그러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재환이는 곧 제 볼에서 손을 떼더니 제 머리 위로 손을 가져다대었음.
![[워너원/김재환] 백구 김재환 C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7/11/21/94fd01874db25c4258f3ef6b1ef1b551.gif)
"착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