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별리고
;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괴로움
잠에서 깨 눈을 뜨자 마자 밀려 오는 갑갑함과 목마름이 동시에 나를 괴롭혔다. 고개를 돌리면 새하얀 이불을 덮은 채로 새근새근 자고 있는 정대현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만질 수 있었다.
정대현의 도움으로 일어나는 시간은 언제나 9시였다. 그러나 오늘은 10시에 일어났다. 날 깨워 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방문을 열고 나가 여김 없이 텁텁한 목을 축이러 부엌으로 갔다. 정대현은 항상 아침마다 둘만의 식사를 준비 하느라 여느 때와 같이 분주 했었다. 한 날은 아침부터 크림 스파게티를 만들어 내 먹지 못 하고 굶은 적도 있었지. 그래도 맛 하나는 보장 할 수 있었는데. 이젠, 정대현이 차려 주는 아침을 먹을 수 없다. 아니, 아침을 먹을 수가 없다. 술만 먹어도 벅차 눈물이 왈칵 쏟아 질 것 같은데, 무리다.
씻기 위해 욕실로 들어가 칫솔과 치약을 꺼내 들었다. 정대현과 양치질을 할 때면 언제나 즐거웠다. 입가에 치약 거품을 잔뜩 묻히고는 서로를 바라 보며 웃었는데. 오늘은 거품이 나질 않는다. 이제부턴 나지 않을 것 같다. 못 다한 잠을 깨려 차가운 물을 틀고는 세수를 하자, 아침에는 고양이 세수가 좋다며 세수할 때 쓰는 헤어밴드를 주던 정대현이 생각 났다. 내 건 분홍색이고 자기 건 파란색이라며 좋아하던 정대현. 나만의 대현이. 이젠 다 지난 얘기들이다. 그래도 난 아직 그대로야. 네가 가르쳐 준 대로 고양이 세수 하느라 비누도 안 썼고, 차가운 물로 세수 했어. 헤어 밴드는 왜 가져간거야. 그것까지 있었으면 썼을텐데. 다른 사람이랑 쓰려고 가져 간 거야?
그만 물기 없는 뻑뻑한 욕실 바닥에 주저 앉아 버렸다. 심지어는 문고리에 걸려 있는 수건마저 너와의 추억이 담겨 있는 것이라서. 무슨 수건을 살지 한참을 고민하다 고른 게 저 수건이었다. 정대현이 수건 속 고양이와 늑대가 마치 우릴 닮았다며 망설임 없이 넣은 저 수건. 차가운 물방울들과 함께 눈물들이 턱을 타고 뚝뚝 내려 갔다. 씨발, 정신 차려. 이미 떠나간 사람이야.
세수를 한답시고 잔뜩 젖어 버린 앞머리를 털며 나오자 갑작스레 정대현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그것도 온 몸으로. 저 소파에 정대현이 앉아 사과를 먹고 있었을 텐데, 지금은 없다. 자꾸 예고도 없이 찾아 와 날 괴롭힌다. 이런 깜짝 방문은 싫어. 싫다고.