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남친은 원래 찌질한가요?
EP.1
“ 개새끼, 진짜... ”
이름이 쥐고 있던 핸드폰을 침대 위로 던졌다.
「임영민 지금 친구들하고 클럽 왔다」
친구에게 온 문자다. 이름이는 순간적으로 뒷골이 뻣뻣해짐을 느끼며 한숨을 쉬곤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분명 얼마 전, 자신과 클럽에 다신 발을 들이지 않기로 약속했던 영민이 기억이 나는 것 같은데...
물론 자신과 한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영민을 알지만 이번엔 너무 빨랐다. 불과 일주일도 안 지났다.
임영민, 진짜 끝을 보자는 건가.
이름이 깊은 한숨을 내쉬곤 던졌던 핸드폰을 들어 다른 친구인 수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고, 곧이어 수정의 목소리가 들렸다.
- 어, 이름아.
“ 수정아, 지금 어디야? ”
- 나 그냥 집이지. 왜?
“ 나 지금 너네 집으로 갈 테니까 옷이랑 내 메이크업 할 것도 다 준비 좀 해주라. ”
- ? 야, 너 설마...
“ 10분 이내로 갈게, 끊는다. ”
전화를 끊곤 이름이 방 한 쪽에 걸려있던 외투를 대충 입곤 급하게 집을 나섰다.
평소에 잘 타지도 않는 택시를 잡아 타곤 목적지를 말하고 등받이에 등을 기대어 창 밖을 바라보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으로 두어번 문질렀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건, 영민이 자주 즐겨찾는 클럽에 자신과 친한 친구가 일을 다닌다는 것이였다.
물론 그 사실을 영민은 모르겠지만.
“ 수정아. ”
“ 뭐 날아왔어? 엄청 빨리 왔네. ”
“ 옷이랑 메이크업은? ”
“ 다 준비해놨지. 근데 너 진짜 괜찮아? ”
“ 뭐가. ”
“ 이랬다가 임영민 거품 물고 쓰러지는 거 아니야? ”
“ 그게 내 목적이야. ”
“ 하여튼... ”
수정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익숙하게 수정의 방으로 들어가니 옷으로 추정되는 천쪼가리들과 메이크업 박스가 놓여져있는 화장대가 눈에 보였다.
수정아, 전투 준비 시작하자.
“ 근데 좀 걱정돼, 이름아. 진짜 이래도 돼? ”
“ 잔소리는 나중에 하고 나 빨리 해줘. 임영민 가기 전에 클럽에 들어가야 된단 말이야. ”
나는 뭐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아냐.
이름이 밉지 않게 툴툴거리자 수정이 꽤 아프게 이름이의 등짝에 손짝 스매싱을 날렸다.
“ 그럼 헤어지라고! ”
“ 수정아, 난 이 옷이 마음에 든다. ”
“ 야, 성이름. ”
“ 이게 좀 더 섹시한가? 나 메이크업은 눈화장만 하면 되지? ”
“ ..... ”
다다다 이어지는 이름이의 말에 수정이 결국 크게 한숨을 쉬곤 손을 뻗어 가지런히 놓여져있는 아이라이너를 집었다.
그래, 눈화장만 하면 된다. 이 답답아.
“ 와, 대박... 역시 전공자는 뭐가 다르긴 달라. ”
메이크업 천재 정수정.
이름이 거울을 보며 이리저리 얼굴을 살펴보았다.
옅은 스모키 화장과 원래 하얬던 얼굴, 새빨간 입술.
자신이 봐도 자신의 얼굴이 섹시해보이는 이름이 만족스럽다며 수정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 진짜 다음에는 이런 거 부탁하지 마. 이런 거 할 바엔 그냥 헤어져. ”
“ 나 이제 간다, 수정아. 진짜 고마워. ”
말을 저렇게 해도 가장 나를 걱정해주는 걸 아니까.
이름이 시계를 한 번 확인하곤 수정에게 급하게 인사를 하며 집을 나섰다.
아직 임영민 클럽에 있겠지.
다시 한 번 택시를 잡아서 타곤 이름이의 입에는 좀 생소한 목적지를 말했다.
클럽, 클럽...
영민과 싸우는 이유 10가지 있다면 그 중 6가지는 클럽 관련이다.
워낙에 노는 걸 좋아하는 영민이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던 적도 많지만 이젠 점점 한계가 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다시 한 번 거울을 보며 이름이 제 모습을 점검하곤 택시에서 내렸다.
아무리 계속 봐도 이 정도면 영민이 제대로 빡칠 것 같은 느낌에 이름이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 했다.
좀만 기다려라, 영민아. 너 다시는 클럽에 발 못 들이게 해줄게.
긴 검은 웨이브 머리, 몸에 딱 달라붙는 검은색 미니 원피스, 다리가 다 비치는 커피색 스타킹, 섹시한 스모키 화장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이름이의 모습을 시험이라도 하듯 스테이지까지 걸어가는 길에 벌써부터 클럽에 있던 남자들이 추근대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름이 수줍은 척 고개를 숙이며 지나가자 대놓고 작업을 걸어오는 남자들을 보며 속으로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속 제대로 탈 준비 좀 해라, 임영민.
평소에도 이름이에게 다른 남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모습을 보면 유난히 못 참아했던 영민이었는데,
아마 아까 수정의 말처럼 거품 물고 쓰러지는 영민을 볼 수 있을지도.
“ ..... ”
자신이 스테이지 중앙으로 가자 들리는 사람들의 환호소리에 이름이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리곤 흘러나오는 끈적한 음악에 맞춰 이리저리 살짝 몸을 흔들며 주변에서 자신을 보는 사람들 사이에 있는 영민을 찾으려 노력해봤지만
여기저기 퍼진 조명 탓에 찾기가 힘들었다.
설마, 룸에서 안 나오진 않았겠지...?
이름이 불안감에 잠시 멈칫하는 듯 했으나 자연스레 천천히 리듬에 몸을 맡기기 시작했다.
이쯤이면 임영민이 빡쳐서 나타나야 되는데.
사람들의 환호소리만 들릴 뿐 아무런 소식이 없는 영민에 이름이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조금 더 과감해진 춤동작을 선보였다.
“ 몇 살이야? ”
“ ..... ”
“ 이름은? ”
“ ...비밀이야. ”
“ 나갈래? ”
“ ...야. ”
“ 어? ”
“ 나한테 이러면 너 죽을 수도 있어. ”
“ 뭐? ”
“ 농담 아니고, 진짜. ”
누굴 쉬운 여자로 보는 건지 작업을 걸어오는 남자에 이름이 남자의 정강이를 그대로 차버릴 뻔한 걸 참고 웃으며 대답하자 남자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쳐다봤다.
너 죽을 수도 있다고, 임영민한테. 아마 아무도 모르게 생매장 당할 수도 있어.
이름이 애써 말을 속으로 삼키며 남자의 어깨를 만지작 거리다 목에 팔을 둘렀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 덕분에 귀가 터져 나갈 것 같았다.
임영민, 분명 스테이지로 나왔을 텐데.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이름과 남자가 아마 친밀한 사이인 줄 착각을 할 수도 있는 모습이였다.
남자가 얼굴을 점점 밀착시키며 오자 이름이 의도적으로 남자의 얼굴을 피하며 눈으로는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데,
누군가에 의해 이름이의 몸이 반대편으로 휙 돌아갔다.
익숙한 손길, 익숙한 향수.
임영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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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뭘 쓰고 싶었던 건지 쓰다보니 뭔가 망해가는 느낌...
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ㅠ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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