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떤 날에든, 저녁 하늘은 못 올려보는 습관이 있어
저녁 하늘은 올려다 보기가 무섭다. 온 세상이 나를 떠나는 듯한, 이상한 그 기분이 싫어서.
이 맘때였다. 남자들은 가을을 탄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았나 보다. 쌀쌀한 가을 저녁, 넌 내게 이별을 고했고, 우리는 이별여행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두절되었다. 이별여행이랍시고 형형색색의 예쁜 단풍을 보러 갔었다. 서로 마주 잡은 손은 더할 나위 없이 차가웠고, 서로 마주 본 두 눈은 공허하기 짝이 없었다. 그가 나를 떠난다는 상상만 해도 그렇게 메말라져 버리는데, 그는 애써 주먹을 꽉 쥐며 나를 떠났었다. 잘 지내고 있니, 준홍아. 보고 싶어. 사실 아직 널 잊진 못했어.
2. 네가 아닌 누군가 나를 안고, 내가 아닌 누군가 너를 안고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의 품은 불편하고 어색했다. 넓지도, 그렇다고 작지도 않았던 네 품은 항상 따스했다. 찬 바람이 유독 부는 날에는 일부러 다리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실내에 들어가지 않고 너의 품에 안겼었다. 이렇게 그리워 질거였다면, 우리가 헤어질 예정이었다면, 진작에 그 버릇을 고치려 노력했을텐데. 준홍아. 난,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너를 안는다고 생각하면, 너무 슬프고 화가 나서 눈물이 나와.
넌, 네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나를 안는다고 생각하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