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W.지나가던 탄소
새하얀 드레스로 갈아입히는 이모를 바라봤다. 아무런 표정도 없이 하얀 드레스를 내 몸에 대어보는 이모의 입에서는 깊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아가씨, 표정 좀 풀어요. 이모의 말에 나는 더더욱 표정을 구겨버렸다. 새하얀 드레스와 걸맞는 연분홍색의 구두를 신겨주는 이모에게 심드렁한 말투로 말을 내뱉자 이모는 작게 한숨을 쉬며 답했다.
"내 경호원은 한명뿐이에요."
"...아가씨, 이 분도 참 착하신 분이에요."
"네, 석진오빠가 제일 착하죠."
자르는대로 잘라지고, 휘둘리는대로 휘둘렸으니까. 내 말에 이모는 이마를 짚으며 나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나와 눈을 제대로 맞추고는 말했다. 아가씨, 그분앞에서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대체 왜? 어차피 내 경호원일텐데. 내가 무슨 말을 내뱉던 무슨 상관인걸까. 이해가 안 가는 이모의 행동에 어깨에 놓여져 있던 이모의 손을 부드럽게 떨어트리고는 그대로 방을 걸어나갔다.
또각거리는 구두소리가 참 마음에 들었다. 단화를 싫어하진 않지만, 불편해했다. 키가 작은편도 아닌데, 굳이 굽이 있는 구두를 선호하는 이유중 하나였다. 소리가 좋아서. 한참을 걷다가 눈 앞에 보이는 방문앞에서 기대서 핸드폰을 하다가 문고리를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나는 책냄새가 그리운 냄새였다. 석진이 오빠와 자주 놀던 곳. 그곳에서 새로운 경호원을 만난다. 의자를 끌고 앉아서 책을 꺼내자 두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아가씨, 새 경호원입니다."
"이름은요."
"..."
이름이 뭐냐고. 내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없는 남자를 향해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 이름이 뭐냐고요. 그러자 귀찮다는 듯 말하는 남자에 의해서 집사 아저씨는 당황 한 듯 방을 재빠르게 나갔고, 석진오빠와 나만이 있던 서재에는 새로운 경호원과 인상을 잔뜩 찌푸린 나만이 존재했다.
"슈가."
"뭐요?"
"슈가라고, 내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