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링을 맞췄다.
그저께엔 후드티, 어제는 모자. 그리고 오늘은 티를 맞췄다. 물론 내가 먼저 맞추자곤 절대 말 못했다. 그저 형이 주는 걸 받았을 뿐이고, 형은 줄 때 마다 똑같이 입거나 쓰고 있었다. 커플링은 후드티와 모자처럼 받지 않았고 형이 끼워주는것을 그저 눈으로 봤었다. 내 손에 반지를 끼워주는 형의 약지손가락에는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내게 주는것과 같은 것으로.
용국이형은 정말 무뚝뚝하다. 연애 초반에는 그저 호기심으로 나를 만나나, 하는 무서운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 생각일 뿐이었다. 가끔 옷이나 머리카락에 무언가가 묻으면 팔을 끌고 와서 털어준다던지, 우울해서 축 처져 있을 때엔 옆에 와서 앉아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던지 하는 소소한 행동이 그건 아니라는 확신을 심어줬다. 솔직히 조금 귀엽기도 하다.
"……대현아."
"네?"
"입에……뭐 묻었어."
"아, 진짜요?"
"……이리 와 봐."
근데, 그만큼 또 많이 설렌다.
*
첫 키스는 한 달 전이었다. 근데 키스라고 치기엔 좀…… 애들 입맞춤 정도였다고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왜 그렇게도 설렜던 건지. 형도 나랑 같았던건지 입술을 떼고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가만히 고개를 돌리고 아무 말도 못했다. 그 때 무의식적으로 손을 봤었는데 손가락을 어찌할 줄 모르고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연애는 많이 해 봤지만 그 상대가 남자인 적은 이번이 처음이고, 또한 이렇게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레던 적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첫 키스도 형이고, 무언가를 맞춰서 다닌다는 것도 형이 처음이었다. 형은 모르겠지만 나는 처음이 형이라서 그저 좋았다. 형도 처음일까? 그럴 확률은 낮지만, 그랬으면 좋겠다. 나의 거의 모든것들은 형이 처음이니까, 형도 그랬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이 처음이라면 질투가 날 거 같으니까.
*
말했듯이 나는 모든 첫 경험이 다 형이었다. 물론 연애를 빼고 말이다. 첫키스도 그렇고, 커플링도 그렇고, 또한…… 여러 가지가 전부 다 그가 처음이었다.
사실 나는 그 관계라는 것이, 그저 성욕을 채우기 위해 하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상한 게, 첫키스는 그렇게 머뭇거리면서 어정쩡하게 했었는데 왜 그건 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내 첫 경험은 형이었고, 또 내가 20살이 되었을 때가 가장 처음이었다. 내가 처음 형과 사귄 건 19살이고, 지금 역시 20살이다. 형은 19살때는 절대적으로 그런 행동을 금했다. 미성년자는 그런 걸 최대한 피해야한다나……, 아름다운 성교육도 아니고 당시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지금은 충분히 이해가 갈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20살 되고 처음으로 하고 나니까 뭔가 기분이 색다르기도 했고.
"형, 형."
"……어."
"오늘 시간 돼요?"
"……오늘은 안 돼."
"…왜요?"
"안 돼."
용국이형은 눈치가 참 빠르다. 아, 근데 내가 재촉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는거지? 괜히 심통이 났다. 형은 내게 관심도 없는 듯 눈길마저 주질 않는다. 아, 나 삐졌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니 형이 갑자기 앉아있던 벤치에서 일어났다.
"……?"
형은 나를 보고 씨익 웃더니 머리를 꾹 눌러 쓰다듬어줬다. 내가 인상을 쓰니 형은 활짝 웃으면서 나와 눈을 맞췄다.
"……대현아."
"…네?"
"대신 형이 다른 거 해 줄까?"
"……뭘요?"
그럼 또 형이 웃는다. 왜 웃어요, 설레게. 눈을 맞추며 올려다보니 형이 입을 맞춰왔다. 그리고 잠시 정적이 일었다.
"……."
"……대현아."
"……네, 형."
"얼굴 빨개졌네."
"……."
"귀엽다고."
……내 남자친구 부럽지?
*
끝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