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달이 지났고 춥기만한 12월이 되었다.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날이후 아직도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간지럽히고 몸이 두둥실 떠오르는 느낌에 이불을 감싸고 발을 동동 거렸다.
눈감으면 민윤기의 얼굴이 떠올랐고 나를 보던 눈빛, 내게 했던 말, 살짝 웃어주던 그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생각하지 않으려 몇번이고 고개를 휘저었다.
하지만 그럴수도 더 선명하게 보이는 민윤기에 결국 인정 할수밖에 없었다.
민윤기를 좋아하게됐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렇게 밤에 한숨도 못자는 탓에 매일 학교에 오자마자 책상에 엎드려 있는게 일상이였고 아프냐고 물어보는 친구들에게 피곤해서그런다고 대충 둘러대니 이제는 친구들도 그러려니 했다.
오늘도 역시 오자마자 책상에 엎드렸고 친구들에게 일어날 때까지 절대 깨우지말아달라 부탁하곤 다시 책상에 엎드렸다.
그러다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려 민윤기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민윤기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귀찮다는 표정으로 자신에게 장난을 치는 김태형과 박지민을 밀어냈다.
나는 이렇게 잠도 못자는데 민윤기는 평소와 같이 잘 지내고 있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서운함이 밀려왔다.
그때 자신의 장난을 받아주지 않아 심술이 난건지 민윤기의 주머니에서 뭔가를 가져가는 김태형에
"야 만지지마 거따 두지말라고"
"쓰지도 않으면서 왜!! 맨날 주머니에만 넣고있을라면 왜가져왔는데!!!"
"아 시끄러시끄러 이제 말걸지마 나 잔다"
하며 김태형 손에 있는 걸 뺏어 주머니에 넣고 책상에 엎드리는 민윤기와 그런 민윤기를 째려보며 박지민에게 투덜거리는 김태형의 모습을 보았다.
그게 뭔지 궁금했지만 나른한기분과 서서히 눈꺼풀이 무거워짐에 의해 잠에 들고 말았다.
".....어나"
..........뭐야..누구야.....
"성이름 일어나"
누군가 이름을 부르며 깨우는 소리에 천천히 잠에서 깼다.
멍한 기분으로 일어나서 눈을 비비며 정신을 차렸고
앞에 보이는 실루엣에 그제서야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쳐다봤다.
"민윤기....?"
민윤기였다.
민윤기는 항상 보여주던 무표정으로 날 내려다보며
"시간이 너무 늦어서. 아까 깨울라했는데 너무 잘자길래 못깨웠어." 라고 했다.
민윤기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니 나와 민윤기만 교실에 남아있었다.
시간은 이미 학교가 끝난지 2시간이 넘었었다.
아.그냥 애들한테 깨워달라할걸
창피한 마음에 나를 가만히 바라보는 민윤기를 보지도 않고 급하게 가방을 챙겼다.
가방을 매고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기 위해 인사를 하려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창밖에 내리는 하얀 눈이였다.
첫눈이였다.
"어?...눈온다"
나도 모르게 속으로 생각하던 게 말로 튀어나왔고
그 말을 듣고 내게서 시선을 떼 창밖을 쳐다보는 민윤기를 보다 슬며시 느껴지는 어색한 기운에
"아..깨워줘서 고마워 잘가"하고 급하게 걸음을 문쪽으로 옮겼다.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여는 순간
"이름아"
..................?
내 뒤에서 느껴지는 민윤기의 목소리에 한번, 성 떼고 내이름을 두글자로불렀다는 거에 두번, 내 귀를 의심했다.
뒤를 돌아 민윤기를 보았다.
자신의 피부색과 비슷한 하얀 눈을 등지고 있는 탓인지 민윤기는 더욱 하얘보였고 그 장면이 마치 슬로우모션처럼 지나갔다.
여전히 무심하지만 다정한 눈빛을 하고 나를 바라보는 민윤기에 주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뛰는 내 심장만 빼고.
빠르게 뛰는 심장소리가 들릴까봐 작게 쉼호흡을 하고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
"................."
"................."
"집 같이갈래?"
올해 첫눈을 민윤기랑 보낸다는 설레는 마음과 약간의 어색한 분위기를 느끼며 민윤기와 나란히 밖에 나왔을 땐 그새 주변에 눈이 꽤 쌓여있었다.
펑펑 내리는 눈이 예뻐서 옆에있는 민윤기도 잊고 손을 뻗어 손에 떨어지는 눈송이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때
손을 뻗은 내 팔을 잡고 자신 쪽으로 돌리는 민윤기에 의해 내 행동은 제지되었다.
의아한 표정으로 민윤기를 쳐다보니 순식간에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내손에 쥐어주었다.
손에 닿는 뜨거운 감촉에 놀라 움찔하며 쳐다보니
"아..그 저번에 교무실에서..손 차갑길래.."라며 평소답지 않게 시선을 돌리며 말하는 민윤기의 모습에 의아해하며 손을 보니 핫팩이 있었다.
아까 잠결에 들은 민윤기와 민윤기 친구들의 얘기가 어렴풋이 생각이 났고 그제서야 대화 내용이 이해가 갔다.
그 무뚝뚝한 민윤기가 잠깐 닿았던 내 차가운 손을 기억하고
내게 주려고 그것도 몇일이나, 하루종일 주머니에 핫팩을 꽁꽁 넣어놓고 있었을 모습을 생각하니까 설렘과 동시에 그동안에 서운함이 눈녹듯이 사라졌다. 무엇보다 나만 민윤기를 생각한게 아니라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져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갔다."고마워"
하고 웃으며 고맙다하니 민윤기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무슨 자신감이였는지 평소에 민윤기의 이런 모습을 보는 기회는 흔치않을거같다는 생각에 놀리고싶어졌다.
"윤기야"
자신에게 먼저 말을 걸어 놀란건지 다정하게 두글자로 불러 놀란건지 당황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ㅇ..어어?"
"내 눈 예쁜건 언제부터 안거야?"하며 장난스럽게 웃자
적잖이 당황한 얼굴을 보였고 곧이어 하얀얼굴이 온통 새빨개진 얼굴로 변했다.
"까분다"
대답을 회피하며 걸음을 빨리해 먼저 걸어가는 민윤기가 귀여워서 미소가 지어졌고
그 뒷모습에서도 보이는 붉어진 귀에 참을수없는 웃음이 터졌다.
"민윤기! 같이가"하며 장난끼 가득한 목소리로 부르니
뒤돌아 보지는 않지만 걸음을 늦추는 민윤기의 모습의 한번 더 큰 웃음을 짓고 민윤기에게로 뛰어갔다.
펑펑 눈이 내려 온통 하얗게 변해가는 학교길에는 보기만해도 설렘이 가득 뭍어나는, 어느새 서로에게 가까워진 남녀의 따뜻한 겨울만이 남아 있었다.
+윤기 번외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의 일을 도운 뒤 뒤늦게 반으로 내려갔을 땐 우리반 문앞에서 김태형과 박지민이 기다리고 있었다.
왜이렇게 늦게 내려오냐며 투덜거리는 모습에 장난스레 웃으며 미안하다하고 가방을 챙기러 반에 들어갔다.
교실 안엔 혼자 남아 책상에 엎드려 자고있는 성이름이 있었다.
나를 따라들어온 김태형은
"어? 성이름 끝난지도 모르고 자네 깨워줘야되는거아니야?"하며 성이름 에게 다가갔다.
"너네먼저 가라 "
내 말에 김태형이 발걸음 멈추고 뒤돌아보며
"뭐야 왜??"하고 물어보았고
뒤따라 들어온 박지민이 한숨을 쉬며 김태형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야 눈치도 없냐 민윤기가 성이름 좋아하잖아"
"뭐?!?! 와 민윤기 설마설마했는데 너..노어이다진심 박지민 너는 어떻게 알았냐"
"보면 모르냐 좋아한지가 언젠데 어휴 김태형 병신"
그런 둘에게 뭐라해줄까하다 성이름이 깰것같은 마음에
"야 조용히하고 빨리가라 얘 깨겠다"하며 가라고 재촉했다.
"그래~우린 간다~민윤기의 사랑을 위해서~윤기 화이팅!"
하며 까불거리는 김태형의 모습에 무표정으로 가만히 쳐다보니 "민윤긴 나만 미워해"하며 시무룩해져 박지민과 교실에서 나가는 김태형이였다.
교실이 조용해 지고 괜히 머슥한 기분에 뒷머리를 긁다가 가만히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곤 아무것도 모르고 잘자고 있는 성이름 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기같이 쌔근쌔근 잘도 자는 모습이 귀여워 저절로 웃음이 입가에 맴돌았다.
2달 가까이 학교에 오자마자 엎드려자는 모습에 아픈가 걱정도했고 제대로 얼굴을 볼 수없어 속만 탔는데 이렇게 편안한 얼굴로 자는 걸 보니 다행이기도 하면서 괘씸한 마음이 들어 못난이.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그걸 또 들었는지 살짝 눈을 찌푸리는 모습에 크게 웃음이 터져 급하게 입을 막았다.
좋아하게 된건 조금 오래되었다. 아마 학기 첫날부터인것같다.
첫눈에 좋아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눈이였다.
성이름 은 눈이 참 예뻤다. 그 예쁜 눈으로 친구들과 얘기하면서 웃는 걸 바라볼땐 하루종일 웃는모습이 생각이 나 잠을 못잘때도 있었다.
하지만 평소 성이름 의 성격을 알기에 무작정 들이대면 불편해할까봐 계속 눈이가는걸 억지로 참고 티를 내지않았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2시간이 훌쩍 지났다는 걸 깨닫고 그제서야 시간이 너무 늦었다싶어 슬슬 깨워야겠다 생각했다.
성이름이 깨지않게 조심히 일어나 교실에있는 거울앞에 가서 머리와 옷을 정리했다.
그리곤 목을 가다듬고 조심스레 성이름을 깨웠다.
"큼- 성이름 일어나"
불러도 일어나지않아 조금 더 큰소리로 일어나라하니 그제서야 비몽사몽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모습이 괜히 설레서 입술을 깨물어 또 한번 터지는 웃음을 참았다.
세상에....첫글에 초록글ㅠㅠㅠㅠㅠㅠㅠㅠ♥이번 글 반응 보고 좋다고 하시는 분들 많으시면 또 좋은 주제로 더 자연스러운 글 가지고 오겠습니다. 너무고맙습니다 그리고 급전개일수도있지만 원래 단편으로 끝내려고했는데 독자님들이 망글임에도 번외를 원하셔서 그냥 2편을 쓰자생각했어요! 모자라지만 윤기의 겉으로보기에는 무심하지만 속은 저런 귀여움이 있다는 반전매력을 보면서 참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