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훈은 도무지 지금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명히 자신은 루한과 사귀는 사이가 맞다. 복학한 선배인 루한은 중국에서 왔다고 했다. 루한과 세훈은 짝이 되었고, 천사같이 생긴 외모와는 반대로 체육 특기생이었다고 하던 루한의 말 그대로 운동 하나는 끝장나게 잘했지만 나머진 거의 젬병에 가까웠던 루한을 모범생인 세훈은 아주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중간고사, 루한은 성적이 올랐고, 세훈에게 고백을 하였다. 세훈아, 사실 나 널 좋아하고 있는 것 같아. 우리 사귈까? 루한의 목소리는 아주 다정하고 성격도 그래서, 세훈은 사실 설레던 제 마음도 있었기에 곧바로 수락을 하였다.
" 어, 세훈아. 인사해. "
- 앙년하십니까! 횬수님!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은 뭐란 말인가.
마치 조폭, 아니 조폭일 확률이 95%인 양복을 입은 사람들은 전부 서투른 한국어를 썼다. 아니, 그냥 조폭인 것만이 아닌 것 같았다. 험상굳어 보이는 인상은 둘째치고, 그냥 오오라를 보기만 해도 그렇다. 말도 안돼, 세훈은 자신이 이런 사람들과 엮일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에 그저 입을 벌리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루한이 웃으며 물었다. 뭐해? 인사 안 하고.
" 형, 지금 이 사람들.. "
" 아, 화양 체육 전문학교 학생들이야. "
그럴 리가 없잖아요..
세훈은 아무것도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건 자신이 무언가 단단히 잘못 걸렸다고 생각했다.
세훈은 자신에게 형수님이라고 부르면서 한글을 가르쳐달라고 조르는 루한의 후배(?)인 조직원들을 난처하게 바라보았다. 아니, 형수님도 아니었다. 횬수님, 횬수님! 횬수님이라는 말투는 정말로 적응이 되지 않는다. 야인시대같은 예전 시대극에서나 보던 말투를 실제로 체험하게 될 줄은 미처 상상도 못했다. 보스! 그들은 루한을 보고 보스라고 불렀다. 그 호칭부터 그들이 화양 체육 전문학교 학생일 리가 없었다는 건 일찌감치 알고 있었지만.
- 횬수님, 한쿡어 촘 가르쳐 추실 쑤 없으세효?
- 野, 九論 末乙 河面 漁德解! (야,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 內家 解本多.(내가 해본다.) 횬수님, 한쿡어 좀 카르쳐달라해~
아.. 진짜 좀..
정색한 세훈의 표정에 조직원이 나름 챠밍 포인트였다며 머쓱해하는데 뭐라 말하기도 무섭고, 세훈이 좋게 말하려 자신없는 얼굴로 말을 꺼내다가, 등장한 존재에 얼굴이 환해졌다.
" 저... 진짜 제가 다른 건 다 괜찮은데 한국어는 좀.. 루한! "
" 野, 地今 長難害? 凸凸凸 (야, 지금 장난해? + 중국 욕) 어디서 우리 세훈이를 괴롭히려 들어. "
루한이 따뜻하게 웃으며 세훈을 거들어 주었다. 세훈이 그제서야 표정이 환해졌다. 형, 뭐라고 말했어요? 그냥 너 괴롭히지 말라고 몇 마디 한 거야. 루한은 누구보다 든든한 애인이었다. 천사같이 웃는 그 미소에 사실 살심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세훈은 하나도 알지 못했다. 그저 세훈을 향해 따뜻하게 웃는 루한에게 안길 뿐이었다.
" 家羅多, 羅馬部 死死死死死死死死死凸凸凸凸凸 (너희들, 나중에 죽여버릴 줄 알아라 + 중국 욕) "
루한이 웃으며 덧붙인 그 말에 상대들이 금방이라도 불치병에 걸린 듯 새하얘지는 표정을, 세훈은 절대 보지 못했다.
루한이 그 직후 세훈의 입술에 키스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