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독방의 문이 듣기싫은 쇳소리를 내며 열렸다. 문이 열리자 빛한줄기조차 허용되지않던 독방에 눈부신 빛이 새어들어오자 기절한건지 자는건지 알 수없을정도로 축 늘어진 종인이 몸을 웅크렸다."7746번면회."교도관의 낮은 목소리가 독방에 울려퍼졌다. 종인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교도관이 인상을 구기며 종인에게 다가갔다."7746번 면회."교도관이 목소리를 높이지않고 다시 한번 말했다. 그래도 바닥에 쓰러진듯 누운 종인은 미동 조차 없었다. 교도관이 거친발길질로 종인의 복부를 걷어차기 시작했다. 종인은 피하지도 않고 그 발길질을 모두 받아냈다. 입술을 꽉 깨물어서 신음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게 하고싶었는데 그럴만한 힘조차 남아 있지 않다.도경수....나 지금 벌 받고 있는거 맞지..?원래 교도소내 폭행은 금지되어있었다. 하지만 늘 종인은 예외였다.사형수한테 정줘서 뭐해. 가진거 하나도 없는 놈한테 잘 해줘서 뭐하게.종인을 두고 교도관들이 농담던지듯 시시껄렁하게 내뱉는 말이었다.결국 교도관이 발길질을 멈추고 종인의 죄수복을 잡아당겨 억지로 일으켰다. 그제서야 종인도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교도관을 따라 독방밖을 나와 서늘한 복도를 걸었다. 서늘한 복도에는 소름끼치는 공백감만 흘러가고 있었다.종인은 면회실의 방에 들어갔다.면회실 특유의 알싸한 냄새때문에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지만 별다른 내색은 하지않았다. 종인이 하얀의자에ㅈ걸터앉고 정면을 응시했다. 투영된 유리벽맞은편엔 백현이 있었다변백현만은 아니길 바랬는데.종인이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백현외엔 그 누구도 찾아올만한 사람이 없는건 종인스스로긴 제일 잘알고있었다. 나는 친구도 가족도 그 무엇하나도 가지지 못한 놈이니깐백현은 아스라히웃는 종인을 바라봤다. 함부로 자살기도를 하지못하게 혁수정까지낀 종인의 모습이 처절해보여서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하지만 백현의 시야에 곧 종인의 명찰이 들어왔다. 7746의 숫자가 정갈하게 박힌 빨간명찰. 경수가 죽었다는 사실을 무언적으로 말해주고있었다.백현이 울분이 섞인 숨을 크게 들이셨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덕분에 박찬열은 살았어."애써 아무렇지도 않게 담담하게 말했다. 박찬열이란 이름이 백현의 입에서 나오자 그제서야 멍하게 초점이 풀렸던 종인의 눈동자가 색을 되찾았다."그럼 됬네."적어도 경수의 죽음은 보상받았네. 종인이 혼잣말하듯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둘은 더이상 서로에게 말을 건네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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