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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엔 그렇게도 떠지지 않던 눈이 왜 갑자기 번쩍 뜨이던지, 방금 일어나 부스스한 머리칼을 정리도 하지 않은 채 텅 빈 냉장고에 유일하게 가득 쌓인 우유 한 팩을 뜯어 마셨다.
 


 


 

'오늘은 전국에 비 소식이 있습니다. 출근길에 우산 꼭 챙기셔야겠는데요...'
 


 


 

멍하니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일기예보를 듣다가 대충 세수만 하고는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머리를 하나로 올려묶고 가디건을 걸친 후 우산을 챙겨 집을 나섰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무언가에 홀린 듯이 밖으로 나와 갈 곳 잃은 사람처럼 하루종일 걷기만 한지도 벌써 2년째다. 내 곁에 없을 거라곤 상상도 해본 적 없던 변백현을 오늘처럼 이렇게 비가 오던 날 떠나보낸 것도, 2년째다. 

 

 


[EXO/변백현] 비처럼 음악처럼 | 인스티즈 

 

오히려 헤어진 직후는 아무렇지 않았다. 우린 너무나도 오래된 연인이었으니까. 지칠대로 지칠만 했으니까. 서로에게 아직도 설렌다면 거짓말이었을테니까. 단순히 바람만 그치면 다시 불타오를 수 있는 작은 불꽃이 아니라 다신 밝힐 수 없는, 다 꺼진, 불씨 하나 남기지 않은게 우리 모습이었으니까. 


 

'백현아.'
 

'...'
 

'나는...'
 

'...'
 

'나는 이제 니가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ㅇㅇㅇ.'
 

'...잘 모르겠어.'
 


 

사실 조금 두려웠다. 점점 너에게 닿던 내 감정들이 건조해지고 있음을 느꼈을 때는. 단 한번도 내 옆에 니가 없는 날들은 생각조차 해본 적 없었으니. 내심 변백현 니가 아니라고, 우린 7년을 함께 해왔으니 당연한거라고, 익숙해진 것 뿐이지 절대 서로에게 매마른 것이 아니라고 나를 위로하다 못해 다그쳐주기라도 바라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치만 너도 너무 지쳤던 탓일까.
 

차라리 타인에 의한 이별이었더라면. 니가 다른 여자를 만나게 됐다며 헤어지자고 했더라면 오히려 마음 편히 널 놓아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니가 떠오를 때마다 그 여자를 욕할 수라도 있으니까.
 


 


 


 

나름 괜찮게 지냈었다. 너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지도 않았었고, 슬픈지도 잘 몰랐다. 평소처럼 친구들과 모여 수다도 떨고 혼자 영화도 보러 다녔으며 취직한지 얼마 되지않은 회사에도 곧잘 적응했다. 주변 사람들이 더 눈치를 봐서인지 니 소식은 일절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나는 그렇게 금방 너를 잊었다.
 


 

'야 그만 마셔 너 취했어 ㅇㅇㅇ. 이제 너 이렇게 마셔도 데려다 줄 사람도 없다고.'
 

'없긴 왜 없어. 백현...'
 

'...'
 

'..아, 이제 안 오지. 안 오겠구나.'
 


 

아니, 잊었다고 믿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너의 입에서 그만하자는 소리를 들었을 때도, 니가 없는 나날을 보내도 아무렇지 않았고 눈물 한 방울 나지 않을 때는 정말 변백현을 향한 모든 것이 말라 비틀어졌던 건가 싶었는데. 시간이 갈 수록 너의 빈자리는 너무나 커져갔고, 이게 바로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은 것인가 싶었고, 니가 너무 그리웠다. 고개만 살짝 돌려도 당연히 볼 수 있던. 날 보며 예쁘게 웃어주던 니가 그리워졌다.
 


 

오래된 연인들의 당연한 레퍼토리를 따랐다고 생각했건만 비가 오는 날마다 무작정 너와 자주 가던 곳을 여기저기 헤매이는 걸 보면 나는 아직 변백현이 필요한가보다. 머리는 부정해도 몸은 아직 너를 기억하나보다.
 


 


 

이제 익숙해진다는 건 무섭기만 한데, 이젠 비가 오는 날 이렇게 어디있는지도 모르는 너를 좇는 것도 익숙해진건지 일찍이 지쳐 너와 자주 가던 카페에 들어갔다. 따뜻한 카페라떼를 손에 쥐고 앉아있자니 이 쓴 건 무슨 맛으로 먹냐며 오렌지에이드를 연신 빨아대던 니가 생각나 옅게 미소 지었다. 차라리 니 생각에 눈물이라도 나서 목 놓아 엉엉 울면 좀 나을까 싶은데 왜 가슴 한 켠이 시리고 먹먹한 것이 무겁기만 한건지.
 


 

집에 가서 다시 눈이나 붙일까 하고 카페를 나섰다. 아직도 비는 내리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아침보다 더 세차게 내리는 것 같기도. 얇은 가디건을 여미고는 우산을 펴 몇 걸음 떼지 않았을까.
 


 

익숙한, 그리웠던 향기가 나는 것만 같았다.
 


 

한참을 비가 떨어지는 땅바닥만 쳐다보던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
 

"..."
 


 


 

니가 서 있었다.
 

어쩌면 내가 보고싶었을지도 모를, 아니
 


 

내가 그토록 보고싶었던 변백현이 서 있었다. 

 

 

 

 

 

 

※끝에서야 드리는 제목과 연관성없음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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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뭐야뭐야 변백현무ㅜ야 마지막뭔데 이어지는겁니까ㅡ??? 아나이런글너무아랸해서좋아ㅜㅜㅜㅜ이련물더러브 노래보이스도꿀이고.. 디좋다..
8년 전
독자2
아 진짜 제목부터 설렜고 연관성이 없다고해도 내용이 참 좋았어요 잘 풀어낸 내용을 보니 스크롤 내리는게 아까울 정도더라구요 너무 아련하고 슬프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이게 여주의 마음이였을까...그런 생각도 들고!그 다음 제일 좋았던 게 역시 브금이더라구요ㅠㅠㅠㅠ혹시 음성 어디서 받았는지 알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무대는 여러소리가 들려서 백현이 목소리에 집중할 수가 없더라구요.암호닉은 나중에 신청 받으신다고 하면 그때 하겠습니다!추천 누르고가요!
8년 전
티라미스라떼
비처럼 음악처럼은 정식음원으로 나온 거예요..!
8년 전
독자3
으아 이런글 넘 좋아요ㅠㅠㅠㅠㅠ새벽 감성 터지게만드는글(?)ㅠㅠㅠㅠㅜㅠㅠㅜㅜㅜㅜ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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