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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al 전체글ll조회 1356l 1

 










 나는 말이 많지 않습니다. 그것은 나와 만나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발견해내는 사실이지요. 그저 하고 싶은 말이 없었을 뿐이에요. 그러나 당신을 만나곤 바뀌었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할 말을 고르고 고르느라 말을 많이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뭉글뭉글한 돌의 느낌을 피부로 느끼며 저 머얼리를 쳐다봅니다. 해가 뉘엿뉘엿 기어 들어가고 있는 저녁이 다가오는 시각. 아저씨의 시선이 내 옆얼굴을 찌릅니다. 나는 돌아보지 않습니다. 붉게 물든 바다를, 한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조용히 노려보고 있노라면 아저씨는 다시 고개를 돌려 바다와 마주합니다.


"배고프지 않아? 이제 저녁 먹으러 갈까?"
"조금만, 더 있다가 가요."


 내 손을 굳게 잡고 있던 아저씨의 왼손이 스물 스물 풀려갑니다. 배가 고픈가 봅니다. 나는 되려 아저씨의 어깨에 머리를 기댑니다. 10년 전보다 여윈 어깨는 이미 나의 것보다 약하지만, 머리를 기대기엔 충분하지요. 조금만 더 함께 있어요. 아주 조금만, 저 해가 다 저물 때 까지만. 


"시상이라도 떠올랐나봐?"
"네,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요."


 나는 시인입니다. 문단에 등단하지는 않았지만 당신 앞에서는 어엿한 시인입니다. 남들보다 월등한 감수성도, 어휘력도, 무엇도 없지만 당신만 있으면 나는 시인이 되어요. 생각이 미쳐서 시가 되고, 시가 미쳐서 사랑이 된다는 시구가 있었지요. 최영미 시인의. 아저씨를 생각하다 보면 그게 어느새 내 마음에 몇 줄의 시로 녹아내렸고, 누구도 못 보게 꽁꽁 숨겨 놓았더니 언젠가는 심장 모양을 한 사랑이 되어 버렸지요. 그래서 나는 아저씨를 생각하는 시간과 아저씨를 사랑하는 시간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시를 쓸 때도 일을 할 때도 나는 당신의 것입니다. 


 이런 말을 당신에게는 한번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지금의 사랑을 고백하는 대신, 나는 가물가물한 예전 얘기를 꺼내었어요.



"내가 처음 했던 말, 기억나요?"
"응?"
"10년 전에요. 공원에서."
"아아- 그 때, 기억난다. 아저씨 담배 있어요?, 였지 아마?"



 아저씨는 10년 전에도 아저씨였습니다. 26살인 당신 옆에서, 16살의 나는 풋내나고 치기어린 아이였어요. 충동적으로 달랑 책가방 하나를 매고 집을 나와 향한 공원에서, 더 어린 꼬마들이 뛰노는 광경을 시니컬하게 지켜보며 구석 벤치에 쭈그려 앉았지요. 앞을 보니 꺄르르대는 꼬맹이들이, 옆을 보니 한가히 잘난 체 하는 듯 책을 읽고 있는 대학생이. 



"큭큭, 기억나네, 그 때 정택운이. 담배도 못 하는 게 괜히 폼 잡으면서 콜록대고."
"그 땐 나름 심각했다구요."
"그 뒤로도 쫄래쫄래 쫓아오길래, 난 네가 길고양이인 줄 알았다. 밥 한 번 맥였더니 또 찾아오고, 난 가난한 학생이었는데 말이야."
"난 아저씨가 백수인 줄 알았지."
"...그래도 금방 취업했거든? 너야말로 지금 백수 아니냐?"
"이제 곧 취업해요, 저도."



 내가 당신 앞에서 이런 말을 하는 날이 올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러나 정신을 차려보니 당신은 서른여섯이었습니다. 잠자리에서조차 지치는 나이가 되었지요. 22살 때 첫경험을 시작으로, 당신은 나를 꾸준히 사랑과 진심을 담아 안아주었습니다. 사랑받는 게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느끼게 되는 그 시간이 너무 좋아, 나는 아저씨에게 안기는 것만을 고집했습니다. 


 해변 뒤로 몇 걸음만 가면 보이는 펜션에서 보낸 어젯밤이 떠올라요. 조금 특별했지요. 나는 수시로 얼굴을 보여달라고 졸랐고, 너무 익숙해져 모르는 게 없는 당신의 몸을 더듬어 훑어내렸습니다. 5년 전보다 근육이 조금 빠지고 살이 약간 붙었네요.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목과, 눈가에 얇게 자리잡은 주름과, 다부진 손등에 생겨난 흉터와, 그 모든 변화를 지켜봐온 나. 


 눈물을 보이는 내가 오랜만이어서 신기했는지 당신은 몇 번이고 괜찮냐고 물어줬지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지 않다고 대답하면 당신은 시무룩해져서 기운이 빠질 테니까. 행복의 눈물. 이제 질린다고 해도 고개 끄덕일 수 있을만큼 닳은 내 몸을 이렇게 또 사랑해주어서 감사합니다. 당신에게 쓰여 닳은 것이니 나는 행복합니다. 




"...있잖니, 택운아. 너는 그 때 나를 만난게 제일 큰 행운이었다고 했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
"내게 묶여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은 너를 볼 때 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차라리 내가 없었으면 네가 더 좋은 대접을 받고, 더 호감을 받고, 그랬을 텐데, 넌 그럴만한 아이인데 내가 그걸 다 가리는 것 같아서."
"아니에요."
"사회생활, 많이 힘들거야. 뜻하는 대로 잘 풀리지 않을 수도 있고. 버텨야 해. 허점을 보여선 안 돼. 난 완벽이라는 신조 하나로 지금까지 견뎌왔어. 쉽지 않은 길이었고."
"잔소리하는 거에요?"
"...완벽해야한다는 건 아냐. 그건 내 스타일이었고, 너는 네 방식대로 꿋꿋이 살아줘."
"아저씨는 이제, 좋은 여자 만나서 빨리 결혼하시구요."



 명절마다 여기 저기에서 결혼하라는 잔소리로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아저씨의 말을 듣고 깨달았습니다. 이번 여행은 보내주는 여행이었습니다. 아저씨를 보내주고, 나를 보내주는. 당신은 말없이 입술을 꾹 닫고, 모래를 한 줌 움켜쥐어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이 스르륵 흩어지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이 말을 뱉으니 불안했던 마음이 파도와 함께 쏴아아 밀려갑니다. 이 말을 줄곧 하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미래가 행복하길 비는 내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너는? 그러는 너는, 택운아. 너는 어떡하려고."
"어떡하긴요, 알아서 잘 살텐데요. 사람도 만나고 일도 하고 잘 살텐데요."
"괜찮은, 거야? 정말로?"
"울지마. 왜 울어요. 아직도 아저씨는 애 같애."
"......"
"내 말 들어봐요. 저-기 바다요, 나 항상 아저씨가 바다를 닮았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마지막으로 함께 여기서 바다를 보고 싶었어."
"그런 말 하지마."
"이렇게 잔잔하고 고요하고 아름다운데, 겉으로 보면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데, 밑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물고기들이, 조개랑 불가사리가, 온갖 해초들이 살고 있어. 아저씨가 그래요."



 
 그 바다 밑에 내 자리도 있다면, 나도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면, 나는 암초로 남고 싶어. 작아서 평소에는 어디 있는지, 있기는 한건지 기억이 나지 않아도, 굳게 자리잡아 빠지지 않는 암초로. 아주 가끔가다 아- 여기 이런 게 있었지, 생각나는 암초로요. 그렇게 해주실래요?




"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내가 붙잡으면 화낼거니, 너?"



 사실 붙잡아줬으면 좋겠어. 싫어하는 숙제처럼, 하기 싫다고 안 할 수 있는 거였으면 좋겠어요. 벌써 까맣게 밤이 내려앉은 해변에서 고개를 당당히 쳐들었습니다. 눈이 아파서 미간을 찡그렸습니다. 자꾸 눈 앞이 흐려지는지.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습니다.


"삶은 계란의 껍질이 벗겨지듯 묵은 사랑이 벗겨질 때, 나는 지금이 그 때라고 생각해요."
"...아니, 난 흡, 잘 모르, 겠어."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김수영 시인의 시구예요."
"난 시인이 아니라서 그런 거 잘 모르겠어. 난...!"



 내 앞에서 얼굴을 가리고 우는 아저씨를, 참지 못하고 끌어 당겨 입맞추었어요. 이 입술을 나는 잊을까. 이 연약한 표정으로 택운아- 부를 때, 잊었노라, 하고 뒤돌아 설 수 있을까. 내가 뱉은 이 말을 취소하면 안될까. 다시 예전처럼, 언제까지고 같이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그래선 안되지요. 첫사랑을 첫사랑으로 남기기 위해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지요. 내 눈물이 당신의 것과 섞여 두 볼을 어지럽힙니다. 당신은 떠날 때임을 압니다. 아저씨를 사랑했다는 사실은 변치 않을 것이기에 당신을 보낼 수 있습니다. 전화번호를 바꾸고, 결혼을 하고, 이사를 하고, 직장을 옮기고, 예쁜 아이를 낳게 되더라도 연락하지 마세요. 과거는 내게 버려두고 떠나 가세요. 



"우리가 헤어지는 건 누군가의 희생으로 인한 게 아니에요. 그저 그럴 때가 된 거에요."
"응."
"그러니까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슬퍼할 필요두 없구요. 그저, 가끔씩 생각날 때, 더는 보지 못할 그 하나만이 안타까운 거에요."
"알아. 알아 택운아. 우리 택운이. 정택운..."



 같은 길로 난 두 발자국이 갈라져 서로의 길을 갑니다. 별을 머금은 구름이 너무 아름다워 눈물이 납니다. 뒤를 돌아볼까, 행여나 당신도 날 보고 있을까, 하다 서둘러 갑니다. 바다를 닮은 사람, 썰물처럼 밀려왔다 밀물처럼 떠나가는 사람. 당신의 암초는 뿌리가 깊어 쉬이 빠지지 않을 겁니다. 울지도 말고 아프지도 말고 내내 푸르르세요. 시인은 이제 죽습니다.








 책꽂이에 있는 시집 들춰보다 삘 받아서 쓴 글...길가다 아 이런 문구 넣을까 하는 생각이 시시때때로 들어서 힘들었다 
'헤어져야 할 때' 라는 게 있을지 모르겠지만, 추악하고 볼꼴 못볼꼴 죄다 보여주고 떠나는 헤어짐보다는 아름다운 것 같다...
택운이한테 이런 시적인 캐릭터가 어울릴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빅스 중에서는 얘다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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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좋아요 진짜...뒷내용도 궁금하고 뭔가 말투덕에 몰입이 더 잘되고 내용도 좋고!!!잘보고가요!!
9년 전
독자2
와 이거 뭐야.... 이 글 읽으러 자주 올 것 같아요 그림같은 글이네요 파란 바다가 보이는 것 가트당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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