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너를 중심으로 돌고 돌아간다
01
1
김힘찬, 이라는 사람은 어느날 갑자기 내 마음속으로 들어와 모든것을 헤집어놓았고, 들어올때 그러했듯 어느날 갑자기 떠나버렸다.
2
"…오빠,"
"오랜만이네- 이게 얼마만이야, 헤어질때가 초등학생이였으니까…."
"……."
"…많이 보고싶었는데, 안본사이 아가씨가 다 됐네, 우리 익인이."
…그리고 또다시, 어느날 갑자기 돌아왔다.
3
아무 말 없이 저녁을 깨작대는 내 앞에서 엄마와 아빠의 입엔 음식이 아닌 그이름이 오르락거렸다. 어린 나이에 외국으로 유학을 가서 그 들어가기 힘들다는 의대에 합격하고, 장학생으로 스카웃되어 우리나라에서 나머지 과정을 마저 수료한다는 수재. 초반엔 감탄, 다음은 칭찬, 끝은 나를 향한 미묘한 시선이였지만 내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그게 아니였다. 그냥 그 인물 자체였다. 지금 두분이 주고받는 이름, 김힘찬이라는 사람이, 과연 내 옆집에 살던 고등학생 오빠가 맞던가.
오랜만에 재회한 그는 5년 전보다 더 남자다워져 있었다. 고유했던 그 얼굴은 여전했지만 장난기 가득하던 눈빛은 사라진지 오래인 것 같았다. 사실 조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난 그 눈빛을 좋아했고, 그 눈의 소유자였던 김힘찬을 첫사랑으로 간직하고 있었으니까. 그 눈이 사라졌다는 건 내가 그에게 다시 흔들릴 필요가 없단 뜻이겠지.
하지만 이런 생각과는 달리, 나는 자꾸만 그의 모습을 훔치게 되었다. 5년 전의, 열 두세살의 나로 되돌아가서.
4
"그래서, 결론은 뭔데?"
"몰라요, 나도. …아저씨, 담배 끊으면 안돼요? 냄새 심해."
"이건 중독이야, 내가 맘대로 끊을 수 있었으면 진작에 끊었지."
그래도 내 말에 아저씨는 방금 불 붙인 담배를 지져 껐다. 방엔 이미 담배냄새가 퍼진지 오래였지만 나름 나를 생각해준 배려에 살풋 웃어보였다.
"꼬맹이, 근데 왜 넌 맨날 나만 찾아와?"
"음… 아저씨는 친구도 없으니까 내 고민 떠벌릴 사람도 없잖아요. 비밀 보장되니까 찾아오는거지."
내 말에 어이없단듯 풋 웃곤 자신 앞에 놓인 술잔에 소주를 따르던 아저씨는 순식간에 술을 입에 털어넣곤 크, 하는 소리를 내뱉으며 날 바라봤다. 아까보단 살짝 풀린 눈. 아무래도 세보이는 인상과 달리 술을 잘 못하는게 틀림없다. 여튼 아저씨는 다시 되풀이되는 내 이야기를 듣다가 답답한듯 내 말을 끊곤 이렇게 말했다.
"그냥 니 마음 가는대로 해, 첫사랑 따위의 연애상담같은건 내 취향이 아니라서."
아저씨는 도움이 안되는 부류인 것이 확실시되는 순간이였다.
5
"영재야, 유영재."
분명 충분히 들을 수 있을만한 거리였건만 유영재는 내쪽을 돌아보지 않았다. 못들었다고 하기엔 그 순간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었다가 풀어졌었다.
저건 의도하는거다. 유영재는 나를 피하고있었다.
6
"무슨일인데, 아, 이것 좀 놓고 말해줘."
무작정 유영재의 손을 끌고 학교 뒤편으로 향했다. 일부러 뒤돌아보진 않았지만 어이없음과 당혹스러움이 한꺼번에 묻어나있을 표정이겠지. 괜히 서러워져 죄 없는 아랫입술만 꾹 깨물었다.
"…유영재,"
홱 뒤돌아 유영재를 바라보며 이렇게 운을 뗐다. 나도 몰랐는데 내 눈에 눈물이 고였었나보다. 유영재의 눈썹이 꿈틀 올라갔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왜 자꾸 나 피해?"
"…무슨소리야."
"이젠 나 싫어졌어? 여자애랑은 더이상 친구로라도 못지내겠다, 이거야?"
마음에 담아뒀던 말을 최대한 담담하게 꺼내려고 노력했는데, 물거품이 되었다. 어느샌가 난 울고있었다. 내가 말을 마칠때까지, 유영재는 한마디 말도 없이 날 바라보기만 했었다. 전처럼 달래주지도,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은채로 날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유영재에, 더 서러워져선 끝에 가서는 결국 소리내서 울고 말았다.
"…내가 친구 너 하나밖에 없다고… 흐, 너한테 많이 의존했었, 는데… 너도 결국엔 똑같아 유영재…."
"……."
"…흐으… 진짜…, 진짜 싫어…."
"…이제 말 다 끝났어 익인아?"
나와는 달리 너무도 담담한 말투. 그에 내가 더이상 아무 말도 잇지 못하자 유영재는 살풋, 웃어보이며 내 머리칼을 정리해주었다. 그리곤 천천히 입을 뗐다.
"…이런식으로 받아들일줄은 몰랐네, 니가."
"……."
"…너 눈치 더럽게 없는거 너도 알지?"
그 부분은 인정. 고개를 들어 붉어진 눈가로 유영재를 주시하니 날 바라보던 유영재는 잠시 입술만 달싹이다 조금씩 말을 이어나갔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못 들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내가 너, 많이 좋아해."
"……."
"나중에 더 멋있게 고백하려고 했는데, 니가 이렇게 몰아가니까 이렇게 무드없게 되어버리잖아."
"…유영재."
"…좋아해 익인아."
유영재는, 더이상 내 친구조차 될 수 없는 길을 선택해버렸다.
천천히 너의 입술에 부비부 |
쓰읍 세륜렉... 그래서 원활한 톡은 진행이 되지 않을것같아 나중에 열려구요. 대신 이렇게 똥망인 빙의글을......... 엉엉 뎨둉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랜만에 톡을 하려는데 왜 인티가 협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