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보래요~ 뚱보래요~"
때는 바야흐로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너콘이 햇살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이었음.
그 당시 너콘은 병아리반의 수장으로서 악을 물리치고 정의를 실현하고 다니는 드센 꼬마 아이였음.
성격뿐만 아니라 일찍 발현된 성장 덕분인지 또래 아이들보다 키도 커서 다른 아이들이 잘 따르곤 했음ㅇㅇ
"야!!! 거기 너네들!!! 그만 못 둬?!!!"
그래서 그날도 너콘은 유치원 놀이터에서 빙 둘러 선채 누군가를 괴롭히고 있는 무리들을 처단하는 중이었음.
너콘이 소리치자마자 부리나케 달아난 무리들이 사라지고 난 자리에는 어떤 남자아이가 쪼그려 앉아 울고 있었는데,
"야, 괜찮아?"
일곱 살 아이 치고는 상당한 덩치의 남자아이였음.
"(훌쩍)"
눈물 자국으로 범벅 진 얼굴을 연신 손으로 닦아내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너콘은 그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지.
"자, 내 손잡아"
"....."
"뭐 해? 얼른 일어나지 않고. 우리 아빠가 그랬는데 사내대장부는 태어나서 딱 세 번만 우는 거랬어. 그러니까 너도 눈물 뚝 그쳐"
당차게 내밀어진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남자아이는 너콘을 한번 흘끗 쳐다보곤 제 손을 내밀어 너콘의 손을 잡았고,
으랏챠챠- 하는 기합소리와 함께 너콘은 남자아이를 일으켜 줬어.
"그래, 그렇게 눈물 그치니까 얼마나 보기 좋아!"
"......."
"근데 너 혹시 말 못해? 아니, 기분 나빠하지는 말고.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너콘은 원래부터 궁금함을 못 참는 성격이라 뭐든지 직설적으로 물어보는 편이었는데
말을 뱉고 나서 혹시나 이 남자애가 자신의 말에 상처받지는 않았을까 괜히 걱정되는 거 ㅇㅇ
그래서 살짝 눈치를 살피고 있는데 푹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남자애가 얼굴을 들더니 너콘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거임.
"아니"
근데 그 눈빛이 방금까지 눈물 콧물 질질 흘리던 애가 맞나 싶을 정도로 상단히 굳센 거ㅇㅇ
뭐랄까... 급하게 터져 나온 대답 속에 말 못 할 간절함이 담겨있었달까?
"어, 그, 그래..."
순간적으로 주줌한 너콘은 갑자기 돌변한 남자애의 모습에 당황을 탔지.
그래서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이다 그럼, 안녕- 하는 인사말과 함께 재빨리 등을 돌렸고,
돌아서는 그 순간까지도 뒤통수로 느껴지는 강단 있는 눈빛에 걸음을 재촉했음ㅇㅇ
"야"
아니, 재촉하려 했음. 하지만 갑작스러운 남자아이의 부름에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음.
왜냐면 분명히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인데 아까부터 어딘가 상당히 익숙한 목소리인 거임ㅇㅇ
뭐지? 쟤도 병아리반인가??
의아함에 고개를 갸우뚱한 너콘은 뒤를 돌아봤지.
"내 이름은 구준회야"
구준회. 굳센 눈빛과 어울리는 이름에 너콘은 속으로 그 세 글자를 곱씹어 봤고.
구준회, 구준회, 구준회......
하지만 너콘이 다니고 있던 병아리반에선 볼 수 없는 이름이었음.
뭐지? 착각인가?
골치 아픈 건 질색인 너콘은 입술을 삐죽였음
병아리반이면 어떻고 토끼반이면 어떠랴~ 같은 유치원 친구인데 뭘.
그냥 그렇게 생각한 너콘은 찌푸리고 있던 얼굴을 풀고 남자아이에게 다가갔어.
"난 김너콘(이)야"
그리곤 준회라는 아이에게 손을 불쑥 내밀었지.
"만나서 반가워"
씨익. 단순히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너콘은 활짝 웃음 지었고,
그 순간. 너콘의 웃는 얼굴 위로 햇살이 환하게 내려앉았어.
그리고 바로 이 순간이,
너콘과 일진으로 변해버린 구준회의 첫 만남이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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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이라 짧습니다.(훌쩍)
다음 화부터 본격적인 하이 스쿨 라이프가 시작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