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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글똥글 전체글ll조회 1523l 2
1.  

 

하루종일 내 기분은 뭐 같았음. 아침부터 잔뜩 꼬였었는데 끝까지 꼬여버렸음. 다름아닌 헤어진지 일주일 된 전남친 소식 때문이었음. 끝까지 나를 집착 쩌는 여자로 만들었던 그 놈과 일말의 정도 미련도 없이 헤어졌는데 오늘 친구한테 들은 소식에 의하면 그새끼 카톡 사진에 어떤 여자랑 찍은 사진과 함께 축 300일 이라는 말이 써있었다는 거임. 결국 바람 이었음. 나를 집착 쩌는 여자로 만들어서 헤어지자고 했던 이유가 다른 여자 때문이었던 거임. 으악 똥 똥똥!! 아무리 생각해도 그새낀 처음부터 똥이었어.  

 

 

 

2.  

 

오후 내내 친구랑 수다를 잔뜩 떨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음. 술이나 한잔 하자 했는데 친구는 남친이랑 약속이 있다고 하네. 나쁜 년. 도움도 안되는 년! 됐다 됐어. 근데 또 바로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 집 앞 공원에 멍 하니 앉아있는데 다니엘 한테서 전화가 옴.  

 

 

"어." 

-어디야 

"집 앞 공원. 왜?" 

-왜는 무슨. 기다려 금방 가 

"어 야..!" 

 

 

아이씨. 올때 맥주 사오라고! 지 할말만 하고 끊어버리냐. 다니엘은 항상 저랬음. 지가 전화하면 왜 전화했는지 묻지말래! 아니 용건이 있어서 전화 했을 거 아냐. 그래서 왜 냐고 물어보는데 묻지말라니. 이상한 놈. 하여튼. 우리 집 앞 공원은 참 멍 때리기 좋은 곳임. 조용하고 한적해서. 아무 생각없이 허공만 보고있는데 볼따구에서 엄청 차가운 무언가가 훅 들어옴. 읏차거! 놀라서 옆을 보니 다니엘이 히죽히죽 웃고 있음. 오 다니엘 센스~~! 놀란것도 잠시 다니엘 손에 들린 맥주를 건네 받음. 근데 다니엘이 도로 가져감. 아 왜 가져.. 아, 땡큐. 무심하게 아무말없이 내 맥주를 따주고 옆 자리에 털썩 앉음. 그러더니 지도 하나 까서 먹더라? 근데 왜 크기가 다름? 

 

 

"야. 왜 니껀 큰거고 난 작은거야?" 

"욕심 부리지마라. 너 먹고 또 남길거잖아." 

"아 나도 큰거 줘!" 

"까분다." 

"아 내놔내놔! 바꿔!" 

"아오 씨. 고집 진짜." 

 

 

큰 맥주라서 그런가. 더 맛있네. 헤헤. 다니엘이 한숨을 쉬더니 그냥 웃어버림. 비웃음처럼 들린건 기분 탓이겠지. 내가 짠 하자고 맥주를 들이대니까 다니엘이 쾅 하고 맥주를 부딪힘. 천천히 마셔. 저런 말은 싹 무시해주시고 맥주를 벌컥벌컥 마심. 캬. 드럽게 시원하네. 오늘은 많이 먹어도 안 취할 거 같음. 정말. 그렇게 한참 둘이 앉아서 맥주만 홀짝 였음. 다니엘은 원래 말이 많지 않은 애라 그렇다쳐도, 만나면 항상 쫑알쫑알 거리던 내가 말이 없는 걸 이상하게 생각 할 법도 한데. 다니엘은 오늘따라 더 말이 없었음. 왜 말이 없냐는 질문도 안함. 근데 그게 더 뭔가 위로가 되는거임. 막.. 그냥 내가 이렇게 마음이 심란할때 누군가가 아무런 말 없이 그저 옆에 있어 준다는 게 그게 너무나 나한테는. 큰 위로인거임.  

 

 

 

3. 

 

"오늘 그 새끼 봤다. 여자랑 있던데." 

 

하필 또 그걸 보셨대. 다니엘이 내 쪽으로 고갤 돌림. 헤어진거지? 뭔가 확인 사살하듯 물어봐서 맞다고 끄덕였음. 300일 됐대. 대박이지? 내 말에 개새끼.. 라고 하는거 같은데 그냥 모르는척 맥주를 꼴깍꼴깍 마셨음. 하긴 다니엘은 내가 전남친-일주일전 헤어진-과 사귈때부터 엄청 마음에 안들어했었음. 생긴 게 병신 같대나 뭐래나. 암튼 사귀는 내내 싫은 티를 팍팍 냈었음. 그럴때마다 나는 나쁜애 아니라면서 편을 들었었는데. 그 생각하니 다니엘한테 좀 미안해졌음. 

 

괜히 뻘쭘해져서 맥주 뚜껑을 틱틱 건드렸는데 다니엘이 화가 난건지 어쩐건지 한숨을 푹 쉬더니 갑자기 맥주를 막 먹는거임. 더 사와야 겠다.. 내가 왜 눈치를 보는건진 모르겠지만 우물쭈물 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음. 오징어도 사와야겠다.. 쭈꿀쭈굴 지갑을 꺼냈음. 편의점 갔다와야겠다... 막 발을 떼는데 다니엘이 내 손목을 잡고 벤치에 콱 앉힘. 아이씨! 아퍼! 왜! 왜 무섭게 인상을 쓰실까 진짜! 괜히 겁 먹어서 막 소릴 질렀음. 나 진짜 쫄아서 그런거임. 화를 잘 내는 애가 아닌데 인상쓰면서 서 있으니까 엄청 무서운거임. 저런 표정도 처음 보는거 같음. 왜 그러냐고...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다시 물어도 다니엘은 표정이 없었음. 뭔가 할말이 있는거 같긴 한데 말을 안함. 그래서 나도 말을 안했음.  

 

 

 

4. 

 

지금 나는 말도 안되게 막 심장이 엄청 빠르게 뜀. 말은 입에서 헛돌고 눈은 갈 곳을 못 정하고 방황하고 있었음. 아... 어.. 이 상황에 뭐라 말을 할 수가 없는거임. 이런 나를 보는 다니엘의 눈빛은 확고했음. 뚫어져라 쳐다보는 게 정말 이건 뭐지? 싶었음. 긴 적막을 뚫고 내가 간신히 입을 열었음. 

 

 

"그니까.. 너가.. 날..." 

"좋아한다고." 

"어? 어. 그래서.. 지금.." 

"사귀자고." 

"..야,아니... 너 언제부터야?" 

"한 2년 됐나." 

"헐. 대박." 

"너 헤어진거 알고 나 진짜 설렜는데." 

 

 

다니엘 표정에서 그게 한없이 드러남. 내가 남친이랑 헤어지고나서 다니엘에게 2년만에 드디어 기회가 생긴거임. 난 왜 몰랐을까 바보같이. 남친이 생겼을때 대놓고 안된다던 다니엘을. 매번 싸우고 다니엘이랑 술 마실때 당장 헤어지라던 그 목소리를. 내가 남친이랑 헤어지고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다니엘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당황해서 굳어진 얼굴이 펴지질 않았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사귀는 건 말이 안되잖음. 난 다니엘을 한번도 남자로 생각한 적 없고 그저 좋은 친구라고 생각 했었는데. 만약 사귀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 후도 문제임. 혹시나 헤어지면 친구도 못 되는거잖아. 아직 생기지도 않은 문제까지 막 고민할때 쯤 다니엘이 웃으면서 내 볼을 톡 침.  

 

 

"그렇게 고민 할 문제야?" 

"당연한 거 아니야? 절대 쉬운 문제 아니거든." 

"그냥 나한테 오면 되는 엄청 쉬운 문젠데." 

"그래, 너한테 갔다고 쳐. 근데 내가 너 안좋아지면?" 

"그럴 일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허. 자신감 보소?" 

 

 

막 웃은 다니엘이 내 볼을 한번 더 톡 쳤음. 그럼 지금부터 시작이다 우리? 막무가내로 몰아붙이는 다니엘에게 졌다는듯 난 웃어보였음. 어디 해봐. 푹 빠지게 해봐 그럼. 왠지 내 맘이 막 설레는 거 같았음. 다니엘의 웃는 얼굴을 보니까 마음이 놓인다고 해야하나? 갑작스럽게 고백하는 다니엘에게 싫은 느낌보단 설레고 들뜨는 느낌이 더 했음. 이런 고백을 해오는게 다니엘이라서 다행.. 인거 같고. 한편으론 걱정도 됐음. 지금 이런 마음이 일시적이면 어쩌지. 전남친 때문에 생겨버린 상처를 덮기 위해서 다니엘을 받아준건 아닐지. 내가 다니엘에게 오히려 상처가 되면 어쩌지 하는 그런 복잡한 심정들.  

 

 

 

5.  

 

사귀기로 하고 맞는 첫 주말이라며 우린 영화데이트를 하기로 했음. 그냥 평소처럼 만나면 되는 일인데 괜히 떨리는 거임. 쌩얼로 툭 만나던 다니엘인데 그러면 안될 거 같아서 화장도 열심히 하고, 평소에 입지도 않던 원피스도 꺼내입음. 몇 시간을 치장에 힘썼더니 만나기도 전에 지쳐버림. 먼저 약속장소에 도착 한건지 아직 다니엘은 보이지 않았음. 서서 두리번 두리번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구경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다니엘이 보이는거임. 키가 크니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한눈에 보였음. 잘생긴건 뭐 원래 알고있긴 했지만 막상 저게 내 남자친구라고 생각하니 더더 잘생겨 보이는거임. 그랬다고 반한 건 아님. 진짜로. 괜시리 떨리는 게 멎쩍어져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는데 다니엘에게 전화가 딱 옴. 

 

 

"어." 

-나 보여? 

"응 보여." 

-잘생겼지? 

"시끄러." 

-어딜 가. 딱 서. 

 

 

코 앞까지 와서 나를 막아서는데 너무 부끄러운거임. 얘 만나러 나오는데 이렇게 꾸미고 나온것도 그렇고 순간 떨렸던 내가 부끄러워져서 고갤 들수가 없는거임. 고개 좀 들어. 내가 뭐 잘못했어? 묻는 다니엘이 허릴 숙여 내 눈을 마주쳐옴. 악 얘 왜이래. 제발 가. 맘에도 없는 소릴 하면서 몸을 꼬았더니 다니엘이 웃으면서 내 팔을 잡음. 부끄러워? 어? 그래서 그래? 알면 묻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다니엘은 눈치없이 자꾸만 물었음. 그러다가 내 손을 꽉 쥐어잡고 "가자." 함. 그 큰 손에 잡힌 내 작은 손을 보다가 다니엘을 올려다 보니까 기분이 좋은건지 계속 웃고 있음. 그 얼굴을 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와버림. 말 없이 걸으면서 그렇게 우리는 한참 웃었음.  

 

 

 

 

현실에선 절대 없는 일...(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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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헤ㅔㅎ헤하면서 보다가 마지막에 급실망했어요.. 그러쵸 현실에 저런 사람없게쬬ㅠㅠㅠ 그래도 내용 넘 설래요ㅠㅠ
6년 전
독자2
ㅠㅜㅠ재밌어요ㅜㅜㅠ진짜심쿵하네요ㅜㅜㅠ작가님ㅠㅠㅜ
6년 전
독자3
제목 그대로 다니엘에게 심쿵하는 내용이군요 ㅎㅎ 저런 남자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ㅠㅠㅠ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작가님!
6년 전
비회원135.52
작가님...글을 왤케 설레게 쓰시는거죠??ㅜㅜㅜㅜ정말 오랜만에 설레보네여!!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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