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편도 보고 오쎄욧 ^ㅁ^//
친구 A의 시점 : http://instiz.net/writing/3834653
친구 B의 시점 : http://instiz.net/writing/3838846 )
"우진아... 맛있어...?"
"그냥 하나만 먹어라. 이거 하나 먹는다고 살 안 찐다."
"......"
"내도 먹지 말까?"
"안 돼... 운동하는 애가 뭔 밥을 안 먹는다구..."
"..."
"근데 그거 맛있어?"
아, 얘한테 화를 낼 수도 없고. 라고 우진의 얼굴에 아주 대문짝만하게 쓰여있다.
학생 휴게실, 둘은 때 아닌 도시락을 싸와서 먹는 중이다.
나 먹고 싶은 거 너 먹일 거니까 내가 싸온 거 먹어야해. 하는 단호한 말에 우진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었다.
'아, 이게 무슨 진수성찬인가 피크닉도 아니고 시험 기간에 학생 휴게실인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예쁘게 담겨있는 도시락을 보니 영 웃음이 나왔다. 심지어 맛있다. 얘는 요리도 잘해.
마냥 예쁜 것도 잠시였다. 우진에게 다 먹으라며 맛있는 게 잔뜩 든 도시락을 내밀었던 것과 다르게 ㅇㅇ은
우진의 말로 '풀떼기'가 잔뜩 담겨있는 통을 꺼내들고 병아리 눈물만큼이나 되려나 싶은 드레싱을 뿌려 먹는 중이다.
너 맨날 밥 대신에 풀만 보고 있으면 얼마나 사람이 우울해지는 줄 알어?
그니까 나 대신에 너가 많이 먹어줘. 내가 맨날 도시락 싸줄게. 그거 만들고 싸는 동안 행복했단 말이야.
하고 잔뜩 풀이 죽어서 중얼중얼거리는 ㅇㅇ의 볼을 우진이 한 손으로 잡아선 붕어 마냥 만든다.
안 빼도 예쁜데.
"너 꼭 그렇게 먹어야 하나."
"너 내 의상 보면 내가 왜 이러는지 이해될걸?"
학기가 끝날 때마다 종강 공연을 하는 무용과.
무용과 현대 무용 전공 ㅇㅇㅇ.
바야흐로 종강 시즌이다.
어떻게 그냥 커플도 아니고 캠퍼스 커플인데 이렇게 못 보고 살 수가 있는 건지 우진은 이해가 안 됐다.
원래 신입생 때는 좀 노는 거 아닌가. 어렸을 때부터 같이 학원을 다니면 우진은 놀고 ㅇㅇ은 선생님이 시킨 걸 했다.
현재의 시점에서 보자면 우진은 시험기간임에도 공부를 썩 하지 않고 있었고 ㅇㅇ은 공부하고
실기 연습을 하면서 종강 공연 연습도 꼬박꼬박 나갔다. 무용과도 군기가 심한 편이었지만 운동을 하는 자신도 군기가 없는 편은 아니었다.
아, 그래. 이건 군기고 나발이고 그냥 인간의 성실성에 대한 문제인 것 같다.
그리 성실하진 않지만 우진은 꽤 말을 잘 듣는 편이었다.
아니, 정정해서 말하자면 교수님 말은 잘 모르겠고 ㅇㅇ의 말은 잘 듣는 편이었다.
- 박우진 너 또 공부 안 하고 오버워치할 거지
- 죽는다
- 나 연습하고 오는 동안 공부해놔
- 검사할 거야
"네가 이런 식으로 잡혀살 줄은 몰랐다."
도서관에서 책을 펴는 우진의 모습에 형섭은 고개를 젓는다.
"나도 상상도 못했다."
사회체육과 17학번 박우진.
여자친구 무용과 17학번 ㅇㅇㅇ의 카톡 불호령에 얌전히 책을 핀다.
친구 A와 B의 수식어
*
"워!"
"엄마, 깜짝아. 야!!!"
"내 같으면 그만치 당했으면 눈치채겠다."
뒤에서 놀래키며 다가온 우진에게 또 당한 ㅇㅇ은 잔뜩 째려보고 우진은 그런 ㅇㅇ을 보고 웃으면서
품에 안곤 볼에 가볍게 입 맞춘다. 아무리 봐도 댕청한 강아지 같아. 존나 귀여워. 우진은 생각한다.
"팀플 잘 했어?"
"아니. 무임승차 다 뚜드려 패고 싶다."
"나도. 힘든 거 다 나 시켜. 진짜 짜증나."
"가서 뚜드러 패주까?"
우진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ㅇㅇ이 웃는다.
그래, 둘은 같이 조별 과제 했을 때 이후로 정말 별로인 사람들만 만났다.
운 몰빵이었던 거 실화냐. 형섭에게 우진이 물으면 형섭은 또다시 절레절레, 고개를 젓곤 했다.
얼른 종강했으면 좋겠다. 둘은 동시에 내뱉고 피식 웃다가 깍지 낀 손을 흔들며 학교 밖으로 나선다.
오늘도 데려다 주겠다며 우진은 고집을 부리고 ㅇㅇ은 넌 학교 앞에서 자취하는 애가
뭐하러 왕복 세 시간 거리를 나 때문에 가냐며 화를 낸다. 사귄 이후로 자주 있는 일이다.
"내 여자친구 내 맘대로 데려다주는 것도 못하나."
"엉. 안 돼. 나 혼자 갈 거야."
"싫다. 맨날 제대로 보지도 못하는데 이래 안 보면 또 며칠 지나서 볼 줄 알고."
"그래도 너 고생하잖아. 너 내일 9시 수업 아냐? 막차 타고 집 오면 엄~청 피곤할걸?"
"그럼 니 우리집에서 자고 갈래?"
"... 어?"
파드득, 놀란 ㅇㅇ의 얼굴에 점점 열이 몰린다. 우진이 멀뚱멀뚱 쳐다보자 더 부끄러워진다.
내가 변태라 나 혼자 이상한 상상한 거구나.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해보지만 영 소용 없어 보인다. 당황한 거 다 티나는 거 자기만 모르는 것 같다고 우진은 생각한다.
"그래 놀라면 나중에 너 어떻게 잡아먹나."
"..."
모르는 척 해주려다 갑자기 놀리고 싶은 마음이 든 우진이 한 마디 뱉었고, 그 말에 얼굴이 정말 '빨갛다' 싶게 빨개진 ㅇㅇ은
무슨 말도 꺼내지 못하고 우진을 멀건히 쳐다본다. 그 모습에 우진은 안 잡아 먹는다, 안 잡아 먹어. 하곤 머리를 헝클이다
다시 손을 깍지 껴서 잡곤 그니까 데려다 줄게 얼른 집 가자, 하는 말과 함께 ㅇㅇ을 개찰구로 이끈다.
아, 진짜 귀여워서 어떻게 잡아 먹냐.
*
"진짜 미안, 땜빵 한 번만 해줘. 응?"
"야... 그래도,"
"진짜 제발. 제발. 제발. 너 남자친구 없잖아."
그렇지, 남자친구가 없긴 하지.
솔직히 이 관계에 대해서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고 항상 생각하긴 했었다.
몇 년만에 만난 우진과 ㅇㅇ은 자주 만났고, 특히나 우진은 아닌 척 하면서 ㅇㅇ의 주변에 맴돌았다.
- 너 오늘 뭐하나
- 나 영화표 생겼다
- 수업 끝났제? 나온나
ㅇㅇ의 스케줄은 언제부터 꽤고 있던 건지 이런 식의 전화가 자주 걸려왔고 (카톡도 하긴 하는데 카톡은 답답하댄다, 전화를 더 많이 했다.)
싫은 게 아니었으니, 아니 오히려 좋다고 느낀 ㅇㅇ은 고분고분 나가서 우진과 시간을 보냈다.
노는 걸 보면 딱 썸타거나 사귀는 사람들이 데이트하는 코슨데. 어렸을 때부터 맨날 같이 놀던 거 성인이니까
이렇게 바뀐 건가 싶기도 하고. 남녀 사이에 친구는 없다고들 하지만 관계에 진전이 있다고 정확하겐 느끼지 못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너무 뻔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오랜만에 이렇게 다시 만났는데, 사귀다 헤어지면 다시 못 볼 것 같아서 표현하기도 망설여졌다.
너 인기 많더라, 박우진?
내 알 바 아니다.
왜. 애들이 너보고 사체과 훈남이라고 부르던데.
관심 없다.
떠보려고 해도 저런 식이니까 더 떠볼 수도 없고.
그래, 무용과 ㅇㅇㅇ은 사체과 훈남이라 불리는 박우진에게 마음이 슬슬 피어오르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우진은 성격이 변하긴 커녕 낯만 가리지 저에겐 그대로였다. 다만 이젠 너무 딱 남자로 느껴져서, 좀 당황스러웠다.
애가 운동을 해서 선이 더 굵어져서 그런가? ㅇㅇ은 괜히 멋쩍게 자신의 관심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찾아보려고 노력하지만 이내 실패한다.
뭔가 억울하기도 하고. 얘는 나한테 관심 없는 것 같은데 나 혼자 설레하는 것 같아서.
근데 또 맨날 이렇게 불러내는 거 보면 마음이 아에 없는 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 그냥 진짜로 친구라서 그런 건가?
ㅇㅇ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갑자기 괜히 억울해졌다.
나만 애태우고 있는 거잖아.
"그래, 땜빵 나갈게."
미팅 땜빵, 클리셰 냄새가 솔솔 피어오르는 그 결정을 ㅇㅇㅇ은 하고 말았다.
*
- 어디야?
- 왜 전화 안 받아
- 나 약속 있어서 ㅜㅜ 지금 전화 받기 좀 그래
- 무슨 약속?
- 동기들이 만나자구 그래서
아, 이게 뭐라고 이렇게 양심에 찔리는가. 아니 양심에 찔리는 것을 떠나서 ㅇㅇ은 미팅하는 중이라고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자신이 더 의문스러웠다. 친군데 뭐, 친구한테 나 미팅해! 이러고 말도 못하나?
근데 나 거짓말한 건 아니잖아. 동기들이 (미팅으로 남자들이랑 같이) 만나자고 그래서 만나는 건데.
이렇게 합리화하다 기분이 영 더 이상해졌다. 나 왜 이러고 있는 거지.
사실 한창 후회하는 중이었다.
누가 봐도 괜찮은 조건의 남자들인데 놀랍도록 관심이 안 가고 그저 우진의 카톡에 안절부절 대답하고나 있으니까 말이다.
아, 역시 나는 단순해서 이런 거 하면 안 되는구나. 얼른 대충 마무리하고 나가야지.
라고 생각했으나 ㅇㅇ의 마음대로 흘러가지도 않았다.
"계속 여기 이렇게 앉아있기도 좀 그런데, 영화나 보실래요?"
저 최근에 나온 영화 박우진이라는 애랑 다 봤어요, 뭐가 재밌고 뭐가 재미없는지 추천도 가능해요.
이렇게 대답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자신이 잠시 넋놓고 있는 동안 동기들은 짝을 지어서 나가버렸고 앞에 앉은 남자는 꽤나 적극적이었다.
- ㅇㅇ아 사실은 그 사람이 너 마음에 든다고 미팅 꼭 해달라고 해서 한 거야
- 말 안 하고 무작정 데리고 나와서 미안
- 엄청 사정하는데 너 그냥 미팅 나가자고 하면 안 나와줘서 그랬어 ㅜㅜ
- 그래도 괜찮지 않아?
- 솔직히 아까 있던 사람 중에 그 사람이 제일 괜찮았다
우다다, 밀려오는 동기의 카톡을 보고 머리가 아파졌다. 아, 부담스러워. 솔직히 말해서 제일 괜찮은 건지도 모르겠다.
정신이 박우진한테 가있어서 제대로 뭘 판단하지도 못했거든. 이 말은 굳이 친구에게 하지 않기로 했다.
"아... 그..."
"영화 좀 그러시면 식사하러 가실래요?"
딱 봐도 저를 배려하고 있는듯한 친절한 미소가 ㅇㅇ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 아, 어떡하지.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나.
"내 아는 니 동기 중엔 이런 사람 없는데."
"... 어?"
우물쭈물, 뭐라 말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 저의 손목을 잡아채서 보니 우진이었다.
그래, 언제나 스토리의 흐름은 비슷하고 솔직히 어쩌면 아주 조금은 이런 상황을 바랐는지도 모른다.
뒷수습이 좀 걱정되긴 하지만.
"죄송합니다, 좀 데리고 가겠습니다."
ㅇㅇ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으득으득 소리가 날 것처럼 미팅남에게 씹어서 말하는 우진의 손에 붙잡혀 어영부영 밖으로 나오게 됐다.
왜 화났는지 물어보고 싶다. 화내면서도 왜 나 안쪽으로 걷게 하고 있는 건지 물어보고 싶다.
나 혼자 의미부여 하는 거냐고 묻고 싶다.
너는 나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고 싶다.
"..."
"..."
"짜증난다."
"..."
한참을 걷다 근처 공원에서 멈춰선 우진이 정적을 깨고 말하기 시작했다.
도로록, ㅇㅇ은 시선을 어디에 둘 지 모르겠어서 바삐 굴리는 중이다.
"화내고 싶은데 내가 너한테 뭣도 아닌 것 같아서 화도 못내겠고, 그냥 짜증난다."
"..."
"내만 니한테 관심있나."
"..."
"내만 니 좋아서 맨날 안절부절 하냐고."
"..."
"니 존나 나쁘다."
"..."
"내가 니 좋아하는 거 니도 알잖아."
"나,"
"좋아해."
"..."
"좋아한다고. 보고 싶었다고."
"..."
"니랑 사귀고 싶은데, 니가 나 부담스러워 할까봐 아무 말도 못했다고."
"..."
"니랑 오래 보고 싶은데, 괜히 내가 이렇게 대놓고 말하면 부담스러워 할까 봐,
혹시 사귀다 헤어지면 다시 못볼까 봐 무서웠다고."
"..."
"근데 짜증나서 못 참겠다."
"..."
"내랑 사귀자."
"..."
"좋아한다, ㅇㅇ아."
나는 네가 나 친구라고 생각해서 그러는 줄 알았어. 내가 너 더 좋아할지도 몰라.
아까 하려다 도입부터 끊긴 말이 ㅇㅇ의 혀에 맴돈다.
우진의 귀가 빨개져있다.
동네 친구 12살 박우진, 12살 ㅇㅇㅇ
사회 체육과 17학번 박우진, 무용과 17학번 ㅇㅇㅇ
남자친구 박우진, 여자친구 ㅇㅇㅇ
그날 둘을 수식하는 말이 다시 한 번 바뀌었다.
사담 9ㅅ9 |
윽, 쓰다 보니 이건 번외가 아닌 것 같고 리얼 번외가 따로 있을 것 같네요. ㅋㅋㅋㅋ 강제입니다! 한 편 더 읽으실 수도 있겠네여...! ^ㅁ^ 번외다운 다른 무언가가 생각나버려서...! 이 새끼는 하루 종일 뭘 하길래 글 올리는 텀이 일케 짧아? 재미없네; 라고 말씀하신다면 종일 과제는 안 하고 덕질만 하는 중이라 대답하겠습니다... (주륵) 과제 너무 싫어............ 과제................ 뭔 소리인지도 모르겠는 거 의식의 흐름대로 쓰고 있으면 현타오고 짜증나고 조아요,,, ^ㅁ^,,,
저 다음주엔 시험 기간이라 자주 못 올지도 모릅니다 훌찌럭,,, 직캠 보러 가야지.......... 여러분 늑대즈하세요............ 사라해,,,,,,,,,, 흑흑,,,,,,,,,, |
♥암호닉♥ |
0226 / 편린 / 뿌꾸빵 / 뚜기 / 괴물 / 윙지훈 / 삐삐걸즈 / 아가베시럽 / 여운 / 현 / 파파 / 809 / 다솜 / 숮어 / 고구마 / 네오 / 유닝 / 꽃눈 / 인연 / 1503 / 나침반 / 쿠마몬 / 희48 / 달빛 / 양민 / 재뀨 / 밀테는비냉 / 망무망무 / 다녤뿌우 / 슙달 / 아듀 / 유자청 / 녜링 / 녤루 / 뮤즈 / 꾸쮸뿌쮸 / 블라썸 / 우쥐녕 / 어부 / 효이 / 체크남방 / 남융 / 알빱 / 스댐 / 빠뺘뽀뾰쀼 / 퍼지네이빌 / 다녤
감사히도 암호닉 신청을 해주셔서 8ㅅ8 정리했는데 혹시 빠지셨으면 절 매우 치시고 다시 말씀해주세요...! (주루룩) 가장 최근 길에 신청해주시면 감사히 받게쓴니다. 'ㅅ'* 그리고 비회원 분들은 덧글이 한참 있다가 내용이 보여서 ㅠㅅㅜ 내가 비회원인데, 암호닉에 안 올라가있다! 하면 등록이 안 돼서 안 보이나보다 해주세요 (주륵)
* 녤 클럽 글에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들 암호닉 있는지 확인 다시 한 번만 해주세요 ㅜㅅㅜ 글이 사정상 삭제처리 돼서...! 덧글도 날라가버렸습니다,,, (광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