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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형사초능력조직물/카디찬백] INDIGO(인디고) ; EP03 | 인스티즈

 

 

 

 

INDIGO

                              인디고, 남색, 쪽빛 그리고 초능력자들

 

 

김종인 도경수

박찬열 변백현

 

 

 

 

 

 

 

 

 

 

 

 

 


INDIGO EP;03

 

 

 
간악하다 여기니 또 연약하며 연약하다 여기니 또 악랄하다. 악몽은 그렇게 파고들어와 거침없이 저를 헤집어 놓고 상처를 벌려 피를 쏟아내게 만든다. 어두운 시야가 벌어지며 흰빛이 새어들어온다. 흐릿하게 옛 영화 스트레오 필름같이 돌아가며 펼쳐지는 파노라마. 구형기계의 덜덜거리는 소음이 귓가를 맴돌았다. 멀어저가는 넓은 등, 그 뒷 모습을 보고있는 저와 어머니. 그 것이 마지막이었다. 짐작이라도 했다는 듯이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아 저를 보는 어머니의 눈빛에선, 너만은 안돼. 단호함이 느껴졌었다. 아무 것도 모르던 아이이고싶어 정말 모르는 척 했으나, 남색은 잔인했다. 피는 붉지않았다. 울컥울컥 상처에서 쏟아져내리는 그 것은 붉은색이 아니었다. 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은 짙은 남색이었다.

 


인디고 03

w.EPP

 

 

천천히 약간 투박해 보이는 사무실 문을 열었다. 대체 강력계흉내를 내려나 싶어서 이게 무슨 꼴인지 짜증이 솟았으나, 심호흡을 하고 들어섰다. 전부 종인에게 시선이 꽃힌다. 방금 삭혔던 짜증이 다시 솟구쳐 돌아서 나가고싶은 충동이 일었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종인은 충분히 열 받아있는 상태였다. 크리스 한테 제대로 당했다는 생각에서였다. 종인은 이내 차분히 앉아있는 인원들을 살펴보았다. 크리스 총경이야 요 며칠새 지겹게 보던 얼굴이었고 처음 보는 얼굴들이 눈에 띄었다. 탐색을 마치고 비어있는 의자를 끌어다가 앉았다. 곧바로 크리스의 입이 열렸다.

 

 

"이 것으로 인디지타도를 목표로하는 특별수사반 인원은 다 모였다."

 

 

이제 좀 이야기할 마음이 생겼나? 웃음기라고는 싹 빠져 바싹 건조한 문장으로 내뱉던 그 말, 그 말 이후로 종인의 선택과는 관계없이 이어질 결과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쓸데없는 성질은 저만 피곤해 질터이니 순순히 협조할 생각이었다. 물론 종인의 방식대로. 크리스는 종인이 경찰청 내에서 왜 문제로 알려졌는지 잊은 듯 하였으나 종인은 제대로 할 생각이 없었다. 진심을 다해서, 열과 성의를 다해서 일을 해본적이 있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보호교육시설에서 지금까지 열심히 한 것이라곤 그저 숨을 쉬는 일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것은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종인은 사무실 탁자에 팔꿈치를 올려 턱을 괴며 처음 보는 밝은 갈색머리의 남자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러나, 저기 보이는 남자는 종인과는 다른 듯 했다. 크리스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든 악의 무리를 타도하겠다는 의지가 가득해보였다. 종인의 입매가 삐뚫어졌다. 지랄. 지랄하네. 픽 새어나간 바람소리에 의아함을 가득 담은 시선이 종인에게 박혀들었다. 남자의 시선도 함께였다. 팔을 떼어내곤 천천히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 팔짱을 낀 종인은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 다는 듯 크리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크리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대외적으로 이 팀을 이끌어갈 팀장이지만, 그건 말 그대로 대외적인거고. 중요사항외에는 나 다음으로 직급이 높은, 여기있는 박찬열 경위가 니들을 이끌거다."

 

 

밝은 갈색머리의 남자가, 아니 박찬열이 몸을 일으켰다. 꽤나 큰 키였다. '오늘 부터 특별수사반 반장을 맡은 박찬열입니다.' 꽤나 낮은 저음의 목소리로 소개를 마친 박찬열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크리스는 천천히 사무실 안을 둘러보더니만 앞에 놓여있던 서류를 들어올렸다. 종인은 관심 없다는 듯 종이컵맘 툭툭치며 출렁이는 커피를 쳐다보고 있었다. 옆에서 오세훈이 눈치를 주며 종인의 옆구리를 찔렀지만 종인은 요지부동이었다. 크리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 저었다.

 

 

"특별수사반은 팀을 두조로 나뉘어서 일을 시작할거다. 1조는 L사 사건 그대로 추적하고 2조는 인디고 현상 보이는 애들 찾으러 다닐거고."

"실질적으로 네명인데 뭔 팀을 나눈다는 거에요? 총경님이야 뭐 안끼실테고."

"네명이 열명보다 나으니까 소수로도 충분해. 박찬열, 장예흥 L사 사건 추적하고 김종인,오세훈 인디고 현상 보이는 애들이나 캐스팅 해와."

"총경님."

 

 

크리스가 사무실 밖으로 나가려는 듯 일어섰다. 박찬열이 낮은 목소리로 급히 크리스를 붙잡았으나 크리스는 힐끗 박찬열을 보곤 '급할 것 없다. 일을 그르칠 순 없지.' 알 수 없는 말을 하곤 사무실을 나섰다. 아마 박찬열과도 모종의 거래가 있었거나, 둘 만의 이야기가 있는 듯 했다. 크리스가 사무실을 나선 뒤는 계속 정적 뿐이었다. 한참이 지나도 입을 열 생각이 있는 사람은 없어보였다. 시간낭비. 담배나 태우러 갈까 몸을 일으키자 오세훈도 따라서 일어났다.

 

 

"김선배님 일 하러가죠. 논다고 뭐가 나오는 것 도 아니고."

 

 

저희 책상 저 쪽이에요.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는 오세훈이 가르킨 쪽을 보자 유리 방음벽 안 쪽으로 책상이 놓여있었다. 유리가 투명해서 서로 볼 수 있는 구조였다. 소리만 차단되어 있을 뿐이었다. 있을 건 다 있네. 조금은 편하게 있을 수 있을까. 종인은 신경질 적으로 문을 열어 자리로 향하는 오세훈을 힐끗 보았다. 딱히 편하지는 않을 듯 했다. 

 

오세훈은 인디고 보호교육 시설에 있을 적 부터 알던 녀석이었다. 딱히 친하다 싶을 사이는 아니었으나 안면을 몰수할 정도의 사이도 아니었다. 종인이 교육시설에 들어온지 7년이 되었을때 오세훈이 시설로 들어왔다. 종인이 시설에서 경찰청으로 이동했을 때가 18살이었다. 상대적으로 인디고 교육시설에선 다른 평범한 사람들과 달리 빨리 내보내는 편이었다. 그로부터 1년 뒤 같은 경찰청으로 배정 받은 오세훈은 자료운영계에서 일하고 있었다고 들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싸가지없고 툭툭 내뱉는 건 여전한 듯 했다. 딱히 좋은 파트너가 되진 못할 것이었다. 오세훈이 열심히 한다 해도 종인은 그럴 생각이 없었으니까.

 

책상위에 발을 올리곤 볼펜을 돌렸다. 남들 보기에 건방지기 짝이없는 자세로 거드름을 피우는 모양새가 저가 생각하기에도 걸작이라 느껴졌다. 오세훈은 그런 종인을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컴퓨터만 두드리고 있었다. 언제부터 보기 싫은 꼴을 참는 자제심을 배웠는지. 이 점은 교육시설에서와는 달라진 듯 했다. 지 싫은 거 못참고 툭툭 내뱉어 허구한날 얻어맞던 것을 종종 보았던 종인으로서는 그런 세훈이 신기하기만 했다.

 

 

"김선배님은 여전하시네요."

"뭘."

"하나도 변한게 없는 것 같아서요. 시설에서 부터 지금까지."

"칭찬?"

"그럴리가."

 

 

아니, 단지 돌려까기 스킬이 늘은 것 뿐인 모양이었다. 오세훈은 여전했다. 솔직히 정말 솔직히 양심 좀 가져보세요. 말을 마친 세훈이 키보드를 한번 더 누르자 프린터에서 종이들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대체 뭘 얼마나 뽑은건지 무지막지한 양이 계속 쌓이는걸 찌푸리며 본 종인이 다리를 내리고 책상너머 맞은편의 세훈에게 가까이 했다. 그리곤 종이무더기를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야, 설마 저게 다 일?"

 

 

오세훈은 프린트기로 다가가 종이 무더기를 정리해왔다. 그리곤 대답했다.

 

 

"예압."

 

 

당장에 종인이 할 일은 없다며 서류를 보며 정리하는 모습에 종인은 다시 의자를 뒤로 제꼈다. 그리곤 눈을 감았다.한 동안 종인이 해야할 일이 없을 듯 했으니 미리 잠을 자둘 생각이었다. 그러나 휴식은 오래가지 못했다. 선배님 일어나시죠. 하며 흔들어 깨운 오세훈 탓이었다. 벌써 할일을 끝냈는지 싹 다 정리된 서류들이 보였다. 일처리만큼은 확실한 듯 보였다. 오세훈은 놓여져있던 서류 뭉터기 중 하나를 집어들더니 종인에게 내던졌다. 가볍게 캐치한 종인이 읊조렸다.

 

 

"싸가지 없는 새끼."

 

 

한 두번 듣는 소리가 아니라는 듯이 가볍게 무시한 세훈은 설명을 시작했다. 지금 선배님 손에 들린 그거 지금 부터 우리가 찾아다닐 현상 발현성이 70%이상이던 애들 정리 해 둔 거고요. 선배님은 그거 하나 하나 들여다 보시면서 애들 찾으러 다녀오시면 되요. 물론 제가 그거 정리 다 하고 선배님은 노셨으니까, 선배님 혼자 다녀오세요. 제 역할은 어차피 서포트하는게 맞는거고요. 오세훈은 빠르게 말을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물론 카메라 준비는 제가 해놓을께요."

 

 

김종인과 오세훈이 일조 사무실로 들어간 이후 남은 찬열과 예흥도 반대편 사무실로 들어갔다. 좌천 생활 끝에 오랜만에 복귀한 전장과도 같은 곳. 찬열에게 이 곳은 그런 곳이었다. 또흔 끝끝내 놓지 못했던 실마리를 움켜쥐어 그 끝의 결말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해야하는 길을 제대로 밟을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아까 회의실에서의 딱딱함은 어디로 갔는지 찬열은 빙글빙글한 웃음을 지으며 예흥에게 말했다.

 

 

"바로 일 시작해야지."

"언제 봤다고 반말이야."

 

 

예흥이 날카롭게 쏘아붙였지만 찬열은 여전히 웃음을 잃지않았다. 그리곤 놓여있는 엘사사건 관련 파일들을 뒤적여보기 시작했다. 예흥도 어느새 뒤적거리며 무언갈 하고있었다. 찬열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마음 속 가득 차있는 열의 보다 더 괴로운 것은, 차갑게 가라앉은 심장이었다. 과거 일만 생각하면 뜨거워졌고 금새 차게 식어버렸다. 일이 쉽지 않을지도 몰랐다. 아니 쉽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정말로 쉽지 않았다. 애초에 복귀명령이 떨어졌을 때에 각오한 일이었다.

 

사락거리는 소리만이 사무실을 채웠다. 엘사사건 담당 형사 김종인이라 써져있는 에이포용지를 집어든 찬열이 페이지를 넘겼다. 보고는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었다. 의외로 성실한가 싶었다. 찬열이 듣기로 종인은 의욕상실이 과한 인간이라고 들었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나보다. 천천히 짚어가며 보고서를 읽어내리던 찬열의 시선이 한 곳에서 멈췄다. 여성이 실종 된 곳의 경비에게서 얻은 씨씨티비, 그 내용에 대해서 세세히 써져있었다. 갑자기 역사가 정전이라도 되 듯 어두워졌느며 피해자와 가해자로 추정되는 남성 모두 실종. 명백한 인디지의 소행.

 

역사가 어두워졌다. 밝아졌다. 빛과 어둠. 찬열이 벌떡 일어섰다. 예흥의 의아한 시선이 뒤따랐지만 찬열은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사무실 문을 재빨리 열어재껴 증거자료보관실로 향하는 걸음이 조금은 초조해보였다.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일분 일초라도 낭비할 순 없었으니까. 찬열은 달렸다. 조금 차오르는 숨을 헐떡이며 보관실 안으로 향한 찬열은 카드키를 찍어 자료실 안으로 향했다. 엘사사건, 엘사사건 중얼거리며 손으로 훑어 씨씨티비를 찾던 찬열의 손이 멈췄다. 엘사사건 역사 씨씨티비. 라고 써져있는 증거물을 집어든 찬열이 바로 영상실로 향하였다.

 

뒤따라온 예흥을 보관실 앞에서 마주쳤다. 예흥이 중요한 것을 발견했냐고 물었지만 찬열은 고개를 젓고 영상실로 향했다. 예흥이 불만을 쏟아내었다. 영상실에 도착하자 찬열에게 인사를 하는 몇몇이 보였다. 찬열은 마주 인사해주지 못했다. 그 만큼 마음이 바빴다. 빨리 확인하고 싶었다. 보고서 내용의 그가 과연, 과연 찬열이 알던 그가 맞는 것인지.

 

영상기 앞으로 가 씨씨티비를 밀어넣은 찬열이 화면을 주시했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역사의 화면이 지속되다 어느새 열차가 들어온다. 검은 모자를 뒤집어쓴 남자가 내리고 그와 동시에 핸드폰이 튕겨 나온다. 핸드폰을 줏어든 남자가 반대편 레일을 달리는 열차 쪽으로 핸드폰을 던져버린다. 찬열은 잠시 화면을 멈췄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여기 까지만 봤음에도 불구하고 떨리는 손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낯익은 패턴의 행동. 찬열은 이를 악 물곤 다시 화면을 재생시켰다. 찬열은 모자를 뒤집어써 얼굴이 드러난 남자를 최대한 확대했다.

 

남자는 스트레칭을 몇 번 하더니 중얼거린다. 그리곤 이동하려는 듯 몸을 움직인다. 그러나 기둥 뒤의 피해자를 발견한다. 어느새 기절한 피해자를 어깨에 걸치듯 들어올린 남자가 이동한다. 손을 까딱이며 꽤나 흥에 찬 몸놀림이었다. 문득 남자의 시선이 씨씨티비로 향한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니, 다시 깊숙히 모자를 눌러쓴 남자의 고개는 정확히 씨씨티비를 향했다. 찬열은 굳었다. 그리곤, 화면은 어두워졌다. 잠시 후 밝아진 화면은 비어있었다.

 

확실했다. 찬열은 그의 인디고로서의 능력을 알고있었다. 찬열아, 빛은 아름다워. 말갛고 하얀 얼굴에 퍼지는 웃음은 찬열에게 익숙하고 친숙한, 그런 것이었다. 그가 범죄행위를 즐긴다는 것은 알고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사건을 추적하면서 그의 행적을 쫓을 때가 올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때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예흥이 굳어있는 찬열의 어깨를 툭툭쳤다. 찬열이 정신을 차린 듯 몸을 움찔했다. 어어, 가자 하며 자리에서 일어선 찬열이 잠시 비틀했다. 예흥이 놀란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괜찮다는 듯이 손을 휘휘 저은 찬열이 영상실을 나섰다.

 

아 씨발 추워. 차에서 내리자 마자 욕설이 튀어나왔다. 벌써 몇 주째 노가다였다. 오세훈이 내민 서류의 양은 장난이 아니었고 한장 한장 뽑혀있는 프로필의 양도 그에따라 방대한 양이었다. 한명 한명 끌어다와 테스트 카메라 앞에 던져놨지만 공을 쳤다. 죄다 꽝이었다.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하루에 몇 십명을 데려다 놓는 저력을 보였지만 다 헛수고였다. 며칠을 발빨리 뛰어다닌 탓에 이제 남은 것은 두명이었다. 농수고등학교라 써져있는 교문 앞 팻말을 본 종인이 코웃음 쳤다. 이름은 또 왜 저래.

 

교문 안으로 들어서자 소란스러운 학교의 소음이 들려왔다. 종인은 인상을 찌푸렸다. 종인이 한번도 겪지 못했던 그런 생활이었다. 초등학교 중도에 보호소로 들어갔다. 그러니 학교에 대해 미련이 조금은 종인을 차지하고있었다. 종인은 씁쓸한 입안을 혀로 쓸어올리며 손을 주머니에 여몄다. 중앙현관으로 보이는 곳에 들어섰다.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구겨넣었던 프로필을 꺼내들었다. 구깃해진 종이를 펼쳐 반을 확인했다. 삼반 삼반 입으로 웅얼거리며 계단을 오른 종인은 쉬는 시간인지 복도를 내다니는 아이들의 시선을 받았다.

 

미간의 주름이 더욱 깊어졌다. 삼반을 찾아 아이들을 헤치며 앞으로 향하던 종인의 시선이 고정됬다. 프로필에 박혀있던 평범하고 장난끼가 다분해 보이는 얼굴. 종인의 미간이 조금은 펴졌다. 여기저기 뛰쳐다니는 아이들을 피해 프로필상의 녀석의 어깨를 잡아챘다. 놀란 듯 화들짝 고개를 돌리는 녀석이 보였다. 아이들이 웅성였다. 녀석에게 얘기 좀 하자 입을 열려는 순간 옆에 있는 녀석의 친구가 눈에 띄었다.

 

눈을 댕그랗게 뜨고있는 녀석의 친구는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무심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친근하네. 종인은 그 무심함에서 친근함을 느꼈다. 거울 속에서나 보던 그 느낌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했다. 닮았구나. 종인은 녀석의 친구에게서 시선을 떼었다. 지금은 쓸데없는 생각은 필요하지 않았다. 녀석을 데리고 아이들이 없는 곳으로 향했다.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저를 따라오던 녀석은 멈춰선 종인에게 여러 질문을 퍼부었다. 저기 형 무슨일이에요? 형은 뭐 하는 사람이에요? 쉴새없이 쏘아붙이는 녀석에게 쉿 손가락을 들어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종인의 건조한 표정에 입을 다문 녀석이 종인의 눈치를 살폈다.

 

경찰 뱃지를 보고선 눈이 휘둥그레진 녀석이 불안 한 시선으로 저를 보았다. 뭐 니가 뭘 잘 못한건 아니고. 이상징후 테스트 검사를 위해 경찰청에 들러야 한다 내뱉었다. 지금 바로 향해야 한단 말에 녀석이 조금 망설이는 듯한 표정으로 종인을 올려다 보았다. 걱정이 가득 담긴 표정이었다.

 

 

"저기 형, 아까 제 옆에 있던 친구 보셨죠."

녀석은 한 텀을 쉬고 말을 이었다. 잔뜩 망설이는 표정이었다.

"걔가 낯을 많이 가려서 제가 없으면 혼자 있어야 하거든요. 아무리 잠깐이라도 걱정이 되서..."

 

 

그러니까 학교 끝날때 다시오시면 안되요? 곤란한 부탁이었다. 사실 곤란 하다기 보다는 귀찮은 부탁이었지만 괜히 거슬렀다 검사를 받지 않겠다 고집을 부리기라도 한다면 크리스에게 깨질 터였다.

 

 

"사흘 뒤에 학교 끝날 시간 맞춰서 올테니까, 부모님한테 얘기나 해놔라. 놀라실라."

 

 

종인은 학교를 빠져나왔다. 핸드폰 시계를 확인하니 청에 도착할 예정 시각이 한 참을 남아있었다. 운전석에 올라타 잠시 남은 시각에 수면을 취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종인은 뒷머리에 깍지를 끼고 운전석을 젖혔다. 그리곤 눈을 감았다.

 

종인은 팅팅 불은 얼굴로 출근했다. 아침부터 꿈자리가 안 좋았다. 끈덕진 남색 덩어리들이 저를 끝없이 파고들어 몸 안으로 들어왔다. 피부를 통해 꿀렁이며 침입한 그 것 들이 혈관을 파고들어 저를 괴롭게 했다. 구역질을 해봐도 소용 없었다. 헐떡이며 깨어난 뒤 땀에 젖은 불쾌한 몸뚱이를 억지로 질질 끌어 씻고 출근한 참이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언제 출근하는지 의문인 오세훈이 컴퓨터를 두들기고 있었다.

 

 

"김선배님 오늘 그 친구 데려오는 날 맞죠. 카메라 준비 해둘께요."

 

 

그러든지, 종인은 건성으로 대답하고 엎어졌다. 오전 내리 잠만 자고 흔들어 깨우는 손길에 신경질을 내며 일어섰다. 오세훈이 직장에서 잠만 자는 인간은 처음이라며 쏘아붙였다. 닥치라고 일갈한 뒤 농수고등학교로 향했다. 교문 앞 적당한 곳에 주차를 마치고 교문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꺄아아아아아악!

 

 

씨발. 나이스 타이밍. 짓씹듯 읊조린 종인이 소리의 근원지로 달려갔다.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다시 한번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아이들이 일층 화단 앞에 모여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놀란 선생들이 튀어 나와 아이들을 밀어내며 통제하려 들었다. 종인은 황급히 아이들을 헤치고 안으로 파고들었다.

 

주변은 온통 피에 젖어있었다. 잔디와 작은 묘목들 마저 피를 머금어 붉게 물들었다. 시체. 죽은지 얼마 안 된 시체였다. 목과 팔 다리의 방향이 기이하게 꺾여있었다. 틀어진 목에선 아직도 피가 솟아나고 있었다. 그러나 종인은 시체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프로필 속의 녀석이었다. 친구를 위해 학교가 끝나기 전까지 기다려달라던 녀석. 녀석은 아직도 숨을 껄떡였다. 저를 발견한 녀석이 말을 내뱉으려는 듯 입술이 달싹였다. 그러나, 곧 모든 행동이 멈추었다. 누구냐며 자신을 밀어내려는 선생에게 경찰뱃지를 보이고 아이들을 밀어냈다. 보시면 안 됩니다. 야 너 찍지마. 핸드폰 안 치워? 누군가 경찰에 신고를 한 건지 벌써 경찰차가 교문 안으로 들어섰다. 뛰쳐 달려온 순경들이 종인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뒤이어 헐떡이며 온 이형사가 종인을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김형사님은 여기 어떻게?"

"특별수사반 일로 왔습니다. 엿 같게도 일이터졌네요."

 

 

주변을 통제한 뒤 구급차에 실려가는 시체를 덮은 천은 붉게 젖어있었다. 종인은 고개를 절레 저었다. 투신자살이었다. 옥상 열쇠를 어떻게 얻은건지 오교시가 끝난 시점에 사라진 뒤 사건이 터진 것이라 말했다. 녀석의 반에서 발견 된 유서는 더욱 더 녀석의 자살을 확실하게 해주었다.

 

청으로 향하는 종인의 마음이 착잡했다. 일이 제대로 꼬인 느낌이었다. 하필이면 인디고 발현현상 추정자가 자살해서 이렇게 휘말릴줄이야. 다음 날 자살이 거의 확실했지만 좀 더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여겼는지 위에서 종인에게 수사명령이 떨어졌다. 사건현장으로 향한 것은 이형사였지만 현장에 먼저 있었던 것은 종인이었기에 종인에게 일이 떨어진 것이었다. 종인은 성질을 내며 책상을 발로 찼다. 억지로 몸을 이끌어 감식반으로 향했다.

 

감식반에선 주구장창 사인을 늘어놨다. 그러니까, 추락 이후에도 숨이 몇 분은 붙어있었어요. 이건 종인도 아는 사실이었다. 꺾인 목으로 말을 내뱉으려던 입술이 그려졌다. 외부 자극이나 평소 자해흔적도 없었습니다. 운이 정말 안 좋아요. 투신해서 이렇게 까지 잔인하게 사지가 뒤틀리는 경우는 없는데.

 

종인은 쓸데없는 소리까지 지껄이는 감식반 사람을 피해 밖으로 나왔다. 재수 옴 붙었다. 자살 사건까지 해결하라니. 골머리를 썩힐무렵  종인의 걱정과 달리 크리스가 나섰다. 사건은 현장에 찾아왔던 이형사에게 넘어갔다. 김형사는 특별수사반 입니다. 다른 사건 수사 명령은 제가 결정할 일입니다. 일갈 한 크리스는 너 하던일 해. 말을 남긴 후 사라졌다.

 

종인은 불쾌함으로 가득찼다. 며칠 사이에 꼬여도 제대로 꼬인 일이 자신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유서가 발견 된 소년의 자살이 거슬렸다. 왜 하필이면 인디고 발현현상 후보였던 녀석이 죽은 것인지. 어째서 자신과 대화를 나눌 때 아무런 이상 징후도 없던 녀석이 자살을 선택한건지. 이상한 점은 너무도 많았다. 신경을 갈작이며 거슬렸다. 마지막에 입술을 달싹 거리던 모습까지, 표정을 필 줄 모르는 종인을 보던 세훈은 한 숨을 내쉬었다.

 

 

"김선배님 저 잠깐 나갔다와요."

 

 

결국 세훈이 자리를 피했다. 자리를 피하던 말던 종인은 세훈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한참을 뒤적이며 생각에 잠겼던 종인이 책상에 시선을 줬다. 이제 해결할 일은 하나였다. 종인의 손이 마지막 장을 펼쳤다. 단정한 밤톨 머리, 새하얀 얼굴, 그리고 거울을 보는 듯한 심연의 눈. 자살한 소년의 옆에 있던, 소년이 혼자 있게 할 수 없다며 걱정하던, 종인은 사진 옆의 단정한 이름을 굴렸다.

 

 

"도경수."

 

 

 

 

 

 

 

 

 

 

 

 

S E C R E T C O D E

1차 데스티니님 딸기밀크님

2차 오미자차님 동초님 배또님 아이폰님 상꼬맹이님 감다팁님 아버지님 내남성김성규님 이랴님 여수방바닥님 프레즐님 비회원님

3차 개지님 패럿님

 

 

암호닉 남겨주신 여러분 모두모두 감사드립니다!!

2화에 댓글 남겨주신 데스티니님 패릿님 개지님 딸기밀크님 아이폰님 여세훈님 감다팁님 내남성김성규님 이랴님 오미자차님 배또님 감사드리구요

비회원님 제가 못 보고 지나쳤나봐요 ㅠㅠ 죄송합니다 추가해드렸어요!

그 외에 댓글 달아주신 분들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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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오미자차입니다!어제 일찍 자서 신알신 온 걸 눌렀더니...글이 삭제되서 못보고 이걸 어쩌나...싶었는데 이렇게 다시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인디고 처음 나왔을때도 올렸다가 지우셨다가 하시던데 왜 그러시는거에요..? 삭제되었다고해서 얼마나 놀랐는지...ㅠㅅㅠ 여튼 글에 오타가 하나 있는것 같은데...[또는]이 [또흔]이라고 적힌것 같아요! 저기 찬열이 부분이요~ 이번편도 잘 읽었습니다!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11년 전
프린키피아
어 지적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올릴때 수정을 한 번 하고 올렸다가수정할 부분이 많이 보이면 재수정을 합니다! 그래서 그래요.. 불편끼쳐드려 죄송합니다ㅜㅜ!
11년 전
독자2
이랴에요!! 아진짜 너무 재미있어요 ㅠㅠㅠㅠ진짜 금손이세요 ㅠㅠㅠ 사랑합니다♥
11년 전
독자3
여세훈이에요!그남자애가왜죽은걸까요ㅠㅠㅠ궁금하네요ㅠㅠㅠㅜㅠ오늘도인디고는재밌네요!
11년 전
독자3
데스티니) 헐;;; 대박............... 도대체 무슨일이.. 자살은 아닌것같은데 뭐죠 ㅠㅠ 죽을꺼란 예상은 전혀못했는데... 소름 ㅠㅠㅠㅠ 경수야 혹 너랑 관련된 일이니? ㅠㅠㅠㅠ 아 ㅠㅠ 인디고 갈수록 재밌어지네요 다음편 기대할게요!! 하트
11년 전
독자4
감다팁임니다 재밋게보고잇어훃ㅎㅎㅎㅎㅎ
11년 전
독자5
신알신에 암호닉 하고갈께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허니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금손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어엉ㅇㅇ
11년 전
독자6
프레즐이에요! 신알신은 해놓지 않아서 바보같이 2화를 지금 읽었네요 알차게 정주행하고 갑니다ㅠㅠ 좋은 글 감사해요!
11년 전
독자7
비회원이지만 저 작가님 홈에도 가입되있어여ㅠㅠㅠ 홈닉은 카디인데 아실까여.. 여기서도 카디로 암호닉 할게여..☞☜ 잘보고가여ㅠㅠㅠ 인디고ㅠㅠㅠㅠㅠㅠ인티 아무생각없이 눈팅하다가 인디고!!!!!!!대박이네여ㅠㅠㅠㅠ
11년 전
독자7
여수방바닥이에요 아 순간 경수가 자살한줄 알고ㅋㅋ 아니죠? 식겁했네..
나도 신알신...하고싶다...세륜비회원...
인티안들어오면 밀려서 못보게되네요..
찬열이는 백현일 알고있는건가요???
이번편도 재밌게읽고가요~하트

11년 전
독자7
비회원이에요!오늘도 남색이라는 글자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네요!으어 자살이라미ㅠㅠ자살이 아닌것같은 자살은 뭐죠ㅠㅠ되게 의심스럽네요ㅠㅠ잘 보고 갑니다!ㅎ
11년 전
독자7
헐 신알신 암호닉이요! 벨로 신청이요! 우와 짱이에요ㅠㅠㅠ
11년 전
독자8
이런걸 지금 읽다니ㅜㅜ 암호닉 신청할께요 휘안으로 / 작가님 손은 금손 마음을담아 하트
11년 전
독자9
딸기밀크예요! 드디어 경슈와 종인이의 만남인건가요?ㅜㅜㅜㅠㅠ 그나저나 그 학생은 갑자기 자살이라니ㅠㅠㅠ 무슨일이 있던건지... 사지가 뒤틀...린거면 설마 인디지의 소행..인건가요ㅠㅠㅠㅠ 작가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1년 전
독자10
신알신하고 암호닉 딸기쨈이요!! 죽은애 백현이라고 생각하고 첫편부터봤는데 식겁ㅋㅋㅋㅋㅋㅋㅋㅋㅋ백현이 아닌가보네여..자살은 아닐거같아요...오늘 처음 읽었는데 짱잼이예요 흡 다음화도 기다릴께요~
11년 전
독자11
암호닉 카카라 로신청해요 그대!!인디고 처음부터봤는데..
우와 정말대박이네요...소재하고 글하고 모두다..!!신알신하고가요 그대~!!

11년 전
독자12
패릿입미다!!!!어....자살인것같은데.....또 아닌것 같기도하고....아리송하네여ㅠㅠㅠㅠㅠㅠㅠㅠ이번편도 잘봤습니다!!!설잘보내세요 작가님~~
11년 전
독자13
배또에여! 과연 자살일지 저는 자살이아닌거같아요 초능력자가 저제다보니깐 내용이 쉽ㄷ지많은않네요 그래도 재밋게 잘보고가요\( ˚ ▽ ˚ ) /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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