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에는 조그마한 병이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우리집앞에, 아니 아저씨집앞에 있다.
…
참을 수가없었다.
다가가면 안되는건데 그동안 쌓아왔던 추억이 너무나도 많아서, 그리워서
지금쯤이면 아저씨는 회사에서 일을하고있을테니까…,
잠시나마.. 괜찮겠다고 생각을하고서 발걸음을 뗐다.
문 앞에서 몇번이고망설였을까
도어락을 풀고서 들어갔다.
…
난장판이다.
거실한가운데에 널려있는 옷들, 그리고 술병
술 마시지말라니까.. 몸상하는데..
집에서 같이 살때에는 술은 입에도대지도않았고, 집안일들은 내가도맡아서했었으니까..
신발을 벗고서 두리번거리며 익숙하지만 익숙하지않은 아저씨랑나랑 같이 잤던 침대로 발걸음을 향했다
침대는 그래도 자는곳이니까 깨끗하겠지라는 생각과는달리 온갖 책이 널브러져있었다.
무슨 책이 이렇게…
책을 한권씩 한권씩 정리하면서 책 제목을 보았다.
'혈액' ,'헌혈','피'
...아무런 생각이들지않았다, 책을 들고서 침대옆에있던 조그마한 서랍위에 올려다놓고
서랍문을 열어보았다.
...!
병..병이왜이렇게많이있지?
손바닥안에 들어오는 작은병, 그리고 주사기…
급히 주머니안에있던 아저씨가 주었던 병을 꺼내서 비교해보니 같은거였다
머리가 다시아파왔다, 미쳤나보다 아저씨가
사실 눈치는 채고있었다.
이방에 들어올때부터 피냄새가 진동을 했으니까
여기서 정신을 놓으면 안되는거니까
...어차피 아저씨는 내가 이 집에들어오지않는 이상 피를 뽑는걸 멈추지앟을거라는거 잘알고있다
서랍속에 있던 병을 다꺼내서 옆에있던 봉지에 다 버렸다, 물론주사기도
...내 최선의방법이니까
아저씨가 오기전까지 집이라도 치워주고가야겠다는 생각에
거실로 나가서 소매를 걷고 널려있는 술병들과 옷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몇시간쯤 치웠을까,
피곤함에 지쳐 쇼파에서 잠깐 쉬기로하고 누워있었는데
쇼파 앞 탁자에있던 펜과 종이가보였다.
왠 종이야.. 치워야지 하고서 봤는데
종이 위에 적혀있던 글씨를 보자 가슴이 턱 막혀왔다
매일 골목에남겨져있는 쪽지,
[준홍아 돌아와]
멍하니 그 글씨만 바라보고있었을까,
풀리고있는 도어락의 소리도못들은채 펜끝을 만지고있었는데
"....준홍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