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 남배우 옹 X 삶의 의욕 없는 여주 = ...?]
※ 글이 상당히 불친절하고 버겁고, 전에 썼던 글들과 달리 칙칙할 수 있습니다.
매드클라운 -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 (Feat. 수란)
무어라 정의할 수 없는 관계였다. 얼굴을 마주보고 있어도 아무런 할 말이 없는, 뭘 같이 해도 별 감흥 없는.
의무적인 만남, 의무적인 연락, 의무적인 말과 의무적인 행동. 시간이 지나도 그다지 달라질 게 없는 사이었기에 더 그랬을 거다.
따뜻한 꿀이 뚝뚝 떨어지던 눈빛은 어느덧 밤의 사막처럼 차갑게 얼어버린지 오래. 그런 눈빛은 차라리 쳐다보지 않는 게 편했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무조건 시선을 내리까는 게 편했다. 실은 그러지 않고서야 그와 함께하는 시간을 견딜 수가 없었다.
"피곤하지? 들어갈래?"
"......"
정적을 견딜 수 없는 내가 먼저 꺼낸 말에 너는 나를 쳐다본다. 나는 내가 잘못된 말을 한 건가 싶어 방금 한 말을 떠올려 본다.
그다지 문제가 있었던 말은 아닌 것 같다. 옹성우는 충분히 피곤해 보였고, 내가 아니어도 그를 괴롭히는 것들은 수두룩했다.
그런 그에게 굳이 내가 짐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네가 나한테 그랬듯, 나도 너한테 시간을 주고 싶은 거다. 여기에서 시간이란, 서로를 정리하기 위한 시간일 테지만.
만약 이 관계를 마무리해서 헤어지더라도 지나치게 아프지 않기 위한 시간. 둘 중 누군가 한 명이 먼저 놓아버리더라도 그다지 타격이 크지 않게 감내하기 위한 시간.
네게 피곤하지 않겠냐고, 들어가지 않겠냐고 물은 나는 그런 시간을 벌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니, 어찌 보면 이미 시간을 벌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우리 만난지 겨우 30분 됐어."
"...."
"넌 지겹지, 내가."
딱딱한 목소리가 귀에 닿아온다. 굳어버린 표정은 풀릴 생각을 안 한다. 저가 지겹냐고 묻는 그에게 내가 대답할 수 있는 말은 예 아니면 아니오다.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서 눈 앞에 둔 아메리카노를 입에 가져갔다. 마음이 하도 써서 좀처럼 커피가 쓰게 느껴지지 않는다.
옹성우의 눈은 집요하게 나를 좇는다. 나는 그의 눈빛을 피할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맞출 생각 또한 없다.
그런 사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눈을 마주치기도, 그렇다고 피하기도 애매한 그런 사이. 밀려오는 피곤함에 눈이 감길 것만 같다.
"그러는 너는."
"....."
"너는 내가 안 지겨워?"
"......"
"나만 그런 것처럼 말하네, 꼭."
네가 바쁘고, 네가 정신이 없고, 네가 여유가 없어서 우리가 한동안 만나지 못해도 잘못한 건 어디까지나 나였다.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치고 지쳐서 지친 티를 내면 너는 꼭 그걸 지적하려 들었다. 연예인 남자친구를 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최대한의 배려, 최대한의 희생, 최대한의 너그러움과 인내를 요하는 그 행위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깨닫고, 또 깨닫고 나니 이렇게 네 얼굴만 봐도 지치게 되어버린 거다.
이게 모두 내 잘못이라고 하는 데는 어폐가 있다. 너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나는 맞다고 생각한다.
우리 관계가 이렇게 되어버린 데에는, 나뿐만 아니라 너의 잘못도 있다는 걸. 네가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
".........."
죽어도 헤어지자는 말은 하지 않는 너를 보면 난 넌더리가 난다. 사랑의 유통기한은 2년. 그래도 우린 3년 만났으니 그걸로 된 거다.
네가 무대 위에 올라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할 때 즈음 만나, 네 이름 세 글자를 모르는 사람을 찾는 게 오히려 더 어려워진 지금까지.
3년 동안 버텨왔으면 많이 버텨온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우린 헤어질 때가 된 것 같기도 했다. 오히려 헤어지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너는 나를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만일 내가 헤어지자고 한다면 너는,
"....가지마."
그 세 글자로 나를 막겠지. 지겨워하는 나를 붙잡은 방금 너의 말처럼 말이다. 나는 깊은 한숨을 쉬어냈다. 속이 답답한 게 체한 듯 불편했다.
손을 들어 가슴을 퍽퍽 때렸다. 지금 이 순간에 옹성우의 얼굴을 보고 있는 게 이렇게 답답하고 불편할 수가 없다. 그는 손을 뻗었고, 내 가슴을 치던 내 손을 잡아왔다.
너의 손에서 시작된 시선은 금방 네 눈으로 간다. 어른어른 차오른 눈물에는 아무런 감흥이 없다. 네가 울든 말든 나는 아무런 느낌이 없다는 뜻이다.
성우야, 이런 나를 아니. 너는 이런 나를 알고도 사랑하니. 이제는 더 이상 그 감정이 사랑이 아니라는 걸 알기까지 대체 얼마나 걸릴 생각이니.
그러다 보니 그를 바라보는 내 눈빛이 애절해졌나 보다. 내 손을 잡던 옹성우가 다시 손을 들어 내 눈가를 쓸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역시나 나는 별 감흥이 없다. 사랑보다는 미안한 마음뿐이다. 이 마음을 가지고 너를 보고 있다는 게 죄 같다.
"가지마."
가지 말라는 너의 말은 허공에서 흩어진다. 미안한데, 나는 더 이상 이 자리에 앉아있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너를 마주하고 있는 이 시간이 마치 내게는 속죄의 시간인 양 힘들고 버거워서,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가지 말라는 너의 말을 뒤로한 채. 날 남겨두고 가지 말아달라는 너의 부름을 뒤로한 채. 그렇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집어넣었다.
네 눈에 달려있는 건 눈물이다. 그러나 아까도 말했듯 내게 그건 아무런 의미도, 감흥도 없는 것이다.
네가 놓지 않는다면 나라도 놓아야지. 이미 끝나버린 사랑 앞에는, 준비된 이별 앞에는 별 수 없다.
누가 나쁜 사람 되고, 좋은 사람 되고, 이런 제로섬 게임에는 그냥 내가 나쁜 사람이 되는 게 마음이 편했다.
네 볼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울 보고 나서도 나는 너를 등지고 돌아선다. 미안해. 미안한데 널 사랑하지 않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가 속에서만 맴돌았다.
-
"옹성우입니다."
"아, ○○○가에요."
"......."
기억을 더듬어 보면 3년 전의 그 날이다.
싱긋 웃을 때 올라가는 입꼬리가, 더 활짝 웃을 때 드러나는 치열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나는 202호, 너는 302호. 비슷한 시기에 입주해서 위아랫집으로 지내는 동안 너는 준수한 이웃주민이었더랬다.
내가 출근할 때 쯤이면 고작해야 팔꿈치에서 팔뚝 정도의 크기인 강아지를 데리고 나와서 산책을 시키던 너였다.
한 주에 서너 번은 마주치는 얼굴이 익숙해지지 않을 리 없었다. 볼 때마다 사근사근 인사까지 내미니 거절할 길이야 없었다.
그런 관계에서 사랑에 빠지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지금 너와 나의 사랑이 다 식어버린 게 자연스러운 수순인 것처럼 말이다.
"...같이 살까."
"...왜."
"굳이, 이렇게 지내는데 방 두 개 있을 필요는 없잖아."
"....."
"나 짐 싸서 들어갈까?"
"......"
"살고싶다, 같이."
넓은 방은 아니었다. 두 명 정도면 살짝 좁다시피 지낼 수 있는 정도의 크기였다.
너는 내게 같이 살자고 했다. 이렇게 같이 붙어서 지내는데 굳이 방을 두 개 쓸 필요가 있냐면서.
나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너에게 스며들기가 무서웠다는 게 솔직한 마음이었다.
너를 언제까지 사랑할지도, 언제까지 좋아할지도 모르는데 섣불리 그런 결정을 내리는 건 후회할 일을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그 때부터 우리 사랑에 기한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너를 따라가면서도 나 자신은 지키려고 발버둥쳤던 날들이었다.
"성우씨, 세 번째 주연작 <아름다운 날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셨어요.
기분이 어떠세요?"
"감사하죠.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요.
어떤 일이 있어도 힘을 주신 팬분들께도 감사하고,
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분들도 감사하고요."
두 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만치 좁은 방부터 오피스텔, 나아가 전원주택이 되기까지. 3년의 시간 동안 너와 같이 그 모든 순간을 옮겨다니면서 나는,
어쩐지 너의 그림자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분들' 속의 한 명으로 사라져버려야 하는, 그런 사람인 것 같았다.
그렇다고 그런 일 하나하나에 역정을 내고 떼를 쓸 수도 없는 일. 답지 않게 어른인 척 하려다 보니 속은 썩고 문드러져 어느샌가 형체도 알 수 없을 만큼 망가져 있었다.
"......"
그렇게 어느 순간 거울을 봤는데, 푸석해진 얼굴이, 말라 비틀어진 몸이, 도대체가 사랑을 받고 있는 모습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너는 잘나갔다. 유명한 사람이었다. 좋은 배우였고, 훌륭한 연예인이었다. 그에 반해 나는, 네 집이라 불리는 그 수용소에서 언제까지 갇혀 있어야 하는지 모를,
별다른 가치도, 별다른 의미도 없는 사람이었다. 너한테는 어떤 가치와 의미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너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아니었다는 뜻이다.
사랑한다는 너의 말이 나를 옥죄는 수갑이라고 생각이 되었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네가 이뤄놓은 모든 것은 나 또한 누리고, 즐기고 있던 것들이었기에 너에게 무어라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모두가 내 노력 없이 순전히 네 노력으로만 얻어낸 것들이었다. 그런 걸 향유하고 있으면서 네게 군소리를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어른인 척 하던 나의 속은 또 점점 망가지고 문드러졌다. 곪고 썩어 형체를 알 수도 없을 만큼 부패한 시체처럼, 내 마음이 딱 그랬다.
그렇지만 너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네가 한 순간에 갑자기 사라지면 너만큼 나도 힘들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최소한 나는 힘들지 않은 이별을 원했다.
"....집 좀 구해주라."
"....."
"나가고 싶어."
용기를 내어 내가 네게 이야기했던 그날 밤, 너는 내가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싶을 정도로 거세게 나를 몰아붙였다.
너에게 몰아붙여지면서 내가 들었던 생각은, 이럴수록 더더욱 너에게서 벗어나야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더 이상 너를 지킬 수 있는 위인이 아니다. 더 이상 너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당시 내게 중요한 건 네가 아파하든 말든이 아니었다. 그건 상관이 없었다. 너를 떠나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내가 뭐라도 할 수 있을지 없을지가 중요했다.
맞다,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너는 그러지 않기를 바랐겠지만.
"나 집 구했어.
다음 달이야."
3년만에 다시 혼자 지내게 되었다. 너에게 의존만 했던 시간이라 무언가를 시작하고 해낸다는 게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평생 의존하면서 살 수도 없는 일. 지금 해내지 않으면 영영 해낼 수 없을 거란 생각에 괴로워하면서도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너는 자꾸만 그런 나를 찾아왔다. 자꾸만, 자꾸만 그렇게 나를 찾아왔다.
나는 내가 벗어나려 해도, 아무리 애를 써도, 네가 나를 놓아주지 않는 이상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걸 믿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깨닫기는 했다는 뜻이다. 지겨워도 어쩔 수 없었다. 사실은 사실인 걸. 나에게 너는 그런 존재였다.
"결혼하자."
"......"
"진심이야."
네게 기대고 있는 내가 싫어 너에게서 도망친 내게 결혼을 말하는 너의 모습은 이미 빛이 바랜 채였다.
사랑을 막 시작했던 때의 새파란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고, 그저 나 만큼이나 말라 비틀어져버린 옹성우가 그 자리에 있었다.
누가 너를 이렇게 만든 걸까. 나일까, 너일까, 아니면 우리 모두가 아닌 제3자일까. 그렇다면 누구에게 이 상황을 하소연해야 하지?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결혼을 하자는 너의 말에는 대답할 수 없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한 답으로 너를 헷갈리게 만들었던 당시를 회상한다.
내 잘못이었다. 그것만은 분명한 내 잘못이 맞았다. 그러나 너는 네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짜증날만치 착한 사람. 너는 그랬다.
"좋은 사람 만나."
"....."
"나는, 너를 사랑할 자신이 없어."
너는 나를 앞에 두고 눈물을 보였다. 그만치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내지도 않고 버티고 있던 너의 모습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너는 그 말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헤어지자는 말만은, 좋은 사람을 만나라는 말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내게 빌었다.
내 한 손을 제 두 손으로 꼭 붙잡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마음이 약해져버렸다. 그래서는 안됐는데. 너를 위해서라도 그러면 안됐는데.
애석하게도 마음이 약해진 나는 거기에서 또 너에게 잡혀버리고 말았다.
그게 결국 갈 데까지 가도 너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올가미인 줄 모르고 말이다.
"제발 나 버리지 마."
"....."
"헤어지자고만 하지 마."
"....."
"그거 말고는 다 해줄 테니까.
제발 그 말만은 하지마."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내 손을 붙잡으며 말하는 너를 뿌리칠 요량은 내게 없었다. 싫다, 싫다 하면서도 막상 울고 있는 네 얼굴을 보면 마음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는 게 동정으로 변질되기까지 우리 사이에는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던가.
나는 내가 너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서도 왜 너를 붙잡고 있었던 걸까.
사랑이 아닌 동정, 연민, 그런 쓰레기와 같은 감정들이 사랑이 지나간 자리를 덮어왔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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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두고 나오면서 나는 우리의 지난 3년이 서로가 서로에게 아무런 도움도, 힘도 되지 않는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내가 개같이 살아도 시간은 결국 지나가버리고 만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우야. 내가 사랑했던 성우야. 나는 너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고, 그게 우리가 지금 헤어지는 단 하나의 이유야.
눈물을 글썽이는 네 얼굴을 앞에 두고 차마 말하지 못했던 나는 너를 두고 멀리멀리 걸어간다. 네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곳으로, 네가 나를 잡지 못할 곳으로.
그렇게 가고 있다고 믿었다.
"......."
".........."
아마도, 너는 내가 나오자마자 나를 뒤따라 나온 모양이다. 네 손에 잡힌 내 손목은 그대로 네게로 끌어당겨져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잔뜩 지쳐버린 네 얼굴은 어느샌가 의무적으로 나를 붙잡고 있다. 그렇다면 의무적으로 붙잡혀주는 게 나의 역할인 걸까.
".....흐으, 흐,"
너는 그런 나를 앞에 두고 무릎을 꿇었다. 한낮의 서울,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우리를 쳐다본다.
선글라스도, 마스크도 끼지 않는 너를 사람들이 알아볼까봐 난 내 손을 들어 네 얼굴을 가린다.
너는 무릎을 꿇은 채로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손을 뻗어 내 다리를 붙잡는다. 바닥을 친 네 자존심은 지하를 뚫고 내려가는 줄도 모르고 한없이 떨어진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괴로워했다가 너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웬만한 안간힘으로는 내 마음이 움직이지도 않을 거라 생각한 네가 그대로 눈물을 쏟아낸다.
"...사랑해."
"......"
"가지마."
"......"
"버리지마."
끝까지 나를 붙잡아오는 너를 등지고 걸음을 재촉했다. 네가 도로 한복판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느냐 아니냐는 내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변해버린 사랑은 그만치 잔인한 것이었다. 네가 내게 기대한 그 감정과 행동은 내게서 찾아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너의 울부짖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귓전을 때리는 네 울음 소리가 꼭 마지막 발악 같아서 두려워지기까지 했다.
성우야. 좋은 사람 만나. 그리고 웬만하면, 다시는 날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
-
"성우씨, 왕성하게 작품활동 하시는 반면에,
결혼적령기라는 이야기가 슬슬 들리는데요.
뭐, 만나는 분이라든지... 마음에 두고 있는 분은 없나요?"
툭, 네 대답이 채 이어지기 전에 TV를 껐다. 밝은 표정이던 네가 대강 어떤 이야기를 했을지 예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또 다시 갇혀버린 전원주택 안에서 TV 속의 너를 바라보고, 그런 너를 바라보며 네게는 들리지 않을 대화를 한다.
결국 너에게 잡혀버린 내 인생은 개에 물린듯 지독히도 벗어날 수가 없다.
내게 줬던 너의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마냥 끈질기고도 더럽고, 추악한 것이었다.
나를 놓지 못한 네 인생 또한 그러기를. 네게 잡힌 나의 마음속으로 바라고 또 원할 뿐이다.
"...널 사랑하지 않아."
탁상 위에 놓여진 성우의 사진을 보며 난 들리지 않을 넋두리를 중얼거릴 뿐이었다.
해가 지면 그는 돌아올 것이고, 나는 다시 그의 품에 안겨 잠이 들 것이다.
사랑해. 가지마. 버리지마.
내게 줬던 너의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마냥 끈질기고도 더럽고, 추악한 것이었다.
나를 놓지 못한 네 인생 또한 그러기를. 네게 잡힌 나의 마음속으로 바라고 또 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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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한 잔 하고 의식의 흐름대로 써본 글입니다. 이 노래 최근 들어 다시 찾아서 듣게 되었는데, 뭔가 '권태기'와 '옹성우'라는 키워드가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초반에는 권태기의 성우를 그리고 싶었으나... 쓰고 나니 집착이 강한 남배우가 되어있더라는... 글이 좀 불친절해서 혹시 도움이 될까 하여 몇 자 적어봅니다. 1. 과거: 위아래 이웃주민 사이로 시작된 관계. 성우는 가수로 시작한 남배우였고 여주와 연애를 시작합니다. 여주를 향한 마음이 커져 같이 살자고 이야기하지만 여주는 거절합니다. 그래도 여주를 놓을 수 없던 성우는 결국 여주가 질려버리게 만들고요. 2. 현재: 연애를 시작한 지 3년, 어느덧 권태밖에 남지 않은 여주는 성우에게 이별을 고하지만 성우는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매몰차게 돌아섰지만 결국 다시 성우에게 잡혀버리고 맙니다. 끝까지 성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어쩌면 그녀 또한 성우 없이는 살 수 없었던 것 아닐까요. 이런 글도 쓰기 좋아하는데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어서 그냥 자기만족 겸 해서 올려봅니다.. 내일은 강과장 들고 올게요! 우울하고 칙칙한 건 딱 오늘까지. 오늘은 음... 새벽부터 생각이 많았으니까? 하핳.. 암튼 여러분들 새벽이 다 되었는데 다들 꿀잠 주무시고 내일 봬요~ 별 재미 없는 단편 읽으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