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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 김명수가 잘못했네

(부제: 의도치 않은 2013년판 동백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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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 김명수가 잘못했네

(부제: 의도치 않은 2013년판 동백꽃)

w.오늘

오늘도 학주한테 존나게 쳐 맞았다. 왜냐고? 그건 저 뒤에서 날 비웃고 있는 간사한 티벳여우 새끼 때문이다. 시도때도 없이 자신이 선도부라는 것을 남용해서 나만 겁나 잡아대는데, 실실 웃으면서 잡는 꼴이 얄밉기만 하다. 이 재수없고 얄미운 티벳여우가 이러한 만행을 저지르기 시작한 것은 불과 일주일 전이었다.

나는 새 학기를 맞아, 사고 한 건 크게 치고 교내봉사 일주일을 처분받아 화단에 잔디를 학주의 얼마 없는 머리칼이라 생각하며 씐나게 뽑고 있었다. 그런데 불쑥 이 여우새끼가 나타난 것이다. 고개를 들어 뭔 일이냐는 눈빛을 보냈다. 나랑 아이컨택을 한게 그렇게 좆 같았나, 이 새끼 얼굴이 시뻘개졌다. 갑자기 지 손에 들려있던 원피스 초코빵을 내게 던지는 것이 아닌가. 내가 이건 뭔가 싶어 암말도 안하고 녀석을 쳐다보니

" 많이 힘들지?"

라고 물어보는 것 이었다. 더운 여름날 바깥에서 쪼그려 앉아 잔디만 뽑고 있는데, 당연히 힘들지 않겠는가. 나는 이건 분명한 시비다.란 생각이 들어 존나 일진짱 처럼 패기있게

" 힘들다면 니가 뭐 어쩔건데?"

라는 개소리를 했다. 정말 후회한다. 쓸데없이 패기만 넘쳤던 일주일 전의 남우현을 패 죽여버리고 싶다.

"아니 뭐..."

이러고 여우새끼는 한참 동안 땅만 쳐다보다가 뭔갈 결심했다는 듯이 주먹을 불끈 쥐더니(난 이 때 얘가 나한테 맞짱을 뜨자는 표시인 줄 알았다.)

" 크..크흠, 야. 너 그거 아냐? 봉사하면서 먹는 초코빵이 그렇게 맛있단다. 사실 니가 날라리에다가 머리도 안 좋고 성격도 안 좋아서 친구도 없지만 이렇게 친히 초코빵을 주는 착한 친구도 있어야 되지 않겠니? 뭐...난 니가 좋긴 하지만.. ㄸ..딱히 니가 좋아서 주는 것은 아니야."

이딴 신종 개소리를 씨부리는 것 이었다. 맞장 뜰 준비를 하고 있던 나는 여우새끼의 말을 듣고 얼탱이가 나가서 빤히 이 놈의 입만 쳐다봤다. 막 지 혼자서 혼잣말을 하는데 안절부절 못 하는 것이 똥 마려운 개새끼 같아서 푸흐흐- 하고 웃었다. 이게 문제였다. 여우새끼는 존나 날라리에다가 머리도 안 좋은 꼴통새끼가 감히 하늘 같은 자기를 보고 웃었다는 것에 대해 빈정이 상했는지, 얼굴이 막 붉으락푸르락 하더니 쌩 하고 가버리는 것 이었다.  그 때 당시 나는 아, 이 놈이 진짜 똥이 마려워서 화장실로 존나 뛰어가는 구나. 라고만 생각했다. 그 생각은 매우 병신같은 생각이었다.

그 날 이후, 나는 나를 죽여버릴 듯이 노려보는 여우새끼의 눈빛에 존나 무서워서 하루하루를 공포로 떨어야했다. 처음에는 그냥 째려보더니, 내가 지를 피하자 이젠 매일 시비를 터는 것 이었다. 씨발, 내가 뭘 어쨌다고!!! 난 그저 지 혼자 발광하는 것이 조금 아~~~~~~~~~~~주 쪼오금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진 거밖에 없단 말이다. 나는 쓰라린 엉덩이를 붙잡고 절뚝대며 반으로 들어갔다.

반으로 들어갔는데, 글쎄 이 새끼가 내 책상위에 떡 하니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대가리에 악마의 뿔이 달리고 옆에는 삼지창하나 들고 있는 줄 알았다.) 분명 학주 뒤에서 존나 쪼개고 있던 놈이 언제 여기까지 와서 당당하게 앉아서 날 꼴아본단 말인가. 나는 속으론 존나 쫄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 내 자리로 걸어갔다. 애새끼들이 우릴 보지만 않았어도 내가 뭔 잘못을 했는진 모르지만 싹싹 빌고 끝냈을 것이다. (절대 학주가 무서워서 그러는게 아니다. 아침마다 실랑이를 하는게 귀찮았을 뿐이다.) 아무튼 난 주위의 시선을 신경쓰며, 어떻게 해야 나의 가오를 세우고 이 여우새끼의 지랄을 끝낼 수가 있을까를 생각했다.

내가 이 여우새끼를 (두려움에)떨리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여우새끼가 나를 보고 한 쪽 입매를 끌어올려 비웃더니,

" 나한테...할 말 없어?"

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드디어 이 새끼가 불쌍한 나를 괴롭히는 일을 그만두고 나의 사과를 받아줄 의향이 생긴 줄 알고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졸라 재밌는 광경을 목격했다는 듯이 눈을 반짝반짝 밝히는 애새끼들을 보고 나는 차마 아직은 여우새끼한테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어서 일단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여우새끼의 얼굴이 환해지더니 쪼르르 뒷 문으로 나갔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여우새끼의 뒤를 쫓아 나갔다.

여우새끼가 멈춰선 곳은 웃기게도, 우리 학교에서 고백을 제일 많이 한다는 벚꽃도 다 지고 이파리만 무성한 벚꽃나무 아래였다. 벚꽃나무 아래로 보이는 여우새끼의 얼굴은 매우 설레어 보였다. 내가 사과를 하는게 그렇게 좋은가...라는 생각이 들어 여우새끼가 좋아하는 사과를 해주었다. 그랬더니 여우새끼가 내가 처음 여우새끼를 보았던 그 표정으로 한참을 멍 때리더니, 이윽고 어깨를 들썩이는 것 이었다. 나는 여우새끼가 내 사과가 맘에 안 들어서 화난 줄 알고 더 열심히 빌었다. 그랬더니 이 여우새끼가 와앙-하고 우는 것이 아닌가. 내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하필이면 저기 멀리서 학주가 "남우현이!!!!" 하고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OMG. 나는 제발 여우새끼의 울음이 그치라고 더 더 더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하지만 여우새끼의 눈물은 그칠 기미를 안 보였고, 결국 학주한테 나는 귀를 잡혀 생지실로 끌려갔다.

퍽-

" 한 대요~"

퍽-

" 두 대요~"

오랜만에 엑스칼리버를 잡은 학주의 얼굴은 매우 상기되어 있었다. 나를 이렇게 복날에 개 쳐 맞듯이 맞게 한 여우새끼가 이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나의 엉덩이가 부풀어 오를수록, 그 새끼에 대한 미움은 더 커져만 갔다. 그리고 이 새끼가 나한테 대체 왜 이럴까 하며 눈물이 나오려고 할 때.

나는 깨달았다.

이건 이 새끼의 엄청난 음모와 계획이라고.

이런 생각이 드니, 나는 더 참을 수가 없어졌다. 나는 나오려고 준비하고 있는 눈물들을 잘 다스리고 마지막 한 대까지 성실히 맞으며, 복수를 다짐했다.

복수라고 별로 대단하진 않았다. 일단 나는 일진이라는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지위를 철저히 이용하기로 했다. 저기 멀리서 키만 멀대같이 크고 삐적마른 찌질이1이 걸어왔다. 나는 겁나 쎈캐 표정을 짓고 손가락만 까딱대면서 찌질이1을 내 앞으로 이동시켰다. 평소에 놀기는 해도 일진 짓거리는 하지 말자라는 소신을 가지고 신나게 놀기만 했던 나는 일진들에게는 별거 아닐 행동에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찌질이1은 쭈뼛대며 내 앞에 와서 섰다.

" 야, 너. 걔 좀 체육창고로 불러와라."

"ㄴ...누구 말이야. 우현아?"

" 선도서는 애 중에 걔 있잖아, 티벳여우 닮은 애."

찌질이1은 나의 설명에 매우 난감하다는 듯이 어쩔 줄을 모르더니, 이름을 가르쳐 달라고 벌벌 떨며 말했다. 이름을 말해줄려고 성가시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니 열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새끼의 이름도 모르고 있었다. 완전 쉣 더 빡이었다. 내가 눈썹만 꿈틀거리고 있자, 찌질이1은 지 혼자 무서워서 더 떨어댔다. 나는 불쌍한 찌질이1을 놔주기로 했는데, 화장실에서 여우새끼가 나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급히 찌질이1한테 저 새끼 데려와. 알았지? 라고 말한 후 여우새끼가 날 보지 못하도록 존나 뛰어서 코너 뒤 쪽으로 숨었다.

나의 계획은 대강 이러하다.

1. 여우새끼 불러놓고 안 가기.
2. 여우새끼한테 학주가 오라 그랬다고 뻥치기.
3. 사람 많은 매점에서 몰래 여우새끼 어깨 때리고 도망가기.

어떤가. 정말 씽크빅 돋고 생각만 해도 화가 나고 수치스럽지 않은가. 나는 혼자 꺽꺽거리며 웃다가 정색을 하고 반으로 들어갔다. 반으로 들어가서 자리에 앉으니 학주한테 맞은 엉덩이가 바늘방석 위에 앉은 듯 따갑고 아파서 소리를 지를 뻔 했다. 내 고통이 다 여우새끼 때문이란 걸 생각하니 치가 떨렸지만, 앞으로의 복수를 생각하니 다시 한 번 웃음이 나왔다. 고개를 숙여 끅끅 대며 발을 동동 굴렀다. 정말 행복했다.

하루종일 여우새끼를 생각하다가, 점심시간 종이 울렸다. 나는 바람보다 더 빠르게 체육창고로 달려갔다. 여우새끼의 화난 모습을 볼 생각에 들뜬 나는 체육창고 뒤에서 여우새끼를 기다렸다. 하지만, 여우새끼는 오지 않았다. 그 이후로도 많은 계획들을 실행에 옮긴 나는 곧 절망하고 말았다.

"아니, 어떻게 하나도 안 걸릴 수가 있지?"

여우새끼는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했다. 체육창고는 훼이크란 걸 어떻게 알았는지 오지도 않았고, 다시 찌질이1을 불러 학주가 오라 그랬다고 말하라고 시켰지만, 여우새끼는 소름돋게도 학주랑 다정히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여우새끼가 있다는 매점으로 가서 여우새끼의 어깨를 때리려고 했지만 여우새끼는 이미 도망간 후였다. 나는 분노에 휩싸여서 자폐아 처럼 손톱을 뜯었다. 그리고 머리를 막 엉망으로 흐트렸다. 그런 나를 애들은 미친 놈 보듯이 봤지만, 신경은 전혀 쓰이지 않았다. 단지 타도! 여우새끼! 만을 생각했다.

나는 여우새끼가 걸릴 수 밖에 없는 치욕스럽고 정말 당하면 울어버릴 것 같은 그런 계획을 세우려고 했다. 하지만 든 것도 없는 머리가, 어떻게 그런 계획을 세우겠는가. 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갑자기 역사 시간에 들은 논개를 생각했다. 댓츠 굳 아이디어!

계획2

1. 학교 전체를 뒤져 여우새끼를 찾아낸다.
2. 뒷문을 박차고 들어가 난 존나 쎄다를 어필한다.
3. 나에게 아픈 기억을 남겨줬던 벚꽃나무 아래까지 여우새끼의 멱살을 잡고 끌고간다.
4. 때려도 시원치 않을 여우새끼 한테 폭언과 모욕으로 치욕스러움을 준다.
5. 그리고 평생 내 노예로 살게 한다.

어차피 나는 몰래 숨어서 그 새끼가 하는 것은 못하고, 있는 건 학주한테 맞아서 단련된 맷집과, 패기 밖에 없다 이거야. 난 학교 전체를 뒤져서 여우새끼를 찾아낸 후 뒷문을 발로 차고 들어가서 막무가내로 여우새끼의 멱살을 잡고 벚꽃나무 아래까지 질질 끌고 갔다. 물론 사람 많은 곳만을 지나서 말이다. 여우새끼는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쪽팔린지 얼굴이 시뻘개졌다.

나는 전쟁에 참전했다가 승리를 쟁취한 군인 마냥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펴고 나의 위대함을 여우새끼한테 보여줬다. 그리고 내가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복수를 시작하기 전에 심호흡을 했다. 여우새끼는 왠지 모를 수줍은 미소를 보였다. 왜죠? 그리고 혀에 모터가 달린 듯이 속사포로 빠르게 욕을 뱉어냈다.

"너, 내가 존나 만만하냐. 만만하냐고. 어? 씨발 내가 이건 쫌생이 같아서 말 안하려고 했는데, 20xx년 x월 xx 일, 머리 겨우 1미리 길다고 잡았지. 그리고 그 날은 어? 다른 애들은 다 들여보내 주고선 나만 지각 잡고...씨이. 흑."

"씨이발, 존나, 킁, 티벳여우, 크헝, 닮은게, 나만, 흐어엉."

........이게 뭔 소리냐고? 씨발. 뭐긴 뭐야. 분에 못 이겨서 쳐 우는 찐따 남우현의 복수 하는 소리지.

여우새끼의 표정은 가관이었다. 존나 썩었다는게 아니라, 뭐랄까 마치...빠순이들이 자기 가수가 1위해서 기쁨에 못 이겨 질질 짤 때를 보는 그 가슴 아픈 표정 이라고나 할까. 여우새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나를 안아주었다. (이제와서 밝히는 거지만 솔직히 여우새끼가 나보다 한 2센치 정도 더 크다.) 폭신한 것이 엄마 품에 안긴 것 같아 더 펑펑 울었다. 아이들의 고발을 받고 얼마 없는 앞머리 휘날리며 뛰어 오신 학주는 여우새끼의 제지로 인해 그대로 발길을 돌려 터덜터덜 생지실로 돌아갔다. 여우새끼가 어깨에서 나를 떼 놓고 나와 아이컨택을 시도했다. 나는 여우새끼의 눈 대신에 명찰을 바라봤다. 이름은 김성규 였고 나보다 1년 선배였다.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한 여우새끼는 아니, 성규선배는 꽤 귀여운 얼굴을 갖고 있었다. 작지만 길다란 눈과 하얀 얼굴, 높은 콧대와 작은 입술, 오히려 잘생겼었다. 그렇게 넋 놓고 여...아니 성규선배의 얼굴을 감상하고 있을 때 성규선배의 입이 열렸다.

" 진짜, 나한테 할 말 없어?"

" 엉?"

" 진짜, 나한테 할 말 없어?"

" 엉?"

" 정말 없는거야?"

"미,미안. 아니 죄송...합니다."

"에이, 썅. 김명수 죽여버리겠어."

"에?"

"있잖아.."

저기...내가 말이야. 어... 오해하지 말고 들어줬으면 해. 그러니까...


성규선배의 얼굴이 잘 익은 토마토 처럼 붉어지더니, 갑자기 산들바람이 불어오고 성규선배의 까만 머리칼이 날렸다. 분명히 벚꽃은 다 져버렸을 텐데, 왜 내 눈 앞에는 분홍색 벚꽃잎이 날리는 걸까. 벚꽃나무 아래서 수줍은 선배의 뺨은 홍조로 물들어 참....예뻤다.

"우현아, 내가 널 좋아...해."

이 말 한 마디만 남기고, 선배는 학교로 뛰어갔다. 나는 얼이 빠진 채로 벚꽃나무 아래서 그대로 서 있었다.
 
바람이 내 뺨을 건드리고 지나갔다.

왠지 간질간질했다.

"..간지러워."

 

 

모든 것은 자칭 티라노 연애조작단이라는 김명수의 개입으로 인해 시작되었다. 그 때 당시 나는 남우현이라는 1학년 후배를 짝사랑하는 보잘 것 없는 찌질이였고, 김명수는 그 잘생긴 얼굴로 뭇 여성들을 설레게 하며 엄청난 연애스킬로 날다 긴다 하는 여자들을 모두 ko시킨 장본인이였다. 나는 그런 김명수가 갑자기 나를 찾아와서 너의 짝사랑을 도와준다고 하는 말에 혼자 좋아서 아무 생각없이 무작정 오케이 했고, 그것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 온 것이다.

처음 김명수는 명수의 러브 레시피 라는 식상하고 진부한 이름의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연애의 연자도 모르는 나는 그것이 매우 드라마틱 하고 멋있다며 김명수한테 존경과 사랑의 눈빛을 보내고 한 동안 사부로 모셨다. 정말 병맛돋고 좋네요.

명수의 러부 레시피♡

1. 나무( 다른 사람한테 들킬 경우를 대비하여 우현이의 신상을 밝히지 않기 위해 우리끼리 우현이를 부르는 암호로 만든 것이다.)한테 강한 인상 남기기!

그래. 이것 때문에 내가 수업도 땡땡이 쳐 가면서 손에는 원피스 초코빵을 들고 덜덜거리며 팝핀 추고 있는 다리를 겨우 끌고 우현이한테 간 게 아니냐. 슬금슬금 우현이한테 가는데 그 후광이란!!!! 넓은 등판에 잔디를 뽑고 있는 그 팔은 힘줄이 뙇 돋아서 얼마나 남자 답던지. 하...유 멬미 바운스 붸붸. 난 오늘 여기서 자리잡고 누워야겠다.

' 일단 화단 앞에서 힘들어하는 너의 나무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함.'

주섬주섬 자리깔고 누우려는 나에게 갑자기 김명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맞다, 난 지금 우현이와 대화를 나눠야하는 상황이었지.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우현이에게 말을 걸었다.

" 많이 힘들지?"

그에 우현이는 마치 "응 성규야. 조금 힘들긴 하지만, 널 보니 괜찮아 지는 것 같아."라는 그윽한 눈빛을 보내며 입으로는 거친 말을 내뱉었다. 이게 나쁜 남자가 끌리는 이유인가.

" 힘들다면 니가 뭘 어쩔건데?"

저 말이 당시 나에겐, " 힘드니까 니가 나에게 그 달콤한 입술을 상납해 주지 않겠니?"라고 들려서 얼굴이 불타오를 뻔 했다. 나는 몸을 베베꼬며

" 아니, 뭐.."

" 크..크흠, 야. 너 그거 아냐? 봉사하면서 먹는 초코빵이 그렇게 맛있단다. 사실 니가 날라리에다가 머리도 안 좋고 성격도 안 좋아서 친구도 없지만 이렇게 친히 초코빵을 주는 착한 친구도 있어야 되지 않겠니? 뭐...난 니가 좋긴 하지만.. ㄸ..딱히 니가 좋아서 주는 것은 아니야."

라는 흔한 열도의 츤데레 돋는 수줍은 소녀가 할 법한 김명수가 미친듯이 외우게 했던 그 말을 하고야 만 것이다. 후에 이 말은 김성규 인생 최대의 흑역사 BEST5에 들어간다.

그리고 몸은 베베 꼰 그 상태로 우현이의 반응을 살펴보는데, 우현이가 잠시 멍을 때리더닌, 내가 환장하는 우현이표 멍뭉이 웃음으로 나에게 웃어주는 것이 아닌가.  백만불짜리 우현이의 살인미소를 실제로 영접한 나는 심장이 미친듯이 뛰고 혈압은 최대치로 올라가서 코피가 터지고 말았다. 나는 이 추한 모습을 우현느님께 보여줄 수 없어서 손으로 코를 막고 전속력으로 뛰어가고 말았다.

그 후, 우현이와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는 김명수의 말에 설레였던 나는 그것이 빗나갔음을 알았다. 내가 우현이에게 나 여깄어요 하는 뜨거운 구애의 눈빛을 보냈는데도 불구하고 우현이는 그것을 못 봤는지 무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쌩 하고 제 갈 길만 가는 것이었다. 나는 큰 충격을 받고 가까스로 김명수에게 부축을 받아 반으로 들어 갈 수 있었다.

김명수는 자신이 예상하지 못한 사태가 일어났다면서 다른 계획을 세웠다.

명수의 러부 레시피♡-수정판

2. 나무에게 꾸준한 인상남기기!- 선도부라는 아주 좋은 위치를 이용해서 우현이에게 매일 얼굴도장 찍기.

김명수의 말에 의하면 우현이는 너무 인기가 많아서 겨우 나따위가 준 초코빵이 우현이의 머릿속에 남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럴 경우 우현이에게 매일 얼굴을 보여주며 우현이에게 나란 사람을 각인 시켜야 한다고 했는데, 선도부라는 나의 위치가 매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처음으로 내가 선도부라는게 감사했다.

난 그저 김명수가 시키는 대로 흠 잡을 것 하나 없는 우현이의 용의복장을 쓸데없는 트집을 잡아 집요하게 잡기 시작했다. 비록 학주에게 비오는 날 먼지나듯 쳐 맞는 우현이를 보는게 너무 슬프고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지만, 앞으로의 우리의 아름다운 사랑을 위해 이런 시련과 고통따위는 조용히 감내하기로 했다.


3. 인상을 남겼으면, 사랑도 남겨야지.

또 김명수선생의 말씀에 의하면 이 정도 인상을 남겼으면 이제 우현이가 나의 톡톡 튀는 매력에 빠져들 차례라고 했다. 이제까지 참하고 도덕적인 선도부의 이미지만 보여줬으니, 약간은 건방지지만 도도한 반전 매력을 어필해야 한다며 나를 빛보다 빠른 속도로 우현이 책상위에 앉혔다. 이것이 우현이가 매일 앉아서 수업하는 그 책상이구나. 책상을 만지며 혼자 큭큭대고 있을 때 쯔음 맞은 엉덩이가 아픈지 절뚝대며 걸어오는 우현이가 보였다. 우현이는 책상에 앉아있는 나를 보고 적잖이 놀란 듯 했다. 나는 우현이에게 도발적인 눈빛을 보내며 남자들이 환장한다는 눈 웃음을 지었다. 우현이 뒤에 있던 김명수가 엄지손가락을 들어줬다. 그에 더 자신감이 붙은 나는 고개를 살짝 틀고 혀로 입술을 한 번 축이고(이것도 김명수가 뒤에서 다 만들어 놓은 행동이었다.)

" 나한테 할 말 없어?"

라는 아주 도발적이고 여시같은 말을 했다.( 그 말이 매우 오글거리고 도발이 아닌 도전적인 말이었다는 걸 알았을 때는 한참 후였다.) 우현이는 그 말을 듣고 박력있게 내 팔목을 잡고!!! 팔목을!!!! 드라마에서만 보던!! 팔목!!!!(참고로 이 때 우현이는 너무 빠른 걸음으로 걷는 성규를 잡기위해 팔목을 잡았을 뿐이다.) 나는 우현이의 박력있는 모습에 설레서 죽을 뻔 했지만, 끝까지 내가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김명수의 말을 기억해내곤, 우현이를 끌고 우리학교 명물인 벚꽃나무 아래로 끌고 갔다.

'그래, 여기서 끝장을 내는 거야.'

하....정말 끝장났다. 우현이 엉덩이만.

우현이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내게 미안하다고 했다. 계획을 시작하기 전에 김명수가 한 말이 있었는데, 남자가 미안하다고 하는 것은 헤어지자는 말이나, 너랑 사귈 수 없어를 돌려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우현이가 나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고 하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펑펑 울어버렸다. 우현이가 잠시 뒤를 돌아보더니 더 미안하다고 싹싹 빌기 시작했다. 그것으론 절대 내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우현이는 뭔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다급하게 아예 손까지 비비며 빌어댔다.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그에 더 크게 울었고, 내가 우는 것을 본 학주쌤은 우현이의 귀를 잡고 생지실로 끌고 갔다. OMG. 정말 끝장나는 결말이었다.

나는 우현이를 생지실로 보내고, 내 사랑은 이렇게 끝나는 구나 하며, 화장실로 들어가 휴지로 입을 막고 비련의 여 주인공 처럼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자, 얼굴을 씻고 퉁퉁 부은 눈으로 화장실을 나왔다. 화장실에서 나오니, 어떤 멀대와 얘기하는 우현이가 보였다. 다시 눈을 감았다가 뜨자, 우현이는 사라지고 없었다. 난 내가 실연의 슬픔을 이기지 못해 우현이의 환상까지 보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복도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랬더니 아까 우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걸로 보였던 멀대가 나한테 다가왔다.

" 저..저기요. 그게...어떤 남자애가...체육창고로 오랬는데요, 절대 가시면 안돼요!! 아마 형을 죽일지도 몰라요!!!"

멀대는 이 말을 남기고 한 마리의 킬리만자로 가젤처럼 뛰어갔다. 나는 멀대가 더위를 먹고 미쳤나보다 하고 그 말을 가볍게 스킵했다. 그리고 다시 나의 슬픔에 젖어 고개를 파 묻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난 터덜터덜 반으로 들어가 책상 위에 엎드려 있었다. 선생님들은 아침에 있었던 그 사건을 다 전해 들으셨는지 엎드려있는 나의 등을 토닥거려 주시고는 수업을 진행하셨다. 그렇게 계속 엎드려있는데, 학주쌤이 나를 위로하러 친히 우리반까지 올라오셨다. 학주쌤한테는 밝은 모습을 보여야 했기에( 안그러면 우현이가 죽을지도 모른다.)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우리 반 앞에서 서성대는 멀대가 보였지만 그냥 내 착각이겠지 하고 멀대를 무시한 후 학주쌤과 다시 대화를 나눴다.

김명수가 여태까지 자신이 연애조작단을 하면서 실패한 경우는 내가 처음이라며 미안하다고 매점으로 가자고 했다. 나는 김명수의 말을 깔끔히 씹어주고 잠을 청했다. 김명수는 그 후로도 계속 자기 말만 하더니, 수업종이 치자 지네 반으로 홀랑 가버렸다. 그렇게 누워있는데, 갑자기 쾅! 하는 소리가 나더니 내 멱살이 들여올려졌다. 어떤 미친놈이 다짜고짜 남의 멱살을 잡나 했더니...

우현이였다.

난 순간 내가 환상을 본 것인가 해서 눈을 계속 감았다 떴다 반복했다. 그러나 내 눈 앞에는 변함없이 우현이가 있었고, 난 내가 멱살을 잡혔다는 사실도 잊은 채 눈 앞에만 보이는 우현이 얼굴에 좋아서 실실 웃어댔다. 얼굴은 역시나 빨개져 있었고. 우현이가 나를 끌고 간 곳은 내가 처절하게 차였던 벚꽃나무 아래였다. 나는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아니 혹시 모를 우현이의 고백을 기대하며 눈을 감았다. 그런데...그런데..!!
아니, 의사양반 이게 무슨 소리요. 우현이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너, 내가 존나 만만하냐. 만만하냐고. 어? 씨발 내가 이건 쫌생이 같아서 말 안하려고 했는데, 20xx년 x월 xx 일, 머리 겨우 1미리 길다고 잡았지. 그리고 그 날은 어? 다른 애들은 다 들여보내 주고선 나만 지각 잡고...씨이. 흑."

"씨이발, 존나, 킁, 티벳여우, 크헝, 닮은게, 나만, 흐어엉."

처음에는 패기돋는 말로 시작하더니, 이제까지 내가 유혹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행위를 읊어대며 매우 억울하고 서글프다는 듯이 우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나는 나의 모든 짓이 우현이를 힘들게 했다는 걸 깨달았다. 사실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현이에게 사랑을 받고 싶다는 내 이기심이 우현이를 울게 만들었다. 난 우현이한테 너무 미안하고 우는 우현이가 안타까워서 우현이를 품에 안았다. 그러니 우현이는 더 크게 울었다. 뒤에서 학주선생님이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시는 게 보여 돌아가시라고 손을 흔들었다. 학주쌤은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쩝쩝 다지시곤 생지실로 걸어가셨다.

난 우현이를 힘들게 했던 나에게 벌을 내리는 겸, 우현이에게 사과도 하는 겸 고백을 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이게 벌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걸 정말 부끄러워하는 나로서는 매우 큰 벌이었다. 그리고 내가 우현이를 싫어해서 한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죄의 말이기도 하고.

" 진짜, 나한테 할 말 없어?"

" 엉?"

" 진짜, 나한테 할 말 없어?"

" 엉?"

" 정말 없는거야?"

"미,미안. 아니 죄송...합니다."

"에이, 썅. 김명수 죽여버리겠어."

"에?"

"있잖아.."

저기...내가 말이야. 어... 오해하지 말고 들어줬으면 해. 그러니까...

"우현아, 내가 널 좋아...해."

그 말을 들은 우현이는 매우 놀란 듯 눈이 동그래져서 나를 빤히 쳐다봤다. 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우리 반으로 미친듯이 뛰어갔다. 반으로 돌아와 창문 밖을 살짝 보니, 우현이가 그 자리 그대로 서 있었다. 바람이 불고, 내 책상위로 이미 져버려 사라진 줄만 알았던 벚꽃잎이 내 손 위에 앉았다가 다시 날아갔다. 벚꽃잎이 스치고 간 그 자리가 간지러웠다.

"...간지럽다."

 

메일링합니다

메일주소만 달랑 써놓고 가시면.....

그래도 드려요 하지만 제 심장이 브레이크.......

위에 더보기는 이거 안보신분들 보시라고 올려놓은 거에요

별로 재밌지도 않은거 받으면 화나잖아요?

그러니까 받고 싶은 분만 받으시라고 이렇게 올립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독자1
(이메일은 본인/글쓴이/운영진만 확인 가능)

으헝헝 메일링이닼ㅋㅋ 그대글 항상 잘보고있어요 ㅎㅎ 앞으로도 조흔글!!♥

10년 전
독자3
(이메일은 본인/글쓴이/운영진만 확인 가능)

저 그대 글보고 반했어요ㅠㅠㅠㅠ 메일링 부탁드려도 될까요?

10년 전
독자4
(이메일은 본인/글쓴이/운영진만 확인 가능)

메일링하기를바라긴 했지만 할줄은 몰랐는데 메일링을하네요 ㅠㅠ 기쁘군요 ㅠㅠ사랑합니다

10년 전
독자5
(이메일은 본인/글쓴이/운영진만 확인 가능)
ㅜㅜ학굔데이제내야되서..흐규...보내주세요..ㅜ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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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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