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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 - TENDER LOVE




[EXO] 리치 브라더! | 인스티즈

 !




백현맘 씀






“저기 종인아...?”


으리으리하게 웅장한 모습을 뽐내고 있는 대저택이 내 눈 앞에 있다. 나도 왜 이런 궁전 같은 저택이 내 눈 앞에 있는지 모르겠다. 아빠의 사업 때문에 부득이한 사유로 학교를 옮겼다. 시골 학교에 다녔던 나로써는 전학 온 새 학교의 분위기가 상당히 이질적이었고,  내 심신 안정에 도움을 준 애는 내 짝 김종인이었다.






반 애들은 명품을 자랑하고 사치를 부리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내가 그런 애들을 보고 미워하거나 한심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저 아무 생각이 없었던 이유는 걔네는 그만한 재력가의 딸, 아들이었기 떄문이었다. 그냥 나랑 아예 태생부터가 존나게 다르다 이거예요.


“교복 어디서 맞췄어? 예쁘다! 전학생!”


전학 첫 날, 우리 반 여자애 중 한 명인 수영이가 내게 다가와서 묻길래 나는 “아이비에서 맞춘 건데...” 라고 했다. 그러니까 애들이 웅성거렸다. “전학생 지금 교복 어디서 맞췄대?” “아이비? 그게 뭐야?” “그게 뭐 하는 건데.” “어떻게 하는 건데.” 어떻게 하는 거긴... 교복사인데... 수영이는 눈을 번쩍번쩍 빛내며 내가 입고 있는 교복을 쿡 찔렀다.


“난 직접 업체에 맡겼는데 나두 아이비에서 살 걸~”


서민 생활이 궁금해보이는 아이 같다. 나는 문득 학교에 들어올 때부터 번쩍번쩍 빛나던 복도의 대리석을 상기했다. 그저 깨끗하고 관리가 잘 되는 학교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다 가라.”


그때 혜성처럼 등장한 애가 바로 김종인이다, 이 말이다. 지각을 해놓고도 여유롭게 눈 한 쪽을 감고 가방을 툭 던지듯 내려 놓자 마치 물 속에 돌을 던져서 물고기들이 파드득 피하는 것 마냥 애들이 물러났다. 수영이는 나보고 이동 시간에 같이 가자고 말했다. 참 착한 친구다.


“안녕......”

내 말에 김종인은 고개를 한 번 끄덕. 하고 그대로 쓰러져 잤다. 그 다음 날에도 나는 종인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 종인이는 고개를 끄덕 하고 쓰러져 잤다. 그 다음 날에도 나는... 그 다음 다음 날에도... 그렇게 일주일 넘게 그러니까 종인이가 물었다.


“이름.”


존나 건방지다.


“도여주......”


그러니까 또 고개 끄덕하고 잤다. 나는 얘를 패서라도 깨우고 싶었다. 시골 학교에 다닐 땐 자는 애가 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선생님이 애를 깨웠는데 여기서는 김종인이 자도 선생님은 모르쇠로 일관한다. 포기한 학생인가?


아, 내가 김종인한테 그래도 묘한 정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김종인이 그래도 그나마 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수영이가 들고 있는 것 중에 샤넬이 아닌 게 없었다. 파우치도 샤넬, 가방도 샤넬, 머리띠도 샤넬, 향수도 샤넬, 립스틱도 샤넬... 샤넬 진성덕후 ㅇㅈ? ㅇㅈ. 샤넬: 인정합니다.


근데 김종인은 아이더 가방을 들고 다녔다. 나는 나이키 가방인데... 그것도 홈쇼핑에서 15% 세일하길래 득템한. 수영이는 차라리 내가 아는 샤넬이기라도 하지 다른 반 애들은 뭐 내가 알지도 못하는 명품관 이름을 말하며 진성 덕후 티를 냈다. 내가 유일하게 아는 아이더. 아이더 가방을 들고 있는 종인에게 나도 모르게 정이 간 것 같다.





“둘 씩 짝 지어서 발표 수업 할 거라고 얘기했지? 실장은 알아서 짝 만든 다음에 선생님한테 명단 제출하세요.”


수영이가 뒤를 돌아 나한테 같이 하자는 눈빛을 보냈지만 나는 그래서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수영이네 집은 뭔가 아파트 백 오십 평 짜리 살 것 같아. 물도 알칼리수 마실 것 같아. 그리고 내 짝지 종인이가 걱정되기두 하궁... ㅎ



아, 여기까지 서론. 그래서 나는 김종인을 깨워 말했다. “그... 우리 과제 해야 하는데... 짝 과제. 어디서 할까...?” 분명 내 두서 없는 말에 허점이 많았다. 육하원칙은 개나 주고 할 말만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김종인은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 집에서 해.”



내가 과제를 하기로 한 건 너네 집이지 궁전이 아니잖아...... 황제 폐하를 알현하겠습니다! 하고 외치고 들어가야 할 것 같은 집의 초인종을 간신히 눌렀더니 아무 말 없이 철문이 웅장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끼이이이이이익.


“저기... 종인아...?”

여기가 김종인의 집은 맞긴 한 건지. 그러고 있는데 누가 나를 뒤에서 콱 잡아 챘다. 엄마!

[EXO] 리치 브라더! | 인스티즈


“누구?”


경기를 일으키듯 몸을 떨며 뒤를 돌자 여태껏 긴장해서 살피지 못했던 주위가 눈에 들어왔다. 정원이 거의 우리 아파트 주차장 크기 같다. 온통 초록빛으로 봄내음을 가득 뿜고 있다. 내 어깨를 잡았던 남자는 한 손에 물뿌리개를 들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저... 그러니까...”
“여기 어떻게 들어 왔어요?”
“종인이 친구......”


때마침 또 웅장한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린다. 현관문이 아니라, 철문이다. 집에 문이 두 개야? 그 사이로 편안한 차림을 한 김종인이 머리에 까치집을 짓고 터덜터덜 걸어 등장한다.


“도여주.”
“종인이 친구니?”
“네... 그런 것 같습니다만...”
“뭐해. 빨리 와.”


잡혀 있던 어깨가 스르륵 놓인다. 그래도 얼굴 아는 종인이 훨씬 안심이 돼 그쪽으로 뛰어가 서니 남자가 손을 머리 위로 높이 흔들며 소리친다. “우리 종인이가 친구를 데려오다니!!! 그것도 너무 예쁜 여자 친구를!!!”


“종인아... 여기 너네 집 맞아?”

나는 그래서 가볍게 무시했다. 종인이도 그러는 것 같았다.


“어. 맞아.”
“저 분은 누구셔...?”
“우리 둘째 형. 김준면인데 그냥 무시해. 아는 척도 하지 말고.”



뒤에서 그 김준면이라는 분은 소리를 치고 계셨다. 우리 종인이가악!!! 친구를 데려 오다니이!!! 심지어 예쁘다!!!!!!


쾅. 드디어 현관문이 보인다 싶었더니 그 문을 또 누가 힘차게 열고 뛰쳐나왔다. 종인이는 회색 갭 후드와 반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앞에서 뛰어나온 사람은 하얀 와이셔츠에 검정색 정장 5부 바지를 입고 있다.


“누구야!!!!!! 우리 종인이 여자친구!!!!!!!”


온 몸으로 극성스러움을 뿜고 다니는 사람이 나타났다. 에너지가 넘친다. 고개를 들어 김종인을 쳐다보자 귀찮은 상대를 만났다는 듯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종인아... 누구야...?”


“우리 셋째 형. 김종대. 쟤도 그냥 모르는 척 해.”


귀가 밝은 건지 도도도 뛰어와선 종인이의 어깨를 때린다. “형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냐아! 모르는 척이라니이!” 참 귀엽다. 김종인네 집이 아들 부자구나...... 차라리 도경수랑 피터지게 싸우는 게 더 나을 거란 생각을 했다. 오빠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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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운명적으루 만났어어?”
“네...?”
“아니! 어디서 첫 만남을 가졌냐고!”
“학교요...”
“세상에 세상에. 겁나 로맨틱하다. 학교라니! 둘은 무슨 사이인데에?”
“짝인데요......”
“어머, 어머. 미쳤다. 이건 엄마한테 알려야 해.”



그 짝이 그 짝이 아니라... 해명하기도 전에 혼자 난리 부르스를 춘다. 운명적인 만남에 대한 환상이 있는 건가, 저 사람. 나도 모르게 김종인의 후드를 꾸욱 잡았나보다. 종인이가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왜 자꾸 옷 잡아. 옷 늘어나.”
“설마 내가 자꾸 물어보는 게 부끄러워서 종인이한테 의지한 거야?”



그러더니 또 혼자 오모오모, 세상에에! 맙소사아! 온갖 감탄사를 쓴다. 이제 종인이도 좀 미워지려고 한다. 너는 왜... 이런 집에 사는 거야......



“종인아... 너 아버님 직업이...”
“우리 엄마 K기업 오너. 아빠는 빵집 사장. 압구정에 빵집 있어. 다음에 데려가 줄게.”


아니 안 데려가도 되는데..... 종인이의 초연한 대답에 나는 어쩐지 현기증이 나려고 한다. 오늘 날씨도 좋은데 존나 열사병으로 뒈지면 안되나요. 나는 내 옆을 끼고 있는 두 명의 남자들에 슬퍼져서 종인의 집으로 들어가기가 겁난다.


“그럼 오늘은 과제 하러 온 거야?”
“네......”
“과제 다 하고 둘이 드라이브라도 갔다 오지!”
“아니 꼭 그럴 필욘ㅡ”
“내 람보르기니 빌려 준다! 까짓 거!”



김종인이 눈을 빛내며 콜. 한다. 그에 김종대 씨는 단호하게 다시 말한다. “근데 네가 운전하는 건 저어어어어얼대 안돼.” 종인이는 다시 시무룩해졌다. 종무룩. 



현관을 열고 김준면 씨도 들어왔다. “종인이 여자친구가 왔다길래.” 하며 내 앞에 꽃다발을 내어 놓는다. 김종대 씨가 세기의 로맨틱 가이라며 소리를 친다. 정신이 없다. 


[EXO] 리치 브라더! | 인스티즈


“그러고 보니 인사도 안 했네. 종인이 둘째 형 김준면입니다.”
“나! 나는 종인이 셋째 형 김종대!”


이미 종인에게 다 들어 알고 있다. 김종인은 가만히 꽃다발을 노려 보고 있다. 설마 저거 다 찢게? 꽃... 꽃을 그래도 아프게 하면 안돼... 종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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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예쁘다......”


종인에게 이런 구석이 있었나. 꽃은 종인을 감격하게 만든다. 김준면 씨는 뿌듯한 표정을 짓는다. “뭐야아... 종인이 여자친구는 자기 소개 안 해?”


“아! 저는... 저는 도여주입니다.”
“종인이랑은 며칠 됐어?”
“그런 거 아니구요......”


하아아. 긴 한숨과 함께 말하자 김빠진 표정을 둘 다 함께 짓는다. 정말 안 닮은 것 같은데 하는 행동은 정말 똑같다. 김준면 씨랑, 김종대 씨. “기대했는데.” “나도.” “하아아......” 한숨은 내가 쉬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김종인은 나를 자신의 방으로 안내했다. 우리 집 거실 크기의 김종인 방으로 들어간 나는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켰다. 승완이에게 연락을 했다. 내 소꿉 친구. 그러나 읽지도 않는다. 도경수에게 연락을 했다. [나 좀 데리러 와. 집에 문제 없어?] 도경수는 읽고 씹었다.



종인은 나름 깔끔한 남자였던 건지 자기는 마악 일어났으니 씻고 오겠다며 나를 여기 던져 놓고 지금 이십 분 째 오지 않고 있었다. 이런 대저택에 올 거였으면 차라리 혼자 과제를 하는 건데. 인생은 혼자잖아요... 어차피.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끙끙 앓고 있는데 갑자기 방문을 똑똑, 누가 두들기더니 얼굴만 안으로 쏙 들이민다. 김준면 씨다. “저기, 여주야.” 


“네에...?”
“이거 가질래?”


김준면 씨가 들어와 내민 건 다름 아닌 여자 화장품들이다. 이런 거 모으는 취미도 있었어...? 변태 아니야...? 경악스러운 얼굴로 그의 위아래를 훑어보자 본인도 약간 설명의 필요가 있다고 느꼈는지 하하, 웃으며 입을 뗀다.


“화장품 제작 업체 사업을 재미로 하고 있는데 거기서 여러 가지 많이 들어 와. 줄 사람이 없어서. 어머니는 항상 바쁘시고, 가지고 있는데 난 쓸모도 없고...”


아. 그제서야 이해가 됐다. 초면에 미안한 말이지만 솔직히 요새 벨벳레드... 그거 사고 싶었는데 못 사서 우울했는데... 좀... 손이 가네...? 


“감사합니다.”
“내가 더 감사하지. 나한테 있으면 쓰레기인 걸. 하하.”
“진짜... 제가 다 받아도 되는 거예요?”
“어. 다음에 놀러오면 또 줄게. 그러니까 종인이랑 많이 놀고, 놀러도 많이 와.”



김준면 씨 이제 보니 약간 호감형인 것 같다. 김종인의 방에서 난리를 치기도 뭣해 그냥 담겨진 립스틱, 틴트, 향수, 컨실러... 뭐가 이렇게 많아. 아무튼 그걸 하나하나 다 보고 있으니까 아까의 묵직한 노크 소리와는 다르게 경쾌한 목소리가 복도 밖에서 들려 왔다.


“여주야아!”


발칵. 열린 문 틈으로 김종대 씨가 얼굴을 보인다. 형제 아니랄까봐 얼굴만 들이미는 건 김준면 씨랑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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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온 손님인데... 내가 줄 건 없궁...”


몸을 배배 꼬더니 등 뒤로 숨긴 걸 내민다. 번쩍번쩍 빛나는 것들이다. “이... 이게 뭐예요?” 종대 씨는 쑥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 뭐 별 거 아니야아... 내가 디자인한 목걸이랑, 팔찌랑 그런 거...”


한 눈에 봐도 비싸 보인다. 그리고 존예. 나는 당황스러워서 손사래를 쳤다. “괜찮아요!” 그러니까 짐짓 서운한 표정을 짓는다. “이거 우리 집에서 아무도 안 해 줘. 엄마도 계속 까먹구 안 가져가궁... 종인이가 이런 목걸이를 할 리두 없구우......”


“그리고,”
“...... .”
“이거 얼마 안 해. 다 금이고 다이아는 쪼가리로 박혀 있어.”
“...... .”
“은으루 된 것두 있다아? 그니까 가져가.”



아니 그게 어떻게 안 비싼 거야. 얼척이 없다. 너무 없어서 쥐어주는 손을 마다하지도 못하고 있으니 생글대며 쏙 사라진다. “받은 걸루 알구 나 갈겡!” 나는 멍하니 앞을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숙여 내 손에 있는 상자 속 번쩍이들을 바라보다가, 다시 앞을 바라보다가 했다. 


그제서야 김종인이 들어왔다. 목에 수건을 걸치고서. 왜 이제 온 거야, 하는 눈빛으로 그를 쏘아 보자 종인은 알 듯 모르게 미소를 지으면서 “형들이 아까 너 들어갈 때부터 주고 싶다더니 다 줬네.” 한다. 그리고 노트북을 두 개 꺼내 와서 내게 하나를 준다. 이걸 날 왜...


“과제 하자며. 너 들고가도 상관 없어.”


너도 만만치않은 또라이구나...... 차라리 읽고 씹어도 치킨 값 하나 내는 거에 손을 부들부들 떠는 도경수가 나은 것 같다.




그렇게 한참을 김종인과 과제에 열중했다. 매일 잠만 자길래 공부를 못하는 줄 알았더니 딱히 그런 것도 아니었다. 이건 네가 해. 하면 응. 하고 제 몫은 잘 챙기는 모습에 다행스러움이 나를 감쌌다.


“종인아 나 물...”


갈증이 나서 종인에게 물어보자 “부엌에 정수기 있어.” 하고 대답하더니 과제에 다시 집중했다. 아니 그래도 네가 집 주인인데, 하고 싶었지만 열중하는 모습이 기특해 그저 살금살금 일어나 자리를 옮겼다. 김종인의 방은 2층이다. 계단을 걸어 내려가며 내 육중한 몸무게에도 삐걱대지 않는 튼튼한 계단에게 감사했다. 펜잘큐, 땡큐!



“...... .”
“...... .”



그 넓은 집에서 부엌까지는 여차저차 잘 찾아갔다. 집은 참 고요했다. 커서 그런지, 분명 그렇게 시끌시끌한 형제(준면 씨와 종대 씨)가 있는데도 적막하니 세상이 다 조용한 느낌이었다. 아니 근데, 부엌에서 이상형과 마주한다는 씬은 이 영화에 없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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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
“...... .”
“아까 왔다던 종인이 친구야?”


식탁에 앉아 베이글에 크림 치즈를 바르고 있던 남자가 미소 지었다. 입술이 빨갰다. 남자가 어쩜 저렇게 입술이 빨갛고 눈매가 예뻐요? 현기증 난다. 물 좀 주세요. 나는 꾸울꺽, 침을 삼키고 꾸벅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렇게 딱딱하게 안 대해도 돼.”
“네에......”
“종인이랑 과제 중이야? 언제 끝나?”
“이제 거의 다 했어요......”


아아. 남자가 고개를 혼자 두어 번 끄덕였다. 왁스 칠을 해서 곧게 올린 머리가 너무 멋있었다. 앳된 얼굴처럼 생겼는데, 눈빛이 그렇게 안 생겼다. 누가 봐도 오빠미 철철. 나는 마치 엑소 시우민을 보고 입덕했던 옛날의 중딩 소녀처럼 울부짖고 싶었다. 아 사랑해요.


근데 존나게 분위기가 날 엄숙하게 만들어서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지.


“내 소개를 안 했네. 나 종인이 형. 어... 첫째. 김민석.”
“아아... 저는 도여주... 종인이 친...구입니다....”
“그래. 여주구나. 왜 이렇게 안절부절해? 뭐 하러 온 거 아냐?”


맞다. 나는 물을 먹으러 왔었다. 정갈하게 걸려 있는 유리잔 중 하나를 집어 들어 정수기 아래에 가져다 댔다. 쪼르륵. 물 나오는 소리만 부엌에 들렸다. 내 등 뒤로 김민석 씨가 빤히 쳐다보는 게 느껴진다. 여자의 직감이다.


“귀엽네. 종인이랑 동갑 안 같아.”
“풉.”



물 마시고 있는데 그런 소리를 하면 어떡해요... 등으로 잔뜩 원망을 실어 보내는데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어간다.


“키도 훨씬 작고. 종인이 또래 여자애보다.”



그건 내 치부라고요...


“종인이는 다 컸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놀러 와. 나 집에 있을 때.”


정신이 혼미해지는 기분이다. 나는 아무 말 않고 다 먹은 컵을 싱크대에 넣었다. 그리고 잔뜩 어색한 걸음으로 부엌을 빠져 나가려고 했다. “응?” 하는 김민석 씨의 재물음만 아니었으면.


“응? 놀러 와.”
“...... .”
“알았지?”
“네에......”



결국 다음을 기약해 버렸다. 계단은 어떻게 올라오고, 김종인의 방문은 어떻게 열었는지도 모르겠다. 종인은 침대에 누워 있다. “왔냐.” 그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끄덕끄덕끄덕였더니 실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한다.


“네 것도 내가 했어. 왜 이렇게 늦게 와.”
“어... 네 첫째 형 봤는데......”
“민석이 형? 아무튼 이제 다 했으니까 너 가도 돼. 아니다. 놀다 갈래?”
“어......?”
“놀다 가라고. 영화 보던가.”
“아냐... 그냥 갈게... 오늘 바빠서...”
“그러던지. 가자.”
“어딜?”
“현관 앞까지 데려다 주게.”


그냥 여기서 빠이할 줄 알았던 종인은 몸을 일으켜 앞까지 데려다 준다는 호의를 베풀었다. 나는 급하게 가방을 챙겼다. 그... 화장품이랑, 악세서리랑... 준면 씨랑 종대 씨의 호의도 챙겼다. 김종인이 파일은 자기가 학교에 들고 간다고 말했다.


“절대 까먹지 마. 잔다고 까먹고 안 들고 오면 죽일 거야.”
“아 알았다니까.”

그래도 뭔가 불안하다. 계단을 내려오면서 종인이에게 절대, 절대 까먹지 말라고 여러 번 말하자 종인이 결국 성질을 냈다. “알았다고오.” 말꼬리 늘이니까 종대 씨 같다. 닮았긴 닮았구나... 얼굴 말고 성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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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아직 안 갔어?”
“벌써 끝? 얼마 안 남았다더니 정말 얼마 안 남았었나보네.”



현관으로 갈 때 지나쳐야 하는 소파에 앉아 김민석 씨가 신문을 보고 있었다. 근데 영자 신문이야... 사스가. “같이 가. 데려다 줄게.” 지금 뭐라고 하신...


“잘됐다. 형이 그럼 얘 좀 데려다 줘.”
“응.”
“에? 나 괜찮은데?”
“그냥 타.”



천천히 소파에서 일어난 김민석 씨가 현관에서 나와 함께 신발을 신는다. 김민석 씨는 구두, 나는 스니커즈. 김종인은 슬리퍼를 신었다. 아디다스 슬리퍼. 문득 생각이 났다. 쟤는 이런 집에 살면서 왜 아이더 가방을 메고 오는 거야?



“근데 너는 왜 아이더 가방 매고 와?”
“뭔 소리야.”
“아니... 더 좋은 가방 많지 않냐고.”
“아. 그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한다. 


“준면이 형이 근검절약하래서.”


역시 또라이...... 김민석 씨도 웃긴지 웃는다. 김종인은 말을 계속한다. 


“그래서 준면이 형 한때는 유니클로 후리스 입고 출근했는데.”


예측 불가한 또라이다. 끼이익, 첫 번째 철문을 지나며 생각했다. 근데 김종인이 방향을 튼다. 분명 두 번째 철문도 지나야 밖인데.



“주차장 저기야.”



아아... 나 김민석 씨 차 타고 가는 거였지... 발이 오들오들 떨릴 것 같았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떨리지는 않았다. 김민석 씨는 나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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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탈래? 벤틀리? 포르쉐? 페라리?”



이름만 들어본 비싼 차들이 차고에 한가득이다. 진짜 어질어질하다. 


“아... 아무거나요.”
“그래. 그럼 오늘은 벤틀리 타자.”


옆에 서 있던 기사님이 꾸벅 고개를 숙이더니 벤틀리(나는 사실 벤틀리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잘 모른다.)로 추정되는 차의 시동을 걸었다. 김종인은 그냥 주차장 앞에 서서 손을 흔들었고 나는 인사를 나누었다. 


“잘 있어.”
“집 도착하면 연락 해.”
“응......”


김민석 씨는 그런 우리 모습을 웃으면서 봤다. 그리고 내가 걸음을 옮기자 내 어깨를 잡고 에스코트 비슷한 걸 했다. 우왕. 멋있다. 그리고 문도 열어줬다. 역시 비싼 차는 존나게 승차감이 좋았다. 나같이 아둔한 자도 그걸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아파트 이름을 불러 주고 나서야 실감이 났다. 지금 내 옆에 30CM도 안되는 거리에 김민석 씨가 동승하고 있다는 걸. 내 이상형과 거의 동일한... 그는 내 옆에 앉아 아까 읽던 영자 신문을 보며 간간히 내게 말을 걸었다.


“종인이랑 어떻게 알게 됐어?”
“그냥 제가 전학 왔는데 종인이가 짝이어서...”
“종인이 학교 생활은 잘 해?”
“자는데 공부는 잘 해요.”


뭐 이런.



익숙한 거리가 보이고, 아파트 단지 앞에 도착한 벤틀리가 부드럽게 정차했다. 나는 앉은 자리에서 김민석 씨에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김민석 씨는 멋있게 웃었다. 


“다음에 또 놀러 와. 꼭.”
“네에......”


나는 내려서 다시 차에 대고 꾸벅 인사를 했다. 차는 부드럽게 다시 출발했다. 핸드폰을 열자 카카오톡 메시지가 이백 건이 넘었다. 놀란 마음에 잽싸게 확인해보니 단체 채팅방이 만들어져 있었다. 참여자 5명. 죤대, 면면이, 종인, 나, 김민석. 메시지의 8할은 죤대라는 사람(김종대 씨로 추정)과 면면이(김준면 씨로 추정)가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험난했던 오늘 하루를 상기하며 우리 집 비밀번호를 눌렀다. 아무래도 정말 또 다시 그 궁전에 갈 일이 생길 것 같다. 















두 남자는 쪼매 기다려 주세요. 저 요새 글 리젠 짱 빠름니당. 하항...
사실 첨엔 돈 밖에 모르는 철부지 김형제즈를 쓰고 싶었으나 쓰다보니....
♡암호닉♡
[우동동우] [세훈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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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어마어마하게 부자였어 후우우우우우우우우
8년 전
독자2
두남잔 줄 알고 왔지만... 만만치않게 재밌고 돌기 충만한 글을 보았다 여주 힘쇼,,,
8년 전
독자3
기여어,,, 리치라고 해서 리치버거 생각한 저를 매우 치세요ㅜㅜ 넘 잘 읽고 감다 안나븅♡
8년 전
독자4
김형제들 이즈 뭔들.. 시리즈만으로도 발리죠...허
8년 전
독자5
[콩콩]으로 암호닉 신청할게요! 아 너무 웃긴데 부러워요ㅋㅋㅋㅠ 난 언제쯤...
8년 전
독자6
헐ㅋㅋㅋ이분량에 이내용은뭐람..
넘나재밌는것..후리스입어도멋있을것같은
준멘 상상되네여..다음편..얼른..얼른!!

8년 전
독자7
겁낰ㅋㅋㅋㅋㅋㅋㅋ대단해유..... ㅋㅋㅋㅋㅋㅋㅋ근검절약ㅋㅋㅋㅋㅋㅋㅋㅋ좋구만 그래도 막 ㅋㅋㅋ종대ㅡㄴㄴ 근검절역이아닌것같은뎈ㅋㅋㅋㅋㅇ
8년 전
독자8
우동동우
너무 웃겨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소재가 이런 소재는 처음인거 같아요..! 리치가 내가 아는 리치인가 싶었는데 맞았군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재미있게 봤어요!

8년 전
독자9
헐 ㄹㅇ 대박 ㅠ 완전 재밌 ㅠㅅㅠ 진심 다음 편 (끙끙) (현기증)
8년 전
독자10
헐ㅠㅜㅠㅠㅠ 이런소재!!!완전 재밌어요ㅠㅠㅠㅠㅠ다음편도 기대할게여ㅎㅎ
8년 전
독자11
[승승장구]로 암호닉신청할게요!
8년 전
독자12
이런거좋아요ㅠㅠㅠㅠ작가님새해복많이받으세요!
8년 전
비회원191.140
오오완전 재미있어요!
8년 전
비회원38.177
워우...역하렘인가여...꾸르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3
와ㅋㅋㅋ이건 부자 중에서도 탑클래스네요ㅋㅋㅋㅋ그리고 면면이 뭐야ㅋㅋㅋ죤대는 그렇다치는데 면면이는 진짜 귀여워요ㅋㅋㅋ재밌게 잘 읽고 갑니다~~~~♡♡♡♡♡♡♡♡♡
8년 전
독자14
왘ㅋㅋㅋㅋㅋㅋ겁나부자엮엌ㅋㅋㅋㅋㅋㅋㅋ그나저나 면면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8년 전
비회원225.216
너무재밌어요ㅠㅠㅠㅠㅠ웃겨요이걸왜지금봤을까욯ㅎㅎㅎㅎ짱!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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