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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태형] 百花擾亂 | 인스티즈

(이름을 지은, 예은 이런 식이 아닌 타카오, 모모카 같이 설정해주세요!)











비는 오는지 안 오는지 헷갈릴 정도의 상태를 반복했다. 하지만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고이고 빗방울은 다리에 튀어 사내들의 바짓단에는 물이 튀었다. 그럼에도 붉게 물든 거리는 회색빛으로 돌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여전히 사람이 북적였다.



환락의 거리, 여자들의 감옥.

그것이 이 요시와라를 칭하는 말이었다.



부모의 빚에 의해 팔려온 여자, 자신이 자진해서 온 여자, 주워져 온 여자, 등등. 요시와라에 있는 여자들에겐 수많은 사연이 있었다. 하지만 이 거리에 사연 없는 유녀가 어디 있으랴, 구구절절 늘여놔 봤자 요시와라 내에선 그저 하나의 상품이었고, 창녀일 뿐이었다.



오지도 않은 절정을 느끼고, 신음을 지르며, 남자에게 안긴다. 오늘 밤이 전부인 것처럼. 그것은 별일이 아니었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어느 정도 고개를 꺾어야 하는지, 어떻게 요령을 피워야 하는지, 그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던 것이었으니까.




-5년이다. 그 기간 내에 빚을 전부 갚는다면 나가도 되지만, 기간 안에 갚지 못한다면 넌 계속 남아있어야 해. 빚을 갚을 때까지.




가게에 끌려왔을 때, 자신을 본 안주인이 처음 한 말이었다. 제 부모의 빚은 나의 5년과 맞바꾼 것과 같았다. 저를 팔은 부모를 원망하진 않았다.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다. 팔려온 주제에 말이다. 하지만 이곳에 있으면 배를 곪지 않아도 되었고, 멀쩡한 옷을 입을 수 있었다.



-오늘부터 네 이름은 이름이다.



그와 동시에 본래의 이름은 저 멀리에 있는 빗물과 함께 섞여 고인 채로 썩어갔다.





*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하리미세에 앉아 욕정이 뒤섞인 눈으로 자신을 보는 사내들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입에 물고 있던 곰방대를 빼내곤 그들의 앞으로 연기를 뱉어냈다. 변태 새끼들. 그들은 내뱉은 연기만으로도 황홀하다는 듯 헤벌쭉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들의 눈에 있는 욕정은 지워지지 않았다.



매일 보는 풍경과 사람들, 꺼지지 않는 붉은 유등, 격자창 안에 갇혀 있는 유녀들. 마치 어항 안에 살고 있는 금붕어와 마찬가지인 신세였다. 이런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차피 오늘도 사내들의 비위를 맞추며 몸을 내어줄 터였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지.




오늘 같은 날엔 그냥 서방님이랑 딱 둘이 있으면 좋았을 텐데…….”

걸리면 죽음인걸? 물론 네가 아니라 네 서방님이 죽겠지만.”

, 그런 얘기는 하지도 말아.”




칸나의 말에 유메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했다. 정부(情夫)를 두면 외딴섬으로 끌려간다, 알게 모르게 유녀들 사이에서 퍼진 소문이었다. 그것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그 소문만으로도 모든 유녀들은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몰래 눈을 피해 사내들과 만나는 유녀들도 심상찮게 있었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름아, 넌 요즘에 눈에 들어오는 손님은 없어?”

칸나, 네가 보기엔 있을 거 같니?”

얼굴 면에선 전부 다 별로지만……, 제일 중요한 걸로 따지자면 역시 이치죠 님이 아닐까 싶은데.”

쯧쯔……, 돈 밝히기는.”




칸나의 말에 유메가 혀를 차며 말을 받아쳤다.



이치죠 료

유곽에 놀러 오면 돈을 꽤나 펑펑 써주는 사내였다. 물론 좋게 포장하면 돈 씀씀이가 좋은 것이었고, 사실대로 말하자면 호색한이었다.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남자. 나는 그 사내의 씀씀이를 좋아했지만 이치죠 료라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 쓰레기 같은 새끼, 그것이 이치죠 료에게 내린 제 평가였다.




“이름! 손님이다!”




안주인이 소리쳤다. 나는 곰방대의 재를 통 안에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 하리미세에서 나와 익숙하게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계단을 올라갔다. 2층에 발을 디디니 매일같이 보던 미닫이문들이 보였고 내 앞엔 주인아저씨가, 내 뒤엔 신죠(新造)가 뒤따라왔다


주인아저씨가 익숙하게 소리를 내고 문을 열었다. 이치죠 료, 오늘의 손님은 이치죠 료였다. 나는 예상했다는 듯한 속내를 감추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리를 잡아 앉고 방 안에 있던 또 다른 미닫이문이 열림과 동시에 천천히 인사를 올렸다.




이름, 보고 싶었어.”

이치죠 님, 저도 무척이나 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거짓말이지만요. 어차피 그도 내가 한 말이 진심이 아닐 것을 알 것이 분명했다. 그저 나는 그에게 하룻밤을 팔 뿐이었고, 그는 나의 하룻밤을 살 뿐이었다.




이쪽으로 오너라.”




나는 그의 말에 따라 가까이로 가 그의 잔에 술을 채웠다. 그러며 덧붙였다.




이치죠 니임, 저와 말을 나누시기도 전에 술을 찾으시다니……, 속상하다구요?”

하하, 이거 참 미안하네.”




잔에 술을 여러 번 더 채우고 시끄러운 샤미센 소리와 신죠의 재롱에 방의 분위기는 쉽게 달아올랐다. 그는 즐겁다는 듯이 그것들을 즐겼고, 나는 그의 옆에서 웃음을 지으며 손뼉을 쳤다. 빨리 이 시간이 지나길 빌며.



방이 다시 술잔을 채우는 소리와 이야기 소리로 가득 찼을 때, 그는 불현 듯 내게 말했다.




이름, 혹시 너도 원하는가?”

무엇을 말이에요, 이치죠 님?”

미우케(身請).”




그의 말에 나는 잠시 술잔을 채우던 손을 멈췄다. 미우케? 정녕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 미우케이던가? 나는 잠시 얼어있던 상황을 자연스럽게 빠져나가기 위해 다시 술잔을 채우며 그의 말에 대답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직 이치죠 님에게 많이 부족한 여자이니까요.”

“이름 너는 마음씨도 참 곱구나.”

과찬이세요, 이치죠 님.”



, 싫다.





*





이름아, 소문 들었어?”

무슨 소문?”

,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온 남자가 어제 요시와라에 들렸다고 하던데.”

이젠 외국인까지 오는구나.”

외교 문제는 아닌 거 같던데.”




나는 그 소문을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해버리고 흘려버렸다. 아마도.





*





산책을 하는 것은 나름 즐거웠다. 그래 봤자 요시와라 안에서 벗어날 순 없었지만.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기모노가 좋았고, 머리 위로 조금씩 쏟아지는 햇볕이 좋았다. 나는 조금씩 나른해져가는 몸을 나무에 기대곤 눈을 감았다.




저기…….”




사내가 말을 걸어오기 전까지 말이다. 나는 감았던 눈을 다시 뜨고 제 앞에 서 있는 사내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의 말에 대답했다.




무슨 용건이라도 있으신가요?”

이거, 받으세요.”




남자는 내게 손을 내밀며 쥐고 있었던 주먹을 풀었다. 그의 손안에는 푸르고 둥근 구슬이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눈을 약간 찌푸렸다. 분명 내 소매에 넣어두었을 터인데, 어째서 저 사내의 손에 있는지.




떨어트리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그의 손에 있던 구슬을 받아들고 고개를 약간 숙이며 감사의 표시를 더했다. 그러면서 빠르게 눈을 굴려 사내를 보았다. 미묘하게 다른 얼굴 생김새와 머리 모양. 나는 그것을 보고 그가 소문에 파묻혀있는 조선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




뒤를 돌아 걸어가는 사내를 붙잡았다.




성함을…… 알 수 있을까요?”

그리고 물었다. 그의 이름을.

김태형입니다.”

기무태횽……?”

, 그렇게 읽을 수도 있겠네요. 편하게 라고 불러주셔도 괜찮습니다.”

, 그럼 태 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물론. 그쪽은 이름이 어찌 됩니까?”

이름입니다.

“이름, 좋은 이름이네요.”




그럼 나중에 또 보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그는 뒤를 돌아 걸어갔다. 그리고 내 속에선 금붕어 한 마리가 어항을 빠져나가려 열심히 꼬리를 흔들며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





그와 만나는 횟수는 꽤나 잦아졌다. 나는 하루에 한 번씩 꼭 산책을 나갔고 그와 마주쳤다. 그리고 대화를 나눴다. 그는 내가 유녀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개의치 않아 했다. 그저 그렇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와 함께 있을 때면 유녀가 아닌 하나의 여성으로 있는 느낌이 들었다. 찌릿찌릿하면서도 벚꽃 빛이 감도는, 그런 느낌이 말이다. 눈치가 나름 빠르던 그는 이런 나를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 알고 있었다. 풀밭 위에 올려져 있던 허전한 내 손을 그가 잡았었으니까. 말하자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날이 지날수록 나는 조금씩 초조해졌다. 안주인은 내게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며 강조했고, 주위 유녀들도 내 미우케 소식에 꽤나 관심을 보였다. 이치죠 료가 미우케라니, 모든 유녀들의 주목을 받기 충분한 일이었다. 당사자는 내켜 하지 않는데 왜 옆에서 다들 그러는지, .



하리미세에 앉아 하염없이 유등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꽤나 위험한 생각을 했다. 요시와라 전체에 불을 지른다면, 그와 함께 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원하지도 않는 남성에게 가는 것보단 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태 님.”

왜 불러요, 이름?

같이 죽자고 하면……, 죽어주실 건가요?”




어느 날 나는 그에게 물었다. 나와 함께 죽어줄 거냐고. 그는 내 말에 잠시 고민하더니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내 상황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얼마 뒤엔 분명 이치죠 료에게 팔리 듯 요시와라에서 나가게 될 것을,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것을. 고작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깊은 감정을 가졌다. 사랑하는 시간과 그 사랑의 깊이가 비례하지 않다는 말이 딱이었다.




저는, 저는 불을 지를 거예요.”

불을?”

그저, 다 태워져서 사라졌으면 해요. 이 모든 것이.”

…….”

하나의 불길이 번지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요.”




나는 그를 보며 옅게 웃었다. 그리고 맹렬하게 입을 맞췄다. 그의 혀는 입안을 훑고 다니기도 하였고, 내 혀를 감아올리기도 하였다. 나는 눈을 감고 그의 목에 팔을 감고 더욱 밀착했다. 시야가 검게 물들고 청각과 촉각이 곤두섰다. 우리는 셀 수 없이 입을 맞췄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리는 듯이.



아무도 없는 나무집에 어디선가 가져온 기름을 바닥에 들이붓고 아궁이에 있던 불씨를 훔쳐왔다. 그는 내 손을 꽉 붙잡았고, 나 또한 그의 손을 꽉 붙잡았다. 불씨를 기름 위로 떨어트리니 불은 금방 타올랐다. 그 모습은 아름다우면서도 두려웠다. 나는 잡고 있던 손을 풀고 그의 옷자락을 잡아 입을 맞췄다. 불길은 쉽게 번져갔고 밖에선 사람들이 비명을 질러왔다.




사랑해요, 태 님.”

나 또한.”




그렇게 우리는 사랑의 속삭임과 함께 불길에 잡아먹혔다

그야말로 백요란(百擾亂)이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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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요시와라에서 화재가 났다. 요시와라의 절반이 타버리는, 아주 큰 화재.











-

고3 여러분 파이팅..!!


처음엔 그냥 태형이랑 여주 도망시키려다 그냥 죽.. 죽여버렸어요..

다음엔 밝은 글을 가져와야겠어요. 어두운 글을 쓰니까 기가 다 빨려가지고ㅋㅋㅋㅋ 힘들어 죽겠슴다..


제목은 발음장난이에요. 

백화요란(百花擾亂)의 본 뜻은 온갖 꽃이 한꺼번에 만발하여 아름답게 폈다는 뜻인데, 여기서 화花를 화火로 바꾼 겁니다!



하리미세 - 유곽에서 창녀들이 집 앞에 늘어서서 손님을 기다리는 일.

미우케 - 기적에서 몸을 빼냄. (낙적)

신죠 - 유곽에서 막 손님을 받기 시작한 어린 창녀



암호닉

[바나나] [망고] [흥탄♥] [봄봄] [사과잼] [0418] [설탕쿠키] [돌하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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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너무 슬퍼요ㅠㅠㅠ 태형이랑 꼭 이어졌으면 했는데...
8년 전
낙원의 꽃
저도 쓰고 여기에 올리곤 아, 이어줄걸.. 하면서 약간 후회했어요 ㅋㅋㅋㅋㅋㅋ 많이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2
슬픔..ㅠㅠㅠㅠㅠㅠ그랴됴 좋아요 자가님!ㅠㅠ뭔가 아련하기도하고ㅠㅠㅠ
8년 전
낙원의 꽃
아련물 좋죠ㅠㅠㅠ 제가 느낌을 잘 못 살려서 그렇지만... 흑.. 많이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3
으어ㅓㅓㅓㅓ...둘다 너무 아련한거같아요...ㅠㅠㅠㅠㅠㅜㅜㅠ
8년 전
낙원의 꽃
아련.. 아련한가요ㅠㅠㅠㅠ?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아직 많이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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