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대현 |
"야 김익인, 너네 조는 오늘 뭐만들려고 그렇게 재료가 많아?" "수제 스파게티." "스파게티? 오 내가 좋아하는건 또 어떻게알고-" "닥치고, 정대현 너는 너희 조로 빨리 꺼져버려."
악, 우리 익인이 무서워. 하는 같잖은 애교를 부리며 제 자리로 향하는 정대현을 보니 아침부터 실습시간에 만들 재료를 양껏 들고와 빠져버릴것만 같은 어깨에 한껏 짐이 늘어난 기분이다. 아무래도 가져온 칼로 정대현을 찔러버려야겠다, 하는 상상을 하는데 어느샌가 수업은 시작되어 아이들의 손발이 이리저리 바삐 움직였다. 스파게티 소스에 들어갈 채소들을 나열해놓고, 도마 위에 파프리카를 얹어놓은채 열심히 썰었다.
"오 잘써네." "내가 좀, 요리엔 소질 있거든." "맛있어 보이게도 썰었네."
그렇게 말하곤 한입크기의 파프리카를 그대로 입에 가져다 넣는 정대현에 울화통이 터졌다.
"넌 파프리카도 겁나 맛있게먹는다, 그치?" "응, 내가 좀." "근데 대현아, 그거 알아?" "뭘? 내가 여자애들의 밥 만들어 먹이고싶은 남자 1위라고?" "아니 그거 말고, 나 손에 칼 들었는데 대현아." "어이쿠, 무서워라." "무서우면 저리 꺼져." "에이, 그러긴 싫고. 가기전에 문제 하나 낼게-" "얼른 내봐, 정답을 외치고 널 보내보릴테니까."
그 말에 푸스스 웃더니 날 빤히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뗀다.
"지금 너랑 나 그림이 어떻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라는 기색이 가득한 표정을 지어보이자 정대현은 개구지게 웃곤 볼을 긁적이다 답했다.
"되게 신혼부부같아."
뭐? 라고, 벙쪄있는 날 향해 평소처럼 웃고는 파프리카를 내 입에 물려주고 제 자리로 돌아가는 정대현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그나저나 파프리카는 맛없어. |
2. 최준홍 |
"으아, 다 만들었다!"
수제 스파게티, 라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성공에 희열을 느끼며 기지개를 켰다. 마음에 들었다, 이번 요리는. 선생님의 평가를 받기위해 일부를 덜어드리고, 스파게티는 잘 만들지만 별로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나머지는 완벽하게 나눠주었다. 그치만 배가 고팠다.
"…이거 무슨냄새야." "익인아, 우리 조 남은걸로 라면 끓이는데, 이리와서 좀 먹어봐."
먹을 복 하나는 타고났어, 그래서 내 뱃살이 이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쉽게 잊어버리곤 냄새를 쫓아 바로 옆 조로 향했다.
"나 먹어도 돼?" "얼마든지-"
헤, 맛있게도 끓였네. 하는 말과 함께 젓가락으로 집어보려 했는데 라면의 뜨거운 열기에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헐 안데였으면 다행이네. 하고 중얼거리면서 손을 살피는데 바로 옆에 서있던 최준홍이 날 빤히 바라보았다.
"…뭘 그렇게 보니 준홍아?" "그런 사무적인 말투는 집어치우고. …종이컵 이리 줘봐." "어?"
말귀를 한번에 못알아듣는 내가 답답했던지 뭔지는 몰라도 최준홍은 살짝 인상을 구기곤 내 그릇이자 종이컵을 내 손에서 앗아갔다. 뭐하는거냐고 묻기도 전에 최준홍은 제 그릇에 있던 라면 전부를 내게 덜어주었다. 그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내게 컵을 건네며, 전에 없던 맑은 미소를 띄우며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다.
"이건 다른애들한테 비밀."
그리곤 몸을 틀어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다시 라면을 집으러 손을 뻗는 최준홍을 한참 바라보았다. …저거, 라면 뜨거울텐데. |
3. 김힘찬 |
내가 다니던 음악학원에는 꽤나 유명한 인물이 하나 있었다. 키 크고, 인물 잘나고, 차분하고, 공부도 잘하고, 기타도 잘친다는 고등학교 오빠가 그 주인공이였다. 때문에 호시탐탐 노리는 언니들도 많았지만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나는 피아노를 배우고 있었고, 힘찬오빠는 기타반이였으니 마주칠 일도 별로 없거니와, 나와는 급이 다른 인물이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린 마음에 내심 동경하고 있었다는 점은, …뭐 인정. 하루는 피아노 레슨을 마치고 학원을 나서는데, 바로 뒤따라 힘찬오빠가 신발장에서 신발로 갈아신었다. 나는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이런 오빠에게 책잡혀봤자 좋은 일은 딱히 없을테니. 급히 신발로 갈아신고, 두세걸음정도 앞서 학원 계단을 내려가는데 계단 바로 밑에 서너명 정도의 교복무리들이 보였다. 나는 그런 이들이 두려웠다. 어릴적 '삥 뜯길뻔한' 기억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바로 앞의 그들을 보고 주춤거렸다. 내가 그런 행동을 보이니 힘찬오빠는 날 금세 따라잡아 내 옆에 섰다. 그리곤 자연스레 내 어깨에 손을 둘렀다.
"뭐야 김힘찬, 옆엔 누구?"
…아는 사이였나. 어찌되었든 예고없던 스킨쉽에 딱딱히 굳은채로 서있는 날 바라보다 풋 웃던 힘찬오빠는 살짝 표정을 굳힌채로 그들에게 말했다.
"애기 지나간대니까 비켜."
그렇게 말하곤 조금 더 본인쪽으로 날 더 끌어당겼다. 키차이가 많이 나서 그런지, 내가 작고 힘찬오빠가 커서 그런지는 몰라도 얼굴은 힘찬오빠의 가슴팍에 가까웠다. 그리고 얼마 안가 힘찬오빠는 내게 둘렀던 팔을 풀었고, 별 말 없이 어깨에 멘 기타가방을 고쳐메곤 걸어갔다. …고맙다고 한마디라도 할 걸 그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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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은 안쓰고 늘 이런것만 내놓는 부비부에요
으음
제가 겪었던 설레는 일화들을 적고
그에 어울리는 멤버들을 찾다 보니 이렇게.......ㅋㅋㅋ
흠
안설레네........ㅁ7ㅁ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