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도] 복숭아, 딸기.최근들어서부터 아침마다 내 사물함 한 가운데 자리에는 누가놓은건지 모르는 복숭아 요플레가 자리 잡고있다. 내 기억으론 내가 아침밥을 귀찮아서 안 먹는다고했던 그 다음날 부터였다. 그렇게 꼬박 이주일 동안 계속 되다가. 몇일동안은 끊겼었다. 아마..흘러가는 말로 내가 조금 부담스럽다고 했던것 때문일까 싶지만, 그냥이제 지쳤나보다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 다시 또 사물함에 복숭아 요플레가 자리했다. 나는 다음날 아침일찍 학교에 와 누군지 확인하기위해 6시에 학교에 왔지만 아무도 내 사물함을 열기는 커녕 왔더니 이미 사물함에 들어있었다. 결국 하루종일 졸고, 자다가 허무하게 학교가 끝났다. 종례까지 끝나고 허무함에 엎어져있는데 박찬열이 뭐가 그리 웃긴지 얼굴을 마구 구겨가며 시끄럽게 웃으면서 내 앞에 앉았다."아..웃겨라, 일어나. 집에 안가?"나는 고개를 들어 괜히 얄미운 마음에 노려보다가 대충 가방을 챙겨 교실을 나섰다. 뒤에서 박찬열이 얄밉게 웃으면서 따라와 티격태격 집에가는데 문득 놓고온 숙제가 떠올랐다. 다시 발길을 돌려 느릿하게 교실로 왔는데 남자치고는 약간 외소한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데 누구였더라.."..아, 도경수?"내가 부르자 도경수는 소스라치게 놀라고는 뒤돌아 어색하게 인사하고는 도망치듯 나가는걸 무심하게 쳐다보다 숙제를 꺼내들다가 문득 사물함을 쳐다봤다."...설마."사물함으로 발걸음을 옮겨 사물함 문을 천천히 열었다. 사물함 안에는 복숭아 요플레와 조그만 쪽지가 있었다.[ 부담스러웠다면 미안.. 밥 잘 챙겨먹고다녀. 좋아해 백현아.]또박또박 가지런한 글씨였다. 도경수다운 그런 글씨. 나는 복숭아 요플레와 쪽지까지 챙겨 멍하니 집에왔다. 내가 혹시 잘못 본걸까 해서 몇번이고 쪽지를 들여다본다.그리곤 조용히 따라 읽어본다."..좋아해 백현아.."다음날 나는 의도치않게 도경수를 피하듯이 했다. 그러려고 그런게 아닌데 도경수만보면 피하게 됐다. 도경수의 표정이 점점 슬픔으로 잠겨갈때 즈음 학교가 끝났다. 도경수는 뭐가 그리 급한지 반에서 도망치듯 나가는걸 멍하니 쳐다보았다. 나는 한참을 앉아있다가 나와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 편의점에서 커피우유를 골라잡고 계산하러가려는데 딸기 요플레가 눈에 들어왔다. 멍하게 보고있다가 무의식중에 딸기 요플레를 하나 집어들어 사서 나오는데 추워서 아무도 찾지않는 초등학교 운동장 그네에 익숙한 뒷모습이 보여 그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네를 끼익거리며 앉아있는 뒷통수를 향해 말을 건넸다."..야."도경수가 놀라 돌아보았다. 괜시리 그 모습이 웃겨 풉웃고는 내 손에 있는 딸기 요플레와 도경수를 번갈아 보다가 다가가 손에 들려있던 딸기 요플레를 도경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경수야, 나는 딸기 요플레가 더 좋아."도경수는 한동안 웃는 나를 멍하게 쳐다보더니 이내 나를 보며 웃었다. 이상하게 도경수 웃는모습을보니 내가 고백이라도 한듯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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