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옹은 숨을 죽이고 벽 뒤에 숨었다.
오늘의 적수는 제법 쉽다고 들었기 때문에 레옹은 한 숨 놓았다.청부살인을 부탁한 고객이 그렇게 말 해 줬기 때문이다.
왠지 오늘은 원 클린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품은 레옹의 모자 위 뚫린 구멍에서 머리카락 두 가닥이 살랑거렸다.
레옹은 일부러 모자에 구멍을 뚫었다.구멍이 없으면 고래가 물을 뿜지 못한다.
물론 물이 아닌 머리카락이였지만 물이였다.레옹의 비니는 고래였다.꼬리도 있었다.레옹이 끄트머리를 묶어서 만든 것이다.
레옹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였다.다른 트레이드 마크들은 차차 설명하도록 하자.
레옹의 귀에 미암미암미암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왔군,레옹이 생각했다.
레옹은 총을 잡고 눈빛을 번쩍였다.예리한 눈빛이 까맣고 동그란 선글라스 너머 빛났다.동그란 선글라스 또한 레옹의 트레이드 마크였다.레옹은 트레이드 마크가 많다.
절도 있는 동작으로 벽 뒤에서 튀어나와 목표물을 확인하던 레옹이 헉,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매미였다.레옹은 매미가 무서웠다.
"미암미암미암 해서 내가 아닌지 알았지?나다!일부러 슬로우 모션으로 울었다!맴맴맴맴!"
매미의 울음에 레옹은 크윽,치를 떨며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
레옹은 총을 쥐고 입을 꾹 깨물며 줄행랑쳤다.레옹은 눈물이 많은 편이 아니였기에 속으로 울었다.
사실 레옹은 클리너,즉 살인청부업자라고 하기엔 부족한 실력이였다.마음씨가 너무나 순수해서 이제껏 '클린'한 횟수도 0이다.
오늘 목표물이 쉽다길래 드디어 첫 번째 클린을 하는가 했더니 매미일 줄이야.
레옹은 집으로 돌아가 파란 츄리닝ㅡ레옹의 또 다른 트레이드 마크였다ㅡ주머니를 뒤적여 매미를 클린해달라고 한 고객의 연락처를 찢었다.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찢은 연락처는 그대로 쓰레기통에 골 인 했다.쓰레기통엔 이미 333개의 연락처가 갈기갈기 찢겨 수북거리는 상태였다.언제 한 번 비워야 할 텐데,레옹이 생각했다.
이제 레옹의 마지막 트레이드 마크를 소개할 때가 되었다.레옹의 개다.
몸집만큼 커다란 움푹 파인 쿠션에 들어가 풀잎만큼 큰 귀를 나폴대며 따스한 창가에서 햇빛을 받는 게 레옹의 개의 행복이였다.마치 화초처럼 광합성을 하듯이.
레옹은 개를 쿠션째 안아 들고 냉장고를 열었다.흰우유가 커다란 곽채로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우유를 보고 눈을 찡그리던 레옹이 유리컵에 마지막 우유를 따랐다.레옹은 흰우유를 잘 마셨다.
우유를 새로 사야겠다,생각하며 레옹이 개를 꼭 안았다.개가 언짢은 표정으로 레옹의 손에 들린 장난감 총을 내동댕이쳤다.이 쓰레기는 뭐야,하듯이.
레옹은 자신의 킬러로써의 능력을 한탄하며 유리컵에 입을 대고 우유를 꼴깍꼴깍 마셨다.총질보다 우유 마시기에 능한 레옹이였다.
레옹의 성씨는 고씨였다.진짜 성씨는 아니고,킬러들의 세계에서의 가짜 성씨 같은 거였다.
고레옹,이 직업이 언제까지 유지될까 맘 졸이며 살고 있는 순수한 클리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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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 끝나면 이어서 써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